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길
2020년 6월 13일 15:00,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 장관실.
외교부 김재학 장관은 청와대 국무회의를 끝내고 바로 주중 대사를 호출하려 했지만 주중 대사가 중국으로 출장 가는 바람에 바로 그럴 수 없었고, 13일 입국과 동시에 바로 외교부로 호출했다. 중국 남방 출신답게 넓적한 얼굴을 한 차야오 커밍 대사와 마주 앉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중국 내 불고 있는 반한 불법시위로 위협받고 있는 한국기업과 한국인의 치안을 방치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중국 정부와 공안에서 최대한 한국기업과 한국인의 안전을 위해 철저한 치안 유지를 펼치고 있습니다만?”
“거 되지도 않는 거짓말 좀 정도껏 하세요, 차야오 대사! 지금 보고받은 금전적 피해만 수십억이고 시위자한테 집단 폭력 당한 사람만 5명이 넘어요. 공장 직원들은 불법시위에 동참하여 자국의 공장 기물 파손은 물론 한국인 상가만 골라 방화와 도둑질을 일삼고 있지 않습니까?”
핏대를 세우며 따지고 드는 김재학 장관의 말에 일관된 무표정으로 대하는 차야오 대사의 얼굴엔 어딘가 모를 무시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흥분을 가라앉히시지요, 장관님. 중국 정부 나름 현 반한 시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한국의 자국 어선에 대한 불법 검거에 선원 4명이 사망하면서 일어난 일이 아닙니까?”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했습니다. 우리 해경 2명이 순직했습니다. 또한, 한국 영내에 들어와 불법 조업으로 물고기 씨를 말려는 중국어선의 행태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런 말 하면서 흥분을 가라앉으라는 말이 지금 나옵니까?”
쿵! 쿵!
김재학 장관은 사뭇 평소와 다르게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격분하며 따져 들었다. 이에 한 수 아래라 보고 있던 한국의 고강도 자세에 뭔가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한 주중 대사는 헛기침 몇 번 하고는 또다시 어깃장 빼는 소리를 했다.
“어쨌든, 한국 해경에서 불법 검거로 인해 우리 선원 4명이 사망했으니 정식으로 한국 정부에서 사과 성명을 내주신다면 제가 정부에 확실히 얘기해서 현 중국 내에서 불고 있는 반한 시위뿐만 아니라 무역 보복 조치도 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거 참, 말이 통하지 않는군요. 차야오 대사, 지금 한국 정부가 몇 년 전 한국 정부라 생각하고 계십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요즈음 무섭게 경제력이 성장했다는 것을요. 그렇다고 이런 문제로 계속 우리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지속하신다면 좋을 일 없···.”
쾅!
양 주먹으로 탁자를 강하게 내리친 소리에 깜짝 놀란 차야오 대사는 하던 말을 멈추고 말았다.
“차야오 대사! 적대적 관계 시 좋아질 게 없다는 말, 오늘부로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더는 얘기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 있듯 하군요. 지금부터 한국 정부도 국내에 진출한 중국 기업부터 개인 사업자들에 대한 강경 조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만 돌아가세요!”
‘경제적으로 조금 성장했다고 상국인 중국을 이젠 우습게 보는구먼. 그래, 좋다. 이번 기회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빵즈놈들 혼 좀 내줘야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 차야오 커밍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짧게 한마디 했다.
“김재학 장관님! 중국의 힘은 이제부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헛소리 말고 당장 나가세요!”
이날 주중 대사와의 대화 내용은 청와대로 보고가 올라갔고 이에 격분한 대통령은 주중 대사 추방을 지시했다. 이에 중국 또한 한국의 모든 대사관과 영사관 직원 모두를 추방하며 양국은 외교 전쟁의 끝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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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8일 13: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관용차 여러 대가 제17전투비행단 본관으로 들어섰다. 가운데에 있던 관용차 앞뒤로 멈춘 차량에서 여러 명의 경호원이 쏟아져 나왔고 각자 자리를 잡고는 삼엄한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가운데 있던 관용차에서 한 사내가 내렸다. 바로 북한 노동당 비서이자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남북통일을 위한 목적으로 SS급으로 지정된 지하연구소를 김영철 당비서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처음 이 일을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이 제안했을 때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정원장, 그리고 국방부 장관은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추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기에 반대 의사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대통령은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이 컸던 것이었다.
