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9화 (79/605)

전쟁의 서막

2020년 10월 23일 20: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합동참모본부에서 돌아온 대통령은 집무실에 홀로 남아 며칠 남지 않은 중국과의 전쟁을 생각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현 대한민국은 중국군과의 전쟁에 있어 최첨단 무기를 보유했고 적절히 사용하여 전쟁에 임할 수 있다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몇 가지 내부적 문제점을 껴안고 전쟁을 치러야만 하는 상태였다. 먼저 연방제 통일에 대한 빈틈없는 수행이었다. 내년 1월 1일부로 연방제 통일을 정치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부분과 주체사상에 틀이 박인 북한 주민의 정치적 이념을 극복하고 원활한 복지 및 인프라 구축사업,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현 북한 인민군에 대한 적절한 관리 감독 및 재편성 과제였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생달걀을 손에 쥔 상태로 중국군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이마를 몇 번 매만진 대통령은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들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 아이고, 바쁘신 대통령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시고···.

“별말씀을요. 자주 전화 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대통령이 통화하는 인물은 작년에 설립한 국가비전전략위원회의 위원장인 도운 오용욱 선생이었다.

- 요새, 정신적으로 매우 힘드시지요?

“ 하하, 네. 그렇습니다.”

-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대통령께서 매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대통령님, 우리 한반도는 전쟁 없이 통일을 이룰 순 없습니다. 과거 역사가 그랬고 현재 역사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부담을 떨쳐내시고 생각하고자 하는 길로 전진하세요. 우리 국민은 항상 대통령님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도운 오용욱 위원장은 대통령이 전화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알고 있다는 듯 대통령이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는 조언을 자상한 어조로 말해줬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말씀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거 같습니다.”

- 다행입니다. 대통령님의 뒤에는 5,000만의 국민이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직접 찾아뵙겠습니다.”

- 귀중한 시간, 대한민국을 위해 쓰셔야지요. 나중에 제가 찾아뵙도록 할 테니, 한민족 염원인 한반도 통일 과업에 매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5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통화를 마친 대통령은 비서실을 통해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호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 ★

2020년 10월 23일 22:25,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밤늦게 오시라 하여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시간과 장소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강현수 국방부 장관이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이번 ‘고구려의 기상’ 작전을 정식으로 승인합니다.”

대통령이 짧게 내뱉는 말에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의 눈은 잠시 흔들렸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가의 존폐를 건 중국과의 전쟁이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며 그것을 책임지고 완수해야 하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합참의장님, 자신 있으신지요?”

강이식 합참의장은 무인답게 우렁찬 목소리로 자세를 바로잡으며 대답했다.

“대통령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목숨을 걸고 이번 중국과의 전쟁에서 필승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합참에서 입안한 작전은 매우 세밀하고 중국의 약점을 잘 파고든 작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심려 놓으셔도 될 것입니다.”

국방부 장관까지 말을 거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 믿겠습니다. 그리고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한 가지 요청이자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전쟁에 있어 최대한 우리 젊은 장병들의 목숨을 귀하게 생각해주시고 최소한의 희생자가 날 수 있도록 신경 써주세요. 그리고 최대한 작전 자율권을 보장할 테니 중국에 대해선 인정사정 볼 거 없이 작전 수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은 자기가 한 말에 어폐가 있어 보였는지 살짝 허탈한 웃음을 보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거 참, 제가 말하고도 말에 모순이 있군요. 정치인으로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절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닙니다. 국가 수장으로써 당연히 품어야 할 생각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강이식은 목숨을 걸고 대통령님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우리의 선공은 언제 가능합니까?”

이에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잠시 눈을 마주치고는 국방부 장관이 대답했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군의 침공은 대략 29일이나 30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군은 28일 새벽 4시로 ‘고구려의 기상’ 작전을 실행할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당일 아침 8시에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과의 전쟁 선포와 함께 계엄령을 선포하시면 됩니다.”

“28일이라, 5일 남았군요. 좋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철저히 준비하여 잘해봅시다. 전 두 분만 믿겠습니다.”

“네, 대통령님!”

D-5일, 드디어 반만년 역사에 있어 최초로 중국에 선제공격을 가하는 전쟁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각 군은 중국의 정찰을 피하고자 군 이동에 신중함을 기했고, 북한 인민군 또한 극히 일부 부대만 훈련이라는 핑계로 신속하게 이동을 진행했다.

★ ★ ★

2020년 10월 24일 15:15,

부산시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D-4일.

이기형 중장은 책상 위에 놓인 여러 문서를 확인하며 참모진과의 대화가 오갔다.

“현재 7기동전단 편성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었나?”

“네, 사령관님. 현재 3개의 조선소에서 진수한 6척의 호큘라 구축함은 제주 해군기지로 항해 중입니다. 그곳에서 각종 탄약 보급과 승조원의 추가배치를 받은 후 예정된 작전계획에 따라 포항 해군기지로 이동하여 대기할 예정입니다.”

“이거 걱정이야, 시간이 너무 없어. 진수한 지 1개월밖에 안 된 구축함을 바로 취역하여 전쟁에 투입하는 게 매우 마음이 놓이질 않는구먼.”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작전부장은 보고를 잠시 멈추고 사령관이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대답했다.

“그렇지, 어쩔 수 없지. 전쟁은 이겨야 하니까 말이야. 계속하자고, 그럼 기존 배속되었던 제7기동전단 소속 함들은?”

