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길
2020년 5월 26일 14:20,
전북 무주군 제99훈련비행단 공군기지
중국 J-20 전투기는 거리 250km까지 접근하였지만, 주작 편대를 탐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4개의 편대는 서해 상공으로 비행 중이었다.
“방울뱀 공격 범위 200 이내로 진입 시 각자 할당된 목표에 미사일 발사.”
- 맹구, 확인 뎃.
- 달구, 확인 뎃.
- 혁구, 확인 뎃.
잠시 후 방울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사거리에 다다르자 4대의 KF-21P 주작에서 32기의 미사일이 푸른 화염을 토해내며 마하 12의 속도로 중국 측 J-20 전투기 무리 속으로 달려들었다. 이에 J-20 전투기 또한 미사일 경보 알림이 울렸는지 각자 회피기동을 하며 산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32대 모두 격추되었다. 강력한 재밍 방출 및 채프와 플레어를 닥치는 대로 뿌리며 회피기동을 한 J-20 전투기는 2019년 후반에 개발한 사거리 200km의 PL-15 중거리 미사일을 한 발도 쏴보지도 못하고 공중산화 신세가 되고야 말았다.
현대전 공중전은 단순했다. 상대보다 얼마나 강력한 펀치력과 긴 리치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을 숨기고 상대를 얼마나 빨리 탐지하느냐의 차이였다. 이런 점에서 주작 전투기는 5세대를 넘어 6.5세대급인 전투기로써 이제 막 개발된 초기형 5세대급인 전투기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사실 말이 5세대였지 서방국가에서는 4.5세로 치부했다. 이유는 기체의 외형으로만 보면 미국의 F-22 전투기와 같은 스텔스 형태를 갖췄지만, 실질적 전투기 표면에 칠하는 전파흡수재를 이용한 도료 기술은 상당히 질이 떨어져 원하는 수준의 전파흡수를 하지 못한다는 부분과 5세대급에 맞는 항전 장비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기술적 한계의 부분을 이유로 들었다. 결과적으로 중국 전투기는 J-15이든 J-20이든 상대하기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2단계 테스트까지 무사히 통과한 최영호 대위의 편대는 이제 3번째 테스트로 진입하고 있었다.
삐이~ 삐이~
주작 편대 레이더에 6시 방향 지점에 수십 개의 밴딧(확인된 적기)이 탐지되었다는 알림음과 함께 상황판 스크린에 F-22 전투기 정보가 표기되었다. 사실 F-22 전투기가 주작을 상대로 55km까지 탐지되지 않은 상태로 출현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런 가상의 다급한 상황을 연출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조종사의 역량을 향상하기 위함이었다.
“사우스 포인트 밴딧 F-22 16기 거리 55 체크!! 스피릿트 S 후 라인 어브레스트 유지.”
- 맹구, 확인 뎃.
- 달구, 확인 뎃.
- 혁구, 확인 뎃.
갑자기 후방 55km에서 나타난 가상의 적 F-22 출현에 최영호 대위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편대원에게 지시를 내렸고 21세기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끼리 도그파이트(DogFight) 전투형태로 돌입했다.
최영호 편대장의 지시에 4기의 주작 전투기는 급강하하며 좌우로 기수를 돌리는 기동을 펼치며 다가오는 F-22와 마주 보는 진형을 갖추자 주작 전투기 조종사의 헬멧 바이저에는 HUD 화면이 비치며 F-22 전투기가 표기되어 보였다.
“영구, S-AAM-50 까치독사(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스탠바이, 파이어.”
- 맹구, 폭스 투.
- 달구, 폭스 투.
- 혁구, 폭스 투.
- 영구, 폭스 투.
주작 편대의 편대장인 최영호 대위의 발사 명령에 각 1기씩 시차를 두고 2기의 미사일을 발사하여 총 8기의 적외선 단거리 미사일이 흰 연기 선을 그으며 날아갔고 동시에 RWR(Radar warning receiver)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삐빅~삐빅~삐빅~
가시거리 상태에서 F-22 전투기의 강력한 레이더 AN/APG-77이 주작 전투기를 탐지했고 이에 미사일 락 온을 걸며 암람 미사일을 발사했다.