북한 또한 처음에 김영철 당비서에 대한 비공식 방문요청에 처음에 난색을 보였으나 저번 리병철 사건도 있고 김영철 당비서 본인도 목숨을 빚진 게 있었기에 응하게 되었다.
“거, 내레 답답했는데 바깥공기를 맡으니 매우 상쾌하구만.”
차에서 내린 김영철 당비서가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김영철 당비서는 서울에서 제17전투비행단으로 오는 동안 불투명 차량 창문과 운전석 쪽 칸막이 때문에 외부를 전혀 밖을 볼 수 없었다. 그런 갑갑한 내부에서 탈출하듯 차에서 내리니 바깥공기가 그렇게 상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환영합니다. 오석명 준장입니다.”
“반갑습네다. 내래 김영철이라 합네다.”
제17전투비행단장인 오석명 준장과 악수를 한 후 준비된 행사 일정에 따라 정부 관계자와 함께 본관 건물로 향했다.
“고거이, 남조선이래 서울과는 다른 게 지방 공기는 매우 상쾌합네다?”
“그렇죠? 서울 공기가 좀 탁하긴 합니다.”
이날 김영철은 지하연구소에 들어와 기절할 정도의 충격을 받고 말았다. 생전 처음 본 외계 비행선부터 각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신기하기만 한 장비들과 최첨단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무기들. 장장 4시간 동안 여러 가지 것들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며 견학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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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8일 23:00,
서울시 어느 호텔.
‘지금 내래 꿈을 꾸고 있는거네? 남조선이 몇 년간 무섭게 발전한 이유가 있었구만.’
북한 김영철 당비서는 국정원에서 지정해준 서울 어느 호텔 침대에서 누워 잠을 청했지만, 자꾸만 낮에 봤던 여러 장면이 뇌리에서 살아지지 않고 계속 떠올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중에 생전 처음 본 우주 비행선이 확실히 뇌 속에 각인이 되어있었고 두 번째로는 남궁원이라는 연구원이 보여준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호큘라라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통방통 하구만 기래.’
남궁원은 문자로만 주고받던 호큘라와의 대화방식을 기계적이긴 하지만 음성 대화방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하였고 그런 호큘라 컴퓨터와 자연스럽게 대화한 김영철 당비서에게는 매우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다음날 김영철 당비서는 호텔 조식을 하고 정부 관계자와 함께 또 어디론가 방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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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9일 10:00,
서울시 용산구 CC 탱커(전략요격위성 제우스 관제실).
이번엔 정부 관계자의 양해 속에 안대를 차고 어느 깊은 지하 건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안대를 풀자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꼭 미제 SF 영화에서 나올법한 통제실 같은 장소였다. 중앙에 매우 큰 대형 스크린과 각가지 크고 작은 스크린들 그리고 이십여 명의 요원들이 각자 자기 LED 모니터를 보며 무언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곳 책임자인 관제장 임수호입니다.
“기래요. 만나서 반갑습네다. 김영철이래 합네다. 이곳 이래 뭔지 물어봐도 되겠습네까?”
전략요격위성 제우스 위성 관제장과 악수를 하며 김영철 당비서는 궁금했는지 바로 질문으로 들어갔다.
“상부에서 당비서님께서 허용한 보안수준 내에서 설명하겠습니다.”
“그러다면 고맙울 따름이디요.”
“일단 여기 자리에 앉으시면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맙습네다.”
김영철은 관제실이 훤히 다 보이는 관제실 중앙 상단 관제장실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관제장이 옆에 있는 스크린을 보면서 설명에 들어갔다.
“이곳은 지구상공 36,000km 궤도 상에 올라가 있는 KS-AD 제우스 정지위성 관제실입니다.”
“위성말입네까? 뭔 위성인데 이런 시설에 이 많은 인원이 운용되는 겁네까?”
“네, 제우스는 전략요격위성입니다.”
