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길
2020년 2월 20일 14:30,
북한 평양시 주석궁 회의실.
리병철을 체포한 보위사령부는 악명 높기로 소문난 온갖 고문기술을 동원하자 리병철의 입에서는 그동안 계획했던 모든 일과 공모했던 측근들의 이름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이에 10일간 북한 일대에 불어 닥친 피의 숙청은 마무리가 돼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미국 워싱턴에서 연락했던 인물에 대해선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극악의 고통을 주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리병철이 말하지 못 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리병철 또한 워싱턴의 정체 모를 인물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지금까지 위성 전화로만 연락했고 거액의 지원금은 스위스 계좌를 통해 전달받았다. 이 때문에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말할 수가 없었다.
“리병철 반동분자와 공모했던 명단입네다. 인민부력부장 박영식, 총참모장 안강운,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흥, 국방위원회 최유원, 8군단장 오동호, 9군단장 박태완, 3군단 강영원입네다. 현재 모두 보위사령부 감금시설에 갇혀 있슴네다.”
보위사령부 사령관인 라동일 상장이 이번 리병철 부위원장과 공모했던 핵심 인물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간나 새끼들! 평양을 포위한 군부세력은 죄다 모였디 않습네까? 라동일 상장은 이 사달이 날 때까지 대체 뭐 했단 말이네?”
그랬다. 8군단, 9군단 3군단은 평양을 중심으로 북, 동, 서 방향에 있는 군단들이었다. 리병철은 언제든 3개의 군단을 평양으로 진격시킬 수 있는 군부를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오춘환 당비서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보위사령부인 군비밀경찰 조직의 수장인 라동일 상장에 화살을 돌렸다.
“죄송합네다. 뭐라 할말이 없디요.”
“죄송하면 다네? 까딱했으면 저 리병철 반동분자 새끼래 평양을 꿀꺼덕 먹을 뻔하디 않았네?”
“고만하시라요. 기래도 이번에 라동일 상장이 신속하게 움직여서 큰 피해 없이 반동분자들을 일거히 잡지 않았습네까?”
김여정 제1부위원장이 공을 치하하며 라동일 상장을 변호했다.
“알았슴네다, 김여정 동지.”
“그나저나 김여정 제1부위원장 동지, 남조선에서 리병철을 통해 미제 워싱턴에서 통화했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네다.”
남북 실무자 회담장에서 죽다 살아 돌아온 김영철 당비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라동일 동무? 아직 리병철의 입에서 그 워싱턴의 인물에 대해선 알아낸 게 없슴네까?”
김영철의 말에 김여정이 라동일 상장에게 물었다.
“고게, 온갖 고문을 해는데도 고것만은 말을 하지 않고 있디 말임네다. 아마도 리병철이도 모르고 있는 듯합네다.”
“그렇다면 말이디요. 적어도 언제부터 연결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소상히 정리해서 김영철 동지에게 전달하기 바랍네다.”
“알겟습네다. 김여정 제1부위장동지, 당장 정리해 전달하도록 하겠슴네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슴네다.”
“뭡네까?”
“남조선에서 정상회담을 요청 했슴네다.”
“어찌 생각합네까?”
이에 최고인민의회 의장인 김기남이 손을 들고는 말을 했다.
“이번에 남조선 도움이 아주 컸단말이메, 당장은 힘들더래도 시국이 안정된다면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생각하매.”
이번에 리병철이 체포되고 부위원 자리에 임시로 올라온 국방위원회 김춘원 위원이 김기남의 말을 거들었다.
“김기남 의장 동지 말이 맞재요. 서두를 필요는 읎어도서리 김여정 동지께서 직접 남조선 대통령을 만나 뵙는 것도 좋을 듯 하재요.”
여러 의견을 들은 김여정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인 후 말했다.
“그렇단 말이디요. 그럼 적당한 때를 잡아 정상회담 수락을 하기로 합세다. 김영철 당비서는 남조선에 그렇게 전달하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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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5일 10:30,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주한 미 대사관 대사실.
“현재 미국 정부에서는 이번 대사관 테러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미군 경비병 6명이 죽고 5명의 직원이 상처를 입은 상황입니다.”
