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물결의 힘
2017년 10월 24일 11: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1 연구실(외계 비행체 연구실).
남궁원은 타 부서 연구원 몇 명과 함께 지하 8층 X-20 연구실로부터 공급 전력선을 X-1 연구실까지 연결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흘 동안 아무 문제 없이 가동되고 있는 플라스마 초광자발전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전력을 외계 비행선에 연결하여 호큘라의 가동률을 올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 남궁 수석, 이쪽은 연결 완료했어.
“네, 허 주임님. 알겠습니다.”
- 기 연구원? 그쪽은 어떻게 됐어?
- 지금 연결 마무리 단계입니다. 방금 연결되었습니다.
“그럼 다들 전력 연결선에서 물러나 있으세요.”
남궁원은 마지막으로 발전기와 비행선과의 연결 상태 및 외계 비행선의 상태에 대해 호큘라를 통해 마지막 체크를 실행했다.
“호큘라, 전력선 연결 상태는 어때?”
- 전력 연결선 이상 없음.
“좋아, 그럼 전력 공급 실행한다.”
“허 주임님, 전력 공급해주세요.”
- 오케이.
지하 8층 X-20 연구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허상원 주임연구원은 남궁원의 요청에 전력 공급 스위치를 눌렀다. 이에 플라스마 초광자발전기의 전력이 순식간에 전력 연결선을 통해 외계 비행선으로 공급이 되었다. 전력량은 100MWh였다.
- 현재 호큘라 메인 시스템 가동률 35% 상승.
- 현재 호큘라 메인 시스템 가동률 41% 상승.
- 현재 호큘라 메인 시스템 가동률 51% 유지 중.
“호큘라, 더는 안 올라가는 거야?”
- 현재 전력 공급량으로는 51%가 한계임.
“알았어. 어쩔 수 없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남궁원의 노트북 화면에는 외계 비행선의 입체 도형이 있었고 각가지 그래프 도표가 춤을 추며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후 비행선 1층을 표기한 회색 색채가 연한 노란색으로 차츰 바뀌고 있었다.
- 현재 비행선 내부 1층 활성화 중. 70%, 80%, 90%, 100% 활성화 완료. 남궁원, 비행선 1층의 모든 시설 사용에 대한 권한 승인 완료.
“오, 그거 잘 됐군. 그런데 1층에는 뭐가 있는데?”
- 모든 정보는 데이터로 전송해주겠다.
“고마워.”
그러던 중 비행선 내부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에 남궁원은 노트북을 내려놓고 비행선 입구로 달려갔다. 중앙 계단으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오른편에 있는 첫 번째 격실에 들어선 남궁원은 눈을 비비고는 고개를 내밀며 신기한 듯 바라봤다.
“와, 이거 정말 멋지잖아?”
첫 번째 격실 안 3면의 벽에서는 온갖 희귀만 장비들이 장치 대에 걸쳐 튀어나와 있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은 왼쪽 벽면 장치 대에 걸쳐 있는 4정의 커다란 무기였다. 워낙 스플리스 성인이 컸기에 무기 또한 길이가 1.5m나 되는 크기였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조심히 무기를 들은 남궁원은 생각보다 가벼웠는지 쉽게 들었다. 생김새는 꼭 K-11 복합소총처럼 생긴 무기를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해보며 여기저기 확인한 남궁원은 오른쪽 측면 방아쇠 윗부분에 있는 단추를 눌러보았다. 그러자 작은 소음을 내며 활성화가 되었는지 가늠자가 있어야 할 위치에 작은 모니터 화면이 켜지고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수치 및 영상이 비쳤다.
‘이게 바로 스플리스 성인들의 무기구나!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남궁원은 허리춤에 있던 무전기를 들어 허상원 주임연구원을 호출했다.
“허 주임님, 방송실에 연락해서 이 박사님과 기계공학 출신 연구원분들 X-1 연구실로 오시라고 방송 좀 해주세요.”
- 오케이, 그런데 뭐 재미난 거라고 발견한 거야?
“방송하시고 허 주임님도 오세요. 오시면 아마도 입이 쩍 하니 벌어지실 겁니다. 하하하.”
