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605)

기술혁명

2018년 8월 3일 16:00,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만찬 회장.

세계 철강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 한국은 이제 IT와 NT 산업 분야로 눈을 돌려 경제회복 2단계를 실행했다.

첫째로 IT와 NT 산업 분야였다. 5월 삼호전자와 TK 하이닉스는 공동으로 나노급을 뛰어넘는 피코급 공정기술을 개발했다는 발표 후 1개월 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100피코급 D랩과 각종 PC, 모바일, 낸시 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출시하며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IT 산업혁명을 이뤘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차세대기술협력부에서는 건실한 중기업 중 3곳을 선정하여 피코급 공정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세계 반도체 시장에 한국 기업이 약진하는 주 무대가 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였다.

이에 세계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던 인텔은 속수무책으로 1위는 물론 TK 하이닉스에 2위 자리까지 내줬고 2위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도 두 배 이상 차이로 간신히 3위를 유지할 뿐이었다. 이외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도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한국 기업들 때문에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곳도 있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고성능의 반도체 메모리 출시 결과로 이와 연관된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는 변화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며 기존 고정관념을 탈피한 새로운 제품들을 연구하는 발단이 되었고 이에 삼호전자 및 HG사도 새로운 개념의 백색가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여러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지난 3년간 캄캄했던 적자경영을 일순간 흑자경영으로 되돌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으려 했다.

“축하드립니다, 이 사장님.”

이번에 80피코급 D램 출시 발표 후 막 회견장에서 빠져나와 만찬 회장에 들어선 삼호전자 메모리 부문 대표이사인 이겸호 사장은 차세대기술협력부 기업지원2팀장인 오대식의 인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오 팀장님. 와인이나 한잔하면서 얘기 좀 나누지요.”

이겸호 사장은 귀인을 만난 듯 친숙함을 들어내며 주인 없는 다과 탁자를 가리키며 앞장섰다.

“발표 회견장을 보니 세계 취재진 중 반은 온 듯합니다. 하하하.”

“이게 다 오 팀장님 덕분 아닙니까?”

오영일 사장은 살짝 오대식 팀장에게 상체를 기울여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노조로 말을 흘리며 레드와인을 오대식 팀장에게 내밀었다.

“자! 한잔합시다.”

이렇게 이겸호 사장과 오대식 팀장은 레드와인을 살짝 부딪친 후 레드와인의 향을 맡은 후 조금씩 목을 축이듯 마시며 보안 관련된 사항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3개월 전 기술협력부 기업지원2팀 팀장인 오대식은 삼호전자 담당자로 배정받고 이겸호 사장과의 첫 대면 후 3개월간 피코급 공정기술에 대한 삼호전자 쪽에 정보를 제공하여 오늘 이렇게 성공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오대식 팀장의 진짜 임무는 지금부터였다.

바로 삼호전자 내에서 피코급 공정기술에 대한 보안유지였다. 최근 타 팀에서 한 기업에 신규기술을 전수했다가 그 기업 부사장이 중국으로 기술을 빼돌리려다 적발되어 소리소문없이 1급 교도소로 수용되는 신세가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장님, 앞으로는 사내 연구진들에 대한 피코급 공정기술에 대한 보안에 대해서 더욱더 신경 쓰셔야 합니다. 솔직히 저희 부서에서도 감시하겠지만, 회사 자체 보안이 매우 필요한 때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의 특별지시를 받은 것도 있고 해서 현재 국정원 못지않은 자체 보안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경호 인원도 두 배로 배치해 놨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씀 하지니,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하하하.”

“저기 부회장님 오시는군요. 인사 좀 나누시지요?”

★ ★ ★

2018년 8월 10일 10:00,

충북 청주시 서원구 봉무산 올림푸스 기지.

1년 6개월 만에 봉무산 지하에는 지하 20층 건물이 올림푸스 기지라는 이름으로 완공되었다. 준공식은 보안상 간략하게 진행하였고 청와대에서는 오장수 안보실장과 안보전략비서관 등 몇 명의 정부 인사만 준공식과 보안 점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내려왔다.

또한, 경부선과 연결된 지하 철로엔 생산설비를 가득 실은 화물 기차가 올림푸스 지하 기지로 들어섰고, 완공 전부터 층마다 생산설비를 설치하느라 현장 인부들은 땀을 흘리며 분주하게 작업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올림푸스 기지에 대한 완공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올림푸스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첫 삽을 떴을 때부터 1년 5개월간 집에도 가지 않고 이곳 임시 숙소에서 숙식하며 완공 때까지 안전사고 없이 물심양면 총괄 감독을 한 2공병여단 오영일 준장은 50여 명의 정부 관계자 및 방산사업 임원진들을 바라보며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했다.

“먼저 이 자리에 참석하신 정부 관계자분들과 그동안 올림푸스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땀 흘려주신 기업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국군 장병들이 있었기에 한 달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앞당겨 준공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영일 준장은 인사말을 하고는 단상 옆으로 나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한 후 본론으로 넘어가 올림푸스 기지 완공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올림푸스 기지는 지하 20층으로 이뤄진 건물로 층당 면적은 여의도 면적에 버금가는 33만 제곱미터입니다. 지하 기지인 만큼 지진 8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되어있으며 혹, 핵전쟁으로 인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기지 내부 및 외곽 철골은 모두 포스테크에서 특별히 제작한 초고강도 강철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럼 층별 시설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옆에 스크린을 보시기 바랍니다.”

