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화 (58/605)

벗겨지는 흑막

2019년 10월 07일 17:00 (중국시각 16:00),

중국 충칭시.

7월 초 김순희에 대한 몇 가지 정보만 가지고 심천에 오게 된 지동철과 박기웅은 2개월간 심천 바닥을 이 잡듯이 찾아다녔지만, 김순희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심천에서 탈북 가이드로 일하는 사람을 만나 몇 가지 정보를 알게 되었다. 1년 전 그러니까 오빠인 김기수와 전화 연락이 가능했던 당시 김순희도 태국 루트를 통해 한국으로 입국하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가이드가 알아본바, 인신매매단에 충칭으로 팔려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지동철과 박기웅은 바로 충칭시로 오게 됐다.

“지 팀장님, 정말 고생도 이런 개고생은 없을 겁니다. 좀 쉬었다 가요”

아침부터 내내 충칭시 뒷골목이란 뒷골목은 다 찾아다니며 단서를 찾아 헤매던 박기웅 주임이 더는 못 가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골목길 조그마한 나무 의자에 앉았다.

“야, 나도 힘들거든? 오늘 이쪽만 확인하고 숙소 가서 쉬자! 그러니 빨리 따라와.”

“아이고, 알았습니다요. 이거 명색이 대외첩보 요원이 이렇게 무식하게 사람이나 찾으러 다니고. 내 팔자야, 같이 가요!”

박기웅은 신세 한탄하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멀어지는 지동철 팀장 쪽으로 달려갔다.

한 시간 후 역시나 오늘도 허탕 치고 허름한 숙소로 돌아온 지동철과 박기웅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중국에서 가장 덥다는 충칭에 온 지 1개월째 이젠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이 더러운 숙소도 적응이 되었는지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던 박기웅이 뭔가 생각났는지 조금 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나눠 준 전단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읽지도 못하면서 유심히 살펴봤다. 요염한 여자 사진에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남자들의 본능으로 이건 출장 안마나 출장 거시기라는 것을······.

“아따 예쁘기도 하네, 옆 나라 성인 배우들 뺨치네.”

“뭐가?”

“이거요. 아까 낮에 할머니한테 받은 건데 안마 전단지인 거 같아요.”

순간 지동철 팀장이 화들짝 놀라며 손으로 이마를 가볍게 쳤다.

“왜 그러세요?”

“우리가 여기 와서 중점적으로 확인한 곳이 어디지?”

“집창촌이랑 성인 안마소, 그리고 KTV 같은 데죠.”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놓친 게 있다.”

“뭐요?”

지동철 팀장은 침대에서 일어나 박기웅이 들고 있는 전단지를 낚아채고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출장안마.”

“그러고 보니 여기를 빼먹고 있었네요? 난 바보같이 내가 받고도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박 주임, 그게 베테랑과 초보자의 차이다.”

“저도 회사 짬밥 4년 넘었습니다요.”

지동철은 바로 전단지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중국에 사업차 온 한국분을 대접 좀 하게 혹시 조선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불러달라고 부탁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제 기다려보자.”

30분이 지날 때쯤, 숙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지동철이 문을 열었다. 밖에는 봐줄 한 미모의 두 여자가 야한 옷을 입고 있었고 그 뒤편엔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남자 한 명이 팔짱을 끼고 자동철을 한번 쳐다보곤 두 여자에게 뭐라 하고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들어와요.”

숙소로 들어온 두 여자는 뻘쭘한 자세로 섰고, 침대에 앉아있던 박기웅이 한 여자를 보고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안녕하십네까.”

그 여자는 조선족이었는지 연변 사투리로 인사를 했다.

“오, 한국말, 아니 조선말 할 줄 아세요?”

“네. 저는 조선족이라 할 줄 압네다.”

“그럼 저기 빨간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는요?”

박기웅이 뒤쪽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아가씨라 부르며 가리키자 조선족 여자가 뒤돌아본 후 말했다.

“쟤는.”

“쓸데없는 소리 하디마시라요.”

순간 지동철의 눈빛이 살짝 반짝이며 방금 말한 빨간 원피스 아가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말하는 투가 조선족보다는 북한 사투리에 가깝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을 한 지동철 팀장이 그 아가씨에 다가가 말했다.

“이 아가씨도 조선족이구나? 반가워요.”

지동철은 선수를 쳤다. 자기를 조선족으로 믿게 해야 경계심을 풀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서비스는 어떻게 되나요?”

박기웅이 묻자 조선족 여자가 대답했다.

“시간은 1시간 30분이고 1인당 팔백 위안입네다. 안마받다가 스페샬 마사지도 가능합네다.”

“스페샬 마사지?”

“아이참, 그거 있디아요. 남자랑 여자랑.”

“아하하, 그 스페샬?”

“알면스리 부끄럽게 왜그러시야요?”

“그런데 우리는 스페샬은 필요 없고 안마나 시원하게 해줘요. 팁은 알아서 줄 테니.”

“감사합네다, 오빠.”