“영구, 런치! 런치! 런치! 암즈. 편대 올 뮤직 온 브레이크 턴.”
- 맹구, 달구, 혁구, 확인 뎃.
상호 간 토해낸 미사일들은 상대를 향해 돌진하였고 이에 주작 전투기와 F-22 전투기는 SECM 전파 교란을 하며 긴급 회피기동으로 전환했다. 진정한 21세기 최신 스텔스 전투기들의 도그파이트이었다.
최영호 대위가 차례대로 발사한 적외선 미사일은 선두에 있던 2대의 F-22 전투기로 돌진하였고 좌우로 회피기동하며 채프와 플레이어를 뿌려댔지만 짧은 거리에서 마하 8.5라는 극초음속에 F-22 전투기 2대는 각각 동체 중앙과 후미 엔진 부위에 직격당하며 공중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F-22 6대도 앞선 2대의 전투기와 운명을 함께 했다.
이제 F-22는 8대로 줄었다지만 아직도 1:2의 수적으로 불리한 상태에서 최영호 대위에게 달려드는 2기의 AIM-120 암람이 마하 4의 속도로 정면에서 날아왔다. 이에 주작 전투기의 인공지능 사격통제 시스템을 믿고는 그대로 20mm 레이저 벌컨 빔을 갈겼다.
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쏟아지는 레이저 빔의 빛줄기에 첫 번째 암람이 피격당하며 폭발하였고 폭발 화염 속을 뚫고 두 번째 암람이 날아오며 접근 신관이 작동하려 할 찰라, 최영호 대위는 기체를 드릴처럼 빠른 속도로 10여 바퀴를 회전시키며 급속 우회 기동을 펼쳤고 접근 신관이 작동된 암람은 수많은 파편을 비상시켰지만, 허공 속에 묻히고 말았다. 아마도 기존 전투기로 지금과 같은 급속 회전 기동을 하였다면 9G 이상의 중력에 피가 쏠려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작 전투기는 반중력 시스템 기능으로 인해 전투기 내에선 2G 이상의 중력을 느끼지 못했고 조종사의 헬멧과 연결된 인공지능 자동항법 시스템은 불안한 기체의 중심을 조종사가 생각한 데로 자동 조절해 주었다.
이런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KF-21P 주작 전투기는 수적으로 불리한 도그파이트 전투에서도 상대보다 탁월한 선회 기동을 펼치며 F-22 전투기 숫자를 줄여나갔다.
“영구, 컨텍 맹구, 체크 식스.”
다급한 목소리로 최영호 대위가 윙맨인 전창빈 대위에게 위험을 알렸다.
-맹구, 확인 뎃.
전창빈 대위는 기수를 높이 들고 받음각을 크게 하여 상승하면서 그때 발생하는 항력으로 속도를 줄이고 급정지를 했다. 일명 코브라 기동이라고 하지만 전문용어로 ‘하이 스피드 요요’ 기동이었다. 이에 후방에서 접근하던 F-22 전투기는 그대로 추월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제 전세가 뒤바뀐 전창빈 대위는 그대로 기수를 떨어뜨리며 운동에너지를 회복하고 추월한 F-22 전투기의 후방으로 기동해 엔진을 조준하고는 20mm 레이저 벌컨 빔을 사정없이 쏴버렸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이에 엔진 속으로 여러 발의 레이저 빔이 박혔고 화염이 일어나는 듯하다 폭발하며 기체는 산산조각이 났다.
-히트.
“영구, 컨텍. 맹구 굿잡.”
멋진 회피기동으로 적 전투기를 요리한 전창빈 대위의 전투기를 스치고 지나가며 통신망으로 짧게 칭찬한 그때 콜사인 혁구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망을 때렸다.
- 혁구, 런치! 런치! 런치!
9시 방향에서 콜사인 혁구인 오승길 중위가 적외선 미사일인 사이드와인더를 피해 지그재그 회피기동 중이었다.
“영구, 컨텍 달구, 루프.”
- 달구, 확인 뎃.
