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605)

잔잔한 물결의 힘

2017년 10월 10일 14:1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20 연구실(초광자 플라즈마 발전기 연구실).

7월에 확장된 지하 8층 연구실 정 중앙의 커다란 유리관 안에는 소형차 크기의 차세대 플라스마 초광자 발전기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에 두꺼운 보호 유리판 너머로 20여 명의 연구진이 첫 실험 테스트를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남궁원 또한 연구진들 속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번 연구 총책임자인 핵물리학 박사인 한형국 책임연구원이 가동할 수 있는 공식 모듈 카드를 플라스마 초광자 발전기 운영 장치에 삽입시켰다.

“모듈 삽입 완료, 정 주임 가동 ON”

“네 알겠습니다. 가동 ON”

한형국 책임연구원의 지시에 옆에서 발전기 운영 담당인 전호태 주임연구원이 가동 스위치를 눌렀다. 잠시 후 플라스마 발전기 내에서 기이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작은 스파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찌직 찌직~ 이위위위위위윙~

플라스마 초광자 발전기 중앙에 있는 투명 유리관에서 극렬한 불꽃반응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붉은빛의 레이저 모양의 형태로 좌우로 뻗어가며 시간이 갈수록 더 굵고 붉게 변해갔다. 가끔 불규칙한 스파크가 튀기며 유리관 안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희한한 장면을 연출했다.

“안 연구원, 내부 온도 체크, 자기장 이상 유무 체크, 외부 균열 이상 유무 체크”

긴장감이 팽팽한 상황에서 한형국 수석은 실시간으로 연구진들에게 지시를 이어갔다.

“내부 온도 500만도 유지 중, 현재 자기장 이상 무, 외부 균형 이상 무”

“김 연구원, 초광자 파장 수치 이상 유무 확인해”

“네, 현재 초광자 파장 수치 이상 없습니다.”

“좋아 그럼 2단계로 전환한다. 초전기 회전 가동 ON”

한형국 책임연구원이 재차 지시를 내리자 전호태 주임연구원이 빨간 버튼을 눌렀다.

투명 유리관의 붉은 레이저 빛은 서서히 가늘게 줄어들며 색은 하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가끔 발생한 불규칙한 스파크도 사라졌다. 마치 유리관 내부는 평온한 상태에서 가는 하얀 레이저만이 좌우 코어와 연결되어 잔잔한 소음만을 울렸다.

윙이이이이이잉~

드디어 실용화도 되지 않은 핵융합 기술을 한 단계 더 뛰어넘는 플라스마 초광자 발전기 시대가 다가온 것이었다.

“다시 한번 체크 바람, 내부 온도 500만도 유지 중, 자기장 이상 무! 외부 균열 이상 무!”

그제야 20여 명의 연구진은 만세를 외치며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하기 좋아하는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다들 진정들 해!, 아직 테스트는 끝나지 않았어.”

한형국 책임연구원의 호통에 순식간에 조용해진 연구실은 마지막 전력량 확인 작업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전력량 체크”

“현재 공급 가능 전력량은 1GW에서 1.2GW입니다.

처음부터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이수진 박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세상에나~ 저 조금만 발전기에서 원자력 1기에 해당하는 전력량 이상이 나오다니, 여기 공군기지와 청주시가 이 발전기 하나만으로 충분히 쓰고도 남겠는데요?”

이수진 박사의 말에 지금까지 긴장하며 테스트에 집중하던 한국형 책임연구원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하! 저도 이 정도 전력량까지 나올 줄 몰랐습니다. 제 생각엔 700MW에서 800MW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어쨌든 오늘 테스트는 대성공으로 봐야겠습니다.”

“네, 한 박사님,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이제 우리나라도 전기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는데요?”

“하하하, 그러게요. 매년 여름만 되면 블랙아웃이라며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전기 요금 폭탄이었는데······. 이제 무상으로 제공해도 될 듯합니다.”

“그럼 한국전력공사는 굶어 죽게요?”

“네? 그렇게 되나요? 하하하”

생각 이상의 성과를 올린 테스트 결과에 이수진 박사와 한국형 책임, 그리고 X-20 연구실의 연구원들은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찾은 듯 서로 부여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 ★ ★

2017년 10월 10일 16:2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2 연구실(남궁원 연구실).

플라스마 초광자 발전기 테스트를 중간까지 보고 돌아온 남궁원은 잠시 커피를 마시며 다음 연구 건에 대한 자료를 준비 중이었다. 현재 지하연구소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수십 가지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이것들 하나하나를 자료화하여 점검하려니 몸이 두 개라도 모질라 지경이었다. 이때 문이 열리고 이혜진 대리가 들어왔다.

“원아?”

“앗! 내 사랑 이 대리님”

“흥! 바쁠 때는 신경도 안 쓰면서 무슨 내 사랑 타령이야?

남궁원을 뒤에서 안으며 귀에 대고 살짝 속삭였다.

“남궁원 수석님을 찾는 손님이 오셨는데요?”

“저요?”

“응, 예전 국정원 집체교육 동기인 이자성이라고, 그때 사격할 때 데이트 어쩌고 하던 그 친구 맞지?”

“이자성요? 맞긴 하는데, 그놈이 여길 어떻게 알고 왔지?”

“지금 본관 로비에 있데, 어서 가봐?”

“알았어요. 이 대리님 심심하면 여기 호큘라와 대화 좀 하고 있으세요.”

“뭐야! 무슨 재미로 컴퓨터랑 얘기해? 됐어”

“하하하 갔다 올게요.”

남궁원은 쏜살같이 문을 열고 본관 로비로 향했다. 그곳엔 검은 복장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앉아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저, 혹시, 이자성?”