“오빠 소리 오랜만에 들어보네.”

박기웅은 오빠 소리에 기분이 좋았던지 지갑에서 백 위안을 꺼내주고는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 버렸다.

“님도 침대에 엎어지시라요.”

빨간 원피스 아가씨가 지동원을 보고 말했다.

“아, 네”

지동철 팀장도 지갑에서 백 위안을 꺼내 원피스 아가씨에게 건넸다.

“괜찮습네다. 필요 없시야요.”

“경희야, 오빠가 주는 거니까 날레 받으라. 어서 안 받고 뭐 하네?”

조선족 여자가 안마하다 말고 원피스 아가씨를 경희라고 부르며 재촉했다.

“아, 이름이 경희군요? 괜찮아요. 어서 받으세요.”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지동철에게 경계심이 풀렸는지 그제야 양손으로 돈을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네다. 잘 쓰게시야요.”

1시간 후 안마가 마무리돼가자, 지동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아가씨.”

“와 그러십네까?”

“북에서 왔죠?”

“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슴다. 그런거 묻지 마시라요.”

“사실 저희가 북에서 온 김은희라는 분을 찾고 있어요. 한국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요.”

지동철은 혹시 조선족 여자가 들을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이에 살짝 놀래는 표정을 보인 경희라는 아가씨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마사지만 해줬다.

그리고 갈 시간이 될 때쯤 경희라는 아가씨가 살짝 지동철에게 다가가 짧게 속삭였다.

잠시 후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본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온 것이다. 이에 두 아가씨는 돈을 받은 후 인사하며 방을 나섰다.

“현아, 다음에 또 봐.”

“오빠, 꼭 다시 불러 주시라요.”

문이 닫히고 박기웅이 물어봤다.

“팀장님, 뭐 단서라도 잡은 거 있으세요?”

“다행히도 잡은 거 같긴 하다.”

★ ★ ★

2019년 10월 8일 10:00,

전북 군산시 현웅중공업 조선소.

현웅중공업 조선소에는 세종대왕급 KD-3A인 4번함 태조대왕함 ,5번함 태종대왕함, 6번 성종대왕함 3척이 진수식을 가지게 되었다. 원래 일정이라면 6월 중순에 진수식을 해야 했지만, 추가적인 장비 작업으로 4개월이 더 소요되었다.

앞으로 6개월간 테스트를 거쳐 정식으로 취역하게 될 KD-3A척은 현재 대한민국의 3개 함대의 기함으로 삼면 바다를 수호하고 있는 광개토대왕급 3척을 대신해 각 함대의 기함으로 활약하게 될 예정이며, 2020년 해군전력증강 1차 계획에 따라 기존 7기동전단에 배속되어 있던 KD-3 세종대왕급 3척과 KD-2 충무공이순신급 6척은 각 1척과 2척씩 동해, 서해, 남해함대에 추가 배속되고, 7기동전단에는 2020년 10월에 취역할 KD-4 광해군급 호큘라 구축함 6척이 배속 계획에 잡혀 있다. 마지막으로 잠수함 230급(배수량 6,000t) 7척도 취역예정으로 잠수함 사령부의 전력도 크게 향상되면서 1차 계획은 완료가 된다.

앞으로 2020년 해군전력증강 1차 계획이 완료된다면 3개(동해, 서해, 남해) 함대는 KD-3A 이지스 구축함 1척, KD-3 이지스 구축함 1척, KD-2 방공 구축함 2척, KD-1 방공 구축함 1척으로 재편성이 되어 그동안 함대급 편성이면서도 약점을 보였던 대공 방어가 크게 향상되었고 탄도탄 요격까지 가능하게 된 명실상부 해양대군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또한, 한국형 이지스 시스템인 호큘라 시스템을 탑재한 KD-4 호큘라 구축함 6척은 기동전단급 규모로만 비교했을 때 동북아 최강의 전력이라 봐도 무관할 정도였다. 대한민국 해군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해군전력증강 2차 계획을 미리 수립하여 2023년 안에 동북아 국가 중 해군 전력 1위라는 목표로 해당 조선소 내부 도크에서는 전투함과 각종 수상함, 그리고 항공모함까지 비밀리에 건조되고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울산 현웅중공업 조선소 내부 도크에는 KCX-1 호큘라 순양함 1척이 삼엄한 경비 속에서 1월 10일부터 건조가 시작되어 2021년 2월 진수할 예정이었다.

