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화 (69/605)

통일로 가는 길

2020년 5월 12일 09:00,

대한민국.

남북 정상회담 이후 통일 대북지원협정에 따른 국회 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첫 번째 지원 단계인 북한의 도로 확장 사업이었다. 수많은 건설회사 차량과 장비, 그리고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줄줄이 통일대교를 건너 개성과 평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마 하늘에서 보고 있었다면 수백 대의 차량 행렬에 입이 떡하니 벌어질 광경이었을 것이다.

통일 대북지원협정은 크게 4단계로 1단계는 북한 도로망 확충 공사였다. 먼저 개성 평양 간 고속도로 확장 공사 평양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신축공사, 평양 회천 간 고속도로 확장 공사와 화천과 만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신축공사, 화천과 혜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신축공사, 혜산에서 회령까지 연결하는 고속도로 신축공사였다. 북한의 고속도로는 고속도로라 하기엔 창피할 정도의 엉성한 콘크리트 포장 작업으로 여러 곳에서 균열이 있거나 평탄하지 못했고 차선 구분도 없을뿐더러 교각과 교각 사이의 폭 또한 지나칠 정도로 짧았다. 그리고 교각 또한 약간씩 기울어진 부실공사투성이였다.

1단계로 북한 전 지역에 대한 관계망 도로 건설을 우선으로 한 것은 통일을 대비해 북한 전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물자 수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였지만 숨은 의도로 국군의 신속한 병력 이동을 위한 이유이기도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에 퍼주기만 하는 정책이라고 비방과 비난을 일삼았지만 이런 대대적 통일 대북지원정책에 있어 북한 또한 대한민국에 여러 가지 이득이 되는 정책 사항들을 내놓았다, 그중 서해5도 NLL 지역에 대해 남북 공동조업협정을 맺어 NLL을 침범한 중국 불법 조업 어선 단속 시 북측 NLL 안에서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 ★ ★

2020년 5월 22일 23:40,

경기도 연평도 북방한계선 북위 37도18’ 동경 124도82’.

해심 방어위성인 포세이돈 2호에서 북방한계선 NLL을 침범한 중국어선 10여 척을 탐지하고 바로 연평도에 있는 해경 단속본부에 데이터 링크를 시켰다. 이에 대기 중이었던 이번 연도 초에 취역한 태극 551호, 552호 500t급 경비함 2척이 플라즈마 엔진의 강력한 추진력에 55노트라는 빠른 속도로 중국 불법 어선 쪽으로 향했다.

밝은 조명 속에 오성홍기를 단 10여 척의 꽃게 어선들은 저인망 그물을 사용해 쌍끌이 조업에 한창이었다. 잠시 후 대한민국의 경비함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자 중국어선 10여 척은 횡대 대형을 갖추며 어선 측면에는 등선 방지용 쇠창살과 그물을 설치했다. 그리고 갑판에 서 있는 중국 선원들은 각자 준비한 3m나 되는 긴 쇠창과 도끼, 낫을 들고는 단속에 대한 대비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태극 551호와 태극 552호는 각 1정씩 단속정을 투입해 대형을 갖춘 중국어선들의 행로를 방해하며 점차 거리를 좁히며 스피커로 경고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 중국어선은 대한민국 해역을 침범하여 불법으로 조업하고 있다. 이에 중국어선은 무력시위를 중지하고 조사를 받기 바란다.”

하지만 라이트에 비친 중국어선의 선원들은 고함을 지르며 각가지 흉기를 치켜들고는 더 거세게 반항할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단속정 1호가 중국어선 무리의 앞부분을 스치고 지나가려 그때 중간에 있던 어선 한 척이 속도를 높이며 튀어나왔다.

부우우우웅~

“위, 위험해!”

콰쾅!

순간속도를 높이며 돌진한 중국어선의 뱃머리에 그만 단속정이 부딪치고 말았다. 이에 단속정은 그대로 뒤집혔고 단속 대원 9명은 바닷물에 빠져버렸다. 어떤 대원은 중국어선의 배 밑바닥으로 빨려 들어가기까지 했다.

이에 단속정 2호가 급히 다가가 바닷물에 허우적거리는 대원의 구출을 시도하자 중국어선은 이때다 싶었는지 각자 무리에서 벗어나 북한 해역과 중국해역 쪽으로 전속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단속정 2호, 구출했나?”

“2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가 떠오르지 않는 거 같습니다. 잠수 요원 투입 바랍니다.”

이에 태극 552호 함장인 오경준 경감이 통신망을 통해 말했다.

“태극 551호는 구출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552호가 나포 진행하겠습니다.”

