소설리스트

82화 (82/605)

개전

2020년 10월 28일 05:21 (중국시각 04:21),

중국 베이징시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지휘소 벙커.

통합지휘소 상황실에 들어선 칸 커이쳐 부주석은 현재 지휘하고 있는 참모장 팡펑이후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지휘하겠네.”

“알겠습니다.”

참모장의 대답과 동시에 칸 커이쳐는 대형 X 밴더 레이더기지에서 탐지한 120개의 전술 탄도탄 미사일에 대한 궤적을 보며 전술관에게 물었다.

“탄도탄의 정확한 목표 확인되었나?”

“네, 현재 총 12개의 목표로 각 10기씩 탄도탄 방향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가장 급한 곳부터 보고해”

“먼저, 제1항공사단, 제4항공사단, 제11항공사단, 제21항공사단, 제30항공사단 본부와 각 예하 비행단입니다. 그리고 퉁화 미사일 기지, 하얼빈 미사일 기지, 다렌 미사일 기지, YJ-26A 309 레이더여단, 207 레이더여단, 303 레이더여단입니다.”

전술관의 보고와 함께 지도에는 각가지 탄도탄 목표에 대한 위치가 표기되었다.

“이것들 봐라, 작심하고 준비를 했구나. 그래, 통신관 각 항공사단에 뜰 수 있는 전투기 모두 띄우라고 해. 요격 실패 시 피해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북부 전구 소속 각 방공부대에 미사일 기지를 향한 탄도탄부터 요격 우선순위 배정 전달.”

“네, 알겠습니다.”

칸 커이쳐 부주석의 신속한 명령에 10여 명의 통신관은 지시사항을 해당 부대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북부 전구의 각 대공여단에서는 중고도 요격미사일인 S-300을 베이스로 한 최신 모델인 HQ-9C(홍치 9) 미사일들이 한국 전술 탄도탄을 1차 요격하기 위해 흰 연기를 뿜으며 각자 목표를 향해 하늘로 치솟았다. 사거리 200km에 고도 30km, 마하 4.3인 HQ-9C 96기가 새벽하늘을 흰 연기로 수놓듯 날아가자 목표와 가까이 있던 방공여단에서는 사거리 50km에 고도 25km의 HQ-12 미사일들도 각 발사차량에서 2기씩 총 36기가 날아갔다.

★ ★ ★

2020년 10월 28일 05:22 (중국시각 04:22),

중국 안산시 제1항공사단 공군기지.

안산기지에는 엄청난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가 귀청을 찢을 정도로 울려대고 활주로에는 최근 실전 배치한 중국의 J-20 스텔스 전투기들이 줄줄이 격납고에서 빠져나와 이륙 준비에 한창이었다. 지옥의 불덩어리가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었던지 대부분 J-20 전투기는 비무장 상태였다.

그리고 기지 내 방공부대에서는 이탈리아의 아스피데 공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복제한 최신 HQ-6 레이더가 탄도탄 탐지를 위해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고 6개의 HQ-6 미사일 발사차량에서도 발사관을 하늘로 지향한 상태에서 탄도탄 종말 단계 마지막 요격 수단으로 만반의 대비를 갖췄다.

몇 분이 지나고 제1항공사단 안산기지의 희미한 가시거리 상공에서 화려한 불꽃 쇼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 화려한 불꽃 쇼를 뒤로하고 매섭게 떨어지고 있는 탄도탄 6기를 포착한 HQ-6 레이더 탐지관은 비명을 질렀고 미사일 대대 지휘관은 즉시 HQ-6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려다. 이에 발사차량 6개에서 차례대로 4기씩 총 16기가 마지막 종말 단계 요격을 위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같은 기지 옆 대대에서도 총 16기의 미사일이 할당받은 3개의 탄도탄을 향해 날아갔다.

