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2020년 1월 5일 10:50,
충북 청주 봉무산 올림푸스 기지.
안연우 과장은 올핌푸스 지하 17층으로 내려온 후 마중 나와 있는 관리 요원을 따라 접견실에 도착했고 지금은 탁자 위에 놓인 TAR(Tactical Augmented Reality) 기능이 적용된 경호원용 선글라스를 이리저리 살피며 착용해 보기도 했다.
“대단한 물건인데요?”
회의실 불을 끄고 선글라스의 템플(안경다리)에 있는 조그마한 버튼을 클릭하자 적외선 모드로 전환되었다. 야시경처럼 녹색 형태로 환하게 보였고 맞은편에서 설명을 해주는 강규택 연구원의 몸은 발열되는 색상으로 표기가 되었다.
“첫 번째 버튼이 적외선 모드입니다. 그럼 두 번째 버튼을 클릭해 보세요.”
강규택 연구원이 설명하며 회의실 불을 다시 겼다. 그리고 안연우 과장이 두 번째 버튼을 클릭하자 이번엔 인버터 모드로 전환되면서 회의실 벽을 투과하며 밖의 형태를 볼 수가 있었다.
“그럼 이 가방을 보시기 바랍니다.”
연구원이 007 가방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에 안연우 과장은 시선을 옮겨 007 가방을 보자, 가방을 투과하며 내부의 물건들이 보였고, 그리고 점형으로 된 사각형 붉은 선이 생기며 가방 안의 한곳을 지정했다.
“이건 뭔가요? 빨간 점형으로 된 사각형 선이 가방 안의 한 물건을 가리키는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건 인화성 물질이나 화약성분을 탐지하여 표기되는 것입니다.”
안연우 과장의 말에 강규택 연구원이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말하고는 가방을 열어 안에 있던 물건을 꺼내 보였다. 그것은 C4였다.
“이거 참, 투과에 이젠 폭탄 성분까지 탐지하고 아무튼 큰 도움이 될 물건인 건 확실하네요.”
“도움이 된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원하는 날까지 수량 확보가 되겠습니까?
안연우 과장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현재 선글라스나 보호 슈트의 재고는 충분히 있습니다. 내일까지 선글라스 30개와 보호 슈트 30벌은 보안담당자 통해 국정원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거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 연구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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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6일 10:50,
북한 평양시 주석궁.
“갑자기 무슨 회담 장소를 변경하자는 겁네까?”
리병철 부위원장이 얼굴에 핏줄을 세우며 역정 내듯 말했다. 이에 김여정 제1부위원장은 리병철 부위원장의 반대 의견에 손을 들어 제지한 다음 김영철 당비서에게 물었다.
“변경 사유가 어찌됩네까?”
“특별한 사유는 없습네다. 기동안 여러 번 회담도 했고해서리, 이번엔 한국에서 개최하여 대접 좀 하겠다는 이유입네다. 뭐 지금 상황에서 나쁘지 않다 생각합네다.”
김영철 당비서가 며칠 전 한국으로부터 회담 장소 변경 요청에 관한 내용을 보고하는 중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합네까?
김여정 제1부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한 고위 관료들을 죽 살피며 물었다.
“상관없다 생각하메. 평화상태에서 매번 중립지역인 판문점에서 하는 깃보다 양국에서 한 번씩 개최하는 깃도 나쁘지 않지비.”
김기남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저도 그렇게 생각함둥, 한 번쯤은 남조선의 요청을 들어주고 그만큼 지원을 받으면 되지 않겠슴둥? 지금은 최대한 실익을 생각해야 함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김형원까지 찬성의 표를 던지자, 리병철 부위원장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그러다 뭔 일이라도 터지게되믄 당신네들이 죄다 책임 질거네?”
이에 리병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오춘환 총비서가 살짝 곁눈질하며 리병철에게 반박하듯 따져 물었다.
“리병철 부위원장은 무슨 일이라도 터지길 바라는 겁네까? 속내를 알 수 없는 말은 하디 마시라요.”
“뭐이? 바라긴 뭘 바라네? 오춘환 당신! 항상 그딴 소리밖에 못 하네?”
