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화 (55/605)

한강의 기적

2019년 5월 7일 14:00,

대한민국.

활활 타오르듯 한국 경제는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1분기 기준 작년 대비 20%대의 경제성장률에 전 세계 통틀어 0% 실업률이라는 믿지 못할 수치가 나왔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는 사회 초년생인 청년 연령대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국력에 맞게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대거 공무원으로 등용했다. 또한, 예전에 비교하여 상상할 수 없는 군인들의 복지 정책에 힘입어 너나 할 거 없이 군대에 지원하였고, 이 와중에 직업군인으로 전환하는 부사관과 장교들이 늘어남으로써 사회에 진출할 젊은 인재들이 빠져나간 이유였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젊은 청년들이 부족해지는 구인란에 빠지자, 기업들은 정년 은퇴한 수많은 고령 인재들을 다시 불러 드렸고, 결혼과 함께 직장을 떠났던 가정주부들 또한 결혼 전 자기가 해왔던 경력을 살려 기업으로 복귀하는 진귀한 현상들이 일어났다. 말 그대로 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기업, 공기업, 국가기관에서 일할 행복한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전국 각지에 유아를 돌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시설을 대폭 증설하여 결혼한 직장 여성들의 부담을 줄여 주었고, 5일제 근로일 중 수요일을 가정의 요일로 정하여 오전만 일하고 오후엔 일찍 퇴근하여 여가생활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가족 행복 정책을 내놓았다.

이렇게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진 대한민국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났으며, 행복지수 1위로 올라가는 행복한 나라로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더불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내는 세계적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세계 우수한 젊은이들의 한국 방문으로 0% 실업률이 더 내려가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 언론매체는 약진하는 대한민국에 대해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 ★ ★

2019년 5월 8일 14:00,

북한 평양시 주석궁.

“그건 아니델 일입네다. 위대하신 김정은 위원장님의 피와 살과 같은 지하자원을 남조선 괴뢰 도당과 공동개발을 한다는 게 이게 말이 된다는 겁네까?”

리병철 부위원장이 흥분했는지 탁자를 주먹으로 치며 불같은 성격을 다시금 내세우며 회의 분위기를 어지럽게 했다.

“거 좀, 흥분 좀 자제하시라요. 김여정 제1 부위원장님이 계시는 자리에서 거 뭐하는 행동입네까?”

항상 리병철과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오춘환 당비서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꾸지듯 한마디 던졌다.

“뭣이래? 지금 나한테 그딴 소리 한 겁네까?”

거세게 지르는 고함에 살짝 졸았는지 오춘환는 허기침 몇 번 하고는 노려보는 리병철 부위원장의 시선을 회피하며 도움의 손길을 바랐는지 김여정 제1부위원장에게 말을 건넸다.

“김여정 제1부위원장 동지, 현재 우리 공화국의 경제 상황이 말이 아닙네다. 이럴 때일수록 남조선과 관계를 좀 더 돈독히 지내는 게 좋지 않카습네까?”

리병철의 예의 없는 행동에도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김여정은 오춘환 당비서의 말에 대답이 아닌 박봉주 총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박 총리는 어떻게 생각하십네까?”

이에 박봉주 총리가 입을 열었다.

“내래 오 당비서의 말에 동의합네다. 현재 우리 공화국은 경제적으로 이러타 할 타계 방법이 없디 않습네까. 경제적 빈곤함으로 국경 일대에서는 탈북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네다. 이러한 상황은 장기전으로 볼 때 전혀 공화국에 도움이 되지 않습네다. 지금부터라도 남조선과 협력하여 지하자원에 대해 공동개발 사업을 추진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해야 할 듯합네다.”

“자원 개발이야, 현재 중국과 여러 사업 건으로 진행하고 있지 않습네까?”

리병철이 또 중간에 끼어들었다.

“맞디요. 리병철 부위원장 말이 맞디요. 하디만, 중국과의 공동개발 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공화국엔 전혀 이득이 없시야요. 말 그대로 중국만 배부르게 해주는 꼴이란 말입네다.”

