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명
2018년 8월 12일 10:00,
서울시 강남구 어느 카페.
“며칠 전에 강 팀장님 말대로 대화 중에 살짝 흘려 말했더니, 유 전무 반응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오진호 본부장은 자기가 무슨 첩보원이 된 것처럼 주위 시선들을 살피며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강철중 팀장에게 속삭였다.
“나중에 안강호 상무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그 당시 위 선에서 지시가 내려왔을 때, 사내 이사진 쪽에서 강하게 반대를 하였지만, 그런데도 불가하고 유 전무가 앞장서서 무리하게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 전무가 로디콜이라는 회사와 개인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자 받으세요. 하하하, 이건 그때 위에서 내려온 공문이랑 몇 가지 자료입니다.”
오진호 본부장은 안 호주머니에서 접혀 있는 서류 몇 가지를 건넸고 강철중 팀장은 바로 서류 가방에 집어넣으며 몇 마디 던졌다.
“유 전무와 로디콜과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세요.”
다시 한번 주위를 돌려 본 오진호 본부장은 아까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번에 얘기한 것은 없었던 거로 해주시는 거죠?”
“그건 오 본부장님이 얼마나 좋은 정보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결정하죠.”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그것만 좀···.”
강철중 팀장은 자리에 일어서며 고개 한번 끄덕이고는 카페를 나섰다. 이를 지켜보던 오진호 본부장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 들이마시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제길, 제대로 걸렸구먼.”
2개월 전 국가비리암행원 수사2과 강철중 팀장으로부터 예전 직원 채용과 관련하여 몇 명에게 뇌물을 받은 일로 조사를 받고는 그날부로 오진호 본부장은 강철중 팀장의 정보원 역할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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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2일 15:00,
일본 도쿄 내각 총리실.
무슨 이유로 화가 나 있었는지 붉게 물든 축 늘어진 양쪽 볼이 흔들리듯 총리실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아베 총리를 안절부절못한 상태로 지켜보는 경제산업 대신 오카자키 신지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앉아만 있었다.
“아니, 대체 조센징 놈들은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갑자기 그런 제품들을 내놓으며 다시 살아나고 있는 일본 경제에 재를 뿌린단 말이오? 현재 우리 기업들 상황은 어떻습니까?”
일본 내각 총리의 직위에 있는 일본 최고 통치권자가 사석도 아닌 총리실에서 내각 대신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한국을 조센징이라는 칭하는 태도는 아베 총리가 아직도 일본의 군국주의 역사관에 빠져있다는 입증이었다.
“그, 그게···.”
전쟁위기설로 한순간 경기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가적 지원을 통해 다시 한번 경제 부흥을 일으키려던 일본은 2017년 후반기부터 한국제약공사라는 공기업에서 신약제품을 내놓으며 핵폭풍을 일으켜 세계 의약제품 시장을 잠식한 통해, 나름 잘나가던 다케다약품공업이 휘청거렸고, 2018년부터 도산 위기까지 몰리던 한국 여러 기업이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막 치고 올라가던 일본기업들이 주춤하며 다시금 몇 년 전 상태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게 뭐요? 어서 말해보세요?”
다그치는 아베 총리에 주점 서류가 방에서 몇 가지 서류를 꺼내 살펴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부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매도 빨리 맞으면 좋다고, 오카자키 신지 대신은 가장 피해가 심한 기업부터 보고하려 마음먹었다.
“현재 가장 손실이 큰 기업은 르네사스입니다. 2016년 미국 기업인 인턴 실을 3천억 엔을 드려 합병하며 차량 반도체 부분에서 PC, 및 모바일까지 확대···.”
“오카자키 대신! 간단하게 보고하세요!”
아베 총리가 버럭 화를 내자 움찔한 오카자키 신지 대신은 깜짝 놀라며 당황했는지 옆에 있는 요키마다 부대신을 쳐다봤다. 이에 빠른 눈치로 요키마다 부대신이 서류를 받아 말을 이었다.
“총리님 제가 대신 보고 드리겠습니다.”
“상관없으니 아무나 말씀하시오. 영 답답해서···.”
“네, 총리님, 현재 르네사스의 잠정적 손실분은 현재 1조 5천억 엔 정도이며, 갈수록 손실은 더욱 커질 듯합니다. 그리고 소니, 도시바, 각 11,000억 엔과 6천억 엔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또 한 이와 관련된 전자제품 부문에서도 소니, 파나소닉, 샤프, 닌텐도도 백색가전 제품에서 상당한 매출 저조로 총 1조3천억 엔의 손실을 보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서 두각을 보이던 르네사스는 합병과 합병을 거듭하며 덩치를 키워 PC 및 모바일 반도체 산업까지 확장하며 10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려던 시점에서 감호전자와 TK하이닉스의 피코급 반도체 제품 출시와 차량용 반도체 시장가지 확장하자 그대로 파산 직전 수준까지 내몰렸고 도시바와 소니 또한 수조억 엔을 투자하며 10나노급 반도체 생산설비를 가동하려던 참에 한국 기업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신일철주금으로 1조3백억 엔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신일본제철은 고로철강사인 일신제강을 자회사화하며 적극적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앞세워 고급 강재를 철강산업의 무기로 여기며 2016년부터 조강 생산량 세계 2위까지 올리며 호조를 보이다가, 2018년부터 9위로 한순간 떨어졌다.
