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화 (80/605)

개전

2020년 10월 27일 23: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D-1일.

청와대 지하 벙커 국가위기상황센터에는 대통령 가족은 물론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모두 모여 5시간 남은 중국과의 개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 상황관제실 또한 수많은 청와대 직원들이 각가지 모니터를 보며 합동참모부와 연결된 통신 라인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회의석 정 중앙에 앉아있는 대통령에게는 이 모든 장면이 슬로우 영화처럼 느리게 보였다. 1초가 1분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지상군 준비는 문제없이 잘 되고 있나요?”

초조함에서 오는 건지 아니면 기다리는 게 지루했는지,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에게 고개를 돌려 질문했다.

“지상군 부대는 개전과 동시에 지정된 압록강 국경선 일대로 신속한 기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현재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해군과 해병대 쪽은요?”

“현재 포항 해군기지에 정박한 제7기동전단과 제53상륙전단에는 제1해병사단 해병대가 모두 승선한 상태입니다.”

* 2018년 후반 해군작전사령부는 기존 제5성분전단 소속이었던 제53상륙전대는 제10상륙함대가 창설되면서 제53상륙전단으로 승격 배속시켰다. 이후 꾸준한 강습상륙함 건조를 통해 2020년 6월에 독도급(LPH) 강습상륙함 4척, 천왕봉급(LST-II) 전차상륙함 8척, 고준봉급(SLT-I) 전차상륙함 4척, 만재배수량이 60,000t인 강화도급(LPH) 다목적 강습상륙함 4척을 정식으로 취역시켜 제10상륙함대는 제53상륙전단에 이어 제56상륙전단을 추가 창설하여 배속시켰다.

★ ★ ★

2020년 10월 28일 03: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D-30분.

이렇게 마지막 점검을 하는 동안 더디게 흐르던 시간은 어느덧 개전까지 30분도 남지 않았고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마지막 개전 승인을 받기 위해 통신보안 라인으로 전화가 왔다.

- 대통령님, 마지막으로 개전 승인 요청합니다.

합참의장의 음성이었다.

“승인합니다. 변함없습니다.”

-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짧게 통화를 마친 대통령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개전이 시작되었다는 보고를 받고는 눈을 떴다.

★ ★ ★

2020년 10월 28일 04: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D-ZERO.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의 정 중앙 상단 벽에 걸려 있는 디지털 시계가 04:00를 가리키자 강이식 합참의장은 침착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전군 현재 시간부로 데프콘2에서 데프콘1로 발령, 전시체제로 돌입한다.”

며칠간 보안 속에 데프콘2를 발령했던 한국군은 625 이후 처음으로 데프콘 1이 발령되면서 통합지휘통제소의 수많은 오퍼레이터가 전 군 지휘관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통신보안 라인을 통해 신속하게 전파하였다.

“지금부터 ‘고구려의 기상’ 작전 시행한다. 항공우주군 종합 지휘소 연결해.”

“현재 연결된 상태입니다.”

- 충성! 항공우주군 작전사령관 중장 이경현입니다.

“충성! 이경현 중장, 지금부터 계획했던 대로 ‘고구려의 기상’ 작전을 실행한다.”

- 알겠습니다. 제우스 1호 가동하겠습니다.

“수고하게.”

- 충성!

★ ★ ★

2020년 10월 28일 04:01,

서울시 용산구 CC 탱커(전략요격위성 제우스 1호 관제실).

항공우주군 작전사령관으로부터 명령을 하달받은 제우스 1호 관제장인 임수호 대령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중앙 스크린을 보며 힘차게 지시했다.

“지금부터 ‘고구려의 기상’ 작전 1단계 실행한다. 표적 리스트 좌표 확인.”

“표적 리스트 좌표 확인.”

오퍼레이터의 복명복창과 함께 500인치의 중앙 스크린에는 중국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진저우에서 2시 방향으로 90km 떨어진 지점에 제38집단군 소속의 예하 부대들이 반경 80km 안으로 꽉 차게 진지를 구축한 상태로 전개하고 있었다. 이에 각각의 사단과 여단 본부로 확인된 부대들이 일일이 표적 리스트가 올라가며 총 8개 표적 타격 순위가 매겨졌다.

“지노그 미사일 스탠바이.”

“지노그 미사일 스탠바이.”

‘K-SH 지노그 미사일(플라스마 증폭탄)’

발사체계: KS-1 제우스 1호 전략요격위성

직경: 220mm

길이: 3m

중량: 1,200kg

사거리: 1,000km

최고속도: 마하 68(낙하속도 포함)

탄두형식: 플라즈마 증폭탄(방사능 없음)

추진방식: 플라즈마 로켓

가격: 320억

“발사!”