오영일 준장의 설명이 끝나고 단상 중앙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 화면이 켜지며 올림푸스 기지 내부 구성 도면이 나오며 각층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쓰여 있었다.

<올림푸스 기지 층간 구성>

1층: 외곽 경계 1연대 소속 3개 대대 숙소 및 보안 통제실

1.5층: 2m 초강도 차폐막 시스템 설치

2층: 내부경계 1연대 소속 1개 대대 / 보급품 저장 제1 창고 / 수화물 기차역

3층: 실내 공원 및 각가지 편의시설, 식당, 방산사업 근로자 숙소

5층: 군수 물품 자재 창고

6층~16층: 방산사업 생산라인

17층: 중앙지휘소 및 기지 감시통제실 / 보급품 저장 제2 창고

18층: 실내 공원 및 각가지 편의시설, 식당, 숙소

19층: 국방과학연구소 생산라인1

20층: 국방과학연구소 생산라인2

21층: 올림푸스(기지 전기, 수도, 공기 정화 관련 시설)

10여 분간 올림푸스 기지의 각층 시설에 관한 설명을 마친 오영일 준장은 목이 멨는지 물 한잔하고는 다시 마이크에 입을 댔다.

“올림푸스 기지는 현재 군수 물품을 생산할 생산설비는 이번 달 말일까지 모두 설치될 예정이며 이와 관련된 관계자 인원들 또한 모두 입주를 마쳐 9월 1일부터 올림푸스 기지는 정식으로 군수 물품 생산을 할 예정입니다. 이상으로 설명을 마치고 질문이 있으시면 질문을 받겠습니다.”

“기지 입주자 인원은 몇 명입니까?”

오장수 안보실장과 함께 온 안보전략비서관인 이길수 비서관이 질문했다.

“입주자 총원 12,900명입니다. 이중 외곽 및 내부경계를 맡은 1경비연대 소속 군인이 1,500명, 방산사업장 근로자가 8,000명,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인원이 400명, 마지막으로 올림푸스 운영 인원이 3,000명입니다.”

“기지 규모보다 입주 인원이 많지 않군요?”

“그렇습니다. 이유는 올림푸스 기지에 들어오는 모든 생산설비는 모두 자동화 설비로 바뀌면서 작년에 예측했던 근로자 인원이 1/3로 크게 줄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이곳 근로자들의 외출 여부와 보안 사항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보안 부분은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단상 좌편에서 앉아있던 한 사내가 일어나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저는 올림푸스 중앙 보안실 책임자인 강무진 실장입니다. 저를 포함한 올림푸스 기지의 모든 입주자는 고성능 GPS 칩을 몸에 이식해야 합니다. 이에 저희 중앙 보안실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외부로 외출하는 경우 모든 인원에 대해 실시간으로 위치 추적을 할 수 있으며, 방산사업장 근로자면 필요에 따라 저의 보안 요원이 함께 외출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내부 기지 인원들이 외부로 나갈 때 사진이나 정보에 대한 밀반출위험에 대해선 어떻게 보안을 유지합니까?”

“그 질문에는 준비한 화면을 보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스크린 화면을 조작하는 직원에게 강무진 실장이 눈치를 주자 이내 화면에는 보안 관련 화면으로 바뀌었다.

“올림푸스 기지에서 외부로 연결된 출입구는 3곳입니다. 올핌푸스 기지의 정문인 지하 1층 출입구, 지하 2층 수화물 기차역 출입구, 그리고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비상 출입구입니다. 비상 출입구를 제외한 2곳 모두 출입 관련 절차는 같습니다.”

강무진 실장이 한 번 더 직원에게 눈치를 주자 이내 화면이 바뀌었다.

“모든 출입자는 그 어떠한 물품을 반입하거나 반출할 수 없습니다. 오직 몸만 통과할 수 있으며 안경, 시계, 반지 등등, 최소 몸에 지닌 물건에 대해서는 광학 정밀 스캔으로 검사하고 반입과 반출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는 대통령님이 오시더라도 똑같습니다. 단, 보안 요원끼리 연락이 가능한 PM-1 통신기는 보안 요원에 한해서 반입 및 반출할 수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알겠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강무진 실장이 뒤로 물러서자 오영일 준장이 말을 이어갔다.

“그럼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제가 질문드리겠습니다.”

단상 중앙에 앉아있던 오장수 안보실장이 손을 들며 말했다.

“네, 오장수 안보실장님.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비상시, 그러니까 전쟁이나 그런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올림푸스 기지는 어떻게 대처하는지요?”

“비상사태 발생 시 올림푸스 기지는 긴급지령 12호에 따라 외부와 연결된 모든 출입구를 차단하게 되며, 자체 시스템으로 이뤄진 공기 정화 시스템, 지하수를 이용한 정화수 시스템, 올림푸스 전용 발전기, 그리고 비축된 비상식량으로 외부 도움 없이 2년 동안 기지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습니다.”

“준비가 아주 잘 되어있군요. 알겠습니다.”

“럼 다른 분 질문 있습니까? 없으면 이상 준공 브리핑은 마치도록 하고 이제 층별 시설에 대해 관람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보안 직원들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간략한 인사말로 브리핑을 끝마친 오영일 준장은 주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보안 직원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보안 직원들은 참석한 여러 관계자분을 인솔하기 위해 손을 들어 앞장을 섰고 브리핑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보안 직원을 따라나섰다.

가까운 미래,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신들이 산다는 올림푸스, 이 이름을 가진 올림푸스 기지는 세상을 뒤집고도 남을 어마어마한 각가지 무기를 만들어 내는 대한민국 군수공장의 메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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