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명
2018년 7월 12일 11:00,
서울시 강남구 포스테크 본사.
2014년 당시 세계 철강생산량 4위였던 포스테크는 2015년 평양 폭탄 테러 사건 이후 한반도 전쟁 위기 속에 국가적 경제위기에 봉착하며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어 2017년에는 11위로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하지만 2018년 3월 기존 철강보다 1.5배의 고강도 강철 제품을 내놓으며 순식간에 포스테크 매출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며 조강 생산실적 2분기 기준 세계 2위를 마크했다.
또한, 세계 경제지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4분기 시점에서는 조강 생산량 15,360만 톤으로 1위까지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수치는 포스테크가 가장 잘나가던 2014년 4,200만 톤의 4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5개월 전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6 연구실에서 외계 금속을 연구하던 중 기존 철강 제품보다 1.5배 더 강도가 높은 고강도 철강을 만들 수 있는 제조 공식을 알아낸 지하연구소는 이러한 사실을 차세대기술협력부에 알렸고 이에 차세대기술협력부는 경제회복 정책 1단계로 철강산업 분야로 결정하여 코스피 상장 20개 기업과 중소 100여 개 기업의 임원진을 소집하여 기술 협력 회의를 했다.
협력 회의의 주목표는 침체한 한국 철강산업 분야의 약진과 이와 관련하여 종사하는 수많은 협력(하도급)업체부터 개인 고물상 영세 사업자까지 모두가 연계하여 서민경제부터 차근차근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게 회의의 주된 목표였다.
<회의안건>
1. 고강도 철강 제조 공식의 70% 지분은 대한민국 정부 소유.
2. 아래 기준에 준수하는 기업에 대해 고강도 철강 제조 공식을 무료 제공.
- 제조 공식으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의 50%는 대한민국 정부 국고로 환수.
- 하도급 업체와의 계약에 있어서 기존 계약금의 20%를 인상하여 새롭게 계약 체결을 하며,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차세대기술협력부에서 감사 진행.
- 가격 담화 및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 횡포 적발 시 사법처리 및 제조 공식 선정업체에서 탈락.
3. 하도급 업체 및 중소기업 업체는 영세 사업자(고물상)로부터의 매입하는 고물 가격을 현 시장가격 기준으로 20% 인상 및 당분간 가격 유지.
4. 고물상 업체는 개인으로부터 매입되는 모든 고물에 대한 가격을 현 시장가격 기준으로 30% 인상 및 당분간 가격 유지.
이러한 경제회복 1단계 정책에 따른 효과는 2분기가 지난 현재 포스테크를 선두로 현진제철, 동영제강, 한국제강, 고려철강이 세계 철강생산량 20위권에 올랐으며 나머지 기업들도 100위권 안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또한, 국내 철강 기업들은 고속 성장에 발맞춰 대규모 직원 채용 정책을 펼쳐 지난 경제위기로 명퇴나 해고로 실업자가 된 수많은 가장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는 침체 중인 내수 경제를 다시 살리는 원동력이 되면서 한국 경제 또한,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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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4일 14:00,
서울시 중구 국가비리암행원 국가비리수사국 회의실.
“그럼 지금부터 한국전력공사 외국지분 33%를 소유한 외국 투자사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국가 비리수사국2과 장수현 과장이 브리핑하기 위해 단상에 나와 스크린에 나온 자료를 가리키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33%의 외국지분은 3개의 외국 계열 회사에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3%를 가지고 있는 미국 투자회사인 로드컴퍼니, 5%를 가지고 있는 호주 투자회사인 페리츠퍼시픽, 그리고 나머지 25%를 소유하고 있는 로디콜이라는 투자회사입니다. 이 중 25%의 막대한 지분을 소유한 로디콜 기업은 케이맨군도에서 설립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 투자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수사2과에서는 5개월간 이 회사를 조사한 결과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한국계 미국인으로 15년 전 미국에 이민 간 로디 리, 한국 이름은 이철준이라는 인물입니다. 문제는 로디콜이라는 회사의 실제 소유주는 따로 있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여기 자금 이동 경로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장수현 과장은 화면에 표기된 여러 형태의 도표와 자금 출처 이동 경로 그림을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2015년부터 한국전력공사의 배당금 명목으로 이체받은 로디콜의 계좌를 추적하던 중 한국으로 이체된 계좌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계좌는 바로 로디 리와 4촌인 한국인 이명본입니다.”
잠시 후 스크린에는 이명본과 그의 아버지인 이복덕 사진이 나오며 일제강점기 시절 이복덕이 행했던 여러 자료가 스크린에 비치고 있었다.
“다음 화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명본의 아버지인 이복덕은······.”
국가비리암행원 국가비리수사 2과에서 이복덕을 조사하게 된 계기는 이랬다. 작년 12월 국무총리 산하기관인 반민족행위조사처로부터 1건의 조사 요청이 들어왔다.
이복덕은 1931년 3월 자신의 할아버지인 이규준이 받았던 남작 작위를 승계받았으며, 1945년 8월까지 창복회로부터 매달 교부금 150원을 받았다. 1933년 경복중학교에 입학했지만 1937년 중퇴했고, 일본 도쿄 호세이대학 예비과(1937~1940)와 경제학부(1940~1942)를 졸업했다. 1942년 12월 민족번영회라는 회사를 만들어 일본의 각 기업과 연계해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을 일본기업에 파견 근무로 위장하여 강제동원을 시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인물이었다.
