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화 (29/605)

판도라의 상자

2016년 11월 07일 11: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1 연구실(외계 비행선 연구실).

남궁원은 낮에는 비행선 내부 2층에서 밤에는 자기 연구실에서 극초음파 상호 연동 프로토콜 프로그램을 개발을 완료하기 위해 제51구역에서 해킹했던 자료와 씨름하며 나흘 동안 쉬지도 않고 개발에 몰두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날을 새고 멍멍한 상태에서 이수진 박사가 마련해준 휴대용 극초음파 수신기와 노트북을 가지고 비행선이 있는 연구실로 향했다. 잠시 후 연구실 출입구까지 도달한 남궁원은 출입문 리더기에 패스워드 카드를 대고 문을 열었다.

‘오늘은 제발 성공해라! 이제 더는 날 지새며 일하는 것도 못 해 먹겠다. 제발 부탁한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힌 남궁원은 무교였지만 지금은 하느님, 예수님, 알라신 등 모든 신에게 기도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으로 노트북과 극초음파 수신기를 연결한 후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리고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고는 노트북 모니터를 뚫어지라고 주시했다.

몇 분이 지나도 고유한 시간만 지날 뿐 아무 반응이 없자, 남궁원은 모니터를 향해 신경질적인 말을 토해냈다.

“오늘도 실패야? 아, 정말 돌아버리겠네.”

실패했다고 생각하자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온 남궁원은 얼른 샤워나 하고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종료하려던 그 순간, 갑자기 모니터 화면에서 극초 음파 주기 선이 요동을 치며 데이터들이 입력되기 시작했다.

삐빅, 삐, 삐삐삐삐삐삑.

데이터가 입력되는 걸 바라본 남궁원은 방금까지 온몸을 짓누르던 피로감은 한순간 사라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남궁원은 정신없이 입력되는 데이터를 가공하여 한글로 변환시켰고 이어 변환된 내용을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 이곳은 스플리스 행성에서 2억 광년 떨어진 소니아 행성에 불시착한 로즈페리호 탐사선, 우주 좌표 10-501-22, 행성 좌표 X:39-15, Y:122-22, 구조 바람······.

- 이곳은 스플리스 행성에서 2억 광년 떨어진 소니아 행성에 불시······.

‘외계 비행선 자체에서 외부로 보내지는 구조 신호?’

반복적인 구조 신호라는 생각이 들자 남궁원은 빛의 속도로 극초음파 증폭 장치 연결선을 가져와 노트북에 연결하고 몇 가지 명령코드를 입력했다. 명령코드 내용은 ‘지금 이런 데이터를 보내는 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었다. 잠시 후 다시 한번 극초음파가 요동치며 데이터가 입력되었다.

- 나는 로즈페리호 메인 시스템 호큘라······. 시스템 오류로 인해 현재 가동률 32%······.

‘호큘라? 이게 주 시스템 이름인가 보군.’

이렇게 생각한 남궁원은 또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며 질문을 하였다.

- 호큘라! 너희들의 정체와 로즈페리호의 임무는 무엇인가? 그리고 왜 소니아(지구) 행성에 불시착한 이유도 알려 달라······.

잠시 후 데이터가 수신되었다.

- 우리는 이곳으로부터 2억 광년 떨어진 스플리스 행성의 스플리스 성인으로 우주력 7년 전(지구 연도로 76년 전) 소니아(지구) 행성에서 실종된 탐사선 아킬루니아호를 찾기 위해 항해 중, 태양계 진입 당시 태양폭풍의 전자파로 인해 메인 시스템 일부에 오류가 발생, 이로 인해 캡슐 안에 있던 스플리스 승조원을 정해진 시간에 깨우지 못해 그대로 소니아(지구) 행성에 불시착함,

“이얏호!”

갑자기 연구실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지르는 남궁원의 목소리에 비행선 내부에서 작업하던 몇 명의 연구원이 깜짝 놀라 뛰어나왔다.

“무슨 일인가요, 남궁 수석?”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연구원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쁨을 주체 못 했는지 방방 뛰며 만세를 부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드디어 제가 수수께끼를 풀렸단 말입니다. 으하핫핫.”

★ ★ ★

2016년 11월 06일 11: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0 연구실(이수진 박사 연구실).

생체 연구 관련 책임자인 김윤기 책임연구원은 흥분에 찬 표정으로 양손에 서류뭉치를 가지고 헐레벌떡 이수진 박사 연구실로 뛰어왔다.

“이 수석님!”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말을 더듬으며 이수진 박사에게 몇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4일 전에 보내주신 외계인 약물 성분을 분석한 자료입니다. 방금 분석이 완료되어 잠시 읽다가 너무 흥분해서 달려왔습니다.”

김윤기 책임연구원의 말을 들으며 건네받은 서류를 천천히 읽어가던 이수진 박사의 표정도 처음엔 무표정이었던 얼굴이 서서히 놀라움을 넘어 얼굴은 물론 온몸이 굳어버릴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이, 이게 정말인가요? 믿기지 않는군요. 어떻게 이런···.”

굳은 표정으로 이윤기 책임연구원을 보며 짧게 말했다. 이에 양손을 부여잡고 흥분한 모습으로 서 있던 이윤기 책임연구원이 말했다.