‘저 간나새끼, 내가 이 일만 성공하면 말이디 저놈부터 갈기갈기 찢어 버리갔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을 하며 씩씩거리는 리병철은 사실은 내심 좋아하고 있었다. 회담 장소가 판문점에서 한국으로 변경되어 개최한다면 일을 성사시키는 데 약간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계획한 대로 성공만 한다면 모든 책임소재를 한국으로 떠넘기고, 또한 찬성했던 자들 또한 책임 추궁을 통해 일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하지 않았네? 그래서 조심해서 나쁠거 없으니끼니 하는 말을 그 딴소리로 받아 처먹네? 김여정 제1부위원장 동지, 저는 반대합네다.”
연기력이 한층 물오른 리병철은 자세를 곧게 세우고는 반대 의사를 확실히 표현했다. 매사 반대만 하고 자기를 깔보는 듯한 리병철의 행동에 맘속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던 김여정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기를 꺾고자 무시하기로 맘먹었다.
“허락하겠시야요, 한국 가서 얼마나 발전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대접도 잘 받고 오시라요.”
“알겠습네다. 김여정 제1위원장 동지.”
“김여정 동지, 안 됩네다. 전 반대입네다.”
“결정 끝났시야요. 그만 조용하시오.”
단호하게 제지하는 김여정 제1위원장의 말에 리병철 부위원장은 꼬리를 내리는 척하면서 마음속에서는 비열한 웃음을 맘껏 발산했다.
“알겠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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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6일 13:50,
북한 평양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관사.
주석궁에서 특급배우 뺨칠 정도의 연기를 보이고 돌아온 리병철 부위원장은 누군가와 은밀히 전화 통화를 했다.
“계획을 약간 수정해야갔어”
“회담 장소가 변경되었단 말이디”
“그렇디, 그러니끼니 만만의 준비를 하란 말이디.”
“그럼 니만 믿고 있갔어.”
통화를 마친 리병철 부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창문 밖으로 주석궁이 한눈에 보였다.
“얼마 남지 않았단 말이디.”
리병철 부위원장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열한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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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일 13:50,
동해 북위 37°06’ 동경 131°33’ 해상.
울릉도 남서단 50km 지점에 제1함대 제11구축함전대 소속인 광개토대왕함과 양만춘함이 호위하는 가운데 수상함구조함인 통영함(ATS-31)에서 수중하역 작업 중에 있었다. 함미 크레인에는 무게 120t에 높이 8.2m, 직경 4.1m 크기의 검은 물체가 매달려 천천히 수중으로 입수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쿠우~ 추츠츠츠츠
30t의 검은 물체가 바닷속으로 입수되자 크나큰 물기둥을 일으키며 하얀 거품들이 일어났다. 이후 크레인선이 돌아가며 검은 물체는 목표 수심 3,000m를 향해 천천히 잠수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속 0.2m/s, 수심 1,200m입니다.”
수중하역작업 요원이 모니터를 보며 보고했다.
“좋아, 속도 유지하고 그대로 계속 잠수 진행하고 2,910m에서 정지한다.”
이에 수중하역작업 통제관이 지시했다.
“현재 수심 2,800m, 2,850m, 2,900m, 2,910m 크레인 정지!”
“크레인 정지!”
수중하역작업 요원의 외침에 크레인 운영 요원이 크레인을 멈추고는 헤드셋을 통해 보고했다.
“해저 바닥까지 몇 미터 남았나?”
통제관이 물어보자 수중하역작업 요원이 대답했다.
“크레인 정지, 현재 해저 바닥으로부터 28m입니다.”
“좋아, 잠시 대기.”
잠시 후 통영함 통제관은 대구 오스카 벙커인 해군 해심방어위성 관제실에 통신 채널로 보고했다.
“현재 검은 물체 현재 해저 바닥까지 28m 남기고 정지 중입니다.”
- 확인, 지금부터 하역작업은 당소에서 권한 접수합니다.
“확인, 권한 인계.”
검은 물체는 바로 바닷속 조기경보와 요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전천후 해심 방어위성 ‘포세이돈 1호’였다. 작년 6월 개발이 완료되어 6개월간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대구 오스카 벙커 리모델링이 완료되면서 동해 해심에 첫 번째로 포세이돈을 실전 배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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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일 14:20,
대구시 오스카 벙커(해심방어위성 KS-SD 포세이돈 1호 관제실).