“발사!”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관제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미사일 통제관이 복명복창으로 외쳤고 이에 발사담당관이 발사 버튼을 누르자 36,000km 상공에서 중국 지역을 지향하고 있던 전략요격위성 제우스 1호의 양 측면에서 튀어나온 2개의 4연장 발사관에서 차례대로 8기의 지그노 미사일이 푸른 불꽃을 내뿜으며 발사되었고 지정된 목표를 향해 어느 순간 마하 40에 다다른 속도로 무섭게 낙하했다.

“지그노 미사일 8기 정상적으로 목표를 향해 발사되었습니다. 1번 표적 25분 36초 도달, 2번 표적 25분 38초 도달, 3번과 8번 표적 25분 42초 도달입니다.”

미사일 통제관의 보고가 있자, 관제장은 또 다른 명령을 지시했다.

“2차 목표 좌표 확인.”

“2차 목표 좌표 확인합니다.”

제우스 1호는 살짝 자체 추진력으로 지향 방향을 바꾸고는 그대로 압록강 근처 제39집단군 예하 부대들의 지휘관 부대로 화면이 바뀌었고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6개 표적이 지정되었다.

“에피루스 미사일 스탠바이.”

“에피루스 미사일 스탠바이.”

‘K-SE 에피루스 미사일(플라즈마 펄스탄)’

발사체계: KS-1 제우스 1호 전략요격위성

직경: 130mm

길이: 2.5m

중량: 320kg

사거리: 40,000km

최고속도: 마하 65(낙하속도 포함)

탄두형식: 플라즈마 펄스탄

추진방식: 플라즈마 로켓

“발사!”

“발사!”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푸른 불꽃을 발하며 제우스 1호의 8연장 발사관에서 6개의 에피루스 미사일이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지정된 표적 방향으로 무서운 낙하속도를 내며 떨어졌다.

“에피루스 미사일 6기 정상적으로 표적을 향해 발사되었습니다. 1번 표적 26분 50초, 2번 표적 26분 52초, 3번 표적 26분 53초, 4번 표적 26분 55초, 5번 표적 26분 57초, 6번 표적 27분 00초입니다.”

“바로 3차 목표 좌표 확인.”

“3차 목표 좌표 확인합니다.”

이번에도 2차 목표와 마찬가지로 제우스 1호는 제16집단군 예하 부대의 지휘본부만 표적으로 지정하여 6발의 에피루스 미사일을 날렸다. 대기권을 돌파하며 최고 낙하속도 65를 향해 떨어지는 에피루스 미사일의 탄두는 공기 마찰 때문에 뻘겋게 달아올라 실제 사람이 보았다면 시뻘건 쇠기둥이 떨어지는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20여 분 후 드디어 첫 번째 플라즈마 증폭탄인 지노그 미사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가시거리까지 낙하하더니 그대로 제38집단군의 지휘본부를 때렸다. 지면에 떨어진 지노그 미사일은 상당한 충격을 주며 지하 수십 미터까지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지연신관이 작동하자 몇 초 후 반경 5km에 해당하는 전 지형이 일그러지며 수백 개의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고 지름 10km 안에 있던 중국군과 차량, 장갑차, 전차 등 가릴 거 없이 닥치는 대로 빨아드리며 녹여버렸다. 핵폭탄과 버금가는 이런 폭발은 7번이나 더 일어났다.

“제1차 목표 모두 제거되었습니다.”

제우스 1호 관제실의 메인 스크린에는 30분 전 만에도 기계화사단과 각종 부대가 있었던 자리가 지금은 지진이 난 것처럼 여기저기 갈라져 있었고 그 틈으로 붉은 화염들이 용솟음치며 어두운 새벽을 환하게 비쳤다. 한마디로 비유하자면 지옥 불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처참한 장면을 본 관제실 장교와 병사들은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다들 멍하니 화염에 이글거리는 장면만 볼뿐이었고 그런 적막한 분위기는 에피루스 미사일 담당관 오퍼레이터의 고함에 깨졌다.

“제2차 목표에 에피루스 미사일 6기 도달까지 1분 전입니다.”

“제2차 목표 지점으로 화면 전환.”

“제2차 목표 지점으로 화면 전환합니다.”

잠시 후 제39집단군의 지휘 부대만 골라 떨어지던 에피루스 미사일은 상공 1km 위에서 공중 폭발하며 환한 빛과 함께 원형 형태의 충격파를 발산했다.

파파파앙~ 파악아아아~

폭발과 동시에 공간을 찢을 듯한 충격파가 음속 이상으로 퍼져나갔다.

이런 충격파는 제39집단군과 제16집단군 곳곳에서 연속으로 일어났고, 그런 충격파에 중국군 전자장비의 기판 회로가 타거나 반도체 칩들이 망가지며 고물이 되어버렸다. 이에 차량부터 통신 장비, 레이더 등 각종 무기 시스템까지 먹통이 되었고 오직 작동되는 건 개인화기밖에 없었다.

