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6화 (76/605)

통일로 가는 길

2020년 7월 5일 10: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회의실.

서현우 대통령은 검은색 전화기 수화기를 내려놨다. 그 전화기는 북한 김여정 제1부위원장과 연결된 핫라인 전화기였다.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고 두 눈을 감은 대통령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눈을 뜨지 않았다. 그리고 1시간 후 청와대에서 긴급 국무회의가 열렸다.

“긴급하게 소집했는데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1시간 전에 김여정 제1부위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예정에 없던 긴급 소집으로 몇 명의 국무장관을 빼고 전원 참석한 장관급 고위 인사들은 북한 얘기가 나오자 혹, 무슨 일이 터졌나 하는 우려의 표정을 보이며 대통령의 말에 집중했다.

“드디어 김여정 제1부위원장이 연방제 통일안에 대해 긍정적 대답을 해왔습니다.”

안보실장과 국정원장 그리고 여러 장관은 대통령의 말에 누구 하나 먼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대한민국 정치인이라면 남과 북의 통일은 이상이요 이루고 싶은 염원이었지 실질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남북통일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자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던 것이었다.

“하하하, 이런! 여기 계신 분들 다들 믿기지 않는 눈치입니다.”

입은 얼어붙어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은 휘둥그레 뜨고 있는 여러 고위 인사들의 모습이 재미났는지 서현우 대통령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그러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오장수 안보실장도 얼굴에 웃음기를 보이며 말했다.

“대통령님··· 정말입니까?”

“네, 김여정 제1부 위원장이 정식으로 우리가 제안한 남북 연방제 통일안에 대해 수용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그제야 여러 고위 인사들은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남북 연방제 통일에 대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북한 김여정 제1부위원장은 통일전선부장이자 노동당 비서인 김영철의 방한 보고서를 받고는 수일간 남북 연방제 통일에 대한 고민과 번뇌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김영철 당비서의 믿기 힘든 남조선의 과학 기술력과 서현우 대통령의 진심 어린 한반도 평화 통일의 염원. 그리고 일주일 후 김여정 제1부위원장은 고위관료 중 옛 이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나이 많은 고위관료들을 즉각 해임하고 그 자리에는 신진 젊은 인재들로 등용하였고 결심이 선 오늘 서현우 대통령에게 전화한 것이었다.

“조만간 연방제 통일에 대한 북측 관계자와의 여러 회담이 진행될 것입니다. 각 부서 장관께서는 철저한 준비 부탁드립니다. 특히, 국방부 장관님?”

“네, 대통령님.”

“국방부가 가장 바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군 재편성 계획은 차질 없이 잘 진행해 주시고, 앞으로 북한군과의 통합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 주시길 특별히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통령님, 현재 군 재편계획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북한군과의 통합 문제도 미리부터 TF팀을 구성하여 분석 중입니다. 차질 없이 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강 장관님만 믿겠습니다.”

“네, 대통령님.”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문득 꿈을 꾸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서현우 대통령은 임기 중 이런 회의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무척이나 좋았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회의 내내 회의실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영호 총리께서 각 부서 장관님들과 자주 회의도 진행해 주시고 신경 써 주세요. 특히 재정 지원과 인력지원이 필요한 부서가 있다면 이 총리께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정 안되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남북 연방제 통일에 대한 회의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국가정보원 나봉일 원장이 손을 들었다.

“네, 할 말 있습니까?”

“대통령님, 통일과 관련된 주제는 아니고 저번 서해 중국 불법 조업 어선 사건과 이번 잠수함 폭파사건 등 연일 중국과의 마찰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주재 한국 대사관 직원들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 내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에 대한 안전이 우려됩니다. 더 늦기 전에 모든 기업과 한국인을 모두 소환해야 할 듯합니다. 대통령님”

“그 정도인가요?”

“어제만 해도 오성 전자 공장 1곳에서 불법 농성파업으로 갖가지 공장 자재와 설비들이 부서졌고, 이를 제지하던 한국 직원 6명이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기업 철수와 한국 소상공인들 국내로 소환 시 금전적 손해는 어느 정도로 봐야겠습니까?”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형수 장관이 손을 들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액은 어느 정도입니까?”

“현재 파악한 바로는 공장 18개와 대형 상가 36개가 문을 닫게 된다면 총 4조 4,800억 정도로 파악하고 있으며, 소상공인 피해 금액은 4,200억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2년 전부터 아프리카와 동남아 쪽으로 공장들이 많이 이전하여 생각보다 큰 금전적 피해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적은 금액이라도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이 부분은 정부에서 적극적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현우 대통령은 잠시 고민을 하는지 오른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몇 번 살짝 끄덕이더니 자세를 바로잡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좋습니다. 오늘부로 중국에 진출한 모든 기업과 거주 중인 한국인 모두 소환 진행하세요.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잘 협조해서 이른 시일 내 추진하시고요. 기획재정부에서는 이번 소환으로 피해 보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금 편성을 급히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처리하시고, 안행부에서는 한국에서 거주하는 모든 중국 국적자들에 대한 추방 진행하세요.”

일사천리로 결정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다들 놀랐다. 평상시에는 인자한 동네 아저씨였다가 뭔가를 결정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시원한 성격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발언 중에 중국 국적자까지 모두 추방하라는 것은 과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대통령님! 중국 국적자까지 추방하는 것은 조금···.”

