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길
2020년 5월 30일 10: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무회의실.
이번 국무회의는 중국 불법 조업 어선 단속사건 이후 중국의 경제적 무역 보복 조치에 따른 대책 방안과 향후 역 보복 조치에 대한 주재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현재 중국은 26일부터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전면 출연금지를 시작으로 중국으로 수출하는 대표 제품인 의약, 소재, 화학섬유, 합철 및 가공 비철금속에 대한 수입 제한 조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했으며 수출제품의 30%를 차지한 식품 제품들에 대한 수입 검역 및 규제 강화로 벌써 수입 불허 제품들이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 보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2010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로 일본을 꼼짝 못 하게 했던 사건을 잘 알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이번에 한국 또한 희토류 수입에 대한 제한을 걸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획재정부 유원진 장관이 준비한 서류를 읽어가며 보고하듯 말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에 대한 안전 확보에 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의 반한 시위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공장 인부들의 집단적 행동과 파업, 그리고 중국 기업들의 거래 불이행 등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개인 사업자분들의 가게에 대한 시위 폭도들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해보세요.”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의 추가 질문에 나봉일 원장이 태블릿 PC 화면을 내밀며 말했다.
“현재 중국에 52개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여 18개의 공장 및 30개의 대형 상가를 운영 중이며 개인 사업자로는 2,520여 명이 중국 각지에서 3,190여 개의 가게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어제 기준 20여 개의 공장에서 불법 파업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지되었고 불법시위로 인한 1개의 공장설비가 망가졌으며 3개의 대형 상가는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개인 가게들 또한 가게 유리창 테러 및 도둑질로 인해 108곳의 가게가 장사를 못 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온 상태입니다.
“중국 정부나 공안에서는 그 상황인데도 뭐한다는 겁니까?”
대통령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고 비정상적인 중국의 행태에 분노를 표출하며 일갈했다.
“겉으로 단속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김 장관님!”
이에 대통령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외교부 장관을 불렀다.
“네! 대통령님.”
“회의 끝나는 대로 외교부로 주 중대사 불러 강하게 항의하세요. 주중 한국인에 대한 신변보장 확실히 약속받으시고, 이행되지 않을 시 한국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보복성 조처를 하겠다고 협박해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신속하게 경제적 무역 보복 카드를 내민 건 좀 의외입니다. 정치적으로 몇 번 정도는 협박할 줄 알았는데,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외교부 김재학 장관이 자기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중국의 행보에 대해 한마디 던졌다. 이에 나봉일 국정원장이 다시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했다.
“그 의도는 간단합니다. 사실 중국의 이번 조처는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이번 불법조업 사건은 핑계일 뿐 예전부터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경제적 무역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기회를 보던 중 기회를 잡은 것뿐이지요.”
“예전부터 말입니까? 그 이유가 뭡니까?”
대통령도 궁금했는지 나봉일 원장에 말에 질문하였다.
“현재 국정원 대외정보국에서 확인 한 바로는 중국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입니다. 요즈음 남과 북이 화해 분위기를 타며 예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대규모 경제적 원조와 여러 사업이 진행되니 당연히 중국 입장에서는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한국 경제를 크게 한번 흔들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봉일 원장은 중국이 가하는 무역 보복에 대에 대외정보국에서 파악한 실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군요. 역시 한반도 주변국은 절대 우리에게 도움 되는 나라가 없나 봅니다.”
조금은 한탄 섞인 목소리로 김재학 장관이 혀를 차며 말했고 대통령은 이제 본격적으로 회의를 논하고자 했는지 회의 탁자에 몸을 바짝 끌어당기며 힘있게 말했다.
“그럼 중국 보복 조치에 대한 우리 대한민국의 대책 방안에 대해 논의해 봅시다.”
“앞에 보고 드린 중국에서 수입을 제한할 대상 제품에 대한 대안 방법으로는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결정하여 제2의 해외시장으로 길을 터야 할 듯합니다. 사실 가장 큰 소비력을 가진 게 중국이긴 하지만 조금만 우리 기업과 국가에서 노력한다면 중국만큼 인구 대국인 인도를 시작으로 동남의 여러 국가와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에 수출 증대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100% 수출량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지금으로선 50% 정도 가능하다고 보며 기업들의 경제적 손실은 볼 수 있겠지만, 이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기업들과 잘 협의해서 가격 조정하시고 외교부에서는 앞서 윤원진 장관이 말한 국가를 상대로 외교력 좀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두 명의 장관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럼 계속 이어 갑시다.”
