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605)

벗겨지는 흑막

2019년 10월 10일 20:00 (중국시각 19:00),

중국 충칭시 숙소.

지동철과 박기웅은 3일이 지난 후 다시 출장안마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3일이라는 시간 탐을 준 것은 혹시, 포주들이 눈치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개새끼들, 아주 장사하는데 도가 텄구만?”

전화를 끊자마자 지동철 입에서는 욕설이 터져 나왔다.

“왜요?”

“연속으로 부르면 추가 요금 내래.”

“네에? 또 불러주면 단골이라고 깎아주질 못할망정, 돈을 더 받아요? 역시 장사 하난 더럽게 하네요.”

“그러게 말이다. 아무튼, 이따가 잘해.”

“그거 정말 해야 됩니까?”

박기웅은 여자들이 오면 박기웅이 스페샬 마사지 받는 것으로 하고 옆방으로 여자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러면 지동철이 그 탈북여자와 김순희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는 거로 미리 얘기된 상황이었다.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네? 저 한국 가면 여친에게 죽습니다.”

“그럼 그냥 옆방에서 마사지나 받아.”

이렇게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시간은 흘렀고 숙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처음이 아니다 보니 여유가 생긴 것인지 박기웅은 조선족 여자를 보고는 가볍게 안아주고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늘 그 스페샬 좀 하게······ 그래서 옆방 구해 놨다.”

“어마! 그렇습네까? 그런데 스페샬은 얼마인디는 아십네까?”

“얼마인데?”

“기본 9백 위안에 스페샬 추가로 2천 위안이니 총 2천9백 위안 이야요.”

“비싸기도 하다. 일단 옆방으로 가자.”

이렇게 박기웅은 조선족 여자와 함께 옆방으로 사라졌다.

“일단 앉으세요.”

“네, 감사합네다.”

지동철의 침대에 걸터앉은 경희라는 여자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 초조함을 내비쳤다.

“긴장 푸세요. 우리 나쁜 사람 아닙니다. 저번에 말한 김순희 씨를 한국에 무사히 데리고 가기 위해 온 사람들입니다.”

“왜 순희 언니를 한국으로 데리고 가시려는 겝니까?”

지동철은 무슨 말로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답을 찾았는지 대답했다.

“한국에 미리 탈북한 사촌오빠가 있습니다. 그분 부탁으로 옆방에 있는 친구랑 온 겁니다.”

“사촌오빠 얘기는 순희 언니한테 들어시야요. 헌데 당신들은 한국 공안입네까?”

“아뇨, 심부름센터 직원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힘든 일 처리해 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네, 알겠시야요.”

지동철은 이날 1시간 넘게 경희라는 여자와 얘기를 하며 현재 김순희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게 됐다.

9개월 전 사촌오빠랑 통화한 후 함께 한국으로 가기 위해 태국으로 가려던 차에 잘 알고 지내던 중국 남자로부터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받으며 가지고 있던 100만 위안도 빼앗겼고 끝내 인신매매단에 넘겨서 이곳 충칭으로 팔려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주 힘들었는지 지금은 일도 못 하고 숙소에만 누워 있어서 조만간 외곽 산지로 팔려갈지 모른다는 얘기였다.

시간이 지난 후 두 여자는 돌아갔고 지동철과 박기웅은 머리를 맞대고 구출해올 방법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쥐 날 정도였다.

“한국이면 모를까, 중국에서 조직폭력배 소굴로 들어가 어떻게 빼 올 수 있을까요? 과장님한테 인원 요청하시죠?”

고개 숙인 채로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던 지동철이 인원 요청이란 말에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시간이 없어, 요원들 기다리다가 다른 곳으로 팔려가면 어쩌냐?”

“그럼 또 생고생하는 거죠.”

침대 위에서 양반 자세로 머리를 쥐어짜던 박기웅은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 그냥 앞뒤 보지 말고 들이닥쳐서 빼내 오죠? 제가 5명은 상대할게요.”

“그럼 나머지는 내가 다 상대하고? 거기 숙소에 조폭들 20명 정도 항상 상주 한다는데?”

“그럼 제가 7명, 팀장님이 13명 처리하세요. 팀장님이니 그 정도 가능하잖아요?”

“이걸 콱.”

지동철 또한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한국이면 공권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곳은 중국이고 우리는 현재 비공식 활동을 하는 첩보 요원이니, 생각할수록 더 암담해지자 지동철은 박기웅 말대로 밀어붙이는 거로 결심했다.”

“그래, 박 주임 네 말대로 구출한 다음 무조건 이 도시를 떠난 후 안전해지면 지원 요청하자고.”

“예!”