영구 편대장의 지시에 달구 전투기는 그대로 급상승하며 백 텀블링하듯 최소 선회 각으로 원형을 그으며 뒤로 한 바퀴 돌았고 이에 따라오던 사이드와인더는 선회 각을 이기지 못하고 크게 돌기 시작했다. 이것을 놓칠 일 없는 최영호 대위는 레이저 벌컨 빔으로 사이드와인더를 요격해 버렸다.
쮸웅쭈웅쭈웅쭈웅쮸웅~
팟 쾅아앙!
이렇게 몇 분간의 도그파이트가 있고 나서 살아남은 F-22 전투기는 이제 2기뿐이었다. 수적으로 역전된 상황에서 혁구를 물고 늘어진 F-22 전투기에 대한 윙맨인 혁구가 9시 방향에서 20mm 벌컨 빔을 날렸고 F-22 기체에 수십 개의 착 빔이 형성되자 그대로 중심을 잃고는 우측으로 기울어지며 추락하다 폭발했다.
이제 남은 적기는 1대였다. 마지막 발악을 하고자 했는지 F-22 전투기는 급상승 기동을 펼치고는 그대로 최소 선회 각으로 선회하며 무장하고 있던 암람 미사일 2발과 사이드와인더 1발을 동시에 날렸다. 이에 표적이 된 맹구, 혁구, 철구 전투기에서 락온 알림음이 울렸고 다시 한번 SECM의 출력을 높이고 채프와 플레어를 날리며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세 명의 동료와 다르게 자유로운 몸이 된 최영호 대위는 그대로 마지막 F-22 랩터 전투기를 향해 애프터 버너(After Burner)를 작동하여 최고 속도로 비행하며 F-22 랩터의 기체 위를 스치고 지나가며 레이저 벌컨을 날렸다.
쮸웅쭈웅쭈웅쭈웅쮸웅~ 쮸웅쭈웅쭈웅쭈웅쮸웅~
빛줄기처럼 쏟아진 20mm 레이저 벌컨 빔은 그대로 F-22 기수부터 캐노피를 지나 후미 엔진 부위까지 일자로 착 빔 자국을 남기며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해머 헤드 턴으로 반전 기동을 취하려는 그때 마지막 F-22 전투기는 중심을 잃고는 꼬꾸라지듯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F-22 전투기가 추락하는 가운데 맹구와 혁구에 달려든 암람 미사일은 강력한 SECM 재밍으로 암람 미사일의 시커를 불능으로 만들자 갈팡질팡하다 자폭하였고 철구에게 달려든 사이드와인더는 플레어(Flare) 기만체와 부딪치며 폭발시켰다.
시뮬레이션 종료.
3단계까지 시뮬레이션이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온 4명의 영구 편대원은 서로를 향해 하이파이브하며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최고의 성장을 낸 것에 대해 기뻐했다.
“창빈, 너 코브라 기동 아주 죽였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아, 이 자식은 겸손이란 걸 몰라?”
둘은 서로 장난치며 주먹 인사를 하고는 시뮬레이션을 함께했던 오승길 중위와 한상진 중위에게 슬쩍 엄지를 들어 올렸다.
“고생하셨습니다. 최 대위님, 전 대위님.”
“그래, 다들 고생했다. 저 꼴통 최 대위 말 듣느라고.”
전창빈 대위가 최영호 대위를 가리키며 농담조로 웃으며 말했다.
“내가 꼴통이면 너는 개꼴통이다.”
“하하하.”
이날 KF-21P 최종 시뮬레이션 시험은 총 20개 편대로 진행하였고 마지막으로 참여한 영구 편대가 100점 만점에 94점이라는 최고 점수로 단체전 1등을 하게 되었다.
영구: J-15 전투기 4대 격추, J-20 전투기 8대 격추, F-22 전투기 5대 격추
맹구: J-15 전투기 4대 격추, J-20 전투기 8대 격추, F-22 전투기 4대 격추
달구: J-15 전투기 4대 격추, J-20 전투기 8대 격추, F-22전투기 3대 격추
혁구: J-15 전투기 4대 격추, J-20 전투기 8대 격추, F-22전투기 4대 격추
결과 발표가 나자 최영호와 전창빈은 서로 끌어안고는 오두방정 블루스를 추며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