요격이란 말에 김영철 당비서는 고개를 쑥 한번 내밀고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우며 물었다.
“요격이래 하셨슴네까?”
“그렇습니다.”
“뭘 요격한다는 말이오?”
“제우스 위성의 요격 시스템은 사실 개발목적은 탄도탄에 대한 요격체제였지만 이외 대한민국에 군사적 위험을 가하는 모든 것에 대한 요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적 수상함, 전투기, 각종 미사일, 지상 시설물이 요격 대상입니다.”
“위성에서 그게 가능하단 말입네까? 이거 기상천외한 노릇이구만.”
“관제실 중앙에 있는 가장 큰 스크린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김영철 당비서는 대형 스크린으로 시선을 옮겼고 관제장이 헤드셋으로 뭐라고 지시하자 갑자기 대형 스크린의 영상이 바뀌며 푸른 지구가 비쳤다. 그리고 점점 더 확대되더니 한반도 상공에서 보는 것처럼 한반도 지형이 뚜렷하게 보였고 한 번 더 확대되면서 몇 초 후에는 평양시 시가지가 상공 몇 미터 위에서 촬영한 것처럼 고해상도 화질 영상이 보였다. 그리고 좀 더 확대하자 도로에 여러 차가 돌아다녔고 평양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걸어가는 것도 보였다.
“최대 배율로 확대 시 차량 번호판 식별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의 동체정보까지 확인 가능합니다.”
이에 김영철 당비서는 겉으론 표현은 안 했지만, 양손은 의자 손잡이를 콱 쥐며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어제 본 장면들이 신선한 충격이었다면 오늘 본 장면들은 공포의 충격이었다.
“그 정도란 말입네까?”
“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인버터 기능을 가동하면 건물 내부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수호 관제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중앙 스크린의 영상은 주석궁 건물로 향했고 스크린이 짧게 깜빡거리자 비전 모드가 바뀌었고 주석궁 내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 김여정 제1부위원장의 집무실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만, 그만 하시라요.”
김영철 당비서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장면에 김여정 제1부위원장의 모습까지 보이자 중지하라는 소리를 질렀다.
“알겠습니다. 그럼 실제 요격 장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관제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중앙 스크린은 미리 준비한 좌표로 방향이 바뀌었고 섬 하나가 보였다.
“이 섬은 서해 해안가에 있는 무인도입니다. 저희가 미리 무인도에 3개의 표적을 준비해놨습니다. 보시지요.”
중앙 스크린에 화면이 더 확대되면서 섬 안에 3개의 표적이 X로 표기되어 있었다.
“당비서님께서 왼쪽부터 1번, 2번, 3번 표적 중 하나를 선택해주시면 요격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이에 김영철 당비서는 남조선에서 뭔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가짜 영상이라 생각했는지 3개의 표적 대신 위에 조그마한 바위를 가리켰다.
“내래 표적 말고 위에 검은 바위를 선택 하겠시요. 가능합네까?”
“물론입니다.”
이수호 관제장이 헤드셋을 통해 짧게 지시하자 관제실의 오퍼레이터들이 여기저기에서 소리치며 요격준비에 들어갔다.
“플라즈마 출력 100%.”
“목표 스캔 정상, 요격준비 완료.”
“발사.”
츄웅~ 파팟 콰아앙~
요격통제관의 발사 명령과 함께 빛의 속도의 레이저포가 검은 바위를 향해 내리꽂자 검은 바위는 폭발을 일으키며 수천 조각으로 갈라지며 사방 곳으로 비상했다. 잠시 후 먼지구름이 사라지고 지름 1m 크기의 검은 바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엔 움푹 팬 자국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김영철 당비서는 관제장의 질문이 들리지 않았는지 멍한 표정으로 중앙 스크린만 주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몇십 초가 지나서야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관제장을 보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를 담아 물었다.
“관제장 동지, 남조선이래 내 한테 이런 장면을 보여주는 의도가 뭐기요?”
“전 그 부분까지 대답할 위치가 못됩니다. 전 상부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향후 일정에 대통령님과 면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물어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알았디요. 암튼 대단한 물건 잘 봤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