“1번 표적 거리 10,200 고도 9,800, 1번 미사일 요격 실패, 2번 실패. 5번 미사일 요격 성공, 2번 표적 갑니다. 2번 표적 거리 9200, 고도 8910, 1번 미사일 요격 실패, 2번 요격 실패. 아, 5번도 실패, 3번 표적, 거리 8200 고도 7890, 1번 미사일 요격 실패. 4번 실패, 5번, 5번도 요격 실패.”

HQ-6 레이더 탐지관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은 그야말로 저승사자를 본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 잡고는 마구 흔들었다. 또한, 옆 대공 대대에서는 1기도 요격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요격 확률을 보였다. 아무리 최신에 개발된 요격미사일로 종말 단계 요격이 특화된 미사일이었다 하여도 16기로 탄도탄 1기만 요격에 성공하는 기술적 한계를 보였다.

마지막 요격 화망을 벗어난 한국의 최신(현무-2E2) 전술 탄도탄 5기는 그대로 제1항공사단 제1비행단과 제2비행단의 활주로와 격납고 상공에서 폭발하여 수천 개의 자탄을 뿌리며 축구장 십여 배에 해당하는 지형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중국입장에서 보자면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빠른 대처로 제1비행단의 J-20 스텔스 전투기와 제3비행단 J-11 전투기 대부분이 긴급 이륙하여 불지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항공사단에서는 일부 전투기만 이륙했을 뿐 격납고와 활주로에 있던 여러 종류의 항공기들은 쏟아지는 강철 소나기를 그대로 뒤집어쓰고 말았다. 또한, 탄도탄 자탄에 의해 망가져 버린 활주로는 당분간 활주로의 기능을 상실해 이륙했던 전투기들은 다른 공군기지로 착륙하기 위해 기수를 돌려야만 했다.

1차 타격 목표였던 중국의 공군기지 4곳은 시뻘건 화염과 검은 연기를 흩날리며 초토화가 되었고 북부 전구에 배치된 중국이 자랑하는 고정형 YJ-26A 레이더기지와 쇵양산 대형 X-밴드 레이더 기지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또한, 한국에 가장 위협이 될 수 있는 DF-15와 DF-21 탄도탄 미사일을 운용하는 중국 로켓군 예하 미사일 기지인 통화기지, 하얼빈기지, 다롄기지도 마찬가지로 당분간 미사일 기지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보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북해함대 기지인 청도 해군기지에 떨어진 탄도탄 6발은 제1구축함전단 소속 루다급 구축함 5척을 비롯해 각종 수상함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

상식적인 선에서 기습공격이라 하여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중국이 당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전술 탄도탄 미사일은 사거리와 탄두 중량에 대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 몇 가지를 반영하였다. 먼저 탄도탄의 엔진을 플라즈마 로켓엔진으로 교체하여 기존 현무 미사일의 마하 4를 뛰어넘는 마하 8이라는 놀라운 속도로 진보했고 요격미사일의 능동레이더유도(ARH: Active Radar Homing)를 방해하는 SECM(Super Electronic Counter Measures) 시스템 기술을 접목해 강력한 재밍(Jamming)으로 요격당할 확률을 대폭 낮췄다.

★ ★ ★

2020년 10월 28일 05:5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강이식 합참의장은 어김없이 이어지는 탄도탄 착탄에 따른 보고를 받으며 여러 개의 스크린을 주시했다. 그리고 방금 건너편 육군 지휘소에서 온 신성용 육군참모총장에게 넌지시 말했다.

“신 참모장, 이번에 개량한 현무 탄도탄 성능이 생각보다 좋군요. 생각한 데로 제대로 꽂아준 듯합니다.”

“네, 합참의장님.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 것 같습니다. 수량이 적은 게 매우 아쉽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우리가 전쟁을 미리부터 준비한 것도 아니고 단지 북한 전력 기준으로만 대비했으니 말이오. 진즉에 중국이나 일본 놈들 상대로 전력을 키웠다면 좋았을걸.”

“합참의장님, 그래도 지금 전력이라면 어떤 나라와 붙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습니까?”

