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2019년 2월 01일 14:00,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 해군기지.
요코스카항 해군기지엔 해상자위군 제1호위대군 소속 구축함의 호위를 받으며 10만t 배수량을 자랑하는 항공모함 한 척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듯 모습을 보였다. 바로 2016년 퇴역한 미 해군의 니미츠 항공모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함명인 카가 항공모함으로 불리며 2여 년간 미국 해군기지에서 일본 해상자위군 3,000명이 운용 훈련과 인수인계 절차, 그리고 보수작업을 거쳐 정식으로 일본 해상자위군에 인계가 되자 태평양을 건너 막 요코스카 해군기지로 들어오는 중이었다. 또한, 항공모함 카가함(CV-2001)의 비행갑판엔 F-35 C 80대와 최신 전자전 공격기인 EA-18G 그라울러 8대가 탑재된 상태였다.
2020년 초에 신설될 일본 해상자위군의 제1항모전단은 카가함(CV-2001)을 중심으로 현재 건조 중인 아타고급 이지스함 3척과 아사히급(배수량 5,000t급) 구축함 2척, 가나자와급(배수량 6,500t급) 차세대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 군수지원함 Mashu(AOE-425 1척, 마지막으로 핵잠수함으로 의심되는 와카시오급(배수량 6,000t급) 차세대 잠수함 3척으로 구성되어 아베 총리가 원하는 대 해양대군의 면모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요코스카항 해군기지에 정박하는 카가함(CV-2001)의 비행갑판에는 하얀 정복을 입은 1,000여 명의 일본 해상자위군이 나열한 상태로 거수경례하는 장면은 가히 멋지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항공모함을 보기 위해 구경 온 수많은 요코하마 시민들은 양손에 일장기를 흔들며 뜨거운 환대를 보여줬고 정부 관계자 중 아베 총리 또한 연신 웃음꽃을 피우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장관입니다. 정말 장관이에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지만 아베 총리의 머릿속에는 그토록 염원하던 대 일본, 해양대군을 더 키워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가끔 미 해군 항모가 방문할 때 보던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아베 총리 못지않게 찢어질 정도로 입을 벌리며 웃던 방위성 대신인 시바사키가 말했다.
“암요. 남의 것일 때와 내 것일 때의 느낌은 천지 차이죠. 내 것일 때가 더 크고 더 멋있어 보이는 겁니다.”
“네, 그런 거 같습니다.”
이날 카가함(CV-2001)의 초대 함장인 야마모투 겐쥬르의 정식 복귀 신고를 받은 아베 총리는 2년간 미국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해상자위군 장교들을 총리 관서로 초청하여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며 만찬을 가졌다.
그리고 이날 공식적으로 일본이 항공모함을 보유했음을 언론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소식을 전하자,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군비경쟁의 우려를 내비쳤고 특히, 중국은 일본이 예전 군국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며 비난성 성명을 발표하며 TV에서는 연신 카가함(CV-2001)에 대해 비중 있는 내용으로 장시간 방송을 내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보란 듯이 항공모함의 킬러라고 불리는 둥펑 21-D 탄도탄 미사일의 발사 실험 영상과 러시아의 AL-117S 터보팬 엔진을 장착한 중국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초도 양산분 80대에 대해 각가지 비행 장면과 운용 장면을 대대적으로 해외 매체에 내보냈다.
이렇게 과열돼가는 군비경쟁 속에 대한민국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호랑이가 발톱을 숨기고 사냥감의 빈틈이 보이기만 예의주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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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05일 14: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X-19 연구실(플라스마 연구소).
X-19 연구소는 플라스마 물질만 연구하는 연구실로 X-20연구실에서 만든 플라스마 초광자발전기 또한 X-19연구실에서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개발된 것이었다. 이곳 연구실 총괄 책임자는 KAIST 핵물리학 박사인 박진우 교수로 제17전투비행단에 지하연구소가 만들어지고 나서 외부 인사로 오게 된 그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직 플라즈마 물질 하나만을 가지고 수년간 연구에 매달렸다. 이에 수많은 플라즈마 응용 기술 성과를 올려 타 연구실에 제공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중대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기 위해 10여 명의 연구원과 함께 분주히 준비 중이었다.