“다음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관세 보복 건입니다.”
윤원진 장관이 또다시 말을 이어갔다.
“사실 중국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관세를 올려 보복하려는 건 중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아주 바보 같은 조처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왜 그렇습니까?”
“현재 중국 기업에서 생산하는 모든 전자제품은 한국의 디스플레이 68%, 각종 반도체는 85%라는 의존도를 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관세를 올리면 저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관세를 올린 만큼 기업에서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인가, 아니면 중국에 대한 수출을 전면 금지를 할 것인가입니다. 당연히 중국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자국의 자체 생산력으로 어떻게든 감당하려 하겠지요. 그리고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완제품의 질은 세계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할 수 없어 수출 실적은 저조할 것이며 기껏 중화사상을 부추겨 자국민에게만 팔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 해도 중국 내수시장을 무시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영호 국무총리가 물었다.
“네, 총리님! 중국 내수시장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엄청난 인구로 인한 내수시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현재 중국인들은 자국의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현저히 낮은 상태입니다. 이런 와중에 지금 제품보다 더 질 떨어지는 제품을 사기엔,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낮지 않습니다. 처음엔 어느 정도 팔릴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 제품들은 창고에 쌓아놓기만 하는 쓰레기로 변할 것입니다.”
“나름 정확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유승우 장관이 윤원진 장관에 말에 동조하는 말로 입을 열었다.
“현시대는 아무리 민족주의니 뭐니 자국의 제품을 이용하자니 뭐니 해도 특히나 중국의 중산층 이상은 그런 사상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갑자기 거부가 된 사람들의 특성이 돈에 대한 가치를 쉽게 생각합니다. 특히 이기적 성향이 뚜렷해지기 마련입니다. 쓰고도 남을 돈이 있는 중산층 이상 기득권자들이 퀄리티 높은 좋은 제품들이 있는데 자국 기업을 위해 퀄리티 떨어지는 제품을 사자? 이건 2000년 초에나 가능했지 지금은 어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듣고 보니 나름대로 설득력 있습니다. 그럼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대해선 관세 보복으로 이어진다면 바로 중국에 대한 수출 중단을 합시다. 미리 기업에 통보해 주셔서 기업에서도 나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세요.”
“네, 대통령님”
“그럼 남은 건 희토류 건입니까?”
“그 부분은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통일부 오승태 장관이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사실 희토류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작년 2차 남북 실무자 회담 때 협의한 북한 광물에 대한 개발사업이 2019년 7월부터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착수해 현재 희토류 광물은 북한 현지 채굴공장에서 가공생산 되어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습니다. 현재 수입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중국에서 수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을 확보된 상황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다행이군요. 예전에 희토류 때문에 그 알량한 일본이 졸아서 양손 든 일이 생각나 걱정했는데, 걱정을 덜게 되었군요. 좋습니다.”
회의에서 논의한 대책 방안이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는지 대통령은 양 손바닥으로 회의 탁자를 가볍게 치고는 자신감 찬 목소리로 힘줘 말했다.
“좋습니다. 오늘 나온 대책 방안대로 문제없이 처리하도록 하시고, 앞으로 중국에 대해 그 무엇이라도 국정 업무에 있어 저자세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강조 드립니다. 아, 그리고 저번에 불법 어선을 공해상까지 추격했던 해경들 있죠?”
“네, 인천해양경찰청 소속 태극 552함입니다. 함장은 오경준 경감입니다.”
이영호 국무총리가 대답했다.
“태극 552함 승조원 전원 일 계급 특진시키고 매체 통해 크게 보도하세요.”
“네? 하지만 대통령님, 태극 552함 함장은 본청 명령을 어기고 중국어선에 벌컨을 사용하여 중국 구축함까지 끼어든 상황이라 현재 내부 징계 위원회에 회부 된 상태입니다.”
“징계 취소하시고 제 말대로 하세요.”
“하지만···.”
“이 총리님, 제가 몇 번이나 더 말씀드려야 하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지시대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단호한 말투로 이영호 총리의 말을 끊는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방부 강현수 장관에게 시선을 옮기고는 진중한 표정과 확고한 의지가 담긴 말투로 말했다.