이에 반민족행위조사처에서는 이준규와 이복덕을 친일행위 재산환수 대상 명단에 등록하여 모든 재산에 대해 1910년부터 재산 내역을 조사하던 중 이복덕의 장남인 이명본의 모든 재산이 2015년 해외로 빠져나간 것을 포착하여 국가비리암행원에 정식으로 조사 의뢰를 한 것이었다. 이에 국가비리수사 2과에서 전담하여 이명본의 모든 재산 출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고 3년 전 미국 거주자인 4촌 로디 리의 회사에 전 재산을 투자하였고 이 회사가 바로 한국전력공사의 외국지분 25%를 가지고 있는 로디콜이라는 회사였다.
“현재 이명본의 모든 재산에 대한 국고 환수 작업을 위해 반민족행위조사처, 차세대기술협력부의 기업지원국, 그리고 우리 수사2과에서 공조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고했네, 장 과장. 원장님도 이번 일에 대해 매우 관심 있게 보고 계시네, 그러니 저런 못된 친일파 놈의 재산은 모두 환수해야지, 안 그래?”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말해보게나.”
“평양 폭탄 테러 사건 이후 주식 폭락 당시 한국전력공사는 끝도 없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고자 해외지분 10% 이하로 잡혀 있던 규정까지 깨며 25%를 지분 매각했습니다. 그때 로디콜이 25% 전체를 매입했습니다.”
“수상한 부분은?”
안경훈 국장도 뭔가 느낌이 왔는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관심을 보였다.
“이 당시 지분 매각을 지시했던 게 전 정부 민정수석인 오만한입니다.”
“오만한 전 민정수석?”
“네, 그리고 오만한과 이명본은 사돈 관계라는 것입니다.”
“그림 나오는군. 친일파든 부정부패 반역자든 내 힘닿는 데까지 지원해줄 테니 이 자식들 확실하게 엿 한번 제대로 먹여 봐. 어떤 비리보다도 반민족행위자이면서 떵떵거리고 사는 놈들을 확실하게 손을 봐야 하니까 말이야.”
“확실히 잡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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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5일 16:00,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유기태 전무실.
“전무님, 그 플라스마인가 뭔가 하는 발전기 우리나라에 그 기술이 정말 있을까요?”
오랜만에 본사 이사진 회의 참석차 나주 본사에 온 오진호 본부장은 유기태 전무실에 들려 안강호 상무와 함께 차세대기술협력부에서 말한 플라스마 초광자발전기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들 알겠어?”
“전무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핵융합 발전소도 아직 미국조차 건설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뭐 처음 들어보는 그 플라스마 초광자발전기? 무슨 SF 영화 찍은 것도 아니고, 전 사실 믿지 않습니다.”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긴 한데 말이야 거짓이라면 왜 우리에게 그런 말을 했냐는 거지.”
옆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던 안강호 상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 생각엔 전 정부 때 외국 투자사에 지분 매각한 거 때문에 너희 골탕 좀 먹어 봐라는 게 아닐까요?”
푹신한 소파에 앉아 머리를 째기고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던 유기태 전무는 안강호 상무의 말에 갑자기 버럭 소리치면 화를 냈다.
“안 상무! 말 같지 않은 소리는 하지도 말게.”
“죄송합니다. 전무님.”
“그때 외국으로 지분 매각한 게 뭐 우리 뜻이었나? 다 위에서 하라고 하니까 한 거지.”
“전무님, 안 상무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뭐야? 자네까지?”
“들어보십시오. 2015년 평양 테러가 터지고 주식이 폭락하자 바로 윗선에서 25% 지분을 외국 투자사에 매각하라는 지시를 내렸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폭락 당시 한 주당 가격이 4천 원이었던 게 지금은 6만 원대입니다. 15배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뭐?”
“요즘 난리잖아요. 그 국가비리암행원인가 암행어사인가, 눈만 뜨면 각종 비리 사건 조사하고 범인 체포하고 거기다가 예외 없이 재산 몰수했다느니 뭐니 하면서요.”
순간 속사포처럼 주절대던 오진호 본부장은 험악해지는 유기태 전무의 얼굴을 보고는 더 말하려다 입을 닫아 버리곤 유기태 전문의 눈치를 봤다. 그런 오진호 본부장의 행동을 보지 못한 안강호 상무가 무심코 말을 흘렸다.
“그때 매입했던 투자사 로디콜은 유 전무님이 잘 아는 사이······.”
눈치 없이 말하던 안강호 상무도 유기태 전무의 표정을 보고는 끝말을 흐리며 입을 닫아 버렸다.
“자네들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함부로 하지 말게나, 알았어?”
붉게 상기된 유기태 전무는 두 명을 노려보며 경고하듯 한마디 더 던졌다.
“어디 가서 그딴 소리 하고 다녔다가는 그날로 회사에서 쫓겨날 줄 알아?”
유기태 전무의 협박성 말에 안강호 상무와 오진호 본부장은 갑자기 죽을죄 지은 사람처럼 머리를 조아렸다.
“전무님, 뭐 하러 그런 얘기를 밖에서 하고 다니겠습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요, 어린애들도 아니고.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안강호 상무와 오진호 본부장의 말에도 유기태 전무의 표정은 굳은 채 변하지 않았다.
잠시 후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전무실에서 나온 오진호 본부장은 유기태 전무의 과잉반응에 대해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고 이에 뭔가를 생각하며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뭔가 구린내가 나는군, 유 전무에 대해서 파고들면 뭔가 나올 거 같단 말이야. 안 상무 통해서 좀 더 정보 좀 빼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