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검은 그림자
2016년 12월 23일 22:1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200여 미터 근방.
제17전투비행단 근처 갓길에 검은 밴을 세우고 뭔가를 꾸미는 듯한 느낌이 들자 수박밭 조장인 홍혁균은 본부에 즉시 보고했다.
- 여기는 수박밭, 검은 밴은 제17전투비행단 근방에서 대기 중.
“여기는 농장주인, 수상한 움직임은?”
- 여기는 수박밭, 적외선 망원경으로 관찰 중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듦, 수확 요망.
“여기는 농장주인, 대기, 현재 서울에서 대가리가 아직 안 잡혔다. 계속 주시 바람.”
- 여기는 수박밭. 확인.
“조장님! 뭐랍니까?”
운전석에서 망원경으로 검은 밴을 살피고 있던 김민수 주임이 물었다.
“아직 대가리가 잡히지 않아 좀 더 두고 보라는군!”
“그래요? 지금 당장 저 새끼들 덮쳐버리고 싶은데.”
“기다려봐, 곧 명령이 떨어질 거니까!”
“네, 그래야죠.”
★ ★ ★
2016년 12월 23일 22:10,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미 대사관 앞.
미 대사관에 들어간 지 1시간 만에 강만호의 흰색 승용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 여기는 고추밭, 강만호 비서실장 미 대사관에서 나오고 있음.
“여기는 농장주인, 미 대사관에서 떨어진 후 수확한다.”
- 여기는 고추밭, 확실히 수확하겠음. 확인.
앞으로 몇 년 후면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돈 걱정 안 하고 편하게 살 날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았는지 강만호는 휘파람을 불며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기 위해 잠시 멈췄다. 그때 충돌음과 함께 뒤쪽에서 강한 충격이 전해왔다.
쿠웅!
“아악! 뭐야?”
강만호는 강하게 승용차 문을 열어젖히며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뒤 차량의 차주가 다가오는 것을 의식한 강만호는 목덜미를 잡으며 과장된 고통을 보여주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큰소리를 지르려던 그때 이마에 차가운 금속이 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뭐, 뭐야?”
“뭐긴 뭐야 개새끼야, 권총이지. 왜, 아닌 거 같아? 한번 쏴줘?”
“왜, 왜 그러세요?”
방금까지 목덜미를 잡히고 바둥거리던 강만호는 겁에 질렸는지 이내 몸을 움츠리며 사지를 벌벌 떨며 손을 번쩍 들었다.
“강만호 비서실장, 지금부터 너를 국가반역죄로 긴급 체포한다. 행여 변호사 선임이고 뭐고 그런 말 하지 마라? 국가 비상체제에서 국가반역자에게는 그런 거 없다.”
“제, 제가 무슨 국가반역자라니요. 전 그런 적 없소···.”
“닥치고 두 손 앞으로.”
“안 주임은 이 새끼 차로 따라오고.”
“네, 팀장님.”
강만호는 수갑에 채워져 그대로 국정원으로 연행되는 신세가 되었다. 조금 전까지 몇 년 후의 행복한 나날을 상상했던 그에게 한순간 지옥의 삶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 여기는 고추밭, 고추 수확 풍년.
“여기는 농장주인, 수고했다. 복귀 바람.”
- 여기는 고추밭. 확인.
★ ★ ★
2016년 12월 23일 22:20,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미 대사관 앞.
“여기는 참외밭, 방금 표적 차량 미 대사관에서 나옴.”
- 여기는 농장주인, 조용히 수확 바람.
“여기는 참외밭. 확인.”
- 여기는 농장주인, 수박밭과 현재 합정동에 대기 중인 진압팀은 참외 팀 수확 완료 시 바로 수확 처리 들어간다.
“여기는 참외밭. 확인.”
- 여기는 진압팀. 확인.
