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605)

벗겨지는 흑막

2019년 10월 12일 03:40 (중국시각 02:40),

중국 충칭시 출장안마 숙소.

10분 후 바닥 여기저기에 조폭들이 알 수 없는 신음을 내며 쓰러져 있었고 대머리 보스 또한 얼굴이 엉망인 채로 구석에서 대자로 뻗어있었다.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박기웅은 칼에 몇 번을 베였는지 허벅지와 복무에서 심상치 않게 피를 흘리며 계단에 걸터앉아 있었다.

“걸을 만해요. 팀장님은요, 괜찮아요?”

“왼팔 베인 거 빼곤 심한 상처는 없다. 공안 오기 전에 김순희씨랑 경희씨 데리고 나가자.”

이때 2층에서 숨어 소란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경희 일행이 소란이 멈춘 걸 알았는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며 계단으로 내려왔다.

“이 언니가 김순희입니다.”

한눈에도 몸이 허약해 보이는 한 여자를 가리키며 경희가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김순희씨.”

“정말 오라바이가 보낸 분들 맞습네까?”

“맞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공안이나 조폭들이 더 오기 전에 일단 자리를 벗어납시다. 가자, 박 주임.”

지동철 일행이 건물을 빠져나와 미리 준비해둔 차에 탈 때쯤 출장 안마 건물엔 여러 대의 공안차가 도착했다.

★ ★ ★

2019년 10월 13일 11:50 (중국시각 10:50),

중국 상하이시 후동중화 조선소.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위안차오 부주석, 장가오리 총리, 마카이 부총리, 푸디후차오 총장비부 부장 등 중국 당·정·군 주요 인사들이 대거 상해 후동중화 조선소에 집결했다. 이유는 중국 순수기술로 만든 베이징급(배수량 70,000t) 중형 항공모함 취역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방송을 통해 2012년 랴오닝 항공모함 취역 이후 7년 만에 자국의 순수기술로 만든 2척의 베이징 항공모함과 상하이 항공모함이 정식으로 군 편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해군은 ‘항공모함이 3척으로 늘어남으로써 중국 해군의 종합 작전 능력 수준을 크게 높여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에 이익을 더욱 효율적으로 수호할 수 있게 됐다’라고 자평했다.

또한, 라오닝 항공모함을 위주로 한 4함대 이어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창설하여 각 동해함대와 남해함대에 주둔하는 계획과 함께 2022년 안으로 3척의 항공모함을 추가 건조 계획으로 총 5척의 항공모함 전단을 운영하여 동북아시아는 물론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와 더 나아가 태평양 해양까지 진출하여 대 해양대국의 패권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원대한 정책을 숨김없이 발표하였다. 이에 남중국해와 태평양에서 상대하는 미국은 염려의 성명만 발표할 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취역식 행사는 시진핑 주석이 보는 가운데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하늘에는 최근에 실전 배치된 J-20 스텔스 전투기 2개 편대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하얀 연기로 수놓았다. 그리고 방송 카메라에 잠깐 비친 시진핑 주석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찬 표정이었으며, 21세기 들어 중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G2의 위상을 선보였고 이제는 군사 굴기에 의한 군사강대국의 면모를 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될 거라는 추측성 보도를 세계 언론사는 앞다퉈 방송했다.

★ ★ ★

2019년 10월 13일 12:00 (중국시각 11:00),

중국 후난시 외곽 B급 호텔.

엊그제 충징을 빠져나와 후난에 도착한 지동철 일행은 외곽에 있는 B급 호텔에 머물며 본국에 지원 요청 후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상하이에 있는 총영사관으로 가려 했지만, 박기웅의 상처가 생각보다 깊어 더 이상의 이동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후난으로 긴급 변경했다.

“괜찮습네까?”

이곳에 온 후 줄곧 간호를 해줬던 경희라는 여자의 본명은 이은아였다. 응급조치로 허벅지에 20바늘을 꿰매고 복부에도 10바늘을 꿰맨 박기웅은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정신만은 팔팔했다.

“이 정도로 죽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보다 김순희씨나 돌봐주세요.”

몸이 허약한 상태에서 장기간 차를 타고 온 것 때문인지 후난에 도착한 후에도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기래도 어제보단 많이 나아졌시야요.”

