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5/605)

통일로 가는 길

2020년 6월 30일 16:00,

북위 36°10' 동경 125°10' 한국 영해로부터 12.7km.

청도 해군기지에서 출항해 수 시간이 지난 시간, 로미오급 SSK-315 잠수함은 한국 영해까지 12.7km 남겨놓은 위치에서 엔진 동력을 중지한 후 심도 40m까지 잠수한 상태에서 무음 잠항 상태로 전환했다.

“지금부터 다음 명령이 있을 때 가지 무음 잠항 및 휴식.”

잠수함 함장의 무음 잠항 명령과 함께 승무원 40여 명은 침묵 모드로 전환하며 그 어떠한 소음을 내지 않기 위해 최소 움직임을 보이며 휴식을 취했다.

“잠수함 무음 잠항 전환, 모든 승무원 다음 지시까지 침묵 속에 휴식 대기.”

함장의 명령을 잠수함 내부 통신망을 통해 하달한 통제관은 이내 마이크를 놓고 다른 승무원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과연 어떤 목적으로 한국해역 12.7km를 남기고 공해상 심해에서 무음 잠항 상태로 전환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 ★ ★

2020년 6월 30일 16:00,

대구시 오스카 벙커 (해심방어위성 KS-SD 포세이돈 2호 관제실).

“중국 잠수함 북위 36도10’ 동경 125도10’ 심도 40, 무음 잠항 상태로 전환하였습니다.”

음탐담당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의아한 표정을 취한 이은수 관제장은 옆에 있는 운용통제관을 바라보며 뭐라도 말해보라는 눈치였다.

“죄송합니다. 저 또한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관제장님.”

“저 고철 덩어리 때문에 신경 무지 쓰이는구먼. 모르고 있다면 모를까 뻔히 다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를 모르니 이거, 꼭 손이 닿지 않은 등에 모기 한방 물린 느낌이야.”

“관제장님, 표현 한번 제대로입니다.”

“하하, 그런가? 아무튼,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오늘 당직자들 확실히 저 고철 덩어리 주시하라고 하고 혹, 수상한 느낌이 들면 나한테 바로 연락하라고 전달하게나.”

“알겠습니다. 관제장님”

“그리고 해경에 연락해서 이 일대 우리 어선들 출입 제한시켜, 괜히 무슨 일 났다간 골치 아파지니.”

“네, 알겠습니다.”

★ ★ ★

2020년 7월 01일 04:00,

대구시 오스카 벙커 (해심방어위성 KS-SD 포세이돈 2호 관제실).

새벽 4시에 포세이돈 2호 당직 관제사관의 전화를 받은 이은수 관제장은 급히 대구 오스카 벙커에 막 도착했고, 이에 당직 관제사관인 나강수 대위가 현재 상황에 대해서 간략 보고를 하였다.

“현재 중국 잠수함은 북위 36도10’ 동경 125도10’ 심도 40, 무음 잠항 변함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제 퇴근할 때와 다를 게 없지 않나?”

“여기 스크린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관제장님”

당직 관제사관의 말에 관제장실 스크린에 시선을 돌리자 스크린 화면에는 한반도 서해 디지털 지도가 보였고 현재 감시 중인 잠수함의 위치에서 남해 해상 70km 떨어진 배 한 척이 17노트의 속도로 북상 중이었다.

“저 배는?”

“국적은 북한, 120,000t의 유조선 평양 2호입니다.”

“북한 유조선?”

“그렇습니다.”

이은수 관제장은 평양 2호 유조선의 예상 항로가 표기된 선을 유심히 봤다. 공해 해상로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다 최종 도착지인 남포 외항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은수 관제장을 놀라게 한 것은 이동 해상로 길목 심도 40m에서 무음 잠항 중인 중국 잠수함으로부터 매우 근접하게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설마 중국이 북한 유조선을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관제장의 설마라는 말에 계속 의심을 품고 있던 당직 통제사관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관제장님, 제가 긴급 전화 드린 것이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현재 상부에서는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뿐만 아니라 군사적 보복도 감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지, 설마라고 치부하기엔 현 상황이 좋지 않아. 한국 영해 가까운 곳에서 북한 유조선을 향해 어뢰 몇 발 날리고 도망가버리면 의심의 화살은 한국으로 향하겠지? 또한, 이 일로 남과 북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말이야. 통제사관 좋은 판단이었다. 지금부터 관제실 지휘 권한은 내가 접수한다.”

“알겠습니다. 관제장님.”

