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검은 그림자
2016년 12월 20일 18: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한국제약공사 인수 사업 관련 긴급회의는 오후 6시가 돼서야 회의가 끝났다. 주식회사 신오제약에 대한 인수 확정과 현재 대전에 있는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는 것, 그리고 신오제약에서 운영하는 제약 공장 2곳 외에 신규로 3개의 제약 공장을 건설할 신규 용지 매입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정하는 회의였다.
회의를 마치고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저녁 식사 전,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집무실에서 차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삐익.
인터폰 음이 울리고 비서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국정원 나봉일 원장이 오셨습니다.
“이 시간에? 들어오라 하세요.”
-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문이 열리고 나봉일 원장이 들어왔다.
“이 시간에 무슨 일입니까, 나 원장님?”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온 나봉일 원장은 대통령 옆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나성태 비서실장을 보고는 잠시 망설였다. 이에 나봉일 원장의 표정을 보고 눈치챈 비서실장은 자연스럽게 일어서며 말했다.
“중요한 일인 듯합니다. 전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대통령님”
“하하,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나 실장님.”
“아, 아닙니다. 죄송하다니요. 업무잖습니까? 전 이만 나가볼 테니 편안히 말씀 나누시기 바랍니다.”
인사를 건넨 비서실장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나봉일 원장은 그제야 소파에 앉으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 보고를 시작했다.
“대통령님! 외계 비행선에 대한 C-OF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네? 외계 비행선에 대한 C-OF 상황? 확실합니까? 대체 누구입니까?”
“국토교통부 안상태 장관입니다.”
“안상태 장관이요? 아니, 안 장관이 왜 그런 짓을?.”
절대 일어나선 알 될 일이 일어나고 그것도 안상태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자 대통령은 얼굴은 사색이 돼버렸다.
이에 나봉일 원장은 가지고 온 서류를 꺼내 내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안 장관은 금일 청와대 긴급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중 고속도로에서 전담 경호 요원을 따돌렸습니다. 사전에 뭔가를 직감한 전담 경호 요원인 이자성 요원이 미리 안 장관의 주머니 속에 위치 추적 장치를 넣어놔 안 장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에 서울에서 2명의 요원과 함께 추적한 위치 장소로 미행을 한 결과 12시경 청담동 한 요정에서 미 대사관 관용차를 이용하는 한 무리와 비밀 접촉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미 대사관 관용차라, 그럼 미국과? 아! 미안합니다. 계속하시오.”
잠시 국가정보원장의 말을 끊은 대통령은 질문하려다가 멈췄다.
“네, 저희 요원들이 대화 내용에 대한 감청을 시도했으나 원인 모를 방해 전파로 인해 정확한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현재 관련 요원들이 녹음된 감청 파일을 정밀 판독 중입니다. 또한, 미 대사관 관용차를 미행한 결과 미 대사관이 아닌, 합정역 근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였고 이에 요원 2명을 붙여 현재 감시 중입니다.”
C-OF 상황에 대해 간단히 단축하여 설명한 간단하게 줄여 설명한 나봉일 원장은 증거 사진들을 꺼내 대통령에게 내보였다.
“감청 녹음 파일은 언제쯤 판독이 가능합니까?”
“적어도 이틀은 걸릴 듯합니다. 대통령님.”
여러 사진을 한 장 한 장 자세히 확인하던 대통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사진들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안 C-OF S급 상황으로 전환 승인합니다. 그러니 실수 없도록 확실히 처리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보안 C-OF S급 상황으로 전환 및 관련 요원들을 투입하겠습니다.”
“그래요.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 나 원장만 믿겠습니다.”
“네, 대통령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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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0일 20:00,
서울시 마포구 안상태 장관 자택 서재.
안상태 장관은 서재 의자에 앉아 오늘 점심에 있었던 아널드 지부장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 다시금 되새기고 있었다.
가족 모두에게 미국 시민권 부여와 자택 제공, 그리고 3대가 죽을 때까지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현금과 유명한 미국 기업의 주식 제공. 마지막으로 자녀들에 대한 미국으로부터의 직업 보장. 이것이 아널드 지부장이 제안한 내용이었다.
앞으로 길어야 이삼 년이면 정계에서 은퇴할 나이고, 무엇보다 현 대한민국의 정세 불안과 같은 여러 생각을 하는 안상태 장관에게는 매우 흥미롭고 기가 막힌 제안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아널드 장관이 제안 조건에 따른 요구 사항이었다. 현재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기밀 중의 기밀인 S급으로 지정한 제17전투비행단의 지하 건물에 대한 정보 일체와 이와 관련하여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추진할 정책에 대한 상세한 정보 요구였다. 국가 비상체제에서 이러한 내용을 미국 CIA에게 넘긴다면 발각될 시 반역죄로 급기야 사형까지 당할 수 있는 중범죄의 중범죄였기에 안상태 장관은 매우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 참,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긴 한데 말이야.’
안상태 장관은 그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서재에서 나와 침실로 돌아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만큼 안상태 장관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심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시각 국가정보원 정보수집국 국내정보수집1과 회의실.
“국정원장님으로부터 보안 C-OF S급 상황 전환 명령을 받았다. 이에 지금부터 1과의 모든 요원은 이번 작전에 모두 투입된다. 알겠지? 윤 과장 진행하지.”
