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검은 그림자
2016년 12월 13일 09:00,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서울 방향) 10km 전.
4차선 경부고속도로에 검은 세단 한 대가 서울 방향으로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세종시에서 출발한 국토교통부 안상태 장관의 관용차였다.
삐리리리~
안상태 장관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강만호 비서실장의 스마트폰 벨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강만호입니다.”
“네, 전해드렸습니다. 네, 염려 마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짧게 통화를 마친 강만호 비서실장은 조수석에 앉아있는 한 사내를 잠시 의식하고는 안상태 장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뭔가를 말했다. 이후 안상태 장관은 살짝 고객을 끄덕이고는 별다른 반응 없이 눈을 감았다.
입장휴게소에 가까워지자 강만호 비서실장은 눈을 감고 휴식에 취하고 있는 안상태 장관에게 조용히 말했다.
“장관님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가시지요······.”
“그래 나도 화장실에 가고 싶었네. 휴게소에 들리게나.”
잠시 후 검은 세단은 미끄러지듯 입장휴게소로 들어갔다.
“어이 친구······. 자네는 장관님이 좋아하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좀 사 오도록 해!”
안상태 장관을 따라 조수석에서 내린 검은 정장의 사내를 향해 강만호 비서실장이 명령조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경호업무만 맡고 있습니다. 그런 일은 제 업무와 상관없으니, 다른 직원에게 시키시지요.”
검은 정장의 사내는 살짝 기분이 언짢은지 불쾌한 표정을 보이며 강만호에게 말했다.
“허허 이거 참. 젊은 친구가 융통성이 없어서야. 뭐 심부름 좀 시켰다고 그런 식으로 말하나? 운전하는 저 친구는 기름 넣어야 하니, 자네가 좀 해주면 안 되나?”
“죄송합니다. 싫습니다.”
거듭 대는 강만호의 말에도 딱 잘라 말하는 검은 정장 사내였다. 이에 옆에서 보고 있던 안상태 장관이 강만호 말에 거들었다.
“이자성이라고 했나?”
“네, 장관님”
“자네가 맡은 업무가 경호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는 가는데 이런 사소한 부탁에도 너무 깃을 세우고 말이야! 젊은 친구가 그러면 못써! 내가 부탁하네. 아메리카노 한잔 부탁하네.”
이자성은 장관까지 저리 말하니, 잠시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하고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이자성이~ 커피 받아서 저기 휴게소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게, 나는 장관님 모시고 화장실 들렸다가 거기로 가겠네.”
이자성은 들은 척 만척하며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런 뒷모습을 아니꼬운 눈으로 쳐다보던 강만호 비서실장이 장관에게 조용히 말했다.
“가시죠. 장관님”
“그래······.”
검은 정장 사내는 바로 남궁원과 함께 국정원 집체교육을 받던 그 이자성이었다. 집체교육 6개월과 추가 1개월의 훈련 이수 후 국토교통부 안상태 장관의 경호 및 감시 업무를 맡게 된 것이었다.
잠시 후 남자 화장실에 도착한 둘은 안상태 장관만 화장실에 들어갔고 강만호 비서실장은 출입문에서 대기하며 뭔가 주위를 살피듯 쳐다봤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안상태 장관이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만호 비서실장을 보고는 아무 일 없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가자는 손짓을 하며 이자성이 기다리고 있는 휴게소 벤치 쪽으로 걸어갔다.
휴게소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자성은 안상태 장관이 오자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넸다. 이에 옆에 있던 강만호 비서실장이 황당한 표정을 보이며 이자성에게 말했다.
“내 것은 없나?”
“아까 장관님 커피만 말씀하셨잖아요?”
“허···. 참···. 역시 군인 출신이라, 융통성이 제로구먼 제로야······.”
기가 차듯 이자성을 쳐다보며 불 멘 소리를 하는 강만호에게 안상태 장관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거, 가만히 보니 강 실장이 주인 제대로 만났구먼, 하하하”
잠시 후 기름을 주유하기 위해 주유소로 갔던 검은 세단이 휴게소 벤치 근처로 다가오자 세 명은 각기 다른 표정을 보이며 차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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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3일 20:00,
서울시 마포구 안상태 국토교통부 장관 자택 서재.
안상태 장관은 오후에 청와대에 들려 잠시 업무 보고를 하고는 자택에 들려 강만호 비서실장과 차를 마시며 잠시 쉬고 있었다.
“장관님 오늘 낮에 휴게소 일은 잘되었습니까?”
둘만 있는 서재에서 강만호 실장은 조용히 안상태 장관에게 말을 건넸다.
“음······. 짧은 시간이라······. 중요한 얘기는 못 했지만 대략, 그쪽에서 원하는 내용은 확인했네”
“그럼 어떻게 하실 건지······.”
“이거 간단한 일이 아니야······. 고민 좀 해봐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며칠 안으로 그쪽에서 자네 통해 다시 연락이 올 거야······. 그때는 이자성이라는 친구 확실히 따돌릴 방법을 찾아보도록 해”
“네, 장관님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안상태 자택 거실에 앉아있던 이자성은 요 며칠간 강만호 실장과 안상태 장관의 수상 쩍 한 행동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뭐 딱히 꼬집어서 뭔가 수상한 건 없었지만, 첩보 요원의 촉이라고 할까? 뭔가 매우 불길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더 뭔가 단서를 찾고 보고를 해야 하는지 갈등이 있었지만, 섣부른 판단으로 상부에 보고해서 아무 일도 아니면 자기만 곤란해지기에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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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4일 13: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12 연구실(생명공학 연구실).