“김 연구원, 지시한 대로 수치 입력했나?”
“네, 교수님. 정확하게 입력했습니다.”
김 연구원의 대답을 들은 박진우 교수는 최종적으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엔터를 눌렀다. 잠시 후 연구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화면에서 각가지 그래프들이 요동치며 움직이나 싶더니 이내 그래프는 적정 수치에서 멈췄다. 그리고 화면 하단에 시뮬레이션 결괏값이 쉴 새 없이 표기되기 시작했다.
최종적인 결괏값을 얻은 박진우 교수의 컴퓨터에 피해 양을 계산되는 프로그램에 결괏값을 입력하면서 시뮬레이션은 끝이 났다.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10여 명의 연구원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진우 교수의 모니터 화면을 주시했다.
“어느 정도인가요?”
KAIST에서 함께 온 우진길 조교수가 물어봤다.
박진우 교수는 우진길 조교수의 질문에도 묵묵 응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우 조교, 우리가 제2의 아인슈타인이 된 듯하네.”
“네? 무슨 말씀을.”
조금 전 시뮬레이션을 한 실험은 플라스마 증폭실험이었다. 소량의 플라스마를 증폭시켜 터뜨렸을 경우 이때 폭발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폭발력이 실제 서울에 터졌을 경우 어느 정도 피해를 주는지, 우진길 조교는 직접 모니터를 확인하며 여러 가지 표기된 데이터를 보고는 그제야 박진우 교수의 말을 이해했다.
“이거 핵폭탄급인데요? 아니지, 그 이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 이 정도 소량으로 서울의 반이 날아가 버렸으니.”
박진우 교수의 말에 시뮬레이션을 참관했던 모든 연구원은 입을 벌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교수님, 이제 우리나라는 방사능 없는 핵폭탄을 보유하게 된 거네요? 이건 노벨상감입니다.”
“좋은가, 우 조교수는?”
“좋다마다요. 핵미사일 있다고 우쭐대는 주변국 놈들 꼴 보기 싫었는데요.”
“자네는 핵폭탄이나 핵미사일을 보유한 나라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때 실제 사용될 확률이 어느 정도라 보나?”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생각했던 우진길 조교수가 대답했다.
“그거야 정말 너 죽고 나 죽자 아니면 안 쏘겠죠? 특히나 상대방도 핵미사일이 있다면요. 방사능에 전멸되기 싫으니까요”
“바로 그거야. 그 이유로 우리가 개발한 이 플라스마 폭탄은 앞으로 핵폭탄보다 더 위험한 물건이 될 거야.”
바로 이해가 가지 않는지 우진길 조교수는 머리를 한번 긁적거리고는 다시 물었다.
“죄송한데요, 교수님. 제가 이해를···.”
그런 우진우 조교수를 바라보며 염려 섞인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방사능 없는 핵폭탄, 얼마든지 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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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0일 14:00,
서울시 종로구 국가비전전략위원회 회의실.
2월 5일 설립된 국가비전전략위원회는 위원장인 도운 오용욱 선생을 포함하여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앞으로 대한민국이 걸어갈 비전 전략이 2개월간 논의를 통해 수립되었고 지금은 최종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
국가비전전략위원회는 첫째로 통일 한국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다. 현재 한반도는 종전이 아닌 전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었다. 즉, 한반도는 언제든 전쟁의 일어날 수 있는 화약고와 같았고 이런 불안한 환경적 요인은 대한민국에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치명적인 약점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오직 통일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에 현 대북정책에 관한 현 정부의 방향성에 대해 몇 가지 세부 로드맵을 설정했다.
1. 현재 김정은의 장기간 부재에 따른 현 실세인 김여정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인다.
2. 남북 실무자 회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한국은 아사와 빈곤으로 무너지고 있는 북한의 경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식량과 비료 등 생필품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협상 카드로 내세워 개성공단 재가동, 그리고 정기적인 이산가족 상봉을 실행시킨다.
3. 한반도의 긴장 완화의 한 방편으로 DMZ에 평화공원을 건설한다. 건설비용은 대한민국이 모두 부담하며 공원 입장에 따른 수입금은 남북이 반씩 가져간다.
4. 북한의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무상으로 전기 공급을 진행한다.