각 집단군 지휘부 부대들은 큰 혼란에 빠졌고 원인파악과 하급부대에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방법이 전혀 없었다. 옛날처럼 말이라도 있으면 급히 말 타고 상부에 보고하거나 명령을 하달받았겠지만 지금 상황은 지휘관들이 더 갈팡질팡하며 어떻게 해야지 할지 감도 못 잡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또한, 운 좋게 충격파 범위에서 벗어난 대대 단위의 부대들도 상급부대와의 연락이 닿지 않아 발만 구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북한 상공에는 주작 4개 편대와 흑주작 4개 편대가 슈퍼 크루즈 상태에서 북으로 향하고 있었다. 주작 편대의 전투기 내부무장에는 공대지 활공유도탄인 K-PSB 플라즈마 확산탄 4발이 무장되어 있었고 흑주작 전폭기에는 공대지 활공유도탄인 K-PAB 플라즈마 증폭탄 2발이 무장되어 있었다. 평양 상공을 지나자 주작 편대와 흑주작 편대는 제39집단군과 제16집단군 방향으로 각각 2개 편대씩 갈라져 할당된 목표 부대로 향했다.

잠시 후 제39집단군을 담당한 주작 2개 편대와 흑주작 2개 편대가 공격 범위에 다다르자 주작 비행대대장인 길형수 중령이 통신망을 열었다.

“포스트맨, 노이스 포인트 거리 140, 할당 목표 각자 알아서 파이어!”

- 블루아이즈1, 카피뎃.

- 블랙문1, 카피뎃.

- 마운틴1, 카피뎃.

- 허리케인1, 카피뎃.

각 편대장의 대답과 함께 각 편대에서 각자 할당된 목표에 플라즈마 확산탄과 플라즈마 증폭탄을 발사했다. 충분한 거리에서의 발사였기에 활공유도탄은 각자 지정된 목표를 향해 마하 8과 10이라는 속도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어떻게든 상부 부대와 연락을 취하려는 각 예하 부대에 하늘에서 끔찍한 형벌이 내려왔다. 소형 플라즈마 증폭탄은 수 킬로미터를 날려버렸고 플라즈마 확산탄은 상공 100여 미터에서 터지며 수천 개의 플라즈마 자탄들이 강철 비처럼 중국군의 머리 위로 떨어져 각종 장갑차와 전차에 불벼락을 안겨줬다.

화려한 불꽃이 지상을 짓밟는 가운데 중국군은 자기 목숨 살고자 장비들을 내팽개치고 산속과 개울 등 숨을 수 있는 곳으로 무조건 달려가기만 했다.

10여 분 후 제16집단군을 목표로 한 주작과 흑주작 편대 또한 지상을 향해 각가지 미사일을 발사하여 목표에 정확히 도달한 것을 확인한 후 귀환하기 위해 기수를 돌렸다.

★ ★ ★

2020년 10월 28일 04:5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개전한 지 한 시간이 지날 시점 1단계 작전은 서서히 중반으로 다다르고 있었고 순조롭게 작전이 진행되었는지 작전에 참여 중인 각 부대로부터 작전 성공 보고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제38집단군 1차 확인결과 전체 피해 80% 이상으로 확인됨, 이제 집단군으로서 기능은 상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39집단군 피해 현황 보고합니다. 현재 직할 부대인 제9 육군 항공여단 제38전투비행단 흑주작 편대의 플라스마 증폭탄에 모든 헬기 장비 소실, 사실상 전멸로 보입니다.”

“전술정보관, 피해 현황은 자료화하여 그래프 형식으로 취합해서 받겠다. 그러니 각 군 현재 공격 진행 상황부터 보고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의장님.”

“생각 이상으로 중국군에 타격을 가한 듯합니다.”

합참차장은 1단계 작전이 잘 먹혀들어 간 것이 기분 좋았는지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렇군, 일단 시작부터 조짐이 좋군!”

“중국 놈들이 아주 대놓고 방심을 했습니다. 설마하니 한국에서 북한을 넘어 공격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을 겁니다. 특히나 제38집단군부터 공격할 줄은요.”

모든 작전을 취합하고 작성한 전략기획본부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맞아, 우린 그걸 확실히 노린 거고.”

“의장님! 현재 각 군단 포병에서 지대지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고입니다.”

또 다른 전술정보관이 각 군단 포병에서 공격 보고를 전했다.

“해군 1함대와 2함대는?”

“현재 1함대와 2함대에서 할당 목표에 함대지 순항 미사일 각 30발씩 지금 발사한다는 보고입니다.”

연달아 들려오는 보고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뒷짐을 지고 시시각각 변하는 압록강 국경선 일대의 디지털 지도 정보를 확인하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좋아. 슬슬 2단계 작전으로 넘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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