잠시 후 이수진 박사를 비롯하여 십여 명의 연구원들은 스플리스 성인의 갖가지 장비를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기계공학 박사인 이동원 수석연구원 또한 신세계를 본 듯한 표정을 보이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이날 확보한 12종 52가지 장비들은 하나하나가 인류 과학의 200년 이상의 진보된 장비들로 미래의 한국군의 모든 장비의 초석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 ★
2017년 10월 24일 18:50,
충북 충주시 제17전투비행단 본관 앞 휴식처.
오랜만에 칙칙한 지하연구소에 나와 본관 앞 쉼터에서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혜진 대리의 손을 꼭 쥐고 활주로 넘어 짙게 물든 노을을 보며 남궁원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 대리님.”
“왜?”
“제가 왜 여기 연구소에 악착같이 모르는 분야에까지 파고들면서 연구하는지 아세요?”
“좋아했잖아? 그래서 그런 거 아니야?”
“재밌기도 했지만, 사실은 외계인들의 과학기술로 혹시나 과거로 갈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과거? 타임머신 같은 거?”
“네.”
“왜?”
이혜진 대리는 질문을 하고 나서야 남궁원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아, 미안해.”
“아녜요. 왜 이 대리님이 미안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구나?”
“가끔 잠 안 자고 연구에 매진할 때는 아마도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차 있었나 봐요.”
“부모님 보고 싶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남궁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다. 그리고 한참 후 남궁원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속삭였다.
“내가 네 부모님 몫까지 행복하게 해줄게, 슬퍼하지 마!”
“고마워요.”
★ ★ ★
2017년 10월 25일 09:3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공군기지 실외 사격장.
어제 확보한 스플리스 성인의 장비 중 몇 개에 대한 실험 테스트를 하기 위해 사격장에 여러 연구진과 제17전투비행단 여단장도 나와 있었다. 사전에 남궁원은 호큘라로부터 각가지 장비에 대한 데이터를 받아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 배포하였고 이에 사용 숙지를 통해 연습한 헌병대 한 명이 레이저 라이플이라고 이름 지은 무기를 가지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레이저 라이플 제원>
길이: 1.48m
무게: 3.5kg
출력 모드: 저출력, 고출력
사격 모드: 단발, 연발
탄창: 플라스마 전지 팩 충전 방식(탄창처럼 탈부착 형식)
출력 소모: 플라스마 전지 팩 1개 기준 저출력 1,000발, 고출력 20발
저출력 모드로 설정한 헌병 대원이 10mm 철판 5개를 겹친 표적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쭈웅~ 텅엉!!
작은 소음을 내며 붉은색 빛줄기가 총구를 떠나 표적 판에 명중했다. 10mm 철판 두 번째 철판까지 구멍이 나버렸다. 사람이 맞았다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파괴력이었다.
잠시 후 2단계 고출력 모드로 조절한 헌병 대원이 이번엔 10mm 철판 20개를 겹친 표적 판을 보고 방아쇠를 당겼다.
팟슈슝~ 파야 앙!
저출력 모드보다 더 묵직한 소리를 내며 굵고 붉은 빛줄기가 철판 표적 판에 명중했다. 10mm 철판 12번째 판까지 큰 구멍이 나버렸다. 이는 중장갑인 전차는 몰라도 일반 장갑차쯤은 쉽게 박살 낼 수 있는 위력이었다.
짝짝짝.
여기저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중에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제17전투비행단 여단장인 오석명 준장이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지금까지 군 생활하면서 개인화기가 이 정도의 위력을 보여준 건 처음입니다. 이런 무기들이 이른 시일 안에 우리 장병들이 가지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지는군요.
“여단장님, 제가 밥을 굶더라도 최대한 빨리 우리 군 장병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상용화시켜보겠습니다.”
이날 시범 테스트를 총괄한 ADD(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이동원 수석연구원이 자신감 찬 목소리로 여단장에 바람 섞인 말에 대답하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3시간 동안 여러 가지 시범 테스트를 걸친 장비들은 ADD(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에게 개발 업무로 할당되었고 향후 2년 안에 한국형 무기로 전환하는 목표로 삼아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