강만호 비서실장을 보낸 후 아널드 지부장 일행은 검은 승용차를 타고 미 대사관에서 나와 다시 합정동 방향으로 가기 위해 광화문 삼거리 방향으로 향했다. 이에 참외밭 차량도 천천히 따라갔다.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우회전한 검은 승용차가 서대문역 앞에서 신호대기로 멈춰 섰다. 강만호를 체포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참외밭 차량이 검은 승용차를 뒤에서 받아 버렸다.
“뭐, 뭐지?”
“뒤에서 차량이 박은 듯합니다.”
월터의 말에 뒤돌아본 아널드는 사고 낸 차량에서 내려 다가오는 사내를 보고는 첩보원의 촉이 느껴졌는지, 다급히 월터를 향해 소리쳤다.
“유턴해! 미 대사관으로 밟아!”
갑작스러운 아널드의 소리치는 목소리에 놀란 월터는 본능적으로 오른발에 힘을 주고 그대로 왼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이에 격한 타이어 타는 냄새를 진동시키며 불법 유턴을 한 검은 승용차는 두세 번 기우뚱거리다가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는 세종대로 사거리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에 차에서 내려 체포하려던 서태영과 김인호는 순간 도망치는 검은 승용차를 보고는 잠시 당황하다, 이내 다시 차에 타고는 뒤쫓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여기는 참외밭, 표적 차량 현재, 미 대사관 방향으로 도주.”
- 여기는 농장주인, 미 대사관 들어가기 전에 수확 완료 바람.
“여기는 참외밭, 총기 허가 바람.”
- 여기는 농장주인, 허가함.
“여기는 참외밭. 확인.”
조수석에 탄 김인호 요원이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는 앞서 도망가는 검은 승용차의 뒤 타이어를 조준하며 사격을 가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움직이는 차량에서, 그것도 추적하는 차량의 뒤 타이어를 쏜다는 건 쉽지 않았는지 순식간에 12발을 쏜 김인호는 신속하게 새로운 탄창으로 교환했다.
“인호야, 지금은 맞추기 힘들다. 저기 세종대로 사거리에 좌회전할 때 그때를 노려. 알았지?
“네, 서 주임님.”
“저기서 놓치면 기회는 없어! 그냥 평상시 사격한다고 생각하고 쏘면 된다.”
“걱정하지 마십쇼. 확실히 수확해 보겠습니다.”
여러 차량 사이를 칼치기로 차선을 넘나들며 도망가던 검은 승용차는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도 아닌 상태에서 그대로 좌회전을 시도했다. 이에 김인호에게 최대한 사격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주기 위해 최대속도를 내던 서태영 주임이 소리쳤다.
“지금이다!”
탕! 탕! 탕! 탕!
끼이이이이익.
검은 승용차가 드리프트 하듯 미끄러지며 세종대로로 진입하려던 그때 김인호의 세 번째 총알에 뒤 타아가 터지며 중심을 잃고는 그대로 지하철 4번 출구 입구 건물에 부딪힌 후 2차선까지 튕겨 나와 멈췄다. 세종대로 사거리는 불법 좌회전을 한 검은 승용차로 인해 직진하던 차들이 급정거하자 뒤에서 연이어 충돌음이 울리며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호출명 참외밭 차는 좌회전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췄다.
“잘했어! 가자!”
서태영과 김인호는 신속하게 차에서 내려 검은 승용차로 사거리를 대각선 방향으로 횡단하며 내달렸다. 그때 운전석에서 문이 열리며 피범벅이 된 로빈이 권총을 들고는 서태영과 김인호를 향해 총을 쐈다.
탕! 탕! 탕! 탕!
서태영은 추돌사고로 멈춰있는 차량에 몸을 피했지만, 김인호는 그만 복부에 총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인호야!”
“서 주임님, 스쳤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서 저놈을 쫓으세요···.”
“여기는 참외밭, 김인호 총상, 긴급 구급차 지원 요망.”
- 여기는 농장주인. 확인.
“인호야! 조금만 참아, 금방 구급차 올 거야. 알았지?”
