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605)

위기

2020년 2월 10일 14:40,

경기도 파주시 통일민족관 회담실.

김영철 당비서가 회담 건물에 들어서자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한국 경호원들의 눈빛에 긴장감이 서렸다. 앞에서 호위하는 호위대원 4명과 김영철 당비서, 그리고 뒤따라오는 보좌진 4명 그리고 좌우로 호위하는 호위대원 2명, 그리고 맨 마지막 4명의 호위대대원을 검은 선글라스의 인버터 비전 모드로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회담 경호에 지원 온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1과 안연우 과장이 각 팀의 스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건물 밖에 있던 경호 1팀 요원들을 호출했다.

“1팀 확인 보고.”

- 1-1차량 이상 무, 외부 호위대대원들 이상 무.

이어 복도에서 경호하는 요원을 호출했다.

“2팀 확인 보고”

- 2-1 김영철과 보좌관, 그리고 밀착 호위대대원 이상 무.

잠시 후 회담실에 도착한 김영철 일행과 오승태 장관은 회담 탁자 의자에 앉아 차 한 잔을 하고는 정식으로 5차 남북 실무자 회의를 시작하려 했다. 그리고 회담실 안에는 북측의 김영철 당비서와 보좌진 4명, 그리고 4명의 호위대원 4명이었고 남측에는 오승태 장관과 3명의 보좌진 그리고 안연우 과장을 포함한 4명의 경호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차도 한잔했으니깐 슬슬 시작합세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김영철 당비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그러시죠.”

1팀과 2팀으로부터 이상 없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안연우 과장은 다시 한번 선글라스의 버튼을 눌러 인버터 비전 상태로 전환한 후 김영철 당비서부터 스캔하기 시작했다. 옷가지 안에는 별다른 물건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나머지 4명의 보좌진을 천천히 스캔하는 중 1명의 보좌진이 가지고 온 검은 가방을 스캔했다. 하지만 인화성이나 화약 물질은 탐지되지 않았고 단지 북측과 비상용으로 사용하는 보안 전화기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뒷면 벽 쪽에 서 있는 호위대원들을 살펴보았다. 각자 권총을 한 자루씩 겨드랑이 총집에 소지하고 있었고 마지막 짧은 머리를 한 호위대대원을 검색하는 중,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다른 호위대원과는 다르게 권총 두 자루를 양 겨드랑이에 소지했고 한 자루는 총구가 조금 길어 보였다.

‘뭐지? 호위대 대장이라 2자루를 소지한 건가?’

수상한 생각이 든 안연우 과장은 회담실 내부를 담당하는 경호 요원에게 무선통신기를 통해 조용히 말했다.

“맞은편 호위대 대원중 오른쪽 끝에 있는 짧은 머리 대원 주시 바람, 총기 두 자루 소지.”

- 3-2 확인.

- 3-3 확인.

- 3-4 확인.

이런 상황에서 두 남북 실무자는 예전과 다름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 준비한 정책과 협력 사항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담실 내부는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 ★ ★

2020년 2월 10일 16:00,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미 대사관 앞.

“Hey~ Stop! Stop!”

미 대사관 경비병의 중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한 사내가 대사관 정문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에 중지 명령을 무시하고 정문을 통과하려는 사내에게 즉각 자세를 취하려던 그때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후폭풍이 몰아쳤다.

콰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주한 미 대사관 정문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정문을 경비하던 경비병 6명이 폭탄의 화염에 휩쓸리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주한 미 대사관 건물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박살이 났다. 또한, 50m나 날아간 폭탄 파편들은 지나가던 행인과 자동차를 벌집으로 만들었고 정문이 있던 자리는 움푹 팬 상태로 검붉은 화염과 연기만 피워 올라왔다.

화마가 휩쓸고 간 후 대사관 건물에서는 내부 경비 미군과 요원들이 각자 개인화기를 들고 뛰쳐나와 사주경계를 하며 추가적인 폭탄 테러 위험에 대비하고자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소방차와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며 주한 미 대사관 쪽으로 달려왔다.

★ ★ ★

2020년 2월 10일 16:05,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회의실.