결정된 후 지동철은 출장 안마 숙소 주소가 적혀 있는 종이를 꺼내 들고 지도를 펼쳤다. 숙소 위치부터 탈출 시 이동 경로 등, 실수 없이 탈출하기 위해 동선들을 점검하는 지동철 마음속에 경희라는 여자가 걸렸다.

“박 주임.”

“네, 팀장님.”

“경희라는 여자 말이야.”

“네?”

“그 여자도 탈북자인데, 이번에 같이 데리고 가야 하지 않을까?”

“좀 힘들지 않을까요?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을 데리고 나오기엔. 그래 팀장님이 결정하면 전 무조건 합니다.”

★ ★ ★

2019년 10월 11일 21:00 (중국시각 20:00),

작전 실행하는 날도 지동철이 출장 안마소에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또 같은 안마사를 부르려면 추가 금액을 또 내라는 말을 하며 지금은 다른 곳으로 출장 나가서 없으니 다른 사람을 보내겠다는 걸 기다리겠다고 말하며 11시로 예약을 잡았다.

시간은 지나 11시 조금 넘어서 두 여자가 도착했고, 이번에도 박기웅은 조선족 여자를 데리고 옆방으로 사라졌다.

“경희씨, 오늘 진행할 겁니다.”

“오늘 말입네까?”

“네, 혹시 경희씨도 한국으로 가고 싶습니까? 원하시면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가고 싶습네다. 정말 그렇게 해줄 수 있시야요?”

“우리만 믿고 그대로 따라주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네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네다.”

지동철은 지도를 펼쳐 보이곤 오늘 있을 작전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잘 들으세요.”

“네,”

“이곳에서 숙소로 돌아가면 시간은 새벽 2시 일 겁니다. 우리 또한 여기 숙소에서 50m 떨어진 이곳으로 갈 거예요. 먼저 숙소에 도착하면 김은희 씨에게 사촌오빠가 한국에서 보낸 사람이 왔다고 전하시고 간단하게 챙길 짐만 챙기세요. 그리고 혹 작전 전에 다른 곳으로 출장 가게 되면 아프다는 핑계로 일단 버티세요.”

“알겠시야요.”

“그럼 2시 30분 정도에 나와 옆방 친구가 숙소로 들어갈 겁니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준비한 짐만 챙기고 일단 나오세요. 그럼 저희와 무조건 여기, 이곳으로 달려가서 준비된 차로 다른 도시로 이동할 겁니다. 알겠죠?”

지동철은 지도를 여기저기 가리키며 작전에 대한 설명을 마쳤고, 경희라는 아가씨도 이해했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귀담아들었다.

★ ★ ★

2019년 10월 12일 02:10 (중국시각 01:00),

중국 충칭시 출장안마 숙소.

지동철은 손목에 찬 시계를 봤다. 02:10분, 경희씨가 숙소로 들어간 지 15분 정도 지난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김순희에게 말을 전하고 간단한 짐은 챙길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박기웅에게 손짓으로 사인을 보냈다.

“작전대로.”

“저만 믿으세요, 팀장님.”

박기웅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숙소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건물 앞에 다다르자 박기웅은 냅다 건물 현관문을 박살 내 듯 차버렸다.

파악!

커다란 소리가 났고 안에 있던 여러 사내가 조폭이라고 쓰여 있는 듯한 인상으로 달려 나왔다.

“너 뭐야?”

“뭐긴 뭐야? 사람이지, 끄억.”

“이 새끼, 술 처먹었으면 곱게 마시고 갈 것이지 어디서 행패야? 정신 좀 차리게 해줘?”

“곱게 마시든, 안 곱게 마시든 너희가 뭔 상관이야. 새끼들이···.”

맨 앞에 있던 작은 키의 조폭 하나가 그대로 박기웅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에 박기웅은 슬쩍 옆으로 피하면서 맞아주는 척했다.

“아이쿠야, 이것들이 사람을 치네?”

주먹을 흘려 맞았기에 충격이 덜한 상태였지만 일부러 옆으로 크게 넘어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려는 순간 덩치가 있어 보이는 놈이 그대로 얼굴을 차기 위해 발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맞으면 죽는다고 생각한 박기웅은 그대로 몸을 옆으로 360도 회전하여 피했고 땅에 있던 주먹만 한 돌 하나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현관 창문에 던져버렸다.

쨍그랑~

“이 새끼가?”

창문까지 깨지자 중국 조폭은 한 번에 박기웅에게 달려들었다. 이제 영화에서 볼 일대 오의 싸움이 시작되려는 순간, 박기웅은 그대로 왔던 반대 길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새끼 잡아!”