차량을 방패 삼아 엄폐하고 있던 서태영은 숨 한번 깊게 쉬고는 그대로 옆으로 몸을 날려 총을 쐈다.
탕! 탕! 탕! 탕! 탕! 탕!
여러 발의 총성이 울린 후 월터라는 백인 사내는 입에서 피를 토하여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백인 사내를 보고 천천히 일어선 후 사격 자세로 전진하던 서태영은 검은 승용차 뒷좌석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는 순간 누군가가 미 대사관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저놈과의 거리는 30m 정도, 그리고 미 대사관 입구까지 거리는 300m. 달려가서 잡기엔 미 대사관까지 거리가 너무 짧다.’
서태영은 총을 쏘려 했지만 많은 사람으로 인해 표적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다. 이에 하늘에 대고 총을 한 방 쐈다.
탕!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놀라 주저앉는 사람들로 인해 도망가는 백인 사내의 뒤 모습을 확인한 서태영은 그대로 한 바퀴를 구르며 무릎 자세를 취하고 방아쇠를 연속으로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철컥.
총알이 다 떨어질 때까지 쏜 서태영은 백인 사내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CIA 한국지부장 아널드는 다리에 두 방의 총알을 맞자, 미 대사관 50여 미터를 남겨두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어이, 백인 양반. 당신을 국가보안법 기밀 유출죄로 긴급 체포한다.”
서태영은 기진맥진한 몸으로 아널드에게 수갑을 채우고는 헤드셋을 통해 임무 완료 보고를 했다.
“여기는 참외밭, 아주 큰 참외 수확 완료. 그리고 이쪽에도 구급차 지원 요망.”
- 여기는 농장주인, 수고했다. 뒷수습은 경찰에게 맡기고 일단 연행 바람.
“여기는 참외밭.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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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3일 22:25,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관저.
하루 업무를 마치고 잠시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던 대통령은 들려오는 전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는 국가정보원장의 이름이 띄어졌다.
“여보세요?”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긴급하게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래요, 말하세요.”
“국가 S급 기밀 유출에 대한 미국 첩보원 검거 작전이 진행 중입니다. 이 중 미국 CIA 한국지부장을 방금 검거하였습니다.”
“S급 기밀요? S급이면 지하연구소 기밀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대통령님. 또한, 안상태 장관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안상태 장관이? 그렇다면 안 장관이 국가 S급 기밀을 미국 CIA에 넘기려고 했단 말입니까?”
“현재 어느 선까지 정보가 넘어갔는지는 안상태 장관을 체포해 확인해봐야 할 듯합니다.”
“안 장관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는 확보했습니까?”
“네, 대통령님!”
“알겠습니다. 안 장관을 즉시 체포하세요. 국가 S급 기밀 유출은 국가반역죄입니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의 승인에 따라 안상태 장관을 체포하겠습니다. 추후 상황 변화 시 다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래요. 늦더라도 기다릴 테니 추가보고를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 ★ ★
2016년 12월 23일 22:3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200여 미터 근방.
서울에서 검거 작전이 일시에 시작되자 정보수집국의 우형성 국장은 윤수길 과장을 통해 현재 제17전투비행단 근처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검은 밴에 대한 검거 작전을 지시했다.
30분째 검은 밴을 지켜보기만 하던 호출명 수박밭에 농장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 여기는 농장주인, 표적에 대한 제압 들어간다. 현재 제17전투비행단 헌병대에서도 지원할 것이다. 최대한 생포하라.
“여기는 수박밭. 확인.”
통신을 마친 조장 홍혁균 대리는 김민수 주임을 포함해 뒷좌석에서 몇 시간 동안 대기만 하던 조원들에게 검거 작전 지시를 내렸다.
“드디어 수확 명령이 떨어졌다. 다들 아까 준비한 작전대로 하면 된다. 혹, 저쪽에서 강하게 대응하더라도 최대한 생포하라는 지시야. 그러니 다들 사격 시 급소는 피해서 사격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