“좋아, 제군들, 지금부터 중요하다. 피곤하더라도 정신 집중하기 바란다.”

“알겠습니다.”

이은수 관제장은 전용 의자에 앉고는 중앙 스크린을 주시하면 지시했다.

“중국 잠수함 반경 50km 안으로 각종 선박 유무 확인.”

“없습니다.”

“음탐관, 지금부터 극초음광 소나 대역 최대 출력으로 올리고 탐지에 집중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어뢰무장관?”

“네, 관제장님.”

“목표 로미오급 SSK-315 잠수함, 초공동 미사일 어뢰 ‘트라이던트’ 락온 및 대기.”

“초공동 미사일 어뢰 락온 및 대기.”

어뢰무장관이 복명복창한 후 콘솔을 조작하며 제원 입력 및 발사 대기 상태로 전환했다.

“음탐관, 적 잠수함과의 거리 및 발사 후 도달시간 계산 확인”

“거리 54km 격침까지 158.8초입니다.”

“북한 유조선의 예상 항로 기준 중국 잠수함과의 최단 거리 및 어뢰 발사 시 도달시간 계산 확인.”

“최단 거리 2.76km, 발사 후 도달시간 163초에 오차 +/-2초입니다.”

“35초 차이군, 너무 아슬아슬한데. 먼저 격침하더라도 유조선 근처에서 어뢰가 폭발한다면···.”

“맞습니다. 관제장님, 어뢰 발사 후 공격은 늦을 듯합니다. 저희가 1초라도 시간을 더 아끼려면 중국 잠수함의 어뢰발사관 개방과 동시에 선제공격해야 합니다.”

나강원 대위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나은 방법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나 대위 말대로 그 방법밖엔 없겠어, 1초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니.”

“서해함대에 지원 요청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관제장님?”

조금 전 도착한 운용통제관인 오동규 소령이 뒤에서 조용히 듣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아니야, 그건 좋지 않아, 중국 잠수함은 우리 영해에 가깝게 있다고 해도 엄연히 공해상에 있단 말이지. 이런 상황에서 자국 수상함이 출동했다가 사건에 휘말리면 더 골치 아파지지 않겠나?”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래, 이번 일은 우리 손에서 조용히 처리하자고, 사실 공해상에서 중국 잠수함이 북한 유조선을 향해 무력행위를 초래해도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야. 현재 북한과 그 어떠한 군사적 협정이 있는 게 아니잖나? 이런 일로 관여하는 건 짱깨놈들한테 건수를 제공하는 것뿐이니 말이야.”

짧은 시간에 여러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던 이은수 관제장은 통신관을 불렀다.

“해군본부에 연결해.”

잠시 후 해군본부와 연결되자 이은수 관제장은 현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보고하고는 무선마이크를 내려놨다.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처리해보자고.”

이은수 관제장은 일사불란하게 만일의 사태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기다리며 지켜 볼일만 남은 상태였다.

★ ★ ★

2020년 7월 01일 06:00,

대구시 오스카 벙커 (해심방어위성 KS-SD 포세이돈 2호 관제실).

2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북한 평양 2호 유조선이 무음 잠항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국 잠수함의 최단 거리까지 근접하며 지나가려 했다.

“평양 2호 현재 중국 잠수함과의 거리 2.9km.”

포세이돈 2호 관제실의 30여 명의 눈은 음 탐사 관에 꽂혀 있었다. 중국 잠수함에서 발사관이 개방되느냐 안 되느냐가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관제실은 무음 잠항하는 잠수함처럼 일체 그 어떠한 소음도 내지 않고 단지 몇 개의 디지털 기계에서의 신호음만 날 뿐 보이지 않는 긴장감만 감돌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긴장감을 송두리째 흡수하듯 음탐 오퍼레이터 한 명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중국 잠수함 평양 2호를 향해 긴급 추진 시작, 속도 5노트 계속 올라갑니다. 그리고 발사관 개방합니다.”

이은수 관제장은 그만 주먹으로 자기 무릎을 치고 말았다.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 잠수함이 제자리에서 어뢰를 발사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던 것이었다. 중국 잠수함이 이동하며 어뢰를 발사할 경우 포세이돈에서 확보한 35초의 여유시간은 도리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크나큰 실수였다. 뒤늦은 후회를 뒤로하고 이은수 관제장의 입에서는 본능적으로 어뢰 발사 명령을 지시했다.

“어뢰 발사.”

“트라이던트 발사 성공.”