“현재 회담이 시작되어 진행 중이라 합니다.”

오장수 안보실장 비서관의 보고를 듣고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듯 말했다.

“모쪼록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말이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국정원 요원과 청와대 경호실 요원까지 지원해서 만만의 대비를 했습니다. 염려 안 하셔도 될 것입니다.”

불안해하는 대통령을 안심시키려는지 오장수 안보실장이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래요, 지금은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요. 현재 전방부대 상황은 어떻습니까?”

대통령이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는 왼편에 앉아있는 국방부 강현수 장관에게 물었다.

“모든 전방부대에 진돗개 둘을 발령하여 만에 있을 사태에 빈틈없이 대비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청와대 회의실에는 이번 남북 실무자 회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테러에 대해 즉각 대응하고자 대통령을 포함하여 안보 관련 고위관료들이 모여 있었다.

삐리리리.

국가정보원 나봉일 원장에게 전화가 왔다.

“나봉일입니다. 뭐요? 현재 상황은? 알았습니다. 추가내용은 다시 보고하세요.”

나봉일 원장은 전화를 끊고는 사색이 되어버린 얼굴로 대통령을 바라봤다. 순간 회의실 공기는 싸늘해졌다.

“뭡니까? 혹시 회담 장소에?”

“회담 장소가 아닙니다. 대통령님”

“네? 그럼 무슨 일입니까?”

“미 대사관에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습니다.”

“그, 그게 무슨··· 미 대사관의 폭탄 테러라니. 우리가 예측한 테러가 틀렸단 말인가요?”

“현재로선, 판단하기 힘듭니다만, 다발적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나봉일 원장의 충격적인 말에 다들 말문을 열지 못하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그때 강현수 장관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추가 테러에 대한 대비 확실히 해주시고 모든 가용 수단 다 투입하시기 바랍니다.”

짧게 통화를 마친 강현수 장관이 군인 출신답게 냉정함을 잃지 않고 차분한 어조로 전화 내용을 보고했다.

“현재 특전사령부 707 특수임무대대와 수도방위사령부 특별경호대에서 미 대사관으로 긴급 출동했다는 보고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장소에서 테러가 발생하자 대통령은 단호하게 파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남북 실무자 회의를 중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오 실장님, 안 되겠습니다. 지금 당장 회담 중지시키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 ★ ★

2020년 2월 10일 16:10,

경기도 파주시 통일민족관 회담실.

남북 실무자 회담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날 때쯤 안연우 과장의 귀에 꽂고 있던 무선통신기를 통해 상황전파 내렸다.

“긴급 11호 발생, 회담 일시 중지.”

- 11호 사유는?

“미 대사관 자살폭탄테러 발생.”

- 확인.

안연우 과장은 통신이 끝나자마자 오승태 장관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상황을 설명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테러 발생이 일어났다는 생각에 오승태 장관은 잠시 놀란 표정을 보였지만 이내 평점 심을 가지고 살짝 미소를 보이며 김영철 당비서에게 말했다.

“김영철 당비서님.”

“말씀 하시라요.”

“현재 서울에서 잠시 소란이 생긴 거 같습니다. 그래서 회담을 잠시 중지하고 상황파악이 되면 다시 재기하시지요?”

“소란이라니? 서울에 뭔 일 났습니까? 오승태 장관 동지.”

“그건 상황을 파악해봐야 알 거 같습니다. 일단 휴게실로 가서 잠시 쉬고 계시지요.”

이때 검은 가방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이에 보좌관은 가방을 열어 전화를 받고는 이내 김영철 당비서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렇구만요. 알겠습네다. 잠시 쉬지디요.”

이때 안연우 과장은 비상 전화로 걸려온 전화 내용이 매우 궁금했다. 북한에서 10분밖에 안 된 미 대사관 폭탄 테러를 알고 있다는 건가? 아니면 대체 어떤 내용의 전화였을까? 이리저리 의문투성이였다.

“그럼 함께 가시지요.”

“그럽세다.”

막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그때 짧은 머리의 호위대 대장이 안연우 과장 앞을 막아서며 제지한 후 뒤돌아 김영철 당비서를 보며 말했다.