“더 정확한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이 분석결과로만 봤을 때 잘만 연구한다면 현재 의학계에서 정복하지 못한 여러 희소병이나 바이러스, 원인 모를 병에 대해서 치료 및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흥분상태를 주체 못 하며 과장된 손짓 발짓하는 김윤기 책임연구원의 모습에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저렇게 말하니, 이수진 박사 또한 로또 맞은 마냥 흥분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 정도인가요?”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이 약물에 대해서 1%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이건 목숨 걸고라도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 수석님,”

- 이 수석님, 남궁원 연구원으로부터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바로 X-1 연구실로 와달라고 합니다.

천장에 설치되어 있던 스피커에서 이수진 박사를 찾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김 책임님! 그 약물 표본용으로 준비해주시고 분석 자료 또한 정리해서 보고용으로 준비해주세요. 오후에 청와대에 직접 가지고 가서 보고해야 할 듯합니다. 그럼 부탁드려요.”

말을 마친 이수진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계 비행선이 있는 X-1 연구실로 달려갔다.

★ ★ ★

2016년 11월 11일 13: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4일 전 즉, 11월 7일 이수진 박사로부터 외계 비행체에 대한 1차 보고서가 올라오며 청와대를 비롯하여 여러 행정기관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갔다. 국가정보원에서는 해외 및 국내의 분야별 전문 인재들의 심사를 마치고 200여 명의 추가 연구진을 구성하여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로 내려가기 위한 사전 보안 교육을 진행 중이었고, 이에 여러 행정기관도 관리와 재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비공식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여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까지 없었던 초유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한 회의를 시작하려 했다.

1시간이 지나서야 이수진 박사의 발표가 끝나자 3개월이 넘도록 진전이 없었던 탓에 이번 이수진 박사의 발표는 가히 대단한 성과로 볼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몇 명의 관료들은 손뼉을 치며 노고에 대한 회답을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치고 이수진 박사가 자리로 돌아가자 국무총리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수진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수진 박사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이영호 국무총리는 회의석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는 이제 외계 비행체로부터 얼마나 많은 신기술을 단기간에 얻어내어 우리 자국의 기술로 만드는 것이냐가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이 박사님의 발표 내용 중에 외계인이 사용하는 물약에 대해 예로 들자면, 현재 의학기술로 인간이 극복하지 못한 여러 질병과 희소병들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치병에 대한 신약이 우리의 기술로 개발된다면, 대한민국의 경제적 이윤은 상상할 수 없을뿐더러, 더 크게 나아가 세계 인류의 생명 연장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어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또한 상승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신기술에···.”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장장 6시간이 넘도록 진행되었으며, 첫째로 외계 문명의 신기술을 우리 실정에 맞는 응용 기술로 터득하여 산업계, 의학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국방과학무기에 대한 표본 제품을 개발까지 가능한 생산설비를 갖춘 대규모 연구단지 건설이었다. 둘째로 이러한 응용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들에 대해 국내 기업들과의 협정과 조율을 맡고 감시까지 하는 새로운 행정부서인 차세대기술협력부의 설립이었다. 셋째로는 한국제약공사의 설립이었다. 현재 외계 약물의 성분을 기초로 하여 인간에게 맞는 여러 신약을 우선순위로 개발하여 대한민국의 부족한 재정적 부담을 뒷받침하기 위함이었다.

2016년 대한민국은 뜻하지 않은 외계 비행선의 추락으로 새로운 역사의 길을 써 나가는 계기가 되었고, 반대로 동북아는 물론 세계 서방국가와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발점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 ★ ★

2016년 11월 15일 03:00 (미국시각 14:00),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 CIA(중앙정보국) 본부.

3년 전 한국지부장으로 오게 된 아널드 잭키슨 CIA 지부장은 수십 장의 사진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 사진들은 CIA 정찰위성에서 대한민국의 상공을 지나며 찍은 사진들이었다.

“아널드 지부장, 당신은 한국에서 대체 뭐 하고 있었습니까?”

CIA 대외정보수집국 로이 바론 국장이 손가락질하며 아널드 잭키슨 지부장을 질타했다.

“죄송합니다. 바론 국장님.”

“그런 소리 들으려고 한국에 있던 당신을 여기로 부른 게 아닙니다. 지금 한반도가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저런 사진들이 찍혔는데도 조사 하나 안 하고 있었다니, 이건 직무유기입니다. 직무유기!”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널드 잭킨슨 지부장은 3년 전 한국지부장으로 오게 되면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생각보다 첩보 활동이나, 은밀한 공작 활동을 할 일이 없었다. 작년에 잠시 특별지시 건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동향에 대한 감시 업무도 무게감 있게 다루지 않았다. 이유인즉, 한국은 미국에 우호 관계 속에서 알아서 정보를 공유해왔기에 때문이었다. 이게 독이 되었던 건지 CIA 한국지부에서는 한국에 대한 첩보 활동과 정보 수집이 느슨해져 있었던 것이었다.

“아널드 지부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저 사진 속의 정체에 대해서 관련된 인사를 매수하든, 구워삶아 먹든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알아내세요.”

로이 바론 국장이 가리킨 사진 속의 정체는 바로 제17전투비행단이었고 가로, 세로 40M에 달하는 하얀 천막의 그림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진은 그 근처에서 뭔가를 건설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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