“세 번째로 다케다약품공업으로 8천억 엔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다케다약품공업은 아시아 최대 다국적 제약회사로 2017년 연 2조5천억 엔의 매출을 올리던 세계 12위의 굴지의 회사였으나, 2017년부터 급격한 매출 저조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자동차 산업과···.”
“그만! 보고 서류는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만 나가보시오.”
생각보다 손실금액이 컸던지 아베 총리는 더는 듣고 싶지 않은 마음에 보고를 중단시키며 내쫓아 버렸다. 한국 경제 불황을 기회 삼아 국가적 지원을 통해 제2의 경제 부흥을 꿈꾸던 아베 신조는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이유인즉, 개헌을 통해 보통국가로 천명하며 정식 군대를 보유하게 된 아베 신조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위군의 전력을 증강하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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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5일 14: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73번째 8‧15 광복절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광복절의 큰 의미도 있었지만, 3년 전 평양 폭탄 테러로 안형준 전 대통령을 포함하여 정부 인사 20여 명이 사망하거나 중경상을 입은 참으로 비극적인 슬픈 날이었다. 이유로 71번째 광복절 기념행사부터는 8‧15 테러희생자에 대한 추모식도 겸해 진행하였다.
“시작합시다.”
오전에 광복절 및 8‧15테러 희생자 추모 행사를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온 대통령은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각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었다.
“현재 경제회복 3단계 진행 중이며 동시에 4단계 계획을 준비 중입니다. 국내 기업 100개 기업을 선정하여 각 기업의 주 아이템에 맞춰 맞춤형 기술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하연구소 측과 합의 중입니다. 중기업 목록은 여기 서류를 보시면 됩니다.”
차세대기술사업부 임태연 장관이 서류를 대통령에게 건넸다. 잠시 후 건네받은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던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임 장관님?”
“네, 대통령님.”
“저는 무엇보다 경제회복 정책 중에 4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 몇 군데가 모든 사업 분야에서 좌우지 할 정도로 독과점 형태의 문어발 경영이 심합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앞으로 한국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중기업들 성장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시고 이에 산업통상부와 협조해서 대기업들이 자회사를 독자적 기업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은 서류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임태연 장관을 보며 힘 있는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대기업 총수들이 있다면 신기술 정보 제공 건으로 협박 좀 하세요. 항상 갑에 있다가 을이 되면 이런 심정이라는 것도 가끔은 깨우쳐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기업도 100개 기업에서 200개 기업으로 확대하세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경제회복 4단계 정책은 수정 보완하여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럼 계속 보고 드리겠습니다.”
“경제회복 3단계 진행 상황에 대해서 중간보고 드리겠습니다. 2단계 반도체 및 전자분야 사업에 이어, 3단계는 조선업과 자동차, 그리고 차세대 에너지 사업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장관 중 가장 젊었던 임태연 장관은 시대에 맞게 삼호전자에서 이번에 출시한 두께 4mm의 태블릿 PC를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첫 번째 조선업 분야입니다.”
한때 수주량 기준 세계 10위권에 1위인 현웅중공업을 포함하여 6개의 한국 기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며 저력을 보이던 산업 분야였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일본의 엔저 정책과 중국의 약진으로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같았던 6개 기업은 파도에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바닥 치는 실적으로 재정난에 허덕이자 창사 이래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명예퇴직 및 실업자를 양산하여 국내 내수 경제를 흔들리게 한 원인이기도 했다.
“해외로부터의 수주량이 부족한 부분을 국내 수주로 먼저 메우고자 작년에 수주한 이지스 세종대왕급 3척 외에 국방부 및 해군과 협의를 통해 현재 6척을 추가로 건조하기로 하여 현재 6개 기업에 1척씩 수주시킨 상태입니다. 참고로 추가된 6척은 한국형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230급 잠수함(배수량 6,000t) 12척에 대한 건조 결정이 되면 각 2척씩 수주시킬 예정입니다. 그리고 포스테크 및 철강업체와 MOU 체결로 해외로 수출되는 철강 금액보다 30% 낮은 금액으로 제공하기에 앞으로 해외 타 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며 수주량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정도면 명예퇴직한 분들이나 실업자 인분들이 다시 예전 회사로 복귀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의 질문에 임태현 장관은 태블릿 PC를 몇 번 조작하더니 이내 답변을 하였다.
“올해 말까지 예상한 국내 수주량으로는 모든 실업자분을 기업에서 채용하기엔 부족합니다. 대략 30% 정도는 가능한 수주량입니다.”
“많이 부족하군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운수업 분야는 경제회복 정책에서 몇 단계입니까?”
“운수업은 6단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 해양운수업만이라도 3단계로 끌어 올리세요. 앞으로 수출이 늘게 되면 그만큼 운수량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럼 그만큼 컨테이너 선박도 필요하겠지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해양운수업 분야 모든 기업에 재정 지원을 하시고 이에 필요한 선박을 국내 조선업체를 통해 건조 계획을 잡으세요. 그리고 국방부와 해군에서 향후 진행하려는 모든 함정 건조 계획을 확인해서 내일 당장 보고해주세요. 가능합니까?”
“국방부 측과 회의해 내일 보고서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