박기웅은 큰길 따라 도망치다가 90도로 꺾여있는 작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중국 조폭 또한 박기웅을 따라 작은 골목길로 접어드는 그때 어두운 벽면에서 뭔가가 날아오더니 맨 뒤에서 쫓아가던 조폭 하나가 얼굴을 감싸며 쓰러졌다. 이에 앞서가던 조폭들은 달리기를 멈추고 그 자리에 섰다. 잠시 후 골목길 앞뒤로 지동철과 박기웅이 막아섰고 쓰러진 조폭 빼고 4명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며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박 주임, 고작 5명밖에 못 데리고 오면 어쩌냐?”

“안 쫓아오는데 어찌합니까?”

“알았다. 2명씩 해치우고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자.”

“제가 먼저 시작합니다.”

박기웅은 아까 자기 얼굴을 때렸던 키 작은 조폭을 향해 왼발을 날렸다. 이에 키 작은 조폭도 한 가닥 하는지 살짝 자세를 낮춰 피했지만, 박기웅의 뒤돌려차기 한방에 옥수수 여러 개를 뿌리며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점프를 하면서 왼쪽에 있던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조폭 놈의 목에 니킥을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두 명을 골로 보낸 것이다.

“저 끝났어요,”

이제 주먹 쥐고 시작하려는 지동철에게 박기웅이 양팔을 벌리며 어깨 한번 으쓱했다.

“잘났다.”

지동철도 가장 가까운 조폭부터 원! 투! 주먹 두 방으로 얼굴과 목을 강타한 후 반대편에서 오른팔 주먹을 내지르는 덩치 큰 놈의 팔을 그대로 붙잡고 엎어치기 한판처럼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렸다.

쿵웅!

떨어지면서 머리부터 박았는지 덩치 큰 조폭은 그대로 뻗어버렸다.

“오, 나이스입니다.”

지동철 팀장도 양팔을 벌리고 어깨 한번 으쓱해주고는 가자는 손짓을 보냈다.

★ ★ ★

2019년 10월 12일 02:25 (중국시각 01:25),

중국 충칭시 출장안마 숙소.

건물 현관문에서 문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2층에 있던 사내 6명이 내려왔다.

“1층에 있던 놈들 다 어디 간 거야?”

계단에서 내려오는 조폭 중 보스 같은 대머리 한 놈이 1층에 사람이 없는 것을 알게 되자 버럭 소리치며 내려왔다.

“걔들은 다 자고 있단다.”

박기웅은 오른손을 펴 머리를 감싸곤 빙빙 돌리며 대머리 조폭에게 도발했다. 이런 행동을 본 조폭 5명이 그대로 몸을 날려 박기웅과 지동철에게 달려들었다. 먼저 앞차기로 가장 먼저 달려온 놈의 턱을 날린 박기웅은 왼쪽에서 내지르는 주먹을 오른팔로 막고는 왼손으로 옆으로 쏠리는 그놈의 목을 잡고는 그대로 땅바닥에 눌러버렸다.

지동철도 사정없이 들어오는 여러 주먹을 허공으로 흘리며 원! 투! 쓰리! 복부, 가슴, 턱을 차례대로 가격했고 뒤에서 왼쪽으로 들어오는 발길질을 허리를 숙이며 피했다. 그리고 하단 회전축으로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그대로 점프해 무릎으로 복부를 짓눌러 버렸다.

“크윽!”

지동철의 무릎에 복부를 가격당한 조폭은 고통이 심했는지 양손으로 복부를 감싸곤 대굴대굴 굴렀다. 순식간에 4명의 부하가 바닥에 몸을 의지한 신세가 되자 대머리 보스는 뒤편에 있는 놈에게 사인을 보냈다. 바로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을 준 그놈이었다. 그놈은 무슨 말인지 알아챘는지 그대로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시간 없다, 빨리 해치우자.”

하나 남은 대머리 조폭을 향해 박기웅이 다가가자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40cm 정도 길이의 회칼이었다. 이에 박기웅이 고개를 양쪽으로 몇 번 털고는 어이없다는 식으로 한마디 했다.

“요즘 짱개 조폭도 일본놈들처럼 회칼을 쓰나? 그래 함 와봐라.”

수평으로 몇 번씩 휘두르는 회칼을 피하며 틈을 노리던 박기웅은 이때다 싶었던지 그대로 오른발로 회칼 든 손을 발로 찼다. 그리고 다시 왼발로 대머리 머리를 가격, 다시 한번 오른발로 차려던 그때 위에서 10명 정도가 하나같이 손도끼와 회칼을 들고는 우르르 내려왔다.

“골치 아프게 됐네요?”

10명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지동철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박 주임! 조심해.”

“저보다 팀장님이 걱정 입···.”

둘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10명의 조폭이 시퍼런 손도끼와 회칼을 치켜들며 한 번에 달려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