“여기는 태극 551호 알겠습니다.”

뿔뿔이 흩어지는 중국어선을 향해 가장 가까운 중국어선 한 척을 태극 552호가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55노트의 빠른 속도로 중국어선 한 척을 그대로 들이박았다. 이에 중국어선 후미가 박살 나며 엔진이 고장 났는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그대로 정지했고 태극 552호는 다른 중국어선을 향해 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30분이 흐른 시간 태극 552호는 4척의 중국어선을 들이박은 후 5번째 중국어선을 향해 공해상까지 추격 중이었다.

“함장님 잠시 후면 중국해역입니다. 더는 추격은 힘들 거 같습니다.”

조타장 이원형 경사가 해상 디지털 지도를 보며 함장에게 말했다.

“인천해경 연결해.”

함장은 조타장의 말에 대답이 아닌 인천해경을 연결하라는 말로 회답했다.

“여기는 태극 552호, 현재 중국 불법 조업 어선 공해상까지 추격 중, 중국해역 진입까지 앞으로 5km, 벌컨 사격 승인 바람.”

- 잠시 대기.

잠시 대기란 말에 오경준 경감은 들으라는 듯 통신망을 열어둔 상태에서 욕을 한 바가지 했다.

“니기미 시발, 잠시 대기는 무슨 잠시 대기야! 단속정 당한 거 보고 안 받았나?”

잠시 후 인천 해안경찰청에서 통신이 돌아왔다.

- 경고 사격까지만 승인한다. 이상.

“재송 바람.”

- 경고 사격까지만 승인한다. 이상.

“제길”

오경준 경감은 통신 마이크를 집어 던지고는 벌컨 사격담당관에게 선내 통신망으로 명령했다.

“중국어선 후미 부분 벌컨 사격 실시.”

“함장님, 경고 사격이 아닙니까?”

“조타장! 넌 가만히 있어, 뒷일은 내가 책임진다.”

끼이잉.

선수에 있던 20mm 벌컨이 꽁무니 부리나케 도망치는 중국어선 선미 부분을 조준했다.

“사격!”

드르르르르륵.

투캉. 캉. 캉.

어두운 바다 수면 위에 붉은 빛줄기가 뻗어 나갔다. 그리고 막 중군 해역에 진입하려던 중국어선 선미 부분에서 불꽃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화염이 치솟았다.

“명중!”

“나포 진행한다.”

오경준 경감의 단호한 명령에 태극 552호는 우렁찬 엔진음을 내며 거친 파도를 헤치기 시작했다.

“으아악, 살려줘!”

화염에 휩싸인 중국어선은 어두운 망망 대에서 파도에 기우뚱거리며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여기저기 비명과 함께 살아남은 선원들은 화염을 잡기 위해 바닷물을 이용해 분주히 소화 작업에 정신이 없었다. 이런 중국어선을 향해 항해 중인 태극 552호에 이지스 구축함인 태종대왕함(DDG-996)에서 긴급 통신이 날아왔다.

- 전방 115km 중국 구축함 2척 출현, 긴급 회항 바람. 긴급 회항 바람.

“여기는 태극 552호, 즉시 회항하겠음.”

오경준 경감은 태종대왕함(DDG-996)의 긴급 회항 명령에 나포 직전의 중국어선이 아까운지 입맛을 다지며 조타장에게 지시했다.

“저놈을 끌고 가려 했는데. 조타장, 침로 방위각 1-7-5로 변경한다.”

해심방어위성 포세이돈 2호에서 북해함대 제1 구축함전대 소속인 4,200t인 루다급 하얼빈함과 칭다오함이 태극 552호를 향해 전속력으로 항해 중인 것을 탐지 및 정보를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데이터 링크를 했고 이에 이번 4월에 취역한 해군 제2함대 소속 태종대왕함(DDG-996)에서 긴급 회항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그리고 명령을 하달받은 태극 552호는 큰 반원을 그으며 뱃머리를 연평도 방향으로 돌렸다.

쓔우우웅~~~ 쓔우우웅~

경비함 태극 552호를 향해 항진하던 중국 구축함 하얼빈함과 칭다오함에서 각각 한발의 YJ-82(C-802) 대함 미사일이 대각선으로 솟아올랐다. 목표는 당연히 태극 552호였다.

그 시각, 제2함대 구축함전단 이지스 태종대왕함(DDG-996) 전투지휘실.

“하얼빈함과 칭다오함에서 각각 대함미사일 1발씩 발사되었습니다. 목표는 태극 552호, 착탄까지 6분 07초 거리 114, 본 함과의 거리 322.”