며칠 전 남궁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외계 약물에 대한 분석 자료로 인해 지금 지하연구소 X-12 연구실은 그야말로 사하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듯 놀라움과 기쁨으로 외계 약물에 관한 연구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며 X-12 연구실 수석 연구원인 안영길 교수는 외계 약물 표본과 분석 자료를 토대로 실험 중이었다.
국방과학연구원인 생명공학 박사 김윤기 책임연구원으로부터 표본에 대한 성분 분석 자료를 받아 보았지만 이번에 건네받은 자료에 비하면 비교 대상이 아닌 현실적으로 바로 신약 개발에 착수할 수 있을 만한 값어치의 대단한 자료였다.
“이거 정말, 기가 막힐 일이구먼.”
“그 정도로 대단한가요? 교수님”
대한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인 안영길 교수와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된 조태일 조교가 매우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잘만 하면 인류가 지금까지 극복하지 못했던 에이즈나 불치병에 대한 백신을 만들 수 있겠어······. 관건은 어떻게 하면 인간의 인체에 부작용 없이 치료제로 바꿀 수 있냐는 거지”
“교수님 말대로 성공만 한다면, 이건 인류 의학계에 엄청난 태풍이 불겠는데요?”
“태풍이 문제가 아니라고······. 이건 핵폭풍이야···. 내 인생 중에 이런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다니······. 이거 참”
안영길 교수는 실험 상태를 지켜보며 다른 한 손에는 분석 자료를 읽어가며 감탄사를 연발하다 조태일 조교를 보며 말했다.
“오늘 4시에 이쪽 분야에 관련된 교수진들 모두 회의에 참석하라고 전해주게나, 일반 연구원까지 모두 말이야.”
“네, 교수님!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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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4일 12: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2 연구소 (남궁원 연구소).
남궁원은 오늘도 어김없이 호귤라와 대화를 하며 여러 정보를 취합하고 있었다.
-호큘라! 너의 가동률이 32%인데 이것을 올릴 방법은 없는 거야?-
-현재 로즈페리호의 메인 플라스마 엔진에 심각한 손상이 있다. 이 부분을 복구하지 않는 이상 가동률을 올릴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플라스마 엔진 쪽을 손보면 되지 않을까?-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아마도 300년 후나 가능할 것이다.-
-호귤라! 네가 도와준다면 충분히 우리의 과학기술을 끌어올려 복구할 수 있을거 같은데? 안그래?.-
-남궁원! 호큘라는 인류를 돕지 않는다.-
-섭섭하게 왜 그래? 잘 들어봐! 호큘라~ 너의 주인인 스플리스성인 4명의 시신을 다시 스플리스성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 이곳 지구에서 그냥 내버려 둘 거야?-
-호큘라는 주인들을 스플리스성으로 데리고 가고 싶다.-
-그렇지? 그렇다면, 너의 메인 시스템을 복구해야 하잖아? 자체 복구는 불가능하다며? 너의 과학기술을 알려준다면 우리가 메인 시스템을 복구해줄게. 그 이후 너의 주인들의 시신을 가지고 너의 행성으로 돌아가라. 어때? 괜찮은 방법이지?-
-스플리스성의 과학기술을 외계 생명체에 전수하는 것은 자체 검열에 위배 되지만, 주인들의 시신을 가져가는 것이 1순위기에 너의 요청에 대해서 허락한다.-
-좋았어. 호큘라. 고맙다.-
-나는 단지 나의 주인인 스플리스성인의 복귀가 우선이기에 허락한 것이다.-
-하하하! 호큘라~ 아무튼 고맙다.-
-나는 단지 나의 주인인 스플리스성인의 복귀가 우선이기에 허락한 것이다.-
-알았다. 알았어. 하하하, 호큘라 앞으로 나를 원이라 불러라. 이제 너와 나는 친구다.-
-원? 친구? -
-그래 내 이름이 원이고, 너와 나는 이제 친구 사이다. 오케이?-
-알았다. 원! 하지만, 우리 시플리스성에는 친구라는 개념은 없다. 스플리스성에는 상하관계인 주인과 하인만 있을 뿐이다.-
-호큘라! 너무 스플리스성의 관점으로만 보지 말라고. 이곳은 지구니까······. 지구 개념을 따라주는 게 어때? 우리는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라고 이제부터 친구야 친구-
-친구? 수평관계? 나름 자체 연구를 해보겠다.-
-하하하, 그래 알았다. 호큘라-
“남궁원!!”
“앗! 깜짝이야.”
호큘라와의 대화에 빠져있던 남궁원은 옆에 누가 와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혜진 대리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놀란 가슴을 움켜잡고는 남궁원은 이혜진 대리를 보며 말했다.
“어, 언제 왔어요?”
“너! 너무하는 거 아니야?”
“뭐, 뭐가요?”
“요즈음 나한테 신경도 안 쓰고 저 호큘라 컴퓨터 하고만 빠져 사는 거 같단 말이야?”
“네? 하하하 지금 컴퓨터에 질투하는 거예요?”
“흥! 내가 무슨 질투 한다고 그래?”
“하하하, 그런 거 같은데요?”
“너 정말! 혼나볼래?”
이혜진 대리는 팔을 걷어 올리며 장난삼아 남궁원에게 스네이크 초크를 걸었다.
“커억! 커억! 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흥! 말로만 때워선 안 돼!”
“그럼요? 오늘 토요일인데, 잠시 외출이라도 해서 쇼핑이라도 해야겠어.”
“엑? 쇼핑요?”
“싫어?”
이혜진 대리는 남궁원의 목을 감싼 오른팔에 힘을 줬다.
“아악! 알, 알았어요. 그러니 이, 이거 좀 풀어주세요”
“호호호, 약속했다?”
“네”
그제야 이혜진 대리는 팔을 풀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상큼한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