“김영철 당비서 동지, 비상상황에서는 호위를 책임지고 있는 제 말을 따라 주셔야 합네다. 따로 호위하게시야요.”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네?”

“원칙을 따라 주셨으면 합네다. 김영철 당비서 동지.”

인마에 살짝 주름이 잡힐 정도로 인상을 쓴 김영철 당비서는 어쩔 수 없는지 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리 딱딱해서 어디다 써먹겠네? 알겠으니 알아서 하라우.”

김영철 당비서의 허락을 받은 짧은 머리의 호위대 대장이 안연우 과장을 보며 말했다.

“현재로서 비상사태니끼니 상황이 안정될 데까지 우리는 따로 있갔시야요. 자리 하나 만들어 주시라요.”

이에 오승태 장관이 안연우 과장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에 안연우 과장은 회담실 복도 건너편 접견실로 안내했다.

회담실을 중심으로 오른쪽 휴게실에서는 남측 오승태 장관 일행이 왼쪽 접견실에는 김영철 당비서 일행이 자리에 앉아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어째 남조선 미제 대사관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네?”

김영철 당비서는 평양으로부터 긴급으로 온 전화통화 내용을 되새기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시야요. 김영철 당비서 동지.”

“그라디, 하필 회담하는 날 이게 뭐네?”

보좌관 1명과 대화를 주고받던 김영철 당비서는 소파에 몸을 파묻히듯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한편 안연우 과장과 이번에 함께 지원 온 오기석 주임이 기역 자로 꺾인 복도에서 조심스럽게 접견실 쪽을 살피고 있었다. 출입문에는 4명의 호위대원이 있었고 안연우 과장은 이들의 시선을 피하며 선글라스의 인버터 비전 모드로 접견실의 벽을 투과하여 내부를 확인했다.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사람이 김영철인 거 같고, 반대편 4명은 보좌관 그리고 4곳에서 서 있는 사람들은 호위대원들. 이거 참 아무리 생각해도 잘 만들었단 말이야.’

생각보다 인버터 모드 성능이 좋아서 그런지 접견실 내부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내부 상황을 살피던 그 순간 김영철 당비서 뒤에 있던 호위대장이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꺼내 들고는 그대로 3명의 호위대원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쏴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보좌관에게 총구를 향하려고 했다.

피윳~ 피윳~ 피윳~ 피윳~

갑작스러운 총격 상황에 잠시 주춤하다 이내 정신을 차린 안연우 과장은 무선통신기를 통해 상황전파를 했다.

“1호 상황 발생, 3층 접견실.”

그리고 안연우 과장은 그대로 접견실 출입문으로 뛰어가며 오기석 주임에게 소리쳤다.

“오 주임! 엄호해”

접견실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4명의 호위대원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달려오는 안연우 과장 때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프로답게 이내 품에서 권총을 꺼내 사격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레이저 빔과 총성 두 발이 울렸다.

쭈웅~ 쭈웅~ 탕 ! 쭈웅~ 탕! 쭈웅~

달려가는 안연우 과장 옆으로 4줄기의 레이저 빔이 스쳐 지나갔고 호위대원들의 가슴팍에 명중했고 호위대원이 쏜 두 발의 총알은 안연우 과장의 가슴과 허벅지를 맞춰다. 하지만 약간의 충격만 있었을 뿐 총상으로 인한 고통도 없었다.

팅! 팅!

쓰러진 호위대원의 시체를 뛰어넘고 접견실 출입문에 도착한 안연우 과장이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순간 접견실 안에서 또다시 4발의 소음기 총성이 울렸다.

탕! 탕! 탕! 탕!

“제길.”

늦은 것 같은 예감에 일갈하며 몸을 던진 안연우 과장은 부서지는 출입문과 함께 안으로 굴렀다. 그러면서 눈에 비췬 상황은 바닥에 엎어진 김영철 당비서를 향해 호위대장이 총을 쏘려는 순간이었다.

쭈웅~ 탕~

KS5 레이저 빔이 발사되는 소리와 소음기 총성이 동시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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