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47/605)

기술혁명

2018년 8월 20일 10: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21 연구실(로켓엔진 개발).

미래 과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우주항공사업, 그 첫 번째 사업은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1 나로호였다. 2005년 발사 계획을 시작으로 2번의 쓰라린 실패를 겪은 후 8년이 지난 2013년 1월, 3차 발사시도 끝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으로 인한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한민국은 2019년 초 한국 자체 기술력으로 우리나로호 우주발사체를(KSLV-2) 제작하여 본격적인 우주항공사업 분야에 뛰어들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였다.

우리나로호는 기존 나로호를 주 베이스로 러시아의 1단 액체추진(산화제 탱크, 연료탱크, 엔진) 부분을 X-21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플라스마 로켓엔진으로 대체하여 1단 길이가 1/3로 대폭 줄어들었고 출력 또한 1단 엔진으로만 정지위성 궤도인 36,000km 미터까지 쏘아 올릴 수 있는 500t급 고출력 엔진이었다. 더불어 연구진은 예산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1단 엔진 분리 후 자체 보조 엔진으로 자동 복귀 기능까지 갖춘 엔진으로 제작하였다. 이러한 기능은 1단 엔진을 여러 번 재사용함으로써 발사 때마다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 부분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인공위성을 정확한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2단 엔진 개발이었다. 출력은 100t급 플라스마 로켓엔진을 탑재하여 최대 100t급 인공위성 3개를 동시에 원하는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출력으로 일정 기간 우주 항해가 가능한 최첨단 엔진이었다.

<우리나로호 제원>

전장: 45m

직경: 3.2m

자체중량: 55t

단수: 2단

궤도: LEO, 저궤도 ~ GTO 정지 천이 궤도

인공위성: 100kg~100,000kg, 하중위성~고중량위성

한편 X-21 연구실에서는 1년 6개월간 연구하여 제작된 플라스마 초광자 로켓 1단 엔진을 1개월 동안 정밀 테스트 점검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2단 로켓엔진에 대해 최종 테스트 점검을 하고 있었다. 2단 로켓엔진은 주 엔진 1개와 외곽에 보조 엔진 8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상의 우주 공간에서 8개의 보조 엔진의 추진으로 원하는 궤도로 이동하는 시뮬레이션은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잘 작동되고 있었다. 상공 36,000km 궤도에서 자전 속도와 맞먹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인 2단 로켓은 8개의 보조 엔진을 차례대로 작동시키며 추진력과 이동 경로 및 속도 등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던 김광래 수석이 연구원들에게 지시했다.

“목표 궤도 진입 사항 보고.”

“현재 궤도 정상 진입 및 속도 정상입니다.”

시뮬레이션 컴퓨터를 보며 안형수 주임연구원이 대답했다.

“2단 로켓엔진과 보조 엔진 상황보고.”

“현재 주 엔진과 보조 엔진 8개 이상 없습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대답에 나름 만족감을 느낀 김광래 수석은 최종적으로 유사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발생 시뮬레이션을 설정하기 위해 컴퓨터를 조작하자 옆에 있던 연구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동 방향에 인공위성 잔해로 보이는 우주 부유물 포착, 충돌까지 5초 전.”

순간 무서운 속도로 1차 목표 궤도로 진입하던 2단 로켓의 윗부분 보조엔지 3개가 연달아 급추진하여 10도 각도로 궤도를 이탈한 2단 로켓은 우주 부유물(인공위성 잔해)을 피하고 다시 아래 방향의 보조 엔진에서 추진을 발하여 정상궤도로 재진입하자 시뮬레이션을 보고 있던 40여 명의 연구원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기뻐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시뮬레이션이 있었기에 연구실은 이내 조용해졌고 김광래 박사의 지시가 떨어졌다.

“1번 인공위성 목표 궤도 진입 확인 요망.”

“20초, 10초, 1초. 1번 인공위성 분리 궤도에 진입 완료, 페어링 오픈, 1번 인공위성 분리됩니다.”