잠시 후 호텔 밖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나갔던 지동철 팀장이 양손에 점심 대신 먹을 것을 싸 들고 들어왔다.

“밖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별문제 없는 거 같아. 하도 나라가 넓다 보니 여긴 잠잠한 듯하다. 그것보다 몸은 어때?”

“강철 같은 이 몸이 이 정도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큰소리치지 마라. 내일 밤에 2팀에서 지원 오면 넌 이번 작전에서 빠지고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치료한 후 귀국해.”

“저 괜찮습니다.”

“너 때문에 작전에 문제 생기면?”

“제 몸 생각해 준 게 아니라 작전 실패할까 봐 그런 겁니까?”

“이래저래. 토 달지 말고 하라는 대로 해.”

“알겠습니다.”

★ ★ ★

2019년 10월 13일 12:00,

북한 평양시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실.

국가안전보위부 김원흥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찌 됐네?”

- 한발 늦었시야요. 3일 전에 조선말을 쓰던 일당 2명이 난리 치고는 김은희를 데리고 갔답네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얘기에 김원흥은 자리에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기래서? 놓쳤단 애기네?”

- 면목 없시야요. 하디만 이곳 공안 간부 놈을 구워삶아 놔서리 조만간 단서를 찾으면 바로 추적할 수 있시야요.

“오 동무, 잘 들으라우, 그 종간나뇬 놓치면 니나 내나 인생 쫑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간?”

- 잘 알고있시야요.

“반드시 처리하라우.”

김원흥은 수화기를 던지다시피 하며 전화를 끊고는 잠시 서 있는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조선말 쓴다는 놈들은 조선족 인신매매단? 아니면 남조선놈들? 남조선이면 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지 눈을 감은 채로 천장을 바라보더니 길게 한숨을 쉬었다.

★ ★ ★

2019년 10월 13일 13:30 (중국시각 12:30),

중국 충칭시 허름한 어느 건물.

대외1공작대 오지완 대장은 김원흥과의 통화를 마치고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입수한 CCTV 영상 사진들을 훑어봤다. 화질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차량 번호부터 생김새는 어느 정도 파악은 가능했다.

“오지완 대장 동지, 알아냈슴메.”

1조장 강태우가 뇌물 먹인 중국 공안 간부로부터 CCTV 조회로 이동 경로를 알아낸 것이었다.

“간나새끼들이 고속도로에서 후난 요금소로 빠져나갔다는 정보임메.”

“후난시라, 멀리 가진 못 했구만. 당장 1조부터 3조까지 모든 동무 후난으로 이동 시키라우. 그리고 그쪽 공안에 달러 좀 먹여서 후난 모든 CCTV 조회도 협조 부탁하라우.”

“알겠스메.”

충칭 일대에 잠입했던 대외1공작대 20여 명은 긴급히 후난으로 이동했고 잠시 후 오지완를 태운 검은 승용차도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 ★ ★

2019년 10월 14일 19:30 (중국시각 18:30),

중국 후난시 외곽 B급 호텔.

“수고했어, 지 팀장.”

국가정보원 대외정보1과 김현준 과장이 여러 명의 요원을 데리고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뒤따라 들어온 요원들은 오랜만에 팀장과 팀원을 봐서 그런지 서로 안부를 물으며 반가워했다.

“과장님께서 직접 오셨네요?”

“국장님이 직접 가서 마무리하라고 하셔서 말이야. 수고들 많았네.”

“어서 오십시오, 과장님.”

“많이 다쳤군. 고생했다.”

“아닙니다. 조금 다친 겁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박기웅을 보고 김현준 과장이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왼쪽에 서 있는 여자 두 명을 보고는 지동철 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분이 김순희 씨고 그 옆에 있는 여성은 함께 있었던 탈북자라 같이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반갑습니다. 전 국가정보원 김현준입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한국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고, 고맙습네다.”

두 여성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김현준도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답례를 하고는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바로 지시를 내렸다.

“출발하자, 2팀은 두 여성분과 박 주임 챙기고 1팀은 경호를 맡는다. 그리고 지 팀장도 다쳤으니, 내 옆에 붙어서 나서지 말고 따라오기만 해.”

“네, 과장님.”

★ ★ ★

2019년 10월 14일 19:40 (중국시각 18:40),

중국 후난시 외곽 B급 호텔 지하주차장.