관제실 정 중앙의 대형 스크린과 그 옆으로 다양한 스크린들이 여러 비전 형태로 통영함을 비추고 있었다.
“지금부터 포세이돈 결속 작업 진행한다. 자동중심유지장치 가동 및 8묘박 닻 발사.”
“자동중심유지장치 가동! 8묘박 닻 발사.”
운용통제관의 명령에 운용 오퍼레이터가 복명복창하며 버튼을 눌렀다. 포세이돈 위성 외벽의 8묘박에서 45도 각도로 8개의 닻이 바다 바닥을 향해 순간속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바닥 깊숙이 박혔다.
“8개 닻 정상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다음 단계 진행! 결속 닻 가동.”
통제관의 지시 이후 45도 각도로 퍼져 바닥 깊이 박힌 닻이 팽팽해지며 포세이돈은 바닥까지 천천히 잠수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바닥에 안착했다.
“결속 완료되었습니다.”
“포세이돈 전체 전원 ON.”
“포세이돈 전체 전원 ON.”
검은 물체였던 포세이돈은 잠시 후 자체 플라즈마 발전기가 가동하며 여기저기 불빛이 반짝이었고 IUSW-I 소나를 비롯한 각가지 통신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현재 출력상태 확인.”
“현재 출력 45%, 100%까지 1시간 소요 예정.”
“IUSW-I 소나 확인 메인 스크린에 데이터 링크 ON.”
“IUSW-I 소나 확인 메인 스크린에 데이터 링크 ON.”
소나 운용 오퍼레이터가 복명복창하며 콘솔장치에서 몇 가지를 조작하자 관제실 대형 스크린에 포세이돈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점이 각각 번호표가 붙은 상태로 다양한 색으로 표기가 되었다.
포세이돈 바로 위에 있는 광개토대왕함(DDH-971)과 문무대왕함(DDH-976), 그리고 통영함(ATS-31)은 피아식별 시스템에 의해 아군 색깔인 파란 점으로 표기가 되었고 더불어 각 함정에 대한 기본 정보도 부연 설명되어 있었다. 또한, 일본의 오카노시마섬과 나카노시마섬의 각가지 정박한 고깃배까지 모두 녹색 점으로 표기가 되었으며 일부이긴 하지만 일본 본토 서해안 일대의 정박 중이거나 이동하는 수많은 배도 탐지되어 각각의 색깔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날 이후 통영함(ATS-31)은 남해와 서해에 각 2호와 3호 포세이돈 위성을 배치해 한반도 삼면에서 침투할 수 있는 함정과 잠수함에 대한 24시간 탐지능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특히 서해에서는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해경에서 데이터 링크를 통해 실시간 단속할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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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0일 14:20,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
파주시 자유로에 6대의 북한 관용차가 한국 소속의 여러 관용차의 안내를 받으며 달리고 있었다. 바로 남북 실무자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통일대교를 건너온 김영철 당비서였다.
“이거 남조선이래, 오랜만에 내려왔더니, 많이도 변해구만이야.”
김영철 당비서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파주시 일대의 공장 건물과 빌딩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2017년 후반부터 경제가 살아난 대한민국은 파주 일대에 여러 산업단지를 조성했고 이에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회사 빌딩과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거이 남조선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구만기래.”
30여 분 후 김영철 당비서의 관용차는 최종 목적지인 파주 통일 동산에 있는 통일민족관 앞에 도착했다. 4년 만에 북에서 고위관료가 내려와 그런지 통일민족관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 수많은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셔터 누르기에 바빴고 방송 카메라 또한 좋은 각도에서 방송을 내보내고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잠시 후 관용차에 김영철 당비서가 내렸다.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김 당비서님.”
“반갑습네다. 이거, 오랜만에 남조선에 내려왔더니 고향에 온 느낌입네다.”
“하하, 그러십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니 다행입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승태 통일부 장관은 김영철 장관이 차에서 내리자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를 청하며 환하게 웃었다.
“날도 추운데 어서 들어가시지요.”
“북한 날씨에 비하면 요기는 여름입네다.”
오승태 장관과 김영철 당비서는 농담 몇 마디를 주고받으며 통일민족관으로 들어갔고 그 뒤로 북한 호위대 소속 요원들이 긴장한 눈빛을 보이며 따라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