즉각 어뢰 통제관이 복창과 함께 수중에서 음속 속도를 자랑하는 초공동 어뢰 미사일인 트라이던트 1발이 포세이돈 위성의 발사관에서 솟구쳐 올랐고 어뢰 탄두에서 초공동 버블이 형성되자 순식간에 음속의 가까운 1,224km/h 속도에 도달하며 중국 잠수함으로 향했다.

“중국 잠수함에서 533mm 어뢰 2발 평양 2호를 향해 발사되었습니다. 속도 25노트 계속 상승합니다. 유도방식은 유선 유도.”

“도달까지 시간은?

“현재 기준 142초!”

“우리 어뢰 타격까지 시간은?

“139초입니다.”

3초 차이. 안심할 수 없는 시간, 하지만 다행히도 중국 잠수함은 구형이었기에 유선유도방식의 어뢰만 탑재했다는 사실이었다. 3초 전 격침만 한다면 중국 어뢰의 유도가 끊기고 북한 유조선은 죽음에서 살아날 수 있는 일말의 기회는 있었다.

“평양 2호에 긴급 연락! 어뢰 공격 회피를 위해 침로 2-7-0 긴급 좌현 반타 지시해.”

관제장의 명령에 통신관은 평양2호에 긴급 연락을 취했고 현재 상황을 전달하며 긴급 좌현 반타를 지시했다. 이에 평양 2호도 다가오는 어뢰를 탐지했는지 즉각 한국 해군의 명령을 받아들여 긴급 좌현으로 꺾자 거대한 120,000t의 유조선은 왼쪽으로 기울이며 꺾이기 시작했다.

“중국 어뢰 도달까지 20초, 우리 어뢰 격침까지 15초.”

평양 2호의 긴급 좌현 운항으로 2초 정도 시차를 벌리자 관제장은 오른손을 불끈 쥐고는 흔들었다.

“중국 잠수함 격침까지 3초, 2초, 1초!”

쿠우우웅.

“중국 잠수함 격침! 중국 어뢰 유선은 끊겼지만 2기 모두 그대로 평양 2호로 향하는 중···.”

소리치는 오퍼레이터의 음성 속에는 불안감과 떨림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평양 2호 유조선 선미에서 크나큰 폭발음이 일어났다.

쿠웅, 쿠웅.

“중국 어뢰 2발 폭발.”

“평양 2호는?”

“평양 2호 피격되지 않았습니다. 건재합니다.”

운이 좋았는지 격침까지 2초를 남기고 중국 어뢰는 폭발하고 말았다. 하지만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폭발한 나머지 유조선의 선미 부분에 약간의 타격을 입으며 스크루 1개가 고장 나고 말았다. 하지만 나머지 3개의 스크루로 인해 남포항까지 운항하기에 문제는 없었다. 한편 중국 잠수함이 격침된 곳에서는 서서히 잠수함 잔해와 부유물이 해수면으로 떠올랐다. 그중에 중국 한자로 쓰인 여러 기계 부품들도 있었고 구명조끼에 의해 잠수함 승조원들의 시신들도 떠올랐다.

“해군에 구조함 파견 및 중국 잠수함 잔해 수거하라고 연락해.”

“관제장님, 서해함대에서 벌써 구조함과 구조헬기가 출발했다고 합니다."

“알았다.”

10일 전 중국은 서해 공해상으로 북한의 유조선인 평양 2호가 중동으로부터 북한 남포항으로 항해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작전명 ‘불바다’라는 계획을 수립하고 치밀히 실행해 나갔다. 먼저 매일 서해 영공에 SU-35 수호이 전투기 2기를 보내 정찰 임무를 꾸준히 했고, 전날엔 은밀하게 구형인 SSK-315 잠수함을 보내 평양 2호 예상 항로 중 한국 영해와 가장 가까운 지역에 무음 잠항을 하며 하루 동안 대기하다가 신속하게 격침하고 서해 공해상을 빠져나가려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중국당국과 해군에서는 서해 심해에 포세이돈이라는 해심 방어위성의 정체를 몰랐기에 이번 ‘불바다’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아까운 잠수함 1척과 40여 명의 승조원만 바닷속에 수장시킨 꼴이었다. 한국 정부는 즉시 북한과 함께 도를 넘는 중국의 군사적 도발 행위에 대해 유엔안보리 회의안건으로 상정하였지만, 상임이사국이라는 중국의 뒷심에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고 이에 한국 정부는 서해상에서 수동적 방어개념에서 능동적 공격개념으로 전환하는 군사 지침 개정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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