“강 장관님, 앞으로 해군에서도 해경과 함께 중국어선에 대한 불법 조업에 대해 확실한 단속을 하시기 바랍니다. 인원과 장비가 부족하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최우선으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경비함에 대함 미사일을 쏘는 중국놈들한테 일말의 틈을 보이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해군에 대통령님의 확고한 의지를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이렇게 두 나라는 외교 전쟁에서 FTA 체결 사항을 무시한 채 경제적 무역 전쟁으로 번지며 수위는 차쯤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양국의 대치는 사실상 자국의 경제성장에 제동을 건 형국이었지만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 한국 또한 더는 중국이란 나라로부터 눈치라든지 경제적 보복에 벌벌 떠는 예전의 나약한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런 무역 전쟁에 있어 손뼉을 치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는 나라가 있었다. 바로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이었다. 아베 정권은 이번 한중간 무역 전쟁을 기회 삼아 자국의 경제성장을 끌어 올리려는 야비한 계획을 수립하고 양국에 손을 뻗치려 했다.
★ ★ ★
2020년 6월 12일 10:00,
전북 무주군 제99훈련비행단 공군기지(작전브리핑실).
단상에는 제99훈련비행단장인 김기태 준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인사말을 전하고 있었다.
“다들 수고 많았다. 역시 대한민국 공군 엘리트답게 80명 불합격자 없이 전원 합격해 귀관은 기분이 매우 좋다. 특히 뺀질거리던 저기 최 대위가 개인 1등이라니 믿기는 힘들지만, 기록상 나와 있으니 믿을 수밖에. 축하한다, 최 대위.”
“대위 최영호! 단장님, 뺀질이라는 말만 빼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벌떡 일어나 힘차게 말하는 최영호의 말에 브리핑실에 앉아있던 교육대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한번 뺀질이면 영원히 뺀질이다. 미안하다, 최 대위. 앉아라.”
“네, 알겠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는 최영호 대위에게 사관 동기 전창빈 대위가 살짝 주먹으로 옆구리를 치고는 엄치척 한 방 날려줬다.
“오후에 수료식 끝나면 14박 15일 휴가 잘 갔다 오고. 제99훈비단에서 교육관으로 근무할 대원들은 앞으로 쭉 보겠지만, 제3훈비단으로 가는 60명의 대원은 그곳에서도 새로운 교육대원들에게 세계 최강 전투기 조종사 교육관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책임감 있게 교육해주기 바란다. 다시 한번 수고했다. 이상.”
“전체 차렷! 단장님께 경례!”
“충성!”
“충성.”
전체 경례를 받고 김기태 준장이 퇴장하자 교육 참모 류재신 대령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다들 고생했다. 쉽지 않은 6개월간의 교육이 무사히 끝나니 나 또한 기분이 좋다. 오늘 일정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려주겠다. 점심시간까지 각자 개인 정비하고 오후 1시에 정확히 수료식 행사를 하겠다. 그리고 수료식이 끝나면 준비해준 차량으로 청주 시내까지 태워다 줄 것이다. 휴가 끝나고 복귀 시 제3훈비단으로 가는 대원들은 바로 그쪽으로 복귀하면 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각자 점심시간까지 각자 시간 갖고 최 대위와 전 대위는 참모실로 오도록,”
“네! 알겠습니다.”
★ ★ ★
2020년 6월 12일 10:30,
전북 무주군 제99훈련비행단 공군기지(교육참모실).
소파에는 최영호 대위와 전창빈 대위가 류재신 대령과 마주 앉아 있었다.
“자네들 정말 전비단으로 가고 싶은 거야?”
“네, 그렇습니다.”
최영호와 전창빈이 동시에 대답했다.
“훈비단에서 복무하는 게 편할 텐데?”
“조종사라면 교육관보단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는 게 더 멋지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세계 최강 전투기인데 말입니다.”
최영호가 상체를 뻣뻣이 세우고는 큰소리로 대답했다.
“전 대위, 너도 같은 이유냐?”
“아닙니다. 전 멋진 것보다 제 손으로 직접 조국을 수호하고자 하는 사명감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창빈의 대답에 살짝 인상을 쓴 최영호는 전창빈을 향해 곁눈질하며 째려봤다.
“쇼들 한다. 일단 휴가 갔다가 제3훈비단으로 복귀해 그럼 며칠 안으로 전출 명령 떨어질 거다.”
“질문 있습니다.”
최영호 대리가 손을 들며 말했다.
“뭔데, 말해.”
“혹시 KF-16이나 FA-50 비행단으로 보내시는 건 아니죠?”
“자식들, 6개월간 개고생하며 교육했는데 그런 곳에 보내겠냐? 걱정하지 말고 대기하고 있어. 아마도 제38전비단이 유력하다. 주작과 흑주작이 제38전비단에 가장 먼저 배치받으니까 말이야.”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