배수량: 15,100t(만재 18,500t)

전장: 235.5m

선폭: 24.6m

흘수: 8.8m

추진: 4 x 플라스마 초광자 Mod-D 엔진

속력: 60노트

항속거리: 30년, 무제한

승조원: 220명 내외

무장:

48연장 K-VLS2 *2

해궁 미사일 : (GTAS- 150 함대공 미사일) 사거리 200km, 마하 6

68연장 K-VLS3 *2

해천룡 미사일(GTAS- 300 함대공 미사일) 사거리 420km, 마하 10

48연장 K-VLS2 *3

천룡A 미사일 : (함대지 순항 미사일) 사거리 5,200km, 마하 3.5

홍상어A 어뢰 미사일 : (함대잠 미사일) 사거리 105km, 수중 120노트

해성A 미사일 : (함대함 순항 미사일) 사거리 250km, 마하 3.5

36연장 K-VLS4B *1

아바리스(SSM-1000K 함대함 초고속 순항 미사일) 사거리 450km, 마하 8

36연장 K-VLS4B *1

트라이아나(S-SSM-500S 탄도탄 요격 미사일) 사거리 12,000km 마하 40

6연장 미사일 발사관(3X2) *2

묠니르-PIP(함대지 CLBM 미사일) 사거리 15,000km 마하 45

8연장 어뢰 발사관 *2

S-SSSFM-500B 트라이던트 (함대잠 초공동 어뢰) 사거리 150km, 660노트

라스트 샷 22mm 레이저 벌건빔 *6

16연장 Shield-M2 *4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사거리 50km, 마하 6

100mm 스퀴테 K-2 2연장 함포 사거리 250km(고밀도 플라즈마 응집탄)

레이더: 양자 다영역 호큘라 B.L 2.0 레이더

소나: 극초음광-02MP 함수소나 / KSQR-1000K 예인소나

전자전: KSLQ-1000(V)K 소나타 / KSLQ-201K SECM, / IC System

항공장비: MH-101 수리온II 대잠헬기 2대, 무인정찰기 1대(팔콘아이)

★ ★ ★

2019년 10월 9일 15:00,

북한 평양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관사.

리병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관사에 6명의 사내가 모여 모종의 회의를 하고 있었다.

“다들 준비는 잘 하고 이깟띠?”

리병철 부위원장이 회의석 정중앙 소파에 몸을 묻고는 시가렛 하나를 깊이 빨고는 연기를 내뿜으며 말하고 있었다.

“그거래, 준비는 잘 하고 있시야요. 하디만, 요새 돌아가는 꼴이 말이.”

인민무력부 박영식 부장이 말을 하다 흘렸다.

“거 뭔소리네? 그래서 어쩌다는기야?”

“저번 말입네다. 북남 실무자 회의 이후 평화무드네 뭐네 하면서 북한 인민들 먹고 살 걱정이 좋아졌단 말이디요. 그래서리 우리쪽 아들도 조금씩 흔들리는 실정이디요.”

“그건 걱정말라우. 내가 미리 손 써놔써야. 무조간 뭔 일 터질기야 그러니 걱정 붙들어 매고 하던 일이나 제대로 잘 하라우”

“알겠시야요. 리병철 동지”

박영식 부장의 대답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오른편에 앉아 있는 사내에게 리병철 부위원장이 버럭 소리쳤다.

“거기는 아직도 소식 없네?”

가만히 있다가 호통에 깜짝 놀란 국가안전보위부 김원흥 부장이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는 큰소리로 대답했다.

“면목없게 되시야요. 현재 중국 일대를 샅샅이 뒤지고 있디만, 아직 찾질 못 했습네다.”

“걸 말이라하네? 벌써 3년이야 3년. 그 반동분자 찾는데 3년이 지났단 말이야! 알아들간?”

한국으로 말하자면 국가정보원장인 김원흥 부장은 리병철의 카리스마에 눌려 손에 땀이 나는지 바지에 문지르며 정면만 주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모깃소리 넘어가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기혁 반동분자 놈이래, 한 달 전 한국으로 들어갔다는 정보를 며칠 전 정보원 통해 확인 했시야요.”

“이 간나새끼, 왜 그걸 지금 말하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리병철은 앞에 있는 재떨이를 들었다. 이에 본능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다급한 목소리로 김원흥이 말했다.

“하디만 김순희 반동분자뇬이 중국 충칭시에 있다는 정보를 받고 우리 요원들이 찾고 있습네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반드시 처리하겠시야요.”

이에 리병철은 들었던 재떨이를 내려놓으며 협박성의 음조로 말했다.

“김원흥 부장 동무?”

“네, 리병철 동지.”

“만에 하나, 그 년까지 한국으로 넘어가는 일이 생긴다면, 부장 동무는 물론 가족까지 다 죽는다고 생각하라우. 내말 알아듣네?”

“명심하겠시야요. 찾는 대로 확실히 처리하겠습네다.”

“다른 동무들도 다들 명심하기요. 이제 얼마 남지 안았스끼니. 특히 안강운 총참모장 동무는 각 군 수뇌부 동무들 잘 관리하고 말이디. 필요한 자금은 얼마든지 주갔서.”

“알겠스메, 확실히 관리하겠스메.”

현재 북한의 숨은 실세는 국방위원회 리병철 부위원장이었다. 평양 폭탄 테러 이후 김여정 제1부위원장 편에서 고위급 인사들을 반동 세력들로 몰아 권력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고 그 자리엔 자기 측근들을 집어넣었다. 특히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민무력부와 정보를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 그리고 3군을 통솔하는 총참모부까지 모두 리병철의 손안에 있는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