재키 로빈스 주한 미 대사는 평소와 다르게 목소리 톤을 높여 김재학 외교부 장관에게 따지듯 말했다.
“재키 대사님, 우리 국민 10여 명도 죽거나 사망했습니다. 너무 미국인만 죽은 것으로 몰아붙이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한국의 서울에서 일어난 일 아닙니까? 치안 유지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않겠습니까? 현재 미국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특히나 테러라면 자다가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민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사관 테러에 대한 진실규명이 없다면 미국 정부에서는 국민의 반발을 염려하여 여러 가지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군사 무기 판매부터 일반 수출 물품 제한까지 말입니다.”
‘이 양반 이번 사건으로 뭔가 큰 걸 노리고 있군그래?’
이렇게 생각한 김재학 장관은 안주머니에서 녹음장치 하나를 꺼내 들고는 살짝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밀어 건넸다.
“뭡니까?”
“재키 대사님이 그렇게 원했던 진실규명 자료입니다. 한번 들어보시지요.”
잠시 후 녹음장치에 들어있던 여러 통화 내용을 들은 재키 로빈스 주한 미 대사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에 김재학 장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이번 북한에서 반란을 꾀하려던 리병철 부위원장이라는 사람과 미국 워싱턴에 있는 사람과의 여러 차례 통화 내용입니다. 어떻습니까? 이것으로 볼 때 미국도 연관되어 있다고 보지 않습니까?”
김재학 장관의 말에 살짝 당황한 로빈 대사는 이내 무표정으로 바뀌며 반박했다.
“속단하지 마세요, 워싱턴에서 통화했다고 해서 꼭 미국인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테러범들이 워싱턴에서 통화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이것도 한번 시간 날 때 확인 바랍니다.”
김재학 장관은 다시 안쪽 주머니에서 USB 하나를 꺼내 건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것은 북한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이었다. USB 안에는 리병철이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훌훌 불어버린 스위스 계좌정보와 워싱턴 정체 모를 인물과의 접촉 내용이었다.
“이것은 리병철에게 스위스 계좌를 통해 전달한 거액의 지원금 리스트와 워싱턴 스위스 계좌를 역추적한 자료입니다.”
순간 재키 대사의 얼굴이 창백해지고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김재학 장관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사건으로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유리한 입장에 설 줄 알았던 것이었다. 김재학 장관은 이런 재키 대사관의 표정을 읽고는 확실히 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자 했다.
“저희가 맘만 먹으면 실제 워싱턴 인물을 더 자세히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이 자료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말이죠. 어떻게 할까요? 더 조사해서 드릴까요?”
“그, 그 정도면 됐습니다. 이 부분은 본국에 얘기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김재학 장관은 고소했다. 자신의 공갈에 속은 재키 대사 때문이었다.
“네,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이번 일로 미국이 주도하여 한국을 경제 제재니 뭐니 이런 말은 다신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색한 헛기침을 두어 번 한 재키 대사관은 회의를 빨리 끝내고픈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말을 전했다.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런 속마음을 뻔히 아는 김재학 장관은 천천히 일어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고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했다.
“이제 한국이란 나라를 다시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미 대사관 폭탄 테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치안과 전쟁 위기 등등 온갖 추측성 보도까지 매일 올라오며 다시금 예전 경기 침체기로 빠지지 않나 노심초사하였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폭탄 테러 발생한 지 10일 만에 미 대사관 사건은 북한에서 반란을 꾀하던 리병철의 사주로 일어난 테러였고 지금은 북한에서 리병철을 포함하여 반란군 모두 체포되어 안정되었다는 보도를 내보내며 진화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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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일 13:00,
대한민국.
2019년 미국은 한국과의 전시 작전권 전환 및 주한 미군 철수를 진행하며 동북아의 군사전략을 대대적 수정 했다. 그것은 동북아의 최우선 방어선을 기존 한국에서 일본으로 변경하였고 미군은 후방 지원 역할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미국 대신 일본이 견제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미 의회에서 수출제한 품목으로 금지했던 여러 최신 무기들을 주변국 모르게 속속히 일본으로 전해졌다. 일본 또한 이러한 정책에 대환영하며 자국 경제가 파탄이 나든 말든 아베 총리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하며 동북아 최강의 군사강대국으로 변모하고 있었고 미국의 정책 변화의 행보는 더는 한국을 미국의 혈맹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을 엿볼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리병철 사건을 기회로 삼아 북한의 김여정 정권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남북 정상회담을 요청하였고 이에 4월 27일 판문각에서 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본격적인 남북통일이라는 목표 아래 국가 비전전략위원회의 정책에 따라 여러 가지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동행했다.
