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지는 흑막
2019년 6월 20일 14:30,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회의실.
3년 전 쇄신 정부는 한미전시작전권에 대해 회수 협정을 추진하였고 오늘 2019년 6월 20일은 한미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대한민국으로 전환하는 뜻깊은 날이었다. 이로써 지난 69년간 전시 작전권 없이 허울뿐인 군 통수 권한을 가지고 있던 대한민국은 진정 자주국방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고 한국에 주둔 중인 주한 미군 또한, 2019년 12월까지 철수 계획이 잡힘으로써 대외적으로 북한과 가까워지는 관계 개선에 큰 영향을 주었고, 세계 언론매체들은 한반도 평화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잇따른 기사와 방송을 내보냈다.
국방부 회의실에는 주한미군의 철수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의 군 시설 인수 건에 대한 최종 합의를 하기 위해 국방부 회의실에선 주한미군 협상단과 국방부 전략기획부 직원들 간에 설전이 오갔다.
“벙커 하나당 1억 달러라니요? 너무 비싼 듯합니다.”
국방부 전략기획부 강오준 과장이 난색을 보이며 말했다. 강오준 과장은 협상 전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야겠다는 생각으로 협상 자리에 앉았다. 상대방이 무슨 패를 들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백전백승이라는 유리한 입장에서 물러섬 없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게 좋은 협상을 하게 되는 방법의 하나라 생각하고 있었다.
“1억 달러가 비싸다니요? 벙커 1개를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데 지금 그런 소리를 합니까?”
처음부터 협상이 삐걱거리자 엘릭스 대령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감정조절을 하며 설득 조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저희가 굳이 필요도 없는 벙커를 거액을 주고 사기에는 예산 낭비라 생각해서요.”
조금은 거만한 자세를 취하며 여유롭게 대하는 강오준 과장 때문에 주한미군 협상단은 당황하는 듯싶더니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뭔가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얘기가 끝났는지 새로운 금액을 제안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벙커 3개 가격을 합쳐서 2억 달러로 합시다.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가격이 아닙니까?”
주한미군 협상단 정 중앙에 앉아있던 로버트 핵슨 대령이 V자 모양의 손동작을 보이며 나름 인심 쓴 척 웃어 보였다.
“2억 달러 말입니까?”
놀란 척 과장된 리액션을 보여준 강오준 과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옆에 있는 직원과 몇 차례 얘기를 주고받은 후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그 금액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검지 하나를 세우고는 주한미군 협상단에게 보여줬다.
“1, 1억 달러요?”
“이런 오해 하셨군요.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사들일 수 있는 최종 금액은 1천만 달러입니다.”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이건 뭐 날강도 같은 장사치나 다름······.”
“아까도 말했지만 필요하지도 않은 벙커를 한국 돈 120억 원에 사겠다는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리고 솔직히 한국 정부에서는 내심 주한미군으로부터 모든 군사시설에 대해 무상으로 받을 줄 알았습니다. 저보고 지금 날강도 같은 장사치라고 하시는데, 반대로 동맹국인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철수하는 순간까지 장사 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순간 회의실은 적막감이 흘렀다. 서로 간의 견해차가 너무 컸던 나머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주한미군은 철수 시 현재 사용하고 있던 군사시설 중 주요 군 시설인 벙커시설에 대해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첫 번째는 완전히 폭파한 후 떠나는 것, 두 번째는 한국군에 매각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첫 번째 방법은 절대 주한미군으로서는 이득 될 게 없었다. 팔아먹을 수 있는데 굳이 돈까지 낭비하며 폭파를 하겠는가. 그래서 주한미군은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가격으로 어떻게든 한국군에 벙커시설을 팔아먹고 철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협상이었다. 뻔히 보이는 수였기에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적막을 깬 쪽은 주한미군 협상단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개당 1천만 달러로 합시다.”
협상 전 국방부는 매입하지 않고 새로운 벙커 3개를 건설하게 되면 부지 비용 빼고 건설비용만 5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2억 달러라는 마지노선을 책정하고 협상에 임했으나, 강오준 과장의 밀어붙이기 협상력에 거저 가져오다시피 한 금액으로 협상이 마무리되자, 대한민국은 청계산 CP 탱고, 대구 오스카 벙커, 용산 CC 벙커를 보유함으로써 조만간 창설될 항공우주군과 각 군의 통합지휘소로 활용할 계획을 갖췄다. 또한, 절약된 예산은 그대로 벙커 리모델링 예산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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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6일 09: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업무 시작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에 국가정보원 나봉일 원장이 방문하여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긴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10일 전 탈북자 4명이 태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절차대로 국가정보원의 산하기관인 하나원에서 조사를 받던 중 탈북자 김기혁이라는 남자로부터 거짓말이라고 치부하기엔 사안이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했고 이에 몇 가지 추가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2015년 8‧15 평양 폭탄 테러에 대한 일말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름 김기혁, 1975년 3월 4일생으로 평양 출신입니다. 아버지가 노동당 간부였기에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 평양 김천대학교를 나온 후 중국 대외 사업단 단장으로 근무 중 가족 전체가 긴급 체포되어 일가족 모두 총살당하고 김기혁만 도망쳐 중국에서 3년간 숨어있다가 태국을 거쳐 이번에 한국으로 입국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김기혁과 평양 폭탄 테러와는 무슨 관계입니까?”