남궁원의 목소리에 뒤돌아본 이자성은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힘차게 끌어안았다.

“헤이~ 남궁! 잘 있었냐? 형이 너를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하하하 이자성이가 맞네? 반갑다. 그런데 너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냐?”

반가워하면서도 조금은 의아해하는 남궁원을 보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이, 남궁? 국가정보원 특급 요원인 내가 네 위치 하나 모를까 보냐?”

“허허, 너 정도 짬밥으론 모를 텐데?”

“짜샤! 나 주임이거든? 저번에 진급했다.”

이자성은 지갑에서 국가정보원 신분증의 직급 넘버링을 보여주며 싱글벙글 웃었다.

“오 빠른데? 일 년 만에 주임 진급이라니? 췌!”

“형이 집체교육 끝나고 맡은 임무에서 한 건 제대로 해줬더니 위에서 주임으로 진급시켜 주더라고 하하하, 이제 이자성 주임님이라고 불러라”

“야! 웃기지 마!! 난 지금 수석이라고, 수석연구원! 여기서는 너보다 내가 짬밥 높다. 까불지 마라?”

“무슨 국정원 요원이 연구원이야? 체면 떨어지게 말이야.”

“헤헤~ 그렇게 됐다.”

잠시 후 로비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온 남궁원은 한 잔을 이자성에게 내밀며 물어봤다.

“그런데 너 여기는 어떻게 왔냐?”

“짜샤! 너 보고 싶어서 왔다니까?”

“까불지 말고”

“안 믿네? 헤헤, 사실 나도 이곳으로 경호담당으로 오게 되었다. 이곳으로 발령받고 너희 과장님이 말해주더라고, 너 여기 있다고”

“어? 그래? 잘됐네, 앞으로 잘 지내자! 그런데 네 성격에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곳 생활은 매우 답답하거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네가 있는데 재미가 없겠냐? 하하하”

“짜식! 하하하”

“그리고 말이야. 내가 쓴 한번 봤는데, 연구원 중에 이쁜 언니들 좀 있던데?”

“하~ 어느새 거까지 스캔했냐?”

“야! 너만 이쁜 이 선배랑 사귀고 난 그럼 여기서 청승만 떨라는 거냐?”

“그래, 그래, 잘났다. 하하하”

“야! 커피나 한잔 하자야! 덥다 더워!”

“어! 그래! 하하 저쪽에 부대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이 있다. 가자!”

오랜만에 만난 남궁원과 이자성은 어깨동무하고는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2017년 10월 12일 17:30,

충북 청주시 서원구 봉무산 남서단 공사현장.

현재 봉무산 남단 방향으로 3월부터 시작한 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규모의 공사현장처럼 보였지만, 실제 봉무산 지하 일대를 전체적으로 파 들어가 축구장 4배 이상의 넓이로 지하 백여 미터까지 들어가는 초대형 공사현장이었다. 말 그대로 땅속에 초대형 20층 건물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현재 공사 진척도는 30%로 내년 가을을 준공 목표로 1년이 남은 상태에서 수많은 굴착기와 흙을 퍼 나르는 수십 대의 트럭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런 공사현장에 안전모를 쓰고 현장 답사한 사내가 옆에 있는 공사 책임자에게 주위 소리에 시끄러운지 큰 소리로 말했다.

“오 준장님, 지금 공사 속도로 봤을 때 내년 가을 준공까지 문제없겠습니까?”

“현재 공사 진척도는 빠른 편입니다. 최대한 준공일에 맞게 작업하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는 공사 책임자는 군인 신분인 2 공병여단 여단장인 오영일 준장이었다. 현재 보안 문제로 중요 건설 장비는 한 개의 건설업체만 선정하여 내부 공사 작업을 맡고 있었으며 나머지 작업에 대해서는 4개의 공병여단에서 파견 나온 공병부대원들이 땀을 흘리며 공사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쪼록 사고 없이 잘 되었으면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공사에 대한 관심이 많으십니다.”

“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외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 안심하셔도 된다고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침부터 이곳저곳 공사현장을 답사한 청와대 비서실 소속의 안연홍 비서관은 마지막 공사현장 답사를 마치고 오영일 준장과 악수를 하고는 준비된 차량에 탑승 후 공사현장을 떠났다.

★ ★ ★

2017년 10월 20일 18:00,

서울시 강남구 한국제약공사 본사.

안드로겐성탈모증 치료제는 남성형 탈모 치료제(New life-X)와 여성형 탈모 치료제(New life-Y) 2가지 모델로 전국 약국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이에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고 있던 탈모증 국민은 꿈의 신약이라 불렀고 첫날부터 불티나게 판매됐다. 시제품 출시 이전, 임상시험 대상자 남녀 각각 100명을 상대로 매주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홍보 형식으로 광고했던 효과도 있었지만, 탈모증을 겪고 있는 고통과 자괴감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효능이 있다면 물불 안 가리고 먹고 보는 기대감에 엄청난 빅히트 상품이 되었다.

대한민국에 대머리로 사는 사람이 그리 많았는지, 첫날 전국 약국에서 판매되었던 2종의 탈모 치료제는 모두 완판이 되었고 약국마다 추가 구매 요청으로 한국제약공사 영업부서는 온종일 전화기를 붙잡고 보내야만 했다. 이에 한국제약공사는 탈모 치료제 생산 공장 근무자들을 2교대에서 3교대로 당분간 전환하여 운영하기로 했다.

이처럼, 수출 사전 계약 건만 수조 원대에 이르렀으며 암 치료제에 이어 다시 한번 탈모 치료제로 한국제약공사는 세계의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신규 공장 설립은 물론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수하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요청하는 주문을 충당할 계획을 마련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