먼저 대한민국 국군에 대한 대대적 개편이었다. 기존 북한군을 주적으로 한 군사정책을 이제는 통일에 있어 혹여나 방해될 수 있는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상대로 한 통일 이후의 광대역 전쟁 수행이 가능한 군 개편을 목표로 현재 육군 보병 위주의 보병사단을 총 8개의 기갑사단과 10개의 기계화 보병사단으로 개편, DMZ 경계사단을 8개의 기계화경계사단으로 개편함으로써 각 부대의 기동성과 생존 가능성을 향상한 부대로 탈바꿈시키고 있었다. 예로 제7기동군단은 2개의 예하 기계화보병사단과 3개의 직할 여단에서 2개의 예하 기갑사단과 1개의 기계화보병사단으로 그리고 5개의 직할 여단인(중갑강습여단, 포병여단, 공병여단, 기갑여단, 대공여단)으로 재편성을 하였고 현재 올림푸스 기지에서 생산되는 차세대무기들을 최우선으로 실전 배치 중이었다. 조만간 개편이 완료되는 제7기동군단은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동북아 최강의 독립 기동군단을 갖추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해군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의 대양해군에 대응하기 위해 삼면을 수호하고 있는 3개의 함대에 3월에 취역한 KD-3A 이지스함 3척이 1척씩 배치되었고 내년 초에 KD-4 호큘라 구축함 6척이 취역하게 되면 기존 7기동전단에 있던 3척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 광개토대왕급 6척의 구축함이 각 함대에 1척과 2척씩 배속될 예정으로 연안해군의 모습을 버리고 대양해군의 위용을 갖출 예정이었다. 그리고 7기동전단은 KD-4 광해군급 호큘라 구축함 6척과 2022년 후반에 취역할 KS-1 호큘라 순양함 1척이 추가 배속되어 운용될 계획으로 잡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10상륙함대를 새롭게 재창설하여 현재 독도급 강습상륙함 4척 외 천왕봉급 8척을 포함하여 이번 연도에 취역할 강화도급 강습상륙함 4척과 호위함 6척이 계획에 따라 추진 중이었다.
세 번째로 공군은 현재 9개의 전투비행단에서 3개의 전투비행단을 추가 창설하여 12개 전투비행단으로 운영 예정이며, 신규로 창설된 비행단과 노후화된 전투기 기종을 보유한 비행단은 올림푸스 기지에서 생산되는 KF-21P 주작과 KF/A-25P 흑주작을 배치할 예정으로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항공우주군을 창설하여 현재 제우스 1호와 각가지 위성들을 운용 중이며 현재 개발 중이 삼족오 우주전투기가 완료되는 2022년 실전 배치하여 우주 전투 시대의 서막을 준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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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7일 13:00,
경기도 파주시 판문각.
2020년 4월 27일 5여 년 만에 판문각에는 남북 양국 정상이 서로를 보며 악수를 했다. 이에 수많은 카메라와 방송 카메라가 이 장면을 놓칠세라 연신 셔터 누르는 소리와 카메라 불빛이 번쩍거렸다.
“반갑습니다. 김여정 부위원장님.”
“안녕하십네까? 처음 뵙겠습네다, 서현우 대통령님.”
50대 중년의 신사와 30대 초반의 여성이 서로 간 손을 잡고 악수하는 장면이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당사자인 두 정상은 밝은 웃음으로 서로 의자에 앉으라며 권유하는 여유를 보였다.
“레이디 퍼스트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먼저 앉으시죠?”
“고맙습네다. 고럼 먼저 않겠시야요.”
1차 정상회담은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가 지속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공개적으로 진행하였고 2차는 비공식 1대1로 진행하기로 했다. 먼저 1차 공개적인 회담에서는 현재 남북 간 이뤄지고 있는 지원정책에 관해 얘기가 3시간 정도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