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명
2018년 8월 15일 15: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임 장관님! 재정적으로 무리가 없는 선에서 최대한 추가 건조할 수 있도록 결정할 테니, 이른 시일 내에 명퇴자와 실업자분들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중점적으로 노력해주세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경제회복 정책은 단순 국내 기업들을 먹여 살리고자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많은 가장이 일자리가 없어 고통 속에 사는 수많은 명퇴자와 실업자분들을 다시 기업으로 되돌려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이 정책의 핵심입니다.”
서현우 대통령의 목소리와 얼굴에는 진지함이 물씬 묻어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럼 계속 보고하겠습니다.”
임태연 장관은 정숙히 고개를 한번 숙이며 대답을 하고는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국내 수주량을 확보한 후 해외 수주량을 늘리기 위해 선박건조기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엔진 부분에 관한 기술을 제공할 것입니다. 현재 지하연구소에서는 차세대 선박, 로켓, 자동차, 항공 등의 엔진을 개발 중입니다. 그중에 선박용은 수출 시 기술 유출에 염려로 플라즈마 초광자 엔진이 아닌, 전기증폭 시스템을 탑재한 일반 엔진으로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엔진보다 2배의 이상의 출력 효과로 속도, 연비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이기에 앞으로 해외 수주발주량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설명을 듣던 중 서현우 대통령은 확인할 부분이 있는지 손을 들었다. 이에 임태연 장관은 정중한 자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네, 대통령님 말씀하시지요.”
“혹, 해군 함정에도 그 전기증폭 시스템이 탑재된 엔진을 사용합니까?”
“아닙니다. 대통령님! 작년부터 건조되는 KD-3A 세종대왕급 구축함부터는 플라즈마 초광자 엔진을 탑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건조된 모든 함정에도 차츰 플라즈마 초광자 엔진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국방력과 연관되는 모든 무기나 장비는 현재 연구되는 모든 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자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네, 다음은 자동차 산업입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갈수록 첨단 복합체 형식의 산업 형태로 변화 중이며 현재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한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실제 실용화 출시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그때 되면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합니다.”
“자동차 기업들이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이 가장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더 신경 써서 관리해 주세요.”
“네! 대통령님, 그래서 자동차 기업과 연관된 수많은 하도급 업체에 대해 갑과 을의 종속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독자적 자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업마다 신기술과 연구개발비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임태연 장관의 설명이 마음에 드는지 설명을 듣는 동안 계속해서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래요 좋은 방안입니다. 아까 정책 4단계처럼 중소기업이 살아야 이 나라가 삽니다.”
계속되는 보고에 목이 말랐던지 임태현 장관은 대통령이 말하는 틈을 타 차를 한잔 마시고 다시 보고를 이어갔다.
“네, 대통령님, 마지막으로 에너지 분야입니다. 기존 계획으로는 이번 연도 말경에 안산에 8GW급 플라즈마 초광자 발전기를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한국전력공사 건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고 하여 내년으로 연기가 된 상황입니다.”
“한국전력공사 건은 국암원 통해 얘기는 들었습니다.”
“네, 앞으로 예정은 한국수력원자력 회사를 정부에서 인수하여 플라즈마 초광자 발전소 건설 및 운영기관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며, 앞으로 1개의 발전소를 건설 및 운영을 한 다음 2GW급, 5GW급, 8GW급, 15GW급으로 세분화하여 2020년 후반부터 수출할 시점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걸 한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님!”
임태연 장관은 보고 있던 태블릿 PC를 서현우 대통령에게 건넸다. 태블릿 PC 화면에는 현재 건설할 플라즈마 초광자 발전소에 대한 세분된 정보들이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에 몇 분간 천천히 읽어가며 확인한 서현우 대통령은 태블릿 PC를 다시 건네며 말했다.
“음, 좋군요. 잘 봤습니다. 아!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 회사를 인수하면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해야 는 데, 이름은 정해졌습니까?”
“네, 기밀 보안유지를 위해 공사 형태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으로 플라즈마 발전처로 결정된 상황입니다. 보고는 이상입니다.”
서현우 대통령은 오늘 미팅이 흡족했는지 임태연 장관에게 작은 박수를 보내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음,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임 장관이 요새 고생이 제일 많다는 거 잘 압니다.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지요. 좀만 더 힘내주세요”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고생보다는 그 어떤 일보다 보람찬 일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주니 더 고마울 따름입니다.”
★ ★ ★
2018년 8월 16일 16: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12 연구실(생명공학, 유전공학).
40평 남짓 한 연구실에 남들이 보면 배꼽 빠질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모든 연구원이 얼굴에 까만 팩을 쓰고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테스트?
“이거 얼마 동안 쓰고 있어야 합니까?”
남성 연구원이 김은희 책임연구원에게 말했다.
“10분 정도야”
“아~ 저도 이런 거 써야 해요?”
“박 연구원? 뭐가 불만이야? 피부도 좋아지고 연구도 하고 일거양득인데······. 난 매일 이런 연구만 했으면 좋겠는데?”
김은희 책임연구원은 팩을 톡톡 두드리며 주름이 생길까 봐 입만 살짝 벌리며 대답했다.
“그래도 남자가 이런걸······.”
“말 시키지 마! 주름 생긴단 말이야!”
“뉍!”