“네, 국장님.”
국내정보수집 1과 윤수길 과장은 대답 후 앞으로 1과에서 해야 할 임무에 대해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1과의 모든 요원은 이번 보안 C-OF S급 상황을 최우선순위로 진행한다. 1팀 이동규 팀장은 이자성 요원과 연락하여 배후 지원 맡고, 2팀은 합정동 건물 감시, 3팀은 제17전투비행단 내부 보안 지원 들어간다. 그리고 4팀은 감청 파일 판독 및 그 외국인들 신원 파악에 집중한다. 질문 있나?”
이에 2팀 강균호 팀장이 손을 들었다.
“질문하게.”
“보안 C-OF S급 상황이면 총기 사용은 자유입니까, 과장님?”
“신변에 위험을 느낀다면 총기 사용은 자유다. 그리고 특히 2팀은 그 외국인들에 대한 신원 파악이 안 된 상황이다. 나름 그쪽에서도 이 계통에서 난다 긴다 하는 놈들일 수 있으니 특별히 조심하도록 해.”
“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3팀은 언제 출발합니까?”
“회의 끝나는 대로 팀원 모두 데리고 출발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질문은? 없나? 없으면 바로 작전에 임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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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1일 09: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지하 1층 로비.
아침부터 여러 명의 검은 슈트를 입은 사내들이 지하연구소 로비에 들어왔다. 바로 국가정보원 정보수집1과 3팀 요원들이었다. 그중에 가장 앞에 서 있는 키 큰 사내를 본 이혜진 대리가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김 팀장님?”
“이 대리? 국정원에서 한동안 안 보인다 했더니, 이곳으로 지원 온 거였어?”
“네, 몇 개월 되었어요. 그런데 김 팀장님은 어쩐 일이세요?”
국정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김균만 팀장과 이혜진 대리는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서 그런지 서로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고 김규민 팀장은 이혜진 대리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지금 C-OF S급 상황이야! 그래서 3팀에서 이곳으로 보안 지원 온 거고.”
“정말요? 무슨 일이기에 C-OF S급 상황까지······.”
“잠시 후면 이 대리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부탁 좀 해야겠는데.”
“네, 말씀하세요. 김 팀장님.”
“이곳에 경호업무 지원 온 모든 요원 긴급 소집 좀 부탁해.”
“알겠어요. 바로 소집 전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대리 덕분에 내가 좀 편해졌는데?"
"뭘요. 그럼 이따 봬요.”
“그래. 고마워, 이 대리!”
복도 반대편에서 어느 사내와 반갑게 대화하는 이혜진 대리를 목격한 남궁원은 살짝 질투심이 발동했는지 양손을 허리에 걸치고는 곁눈질을 했다. 이에 경호 요원들을 소집하기 위해 방송실로 가려던 이혜진 대리는 그런 남궁원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남궁원, 거기서 뭐 해?”
“흥!”
“흥? 대답부터 자세, 그리고 그 표정은 뭐지? 대체 왜 그래?”
“아침부터 이 대리님이 다른 남자랑 정답게 얘기 나누는 게 별로 좋지 않아 보입니다.”
“어머나~ 너 저번에 나보곤 컴퓨터에 질투 느낀다고 놀렸지? 고소한데? 원! 너도 한번 당해봐! 난 바빠서 이만 가본다.”
질투심에 가득한 남궁원의 표정을 보며 즐거워하는 이혜진 대리는 혀를 내밀어 약을 올리고는 그대로 방송실로 뛰어갔다. 잠시 후 연구소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이혜진 대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현재 지하연구소에서 경호 요원분들은 모두 지하 1층 로비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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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1일 10:00,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CIA 한국지부 건물.
“안상태가 과연 우리 쪽으로 넘어올까요, 지부장님?”
스티븐의 질문에 아널드 지부장은 어제 있었던 안상태 장관과의 미팅에 대해 나름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미소를 보이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후후, 어제 우리가 제시한 조건을 뿌리치긴 힘들 거야. 내가 봐도 파격적이란 말이지.”
“음, 그럼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1팀장 루이가 질문했다.
“늦어도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확답을 주기로 했으니, 그때 뭔가 답이 오지 않겠어? 그나저나 4팀은 본부에서 보내온 스파이 드론 장비에 대한 조종 연습은 잘하고 있겠지?”
“네, 지부장님 삼 일 전부터 조종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좋아! 안상태 그 인간으로부터 제17전투비행단의 지하 건물에 대한 자료를 받게 되면 바로 투입해야 하니, 그때까지 충분히 조종 연습하도록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하던 아널드 지부장은 조금은 염려되는 목소리로 바꾸고는 모여 있는 요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알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국가에서 일체 신변 보장을 해줄 수 없다. 특히 대한민국은 현재 국가 비상체제인 상황이기에 이러한 첩보 활동은 더욱더 위험하단 말이지. 그러니 맡은 임무에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자기 목숨은 자기가 알아서 잘 챙겨야 한다. 이점 명심하도록 알았나?”
지부장 아널드의 말에 살짝 웃음을 보이며 루이가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부장님, 저희가 이런 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 스티븐?”
“당연하지. 저희만 믿으세요.”
“루이! 큰소리치는 만큼 잘하길 바라네. 그럼 다시 연락할 때까지 빈틈없이 준비하라고, 이상.”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