중국은 2013년부터 대북투자의 70%를 자원 개발에 집중해 2억7천453만 달러의 광물자원을 도입했으며, 최근 텅스텐과 마그네사이트, 몰리브덴 등 5개 주요 광물에 대한 조사 판매권을 확보하고 무산, 덕현 등 주요 철광 개발권을 확보함은 물론 혜산청년동광(최대 구리광) 운영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북한의 지하자원은 일반적인 예상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북한은 국토의 80%에 걸쳐 광물자원이 분포하는데, 세라믹 및 각종 내화제품의 원료로 쓰이며 제철산업에도 필수적인 마그네사이트의 경우 한국은 생산량이 전혀 없지만, 북한은 매장량이 세계 1위에 달할 정도로 지하자원이 풍부했다.

또한, 철광석의 경우 보유 규모가 74조 원에 달하는데, 비록 품질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활용방안만 마련된다면 향후 100년간 안정적인 철광석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당장 채굴 가능한 우라늄이 세계 총매장량에 육박하는 4백만 톤에 달하고, 총매장량은 무려 2천6백만 톤으로 추산된다는 사실까지 놓고 보면, 북한의 지하자원이 얼마나 풍부한 것이며 그것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에 있어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지 충분히 알고 있기에 국가비전전략위원회에서 북한의 지하자원에 대한 공동개발을 추진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 딴말을 하는겁네까?

이제는 자리에서까지 일어나 삿대질하는 리병철 부위원장에게 박봉주 총리가 서류 한 뭉치를 내밀며 말했다.

“이게 그동안 중국과 맺어진 지하자원 공동개발 건에 대한 계약서들입네다. 보시라요. 거 리병철 동지 측근들이 이와 관련되어 있어서리 그리 화를 내시는 거 같은디, 눈있으면 함 보시라요.”

한참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정권속에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리병철은 측근들로 하여금 중국과 여러 지하자원에 대한 공동사업을 추진했었다.

“막말하디 마시라요. 측근들이라니? 단지 해당 부서에서 진행한 것을 왜 나랑 연관지어 그딴 소리를 내지르는기요?”

“그만하고 자리에 앉으시라요. 그 자료는 보위부에서 검토하도록 하겠시야요. 자, 그럼 다른 의견들 내보시라요.”

갈수록 어수선해지는 회의 분위기를 바로 잡고자 김여정 제1부위원장이 차분한 어조로 리병철의 행동을 제지하자 방금까지 흥분하여 소리 지르던 리병철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지만, 표정엔 못마땅한 심정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었다.

“내래 한마디 하겠슴둥.”

그동안 회의 석상에서 도통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김형원이 입을 열었다.

“현재 다들 알고 있겠지만, 남조선이래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지 안씀둥? 이럴 때 남조선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미끼를 던져주고 실리를 취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좋은 정책이라 생각함둥.”

간단명료하게 말하는 김형원의 말에 뭔가 결심을 했는지, 김여정 제1부위원장이 조금은 큰소리로 김영철 당비서를 불렀다.

“김영철 동지?”

“네, 제1 부위원장님.”

“남조선에 회답을 주시라요. 공동개발을 하고자 하는 자원에 대해 협상한다고, 그리고 김영철 동지는 최대한 공화국에 유리한 협상안을 확실히 준비 하시라요.”

“네, 알겠습네다.”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지하자원에 대한 대대적 대북투자를 통해 지리적 이점을 살려 적은 운송비용으로 필요로 하는 수많은 광물을 사들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광물을 통해 하이드리늄 합금이라는 새로운 차세대 금속의 생산량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주석궁에서 회의를 마치고 관서로 돌아온 리병철 부위원장은 화를 누르지 못했는지 책상에 있던 물건들을 마구 집어 던진 후 씩씩거리는 거친 숨소리를 내다가 금고 안에 보관했던 위성 전화기를 꺼내 들고는 한마디 했다.

“갈수록 틀어지는구만 기래, 이렇게 두고 볼 순 업지비.”

★ ★ ★

2019년 5월 10일 10: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터널 구간).

제17전투비행단의 지하연구소와 올림푸스 기지와 연결된 5.3km의 지하터널이 완공되면서 지하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여러 기계 장치들과 연구원들이 한층 강화된 보안유지를 하면서 왕래하기 시작했다. 이 터널은 지하 30m 깊이에 건설되었고 도로 2차선의 넓이의 터널이었다.

“와, 신기하네요.”