전탐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투지휘실을 울렸다. 이에 이길영 함장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

“전원 전투배치.”

“전원 전투배치! 전원 전투배치!”

함내 승조원이 사방으로 뛰어가며 전투태세로 전환하는 가운데 이길영 함장은 계속해서 명령을 이어갔다.

“요격 실패 시 2차 요격 시간 충분한가?”

“힘듭니다, 2차 요격 성공 유무 파악 시간과 착탄 시간 차이가 -34초입니다.”

“한 번밖에 기회는 없다는 거지? 요격 스탠바이 1번, 2번 목표에 SM-3 각 2발씩 할당 요격 실시.”

“1번, 2번 목표에 SM-3 각 2발씩 할당 요격!”

함장의 명령과 함께 전술통제실의 무기관제관이 복명복창하며 설정된 목표로 발사 버튼을 눌렀다.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대공 미사일 4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요격까지 3분 28초.”

이지스 태종대왕함(DDG-996)의 선수에 있는 VLS 발사관에서 SM-3 블록 1C 대공 미사일 4발이 차례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탄도탄용 대공 미사일을 대함 미사일 요격으로 사용하기엔 아까운 감이 있었지만, 목표 거리가 250km가 넘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함장은 멀어지는 대공 미사일을 보며 오른손의 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시각 태극 552호는 본 함으로 대함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받고는 자체 대공요격 시스템이 없는 경비함으로써 최고 속력으로 지그재그로 항진하며 피격에 대한 공포에서 발버둥 치는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

잠시 후 중국 구축함과 태극 552호의 중간 지점에서 1개의 대함미사일이 태종대왕함(DDG-996)의 대공 미사일에 맞고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2번 목표였던 대함미사일은 2개의 SM-3 블록 1C 대공 미사일의 요격을 피하고는 시 스키밍 형식으로 태극 552호의 옆구리를 향해 변함없이 돌진 중이었다(소설에 나오는 SM-3 블록 1C는 가상의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 모두 요격이 가능한 미사일입니다).

“1번 목표 요격 성공! 2번 목표 1차 요격 실패, 2차도 요격 실패!”

태종대왕함(DDG-996)의 전투지휘실 승조원들의 입에서 그야말로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미국놈들, 이따위 쓰레기를 비싸게 팔아먹기나 하고. 개새끼들.”

이길영 함장은 벌떡 일어나 화가 치민 얼굴로 자신의 함장 의자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이젠 태극 522호가 대함미사일에 피격당하는 것만 지켜봐야 할 뿐이었다.

“태극 552호에 착탄까지 20초, 19초, 18초···.”

경비함 태극 552호와 가시거리까지 접근한 대함 미사일은 서서히 팝업 요격으로 전환하려는 그때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대함 미사일을 찢어버리자 폭발과 함께 수천 조각의 파편으로 흩어지며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이 사실을 모르고 레이더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보고하던 오퍼레이터는 말을 잃었다. 레이더에 중국 대함 미사일이 사라진 것이었다.

“앗! 대함 미사일이··· 사라, 아니 요격··· 사라졌습니다. 바다로 추락한 듯합니다!”

“대체 무슨 소리야? 말 확실하게 못 하나?”

이길영 함장은 횡설수설하듯 말하는 전탐관을 질책하며 다시금 물었다. 하지만 전탐관 역시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했다.

“어쨌든 태극 552호 무사합니다.”

사실 이것은 전략요격위성 제우스 1호에서 레이저포로 요격한 것이었다. 해군본부의 요청으로 항공우주군 관제실에서는 미리부터 요격태세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었다.

“태극 552호 우리 수역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대함 미사일에 플레어와 채프를 있는 데로 쏴 올리며 지그재그 기동하던 태극 552호는 방금 막 대한민국 수역으로 진입하였다.

“좋아, 지금부터 한 번 더 우리 경비함에 대함 미사일 발사 시 중국 구축함에 직접 대응한다. 구축함 1번과 2번에 각 대함 미사일 2기씩 발사대기.”

“대함 미사일 목표 설정 완료, 발사대기.”

하지만 중국 구축함에서는 더는 태극 552호에 대함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화재에 휩싸인 중국어선으로 대잠헬기를 띄울 뿐이었다.

이날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은 총 12척으로 4척 반파 및 1척은 침몰 예상, 그리고 NLL 넘어 북한 수역으로 도망쳤던 어선 2척도 백령도에서 긴급 출동한 250t 경비정에 나포되어 총 6척 나포하였지만, 우리 해경 기동특수대원 2명이 사망하는 슬픈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중간에 외교 전쟁의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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