“현재 태조대왕함과 세종대왕함, 김종서함(기존 충무공이순신함), 문무대왕함은 제1함대로 편제되어 동해 해군기지에서 탄약 보급 및 작전 대기 중에 있으며, 태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대조영함, 왕건함도 제2함대에 편제되어 평택기지에서 탄 보급과 함께 작전 대기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종대왕함과 류성룡함, 강감찬함, 최영함도 제3함대에 편제되어 목포 해군기지에서 탄약 보급이 완료된 상태에서 전쟁 상황에 따른 긴급 출동 대기 중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각 함대에서 구축 전대가 구축 전단으로 승격된 게 가장 마음에 드는구먼, 그것도 이지스 체계의 구축함이 각 2척씩 배치되니 비로소 대양해군의 면모를 보이는군. 이보다 좋을 수는 없어. 안 그런가, 작전참모?”

“맞습니다. 이젠 각 함대에서의 작전 반경과 수행능력이 일취월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 이제 동해함대만으로도 일본의 1개 호위대군과 맞붙을 수 있으니 말이야.”

“군수사령부에 연락해서 탄약 보급 관련 다시 한번 점검하고 각 함대 사령관에게도 작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만만의 준비를 하라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 ★ ★

2020년 10월 25일 10:15,

전북 군산시 제38전투비행단 공군기지 조종사 휴게실.

D-3일.

2019년부터 전면 공사를 시작하여 2020년 6월에 완공한 군산 제38전투비행단 활주로 외곽에는 보안장치가 달린 격납고에서 KF-21P 주작 전투기와 KF/A-25P 흑주작 전폭기가 당당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고 수많은 정비병과 무기병들이 달라붙어 뭔가의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7세대급 2종의 전투기를 실전 배치한 제38전투비행단의 모든 군인은 이번 ‘고구려의 기상’ 작전에 첫 실전 투입한다는 중요성과 사명감에 그 어느 때보다 땀 흘리며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최 소령!”

조금 후에 있을 작전 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조종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는 최영호 소령을 누군가 불렀다.

“창빈이 왔냐?

“그래, 왔다.”

제99훈련비행단에서 최영호 소령과 함께 제38전투비행단으로 전출 온 전창빈 소령은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 흑주작 전폭기 교육 교관으로 잠시 지원 갔다가 방금 도착한 것이었다.

“수고했다.”

“수고라 할 게 있냐? 너 보면 물어보려고 했는데, 저번에 첫 교전 임무로 출격했었지?”

“아, 수호이랑 붙은 거?”

“그래, 어땠냐? 우리 주작 전투기 성능이?”

“말도 마라! 은폐기능(투명은폐시스템)으로 바짝 붙어서 모습을 보여줬더니 혼비백산하고 도망가더라. 뭐 우리 주작으로 말하자면 최고지.”

최영호는 엄지를 지켜 들고는 흔들어 보였다.

“실전에서 그런 기능도 써보고 부럽다!”

“부러워? 조만간 너도 심심치 않게 쓸 텐데, 그때 되면 너도 짜릿한 맛을 느껴봐라.”

“오냐! 나 짐 좀 풀고 이따가 브리핑실에서 보자!”

“오케이.”

★ ★ ★

2020년 10월 26일 13:50,

경기도 양평군 제20기갑사단(결전) 사단본부 작전브리핑실.

D-2일.

한국 육군 제7기동군단의 예하 부대로 북진 선봉 부대로 잘 알려진 결전 부대인 제20기갑사단은 1년 전 기계화 보병사단에서 순수 기갑사단으로 개편되었고 올림푸스에서 생산된 각종 최신 무기로 최초 실전 배치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강의 기갑부대였다.

이번 ‘고구려의 기상’ 작전의 선봉 역할을 하게 될 제20기갑사단은 개전과 함께 양평에서 신의주를 거쳐 신속하고 빠른 기동으로 중국 내지로 침투하여 종심 타격 작전 임무를 맡게 됨으로써 이에 만만의 준비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예하 부대로만 기갑여단 2개와 기계화보병여단 1개, 포병여단 1개, 그리고 신규로 창설된 방공여단 1개로 구성된 제20기갑사단(결전)은 사실상 이번 ‘고구려의 기상’ 작전에서 가장 위험하고 험난한 작전을 수행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조여 오는 적의 포위망을 뚫고 전쟁을 수행해야 하기에 이번 작전에 임하는 지휘관들은 다른 부대의 지휘관과는 다른 비장함과 투지가 끓고 있었다.

“최종 작전 브리핑에 앞서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제20기갑사단(결전) 안국진 사단장이 지휘봉 양쪽 끝을 손으로 잡은 자세로 단상 위로 올라와 몇 마디 훈시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틀 남았다. 각 여단장은 대대별 보급 탄약과 식량, 장병들의 상태를 점검해서 최종 보고를 올리도록 하고, 우리가 침투할 작전 경로에 대해 머릿속에 숙지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부대는 고립된 상황에서 전쟁을 수행하기에 그 무엇보다 제군들의 정신력을 강조하고 싶다. 체력적인 부분은 현재 우리가 보유한 최첨단 장비로 커버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신력은 각자의 마음가짐에 있다고 본다. 나를 포함해 여기 있는 지휘관과 모든 장병은 실제 전쟁에 참여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전쟁의 참혹한 현실과 죽음에 따른 공포감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장병 개개인 모두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이에 개전 이후에도 지속해서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하고 전쟁 기간에 전쟁 히스테리로 낙오되는 장병이 없었으면 한다. 다들 명심하고 이상!”

“전체 차렷, 경례!”

“충성!”

“충성.”

안국진 사단장이 단상에서 물러나고 사단본부 작전관이 단상 위로 올라와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몇 번 툭툭치고는 이상이 없자 이내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고구려의 기상’ 작전을 수행할 제20기갑사단, 결전 부대의 임무에 대한 최종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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