2단 로켓에서 1번 인공위성을 덮고 있던 페어링이 분리되었고 이내 1번 인공위성이 2단 로켓으로부터 분리되어 목표 궤도에 안착하자 안형수 주임연구원이 소리쳤다.

“1번 인공위성 목표로 한 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 성공.”

잠시 후 2차 목표 궤도 진입 후 2번 인공위성도 2단 로켓에서 분리되었다.

“2번 인공위성 목표로 한 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 성공.”

마지막 3번 인공위성 분리되는 시점이 되자 40여 명의 연구원은 초조함과 긴장감을 가지고 시뮬레이션 화면을 지켜봤다.

“3번 인공위성 분리, 3번 인공위성도 정상적으로 궤도 진입 성공하였습니다.”

안형수 주임연구원의 안도가 섞인 보고에 일순간 X-21 연구실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며 서로 축하하며 기뻐했다.

“김 박사님, 성공입니다. 축하드려요.”

처음부터 테스트를 지켜보고 있던 이수진 박사가 김광래 수석을 보며 환한 웃음을 보이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고맙습니다. 여기 있는 연구원들이 흘린 피와 땀이 헛되지 않아 다행이군요. 하지만 시뮬레이션이라 우주에서 오늘처럼 제대로 자동항법 시스템이 작동할지 걱정이 되는군요.”

“오늘 테스트까지 포함하여 3번 다 성공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하하하.”

1단 로켓에 이어 2단 로켓까지 모두 테스트에 성공한 X-21 연구실은 1년 6개월간의 피와 땀의 결실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그동안 쉬지 못한 피로를 풀며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조립기지로 이동할 때까지 정밀 점검하는 부분만 남게 되었다.

한편 그 시각 X-22 연구실에서는 X-4 연구실에서 개발한 터키온-X 무선 통신 시스템이 적용된 지구 광대역 통신위성인 헤라 인공위성에 대해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기존 통신위성보다 20배는 무거운 20t의 중량급 통신위성이었다. 이렇게 인공위성이 무겁게 된 것은 인공위성 자체에 소형 플라스마 초광자 보조 엔진이 탑재되어 무게가 많이 증가하였다. 통신위성에 플라스마 초광자 보조 엔진을 탑재한 이유는 필요에 따라 원하는 궤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방금 X-21 연구실에서 2단 로켓까지 3차 시뮬레이션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은 X-22 연구실 책임연구원인 오동진 수석연구원이 헤라 인공위성을 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이제 너희들도 아빠의 품에서 떠날 날이 머지않았구나?”

이동진 수석 앞에는 은빛 재질에 커다랗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보이는 인공위성 3개가 여러 가지 불빛을 내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 ★

2018년 8월 22일 14:00,

서울시 중구 국가비리암행원 국가비리수사국 회의실.

“로디콜이 한국전력공사 지분 25%를 매입했을 당시인 2015년 9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오만한 전 민정수석과 한국전력공사 유기태 전무에 대한 금융거래와 관련된 모든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정보입니다.”

수사1과 장수원 과장이 스크린의 화면을 가리키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첫 번째 자료는 오만한 전 민정수석과 관련 정보입니다. 이 당시 오만한 전 민정수석의 사촌인 오만길이 청평 근방에 2천 평의 용지를 매입한 정황을 포착하였습니다. 매수자는 바로 이명본 이었습니다. 가격도 시가인 평당 300만 원보다 50%나 싸게 매입하였으며 실제 주인 역시 오만길이 아닌 오만한 전 민정수석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전력공사 지분 매각에 있어 로디콜이 25%의 모든 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끔 도와준 청탁의미의 거래로 보입니다.”

스크린 화면에는 오만한 전 민정수석과 사촌인 오만길, 그리고 이명본(로디콜)과의 관계 구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두 번째 자료입니다.”

스크린 화면에는 한국전력공사 유기태 전무와 오만한 전 민정수석 그리고 이명본(로디콜) 관계 구도가 그려져 있었다.