5. 북한 내부 기술적 문제로 중단된 자원 개발사업에 공동으로 추진한다.
두 번째로는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구축이었다. 국가 브랜드의 인지도는 하락하는 건 한순간이지만 상승시키는 건 시간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에이즈 치료제를 요구하는 모든 국가에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국가 브랜드가 수직 상승을 했다. 이에 대한민국은 미래의 잠재적 시장이 되어줄 아프리카의 빈민국과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한 세부 로드맵을 설정했다.
1. 대한민국은 현재 6‧25 참전국에 지원 활동을 하는 정부 산하기관과 민간단체를 통합한 “6‧25 참전국 보은지원단”을 구성하여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를 우선으로 홍익인간 이념을 기반으로 한 범국가적으로 보은 지원을 한다.
2. 개발도상국 및 빈민국에 대한 약품 및 생필품 지원과, 각 기업의 해외 사업 투자로 1‧2차 산업시설을 구축하여 자체적 경제 활동을 이끌 수 있도록 하여 대한민국과의 돈독한 관계 유지를 우선으로 한다.
3.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한류 문화에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문서 내용에는 자칫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내용도 여럿 들어있었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작성된 국가비전전략 문서는 대통령에게 전달되었고 국무회의에서 적극적 검토를 통해 승인된 후 한반도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가기 위한 행보에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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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06일 14:00,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2차 남북 실무자 회의.
대한민국은 국가비전전략위원회의 정책에 따라 북한과의 지속적인 실무자 회의를 요청했고 일주일 전 북한으로부터 회답이 오면서 현재 판문점에서 회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에도 북한 대표로는 김영철 당비서가 4명의 보좌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했다.
“오 장관 동지, 그동안 잘 있었디요?”
1년여 만에 개최되는 회의인데도 몇 번 만났던 인연인지라 김영철 당비서와 통일부 오승태 장관은 뜨거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네, 잘 지냈습니다. 김영철 당비서님도 무탈하셨지요?”
“말도 마시라요. 요새 중국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부쩍 늘어나서리 정신없이 일하는 통에 머리가 다 빠질 지경입네다.”
김영철 당 비서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지만 내뱉은 말에는 의미심장한 속뜻이 있었다. 역시 북한에서 알아주는 협상의 달인이었던가? 농담 섞인 말에는 협상 전 상대방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한 수를 두고 있었다.
“이런, 큰일 납니다. 당비서님도 이제 몸 생각하셔야죠.”
오승태 장관은 자연스럽게 농담으로 받아주며 자리를 권했다. 주고받던 농담 속에 회의실 분위기는 좋아졌고 오승태 장관의 말로 실무회의의 실제 안건 얘기가 시작되었다.
“일단 한국 정부에서는 재작년 남북 실무자 회의 때 나온 안건들에 대해 북쪽에서 잘 지켜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 덕분에 한반도 긴장 완화가 되면서 경제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고거야, 서로 잘 되자고 한 것이디, 뭐 감사까지 받을 일이 아니디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더 감사합니다.”
“네, 오 장관 동지.”
“한국 정부에서 감사의 보답으로 쌀과 비료, 그리고 생필품에 대해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필요한 수량을 알려주신다면 최대한 맞춰 지원하겠습니다.”
“하디만 그에 대한 뭔가가 있을 거 같은디요. 안 그렇습네까?”
김영철 당 비서는 의자에 몸을 젖히며 한껏 여유로운 자세로 취하곤 직설적으로 오승태 장관에게 되물었다.
“대가보다는 남북협력 관계들 더 돈독히 하고자, 중지된 개성공단 재가동과 남북 이산가족 분기별 실행입니다.”
“그 정도야 충분히 수용할 의사가 있디요. 걱정 마시라요”
“시원해서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이날 2차 남북 실무자 회의는 4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한국입장에서 보자면 협상 안건에 대해 수월하게 처리가 된 회의였다. 협상 안건 중 수용된 내용은 분기별 남북 실무자 회의 개최, 북한에서 필요로 하는 식량, 비료, 생필품 지원에 따른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이산가족을 분기별 1번씩 진행, 그리고 8월부터 금강산 관광 재게, 마지막으로 김여정 제1부위원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여 잠시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북한 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공동 진행 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