남궁원은 지하 터널을 통해 올림퍼스 기지로 향하는 수송 트럭에 몸을 싣고 터널 속의 조명 불빛을 보며 신난 표정으로 연신 입을 놀렸고 옆자리엔 경호 담당자인 이혜진 과장은 어린애같이 신기해하는 남궁원을 보며 피식 웃었다.

★ ★ ★

2019년 5월 10일 10:07,

충북 청주시 서원구 봉무산 올림푸스 기지.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올림푸스 기지 출입구에 도착하였다. 삼엄한 경비 속에 여러 차례 출입 심사 및 검사를 받고 올림푸스 17층 내부에 들어선 남궁원은 생각보다 넓은 시설에 놀랐는지 입이 찢어지도록 벌렸다.

“남궁, 입 좀 다물어.”

남궁원의 행동에 창피했는지 이혜진 과장은 손으로 입을 막으며 핀잔을 줬다.

“아, 알았어요. 손 좀.”

이때 직원들이 마중을 나왔는지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이분이 바로 남궁원 수석인가요?”

생전 처음 보는 노년 신사분이 손을 내밀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에 남궁원도 얼떨결에 악수하며 자기소개를 하였다. 올림푸스 기지 내 몇 명의 고위 관리자는 이미 남궁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모든 프로젝트 중심엔 남궁원의 활약이 있었다는 내용까지 말이다.

“남궁원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그래요. 전 이곳 관리 책임자인 오영일 기지장입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분은 개발 책임자인 백남일 교수, 그리고 이쪽은 보안책임자 강무진 실장이고요.”

남궁원은 오영일 기지장으로부터 소개받은 분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고 남궁원 역시 옆에 있던 이혜진 과장을 소개했다. 잠시 후 인사를 마친 남궁원 일행은 올림푸스 보안 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접견실로 이동했고 남궁원이 타고 온 수송 트럭에 실려 있던 장비 또한 조심스럽게 내려져 지하 19층으로 옮겨졌다.

남궁원과 이혜진 과장은 접견실의 편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과장님, 여기 정말 상상 이상이죠?”

“그러게.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넓은지 몰랐네.”

“넓기만 해요? 미국 영화 보면 이런 첨단 시설들 나오잖아요? 저는 꼭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넌 언제 철들래?”

이때 여러 사람이 접견실로 들어왔다. 바로 오영일 기지장과 백남일 교수였다.

“미안합니다. 기다리게 해서.”

“아닙니다. 편히 쉬고 있었습니다. 한데, 저희가 가져온 장비는 어떻게 돼가나요?”

남궁원의 말에 백남일 교수가 대답했다.

“네, 현재 19층 ADD 연구실로 옮겨져 미리 보내주신 설명서대로 설치 중입니다. 1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잠시 17층만이라도 구경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수송 트럭에 실려 있던 장비는 남궁원이 호큘라를 통해 개발한 호큘라 B.L 1.0 버전을 탑재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였다. 한때 세상을 놀라게 했던 바둑 1세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인 알파고나 세계 각국에서 운용 중인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보다 최소 20배 이상의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로 앞으로 이곳 올림푸스에서 개발되는 모든 군수 제품은 생산 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층 더 정확한 예측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이점은 개발에 따른 실패 확률을 줄여 주고 더불어 획기적인 시간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개발 이후 실제 성능 실험에 있어 제한적인 장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저번에 X-19 연구실에서 플라스마 증폭탄에 대한 성능 테스트 역시 호큘라 B.L 1.0 버전이 탑재된 컴퓨터로 테스트한 것이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남궁원에게 오영일 기지장이 한마디 했다.

“1시간이라도 17층 전부 구경하기엔 부족할 듯하군요. 자! 그럼 우리 직원 따라 구경 좀 하시고 오세요.”

접견실 밖에서 두 명의 보안 요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남궁원과 이혜진 과장이 나오자 안내하듯 두 손으로 갈 방향을 가리켰다.

이날 남궁원과 이혜진 과장은 1시간 동안 17층을 구경한 다음 19층에서 인공지능 컴퓨터를 운용할 연구진에게 2시간 동안 교육을 한 후 오영일 기지장을 비롯한 백남일 교수 일행과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를 보낸 후 밤늦게 지하연구소로 돌아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