노동부 주일태 장관이 큰 파문을 일으킬 중국 국적자 전원 추방 건에 대해 반문하려 하자 서현우 대통령은 잘라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압니다. 하지만 중국 내 한국인들에 대한 안전을 등한시하는 중국 정부 때문에 금전적 피해를 보며 소환하는 마당에 우리는 뭐하러 중국인들을 그냥 둬야 한답니까? 그렇다고 중국 정부처럼 한국 정부도 중국 기업의 산업시설과 중국인들에 대한 테러를 일삼을 순 없잖습니까? 답은 하나지요, 추방뿐입니다. 제 의사는 굳건하니 더는 반문하지 마시고 해당 부서에서는 즉각 추진하세요. 이 총리께서 이 건도 함께 신경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2020년 7월 15일 한국 정부는 중국 내 모든 기업과 한국인들에 대한 국내 소환 정책을 발표해 8월 10일까지 모두 철수를 하게 되었고, 다음 날인 8월 11일에는 국내 거주 중인 중국 국적자에 대한 추방을 발표하며 9월까지 유효기간을 지정했다. 이로써 양국 간 대사관과 영사관 직원들의 추방에 이어 이제는 양국 간 국민까지 각자 나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제 한중 관계는 직접적 군사행동만 없었지 세계 언론매체에서는 한국과 중국은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며 연일 방송 뉴스와 신문 메인을 장식했고 웃긴 건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중국보다 한국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며 1년도 되지 않아 한국 측에서 손을 들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쓰레기 보도가 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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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0일 15:00,

경기도 파주시 판문각 회의실(8차 연방제 통일안 장관급 회의).

8월 1일부터 시작한 연방제 통일안 장관급 회의는 벌써 8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장관급 회의 부서는 양국 간 가장 민감한 남측의 국방부와 북측의 인민무력부의 장관과 실무자들이 대표로 나와 이틀간의 대장정 회의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연방제 통일 국가로써 중앙정부군과 주 방위군에 대한 조직 구성 부분, 그리고 각 군의 편성과 계급체계에 대한 통일 안건이었다. 쉽지만 않은 회의는 어떤 때는 쉽게 합의점을 도출했고 어떤 때는 극단적인 상호 간의 견해차로 합의점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두 주권국가가 하나로 합쳐지는 연방제 통일이라 해도 한국으로 흡수 성격을 띤 연방제 통일이었기에 대부분 남측 국방부의 의견으로 합의됐다.

2020년 10월 1일 20대 대통령 선거에 돌입한 대한민국 청와대와 북한 주석궁에서 동시에 양국의 수장으로부터 특별 성명이 발표되었다. 그것은 남과 북이 연방제 통일에 합의했다는 충격적인 성명발표였다. 이에 중국은 중조우호조약을 들먹이며 남북 연방제 통일은 무효라는 억지 성명을 내며 반박했고 일본은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국가 간 합의된 조약은 상호 간 존중과 신뢰로 지켜져야 한다는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중조우호조약을 돌려서 옹호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변질 적인 외교 전략을 펼쳤다. 이 외 미국과 러시아 등 서방국가에서는 이렇다 할 축하의 메시지나 반대의 입장은 취하지 않았다. 이렇게 축하받지 못한 한반도 통일은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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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02일 09:00,

중국 북경 중앙정치국 위원회 회의실.

10월 1일 한국과 북한의 연방제 통일에 대한 성명발표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중국 지도부는 하루 지나 중앙정치국 위원회를 소집하고 서서히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는 북한과 한참 경제적 무역 보복조처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응징을 가하고자 여러 의견을 내세우며 회의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었다.

“잘 되었습니다. 이번 한국과 북한의 연방제 통일에 대해 중국에서는 중조우호조약을 빌미로 끝까지 반대해야 합니다. 현재 중국을 우습게 보는 두 나라 모두 혼내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부주석 리위안차오가 입에 거품을 물며 정치국 위원들에게 주장하듯 말했다.

“부주석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인민들은 한국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대국적으로 한국이든 북한이든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중앙기율검사위 왕치산 서기가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말에 동조하며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금 상황에서 과연 한국과 북한이 우리말을 들을까요?”

리커창 총리가 말했다.

“그렇죠. 한국은 그렇다 쳐도 한국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통일안까지 합의한 북한을 중조우호조약만으로는 압박하긴 쉽지 않을 듯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회의석 좌측에 앉아있던 국방부 핑 바이헝 부장이 짧게 말하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위원의 시선이 핑 바이헝 부장에게 쏠렸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마카이 부총리가 물었다.

“네, 간단합니다. 우리 중국은 G2 국가로서 이제는 경제적, 군사적으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런 대중국이 한반도의 작은 두 나라 때문에 이렇게 골머리 썩어가며 회의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핵심만 말해보세요.”

답답한지 리커창 총리가 재차 물었다.

“중조우호조약을 위반한 북한에 대해 선제 침공을 가하면 될 것입니다.”

“국방부 부장, 지금 전쟁을 하자는 거요?”

“전쟁보다는 속국에 대한 응징으로 봤으면 합니다, 리커창 총리님.”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군요.”

지금까지 팔짱을 끼고 듣기만 하고 있던 시진핑 주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주석님, 지금 핑 바이헝 부장의 말에 동조하시는 겁니까?”

“틀린 말은 아니잖소?”

“네?”

“부장 말대로 우리 대중국은 이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국입니다. 머지않아 미국도 따라잡겠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우리 성하나보다 작은 두 나라에 쩔쩔매야겠습니까?”

“맞습니다. 이제 중국은 서방국가의 눈치를 보던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데로 돌아가자 리치안차오 부주석이 한층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말에 거들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크게 한번 피고는 자신을 보고 있는 정치국 위원들을 쭉 둘러보고는 강한 어조로 짧고 굵게 말했다.

“정치국 위원 여러분, 저는 현시점에서 중국의 존엄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저는 전쟁이라도 불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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