국정원 일행이 밴 차량 두 대로 나눠 타려던 그때 주차장 입구에서 여러 대의 봉고차가 들이닥쳤다. 바로 대외1공작대 오지완과 대원들이었다.

끼이이익~

3대의 봉고차는 아무렇게나 주차를 하고는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내리며 뒤쪽 바지춤에서 뭔가를 꺼내 들고는 검은 밴 쪽으로 겨누었다.

“뭐야?”

탕! 탕! 탕!

총성이 울리자 국정원 밴의 차량에 여러 발의 총알 자국이 생기며 마지막으로 타려던 요원 팔에 한발이 맞았다.

“윽!”

“혁수! 내 손 잡아”

밴에 올라타려다 총에 맞고 뒤로 넘어지는 요원의 팔을 잡아 차 안으로 끌어드린 2팀장 이원호가 소리쳤다.

“달려!”

이내 두 대의 검은 밴은 빗발치는 총알 사이로 급발진하며 봉고차 두 대를 들이박고는 지하주차장 출구로 돌진했다. 박기웅과 김순희를 태운 밴이 막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뒤따라가던 두 번째 밴이 180도로 회전하며 주차장일 입구를 막으며 멈췄다.

“우린 여기서 막는다.”

김현준 과장이 소리치자, 오른쪽 문을 이용해 내렸다. 도로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일어나면 공안들도 몰려오고 그렇게 되면 비공식 활동에 있어 김순희 또한 안전하게 한국으로 데리고 갈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간나새끼들! 입구를 막았구만, 그대로 돌진 하라우!”

오지완의 명령에 맨 앞에 있던 봉고차가 급발진과 함께 타이어 타는 냄새를 진동시키며 빠른 속도로 가로막고 있는 밴으로 돌진했다. 이에 김현준 과장이 소리쳤다.

“사격해!”

탕! 탕! 탕! 탕! 탕! 탕!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던 봉고차가 밴과 부딪치려는 순간 봉고차의 운전자 가슴팍과 얼굴에 붉은 피가 분출하더니 그대로 측면 벽에 처박으며 옆으로 뒤집혔다. 그리고 뒤집힌 봉고차에서 엄금 기어 나오는 공작대대원에게 국정원 직원들은 사정없이 총알 사례를 퍼부었다.

“제길, 2조는 1조와 3조가 엄호할 테니 저 엎어진 봉고차까지 달려간다. 알간?”

“알갔습네다.”

“그리고 강태우니, 니는 1조원 2명 델꼬 계단으로 올라가 저 간나새끼들 배후를 치라우. 알갔네?”

“알겠시야요.”

오지완의 지시에 강태우는 두 명의 공작원을 데리고 지하 계단으로 내달렸다.

“2조 준비 댔네?”

“준비됐시야요.”

“글티며 암호 사격할 테니끼니 무조건 뛰라우.”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일제 사격에 국정원 요원들이 벤 뒤로 은폐하자 8명의 검은 사내들이 총을 쏘며 엎어진 봉고차까지 내달렸다. 이에 탄창을 교환한 국정원 요원들은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사격을 가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으윽~ 으악~

엎어진 봉고차까지 무사히 도착한 2조 공작대는 단 2명, 나머지 6명은 올라오던 중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리고 국정원 요원 1명도 사격하던 중 총을 맞고 쓰러졌다.

몇 미터 사이로 대치하는 그 순간 뒤쪽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탕! 탕! 탕! 탕! 탕! 탕!

호텔 계단을 통해 배후로 침투한 1조장 강태우와 2명의 공작대원이었다. 실책이었다. 무식하게 돌진하는 공작대 행동에 그만 배후에 대한 방비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김현준 과장과 지동철 팀장 그리고 나머지 요원 2명도 뒤돌아 즉각 대응 사격을 가하며 공작대 2명을 쓰러뜨렸지만 은폐할 장애물이 없는 상황에 끝내 총에 맞고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총성은 이내 멈췄다.

“오 대장 동지, 다 해쳐시야요.”

쓰러진 자신의 대원들을 살피며 강태우가 무전기로 보고했다. 그리고 멀리서 공안 사이렌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제길, 추적하긴 틀렸구마이. 일단 철수 하자우, 공안에 잡히면 위에 있는 양반들 무지 화낼끼야. 어서 대원들 시신 챙겨서 빠져 나가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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