“이 당시 유기태 전무는 오만한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한국전력공사 지분 매각에 대한 지시를 받고, 내부 이사진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드려 페이퍼 컴퍼니인 로디콜에 매각할 수 있도록 앞장서 주도하였고 이에 로디콜로부터 미국 LA 근방의 시가 10억에 가까운 고급주택을 선물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된 증거자료는 수사1팀 강철중 팀장이 확보 중입니다.”

“완벽한 증거 확보는 언제쯤 가능한가?”

회의석 정 중앙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있던 안경훈 국장이 입을 열었다.

“9월 안으로 모든 증거자료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좋아, 증거 확보되면 죄목은?”

“오만한 전 민정수석은 불법 청탁 및 뇌물수수죄, 유기태 전무는 주식 불공정거래법 위반 및 뇌물수수죄로 기소 예정이며, 이명본의 모든 재산은 그의 아버지인 이복덕이 반민족행위조사처에서 국고 환수 대상자로 지정되었기에 그와 관련된 모든 사유재산에 대한 국고 환수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장 과장?”

“네, 국장님.”

“오만한이나 유기태 같은 놈들을 잡아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이명본 같은 친일파 후손 새끼들한테는 진짜 지옥 맛이 뭔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해! 일원 하나 빠뜨리지 말고 깡그리 담아버려.”

“네! 알겠습니다.”

★ ★ ★

2018년 9월 01일 09:00,

충북 청주시 서원구 봉무산 올림푸스 기지.

조촐한 준공식 이후 20여 일간 쉴새 없이 화물 기차와 운송 트럭들이 들락날락하며 올림푸스 기지에서 필요로 한 식량과 연구 자재 그리고 군수 물품 자재들이 창고 가득히 채웠고 주둔 인력 또한 엄중한 보안 속에서도 각 방산기업 근로자부터 국방과학연구원 그리고 기지 운영 요원들 덕분에 올림푸스 기지는 운영 첫날부터 활기차게 돌아갔다.

그리고 올림푸스 지하 17층에서는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와 연결되는 지하 통로 건설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이는 앞으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에서 개발된 여러 가지 물품에 대해서 비밀리에 올림푸스 기지로 가지고 올 수 있는 비밀통로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비상시 탈출 용도로도 가능했다.

한때 올림푸스 기지 건설 총 책임자로 있었던 오영일 준장이 이제는 올림푸스 기지장 자격으로 이백여 개의 감시 모니터 화면이 있는 지하 17층 중앙지휘소 회의실에서 부서별 보고를 받고 있었다.

“현재 금일 아침 9시 기준, 올림푸스 기지의 총 12,900명 중 외부 경계 812명, 내부경계 688명, 방산사업장 근로자 7,620명, 외부 외출 근로자 380명, 국방과학연구원 400명, 올림푸스 운영 인원 3,000명으로 현재 총 내부 인원은 11,708명입니다. 금일 화물 열차는 총 12편이 예약되어 있으며, 운송 트럭은 120대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올림푸스 기지의 보안 총 책임자인 강무진 실장이 절도있게 보고하였다.

“무엇보다 첫날이 중요합니다. 내외부 경계 요원들 출입 관련 규정 준수하는지 매일 확실히 점검하시고 또한 방산기업과 연결된 화물 열차와 운송 트럭, 그리고 매입과 반출 절차에 대해서 철저히 검열하세요.”

“철저히 확인하겠습니다.”

강무진 보안 실장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자 옆에 있던 방산기업 관리 총 책임자인 이진현 국장이 말을 이어갔다.

“올림푸스 기지 내 입주 방산기업 관련 보고 드리겠습니다. 현재 입주한 32개 기업 중 1개 기업을 제외한 31개 기업은 모두 금일 9시부터 정상적으로 방산 물품에 대한 생산을 가동하였습니다. 현재 미가동 중인 1개 기업은 어젯밤 조립 부품 중 일부 규격이 변경되었다는 연구소 측 연락을 받고 현재 대기 중에 있습니다. 오후부터는 변경된 규격정보를 받고 정상적인 가동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입주한 모든 근로자에 대한 보안 교육은 매일 5시 퇴근 후 30분씩 시청각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위치 추적 감각 삽입은 모두 완료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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