대통령의 질문에 나봉일 원장은 외우다시피 했는지 보고서를 보지 않고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
“김기혁과 가족들이 뚜렷한 죄목도 없이 긴급 체포되어 재판 없이 총살당한 건 보안부 요원으로 있던 4촌인 김기수 때문이었습니다.”
김기혁의 가계도가 정리된 자료를 보이며 나봉일 원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
“김기수는 평양 폭탄 테러 당시 행사 보안 담당이었으며 테러 발생 후 김정은이 중태에 빠지자 행사 보안을 책임졌던 간부 및 보안 요원들 그리고 가족은 물론 친척들까지 깡그리 잡아 재판 없이 하루 만에 총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은 것이 김기혁 아버지가 보위부에 잡혀가기 전, 김기혁에게 전화를 걸어 도망치라는 말을 전하면서 4촌인 김기수가 폭탄 테러 용의자라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는 보안책임에 따른 죄목으로 총살했다는 발표뿐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지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질문을 했다.
“무슨 말입니까? 그렇다면 김기수라는 인물이 실제 테러 용의자인데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테러 발생에 대한 보안책임을 물어 총살했다는 얘기입니까?”
“그렇습니다. 테러 범인은 따로 있는데 장성택과 측근들로 테러범이라고 거짓으로 공식 발표 후 총살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발표했을까요?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군요. 그래서 국정원은 어떤 추론을 냈습니까?”
대통령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가 안 되는지 생각을 멈추고는 나봉일 원장에게 물었다.
“만약 김기수가 실제 테러 용의자라고 가정 시 보안부 요원들에게 실제 테러를 지시한 자가 테러 성공 후, 보안 요원들의 입을 막기 위해 보안책임을 물어 신속하게 체포 및 즉각 총살을 단행하지 않았나 하는 게 우리 국정원 정보분석팀 추론입니다.”
“음, 그럴싸합니다. 김정은이 중태에 빠진 상황이라면 이것보다 큰 죄는 없으니, 즉각 총살로 입을 막고, 실제 범인은 장성택 측근 쪽으로 돌려 흑막을 치고, 결론은 배후인물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북한 내 상당한 실권을 쥔 자 중 한 명일 수 있겠군요.”
“가정에 따른 추론이기 하지만 저 또한 동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론만 가지고는 실재 배후인물을 찾을 방도는 없을 듯하군요.”
대통령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국가정보원장이 또 다른 파일 하나를 꺼내 펼쳐 보였다.
“그게 뭔가요?”
“김기수에게 김순희라는 여동생 있습니다. 다행히 테러 당시 김순희도 중국 상해의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도망쳤고 현재 중국 심천에서 숨어있다는 정보입니다. 김기혁이 한국 오기 6개월 전에 전화 통화도 했다고 합니다.”
“김기수의 여동생이라. 그 친구가 뭔가를 알고 있을까요? 나 원장?”
“네, 가능성은 있습니다. 평양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기 1달 전, 김기수가 여동생 김순희에게 중국 돈 백만 위안을 건네며 보관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백만 위안이라면 한국 돈으로 1억8천만 원 정도 되는군요. 그런 큰돈을."
“그래서 말입니다. 김기수가 여동생에게 백만 위안이라는 돈까지 맡겼다면 적어도 배후인물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통령님께서 제가만 해주신다면 쉽진 않겠지만, 중국으로 요원들을 파견해 김순희 씨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공식적인가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다가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말을 건넸다.
“나 원장님, 제가 염려되는 건 예기치 못한 일로 우리 국정원 직원들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입니다.”
“그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정예요원으로 선발하여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재가합니다. 이왕 가는 거 꼭 김순희 씨를 무사히 데리고 오세요. 어쨌든 대한민국 대통령이 서거한 사건이니 어떻게든 사건의 경위를 제대로 밝히는 게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되는 대로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평양 폭탄 테러 당시 한국 정부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2년간 주변국의 이해관계까지 광범위한 조사를 했지만 뚜렷한 증거를 잡지 못하고 북한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고 공동조사위원회는 해체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3년간 흑막 속에 감춰져 있던 평양 폭탄 테러의 실마리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서서히 풀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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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05일 09: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22 연구실(인공위성 개발).
X-22연구실에서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신개념의 해심 방어위성이 개발되어 테스트 단계에 있었다. 이 위성은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리는 게 아닌, 해심 속에서 운영되는 위성이었다. 총 무게 50톤으로 형태는 대형 드럼통처럼 생긴 모양이었으며 최대 수심 10,000m 수압까지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으며 소나형 극초음광 IUSW-BL-01 시스템이 탑재되어 최대 반경 250km 이내의 해심 속 모든 물체를 동시에 5,000개까지 탐지 및 추적할 수 있으며 무장으로는 어뢰음향대항체계 시스템(TACM : Torpedo Acoustic Measure)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거리 150Km에 수중에서 음속 속도를 낼 수 있는 SUSL 유도형 초공동 어뢰인 미사일 '트라이던트'가 6연장 발사관 4개가 장착된 전천후 해심 방어위성이다.
이 위성은 포세이돈이란 이름으로 불릴 예정이며 현재 해군 전략지휘소 및 해심 방어위성 지휘소로 운영하게 될 대구 오스카 벙커의 리모델링 공사가 완공되는 2020년 시점에 1단계 계획으로 동해, 서해, 남해에 각 1기씩 실전 배치할 계획이며 2023년까지 각 2기씩 추가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