X-12 연구소에서는 한국제약공사를 통해 새롭게 판매할 노화 방지 마스크 팩을 테스트 중이었던 것이었다. 시플리스 성인들이 지구에서 수년간 인간을 연구한 자료는 2001년에 6개국으로 구성된 연구기관에서 만든 인간 게놈 지도보다 더 상세하고 세밀한 정보들이었다. 이런 인간 게놈 지도를 확보한 연구진은 기존에 시플리스 성인이 가져온 약물과 게놈 지도 덕분에 암 치료제부터 에이즈 치료까지 여러 신약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한층 더 인간이 가장 갈구하는 건 젊음이었다. 그 누구도 시간이 지날수록 늙는 것을 막을 순 없었지만, 인간은 젊음을 위해서라면 일억천 금을 주더라도 간직하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었다. 이에 연구진은 제품 개발에 있어, 장기적 노화 방지를 위한 약물이나 약보다는 일회성으로 조금씩 노화를 방지하는 제품을 생각하다 마스크 팩으로 결정했다. 이유인즉, 기업의 이윤에 의한 발상이었다. 얼마나 장기적으로 제품에 대한 지속적 공급으로 이윤을 챙길 수 있느냐······. 이게 결론이었다.
이번에 만든 “Anti-aging facial mask”는 노화 방지는 물론 장기적으로 사용 시 젊은 피부로 돌아가는 신의 선물이었다.
“안녕하세요.”
연구실 문이 열리고 남궁원이 큰 목소리로 인사하면 연구실로 들어왔다. 다들 남궁원을 보고는 다들 주름이 생기는 게 싫은지 손만 흔들면 인사를 받아줬다.
“저 소문 듣고 왔지요. 김 책임님, 저 마스크 팩 좀 주세요.”
김은희 책임연구원은 말 대신 오케이 신호를 손가락으로 보이며 연구실 선반에 있던 마스크 팩 수십 개와 동그란 케이스 두 개를 같이 종이 가방에 담아 남궁원에게 건넸다.
“와우! 이렇게 많이 주시고? 근데 이 동그란 케이스는 뭐예요?”
옆에서 시켜보고 있던 박재수 연구원이 끼어들었다.
“그건 영양 크림형식으로 나온 피부 탱탱 영양 크림입니다. 그런데 남궁 수석님, 그거 하려고요? 저야 여기 연구원이라 어절 수없이 하는 거지만, 남자가 무슨 팩을 한다고 그래요?”
박재수 연구원은 주름이 생기든 말든 상관없이 남궁원에게 말했다.
“하하하, 저 말고요. 줄 사람 있어서 그래요?”
“오호라······. 이혜진 대리님이죠?”
“네, 하하하”
“크크크, 오케이.”
“다들 마스크 쓰고 바쁘신 듯 같으니 저는 이만 갈게요. 김 책임님 감사해요. 김 연구원도 잘 있어요.”
“말 못 하는 김 책임님 몫까지 인사할게요. 잘 가세요.”
남궁원은 연구실에 나와 복도를 지나가며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면 휘파람을 불었다. 법적 나이는 같이만 실제 나이는 자기가 두 살이나 많다고 더 늙어 보이면 어쩌니저쩌니 투덜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그런 이혜진 대리가 생각난 것이었다.
★ ★ ★
2018년 8월 16일 18: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2 연구실(남궁원 연구실).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연구소 보안실에서 근무를 보던 이혜진 대리는 오후 6시가 되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을 했다. 그리고 이혜진 대리가 들은 곳은 남궁원 연구실이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까꿍! 남궁! 저녁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칼이네요? 딱 6시 되니 오시고?”
“왜? 싫어?”
“아뇨······. 좋아서요. 하하하”
“보안실에서 내가 좀 짬밥이 되지롱!”
귀엽게 웃으며 말하는 이혜진 대리가 너무 이쁘다고 생각한 남궁원은 책상 밑에 있던 종이가방을 꺼내 내밀었다.
“이거 받으세요”
“응? 뭐야?”
“헤헤. 보시면 압니다.”
이혜진 대리는 건네받은 종이가방 안의 내용물을 꺼내 보이며 남궁원에게 물어봤다.
“이건 마스크 팩 같고, 이건 무슨 화장품 케이스 같은데? 상표나 이름도 없는 게 뭐야?”
“그거 X-12 연구실에서 개발한 후 임상 테스트 중인 마법의 마스크 팩과 영양 크림입니다.”
“오 그래? 효과는 뭔데?”
“노. 화. 방. 지.”
“끼약~ 정말?”
“사실 저거 노화 방지뿐만 아니라 재생 효과도 있데요? 뭐 테스트 중이긴 한데 개발 당시 이론상 연구 결과로는 60대 노인이 6개월간 저걸 일주일에 한두 번 사용하면 40대 피부로 돌아간다는······. 전설이?”
“정말? 정말? 정말?”
“그럼요. 그런데 왜 이 대리님은 나이도 20대고 피부도 좋은데 왜 그리 피부에 집착해요?”
“몰라서 물어? 너 때문에 그러잖아?”
“하하하, 지금 보면 저보다 더 어려 보이는데······.”
“나중에 30대 되고 애 낳고 하면 쭈글쭈글해진다고”
이혜진 대리는 순간 자기가 지금 무슨 말 한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어라? 얼굴이 왜 빨개졌어요?”
“몰라. 어서 일어나. 밥 먹으러 가게.”
“네!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