신성용 참모장은 국운을 걸고 전쟁을 하는 와중에도 즐거운지 환하게 웃었다. 그만큼 이번 전쟁에서 승리의 확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통신관.”

“네, 합참의장님.”

“현 시간부로 KAMD 체제 전환!”

“현 시간부로 KAMD 체제 전환합니다.”

복명복창과 함께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은 전 군 지휘관에게 신속히 명령을 전파하였고 중국군의 대대적 보복공격에 대비한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가동했다. KAMD 총 4단계 요격시스템 중 아쉽게도 2단계 요격 수단인 KSF/A-30SP 삼족오 우주전투기는 개발 중으로 아직 완전한 KAMD는 아니었지만, 합참에서는 현재 요격 전력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 ★ ★

2020년 10월 28일 05:50 (중국시각 04:50),

중국 베이징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지휘소 벙커.

통합지휘소 상황실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보고하기도 민망한 한국군 전술 탄도탄에 대한 요격률을 보이고 말았다. 사실상 북부 전구 전체 전력은 개전 전과 비교했을 때 60%의 전력을 손실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말 그대로 한국의 기습공격은 훌륭했고 중국의 대공 방어는 무력했다.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부주석님!”

팡펑후이 참모장은 충격이 컸던지 입을 벌리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기껏 전술 탄도탄에 이런 피해를 보다니.”

칸 커이쳐 부주석 또한 적어도 80%는 요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켜봤던지라 현실로 다가온 충격은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어지럽게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북구전구에 배치한 공대공 전력은 상당한 수준이었고 기껏 전술 탄도탄 120기에 이렇게 당할 일이 아니라는 게 칸 커이쳐의 변함없는 생각이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우리가 한국의 탄도탄을 너무 우습게 생각한 건가?’

곰곰이 생각하며 답을 찾으려 했지만 쉽게 얻어지지 않자 머리를 몇 번 흔들고는 잡념에서 빠져나오는 그때 오퍼레이터가 소리치듯 말했다.

“무인정찰기 샹룽에서 칭다오 북해함대 기지를 촬영한 영상입니다. 3번 스크린입니다. 부주석님,”

중부 전구에서 급파한 여러 대의 무인정찰기 샹룽이 가장 가까운 칭다오 북해함대 기지를 촬영하여 보내온 것이었다.

“제길! 안 보는 것만 못 하군.”

항구의 모습은 지옥 자체였다. 정박하고 피하지 못한 루다급 구축함 5척이 자탄을 그대로 뒤집어썼는지 함교는 물론 마스트에 위치한 레이더와 각종 화기 장비 중 성한 곳 하나 없이 찢어지고 갈라져 그 틈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있었다. 어떤 구축함은 함 전체에 불이 번져 검게 타버리고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또한, 해군기지 건물 역시 사정없이 떨어지는 자탄의 위력에 일부 건물은 무너지기도 했다. 현재 칭다오 해군기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고 아직도 곳곳마다 붉은 화염이 이글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이에 살아남은 수병들이 불을 끄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끔찍한 장면을 확인하자 나머지 각 집단군의 피해 장면도 상상이 가졌다. 이보다 더 끔찍하면 했지 덜 하지 않을 거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제38집단군과 나머지 집단군은 언제쯤 확인 가능한가?”

“현재 각 위치로 샹룽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10여 분 후면 확인 가능합니다.”

“알았다. 그리고 추가로 한국의 공격 탐지는 없나?”

“없습니다. 탄도탄 공격 이후 한국에서의 미사일이나 전투기 이동 항적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지상군 이동은 확인 가능한가?”

“1시간 후 젠빙-5호 정찰위성이 한반도를 지나갑니다.”

“그거 잘됐군, 젠빙-5호로 한반도 구석구석 정찰하라고 지시해!”

“알겠습니다.”

“팡펑후이 참모장.”

“네, 부주석님.”

"상황실 지휘하고 있게나, 나는 시진핑 주석에게 잠시 보고하고 오겠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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