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28/605)

판도라의 상자

2016년 11월 02일 11: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이수진 박사의 지시로 캡슐 속 4구의 외계인 시체는 생체 연구실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조금 후 4번째 외계인 시체를 이동식 들것에 옮기려는 그때 캡슐 상단에서 사각형의 케이스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갑자기 튀어나와 덮개가 열렸다. 이에 사체를 옮기는 작업에 열중하던 연구진들은 깜짝 놀랐다.

슈웅~~~ 윙~

“이 수석님! 잠시 오셔야겠습니다.”

연구원의 다급한 함성에 2층 내부 곳곳을 자세히 조사 중이던 이수진 박사와 남궁원은 황급히 캡슐 쪽으로 뛰어갔다.

“무슨 일인가요?”

“여기, 여기 좀 보세요. 갑자기 작동되면서 네모난 상자가 튀어나왔습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연구원 중 한 명이 캡슐 상단에서 튀어나온 조그마한 케이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뭘 건드렸나요?”

자세히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이수진 박사가 물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단지 외계인 시체를 옮기려고 하던 중이었습니다.”

케이스 안에는 여러 색상의 액체가 담겨 있는 검지 크기의 유리 용기 4개가 저온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다.

“이건 뭐지? 무슨 약물 용기 같기도 한데? 이거 혹시, 오랫동안 수면 상태였으니 캡슐에서 깨어나면 원기 회복을 위한 액체형으로 만든 영양제 같은 게 아닐까요?”

언제 왔는지 황국진 선임연구원이 가까이 다가와 카메라로 촬영하며 말했다.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황국진 선임연구원의 말에 대답한 이수진 박사는 옆에서 사체를 옮기다 놀래 어정쩡 자세로 기다리고 있던 김윤호 연구원에게 지시했다.

“김 연구원은 이 액체 용기를 저온 보관 케이스에 조심히 담아 김윤기 책임에 가져가서 색상별 액체에 대해 정밀검사를 해보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 박사님.”

이수진 박사의 지시에 저온 보관 케이스를 가지러 가는 김 연구원의 뒷모습을 보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궁원 연구원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남궁원 연구원 덕분에 너무 즐겁게 일하고 있네요. 지난 3개월 동안 아무 성과도 이룬 게 없어서 밥값도 못 하는 상태라 상부에 사표 쓰고 나가야 하나 매일 고민했었는데······. 어제부터 일이 이렇게 술술 풀리니 남궁원 연구원에게 나중에 크게 한번 쏴야겠어요.”

김수진 박사는 환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정 그렇다면야, 저 고기 좋아해요. 하하하.”

“그래요? 그럼 한우로 꼭 살게요.”

“네, 기대할게요.”

잠시 짬을 내 남궁원과 이수진 박사는 여러 잡담을 나누며 김윤호 연구원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2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김윤호 연구원이 돌아와 저온 보관 케이스에 정체 모를 액체 용기 4개를 케이스에 담았다.

“전 그럼 김윤기 책임연구원에게 전달하러 가겠습니다.”

“그래요. 조심히 갖다 주세요"

“네,”

“그럼 우리도 다시 수색작업을 해볼까요?”

외계 비행선 1층으로 내려가는 김윤호 연구원을 본 후 이수진 박사가 남궁원을 보며 말했다.

“아까 확인하다 만 곳으로 가시죠.”

이날 외계 비행선 내부 수색작업은 2시간이 더 지나서야 끝이 났다. 그리고 모든 장면을 촬영한 영상물은 청와대로 긴급 전달되었다.

★ ★ ★

2016년 11월 02일 13: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오전에 긴급 호출은 받은 오장수 안보실장, 국가정보원 나봉일 원장, 국방부 강현수 장관이 앉아있었고 잠시 후 나성태 비서실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지금부터 보실 영상은 방금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에서 외계 비행선의 내부 진입을 성공한 후 내부 모습을 찍은 영상입니다.”

나성태 비서실장이 영상을 틀기 전에 짧게 설명하고는 리모컨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200인치 대형 스크린이 환해지며 보이는 영상은 최초 외계 비행선 출입구가 열리기 시작하며 대기하고 있던 헌병 대원이 진입하려는 부분부터 영상이 플레이되었다. 이에 참석하고 있던 관료들은 영화를 보듯 영상에 집중하며 시청을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시청하던 중 영상에서 캡슐이 열리고 외계인 모습이 보이는 장면이 나오자 오장수 안보실장이 한마디 했다.

“허허, 저게 외계인 모습이군요? 생각보다 몸집이 큰데요?”

“그렇게 말입니다. 대충 봐도 3m는 되어 보입니다.”

정동일 원장이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그리고 30여 분이 지난 후 영상은 끝이 났다.

대통령을 포함한 4명의 고위관료는 난생처음 접한 외계 비행선의 내부와 외계인의 시체를 영상으로 보자 그 충격이 상당했는지, 누가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각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소소한 침묵의 시간이 흘렀고, 이런 침묵은 대통령의 말에 깨졌다.

“여러분들도 많이 놀랐겠지요? 저 또한 적잖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을 호출한 건 이 영상을 보여주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외계 비행선과 외계인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무엇보다 보안에 있었어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나봉일 원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재 국정원에서는 저번 국가안전보장회의 이후 미래창조과학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계의 전문 인력에 대한 신상 정보리스트를 받아 최종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대통령님에게 정식보고서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행이군요. 하지만 좀 더 서둘러 주세요. 그리고 추가적인 보안 강화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이에 국방부 장관이 대답했다.

“네, 대통령님. 현재 연구소는 제17전투비행단 소속의 경계 부대에서 외부 경계를 맡고 있습니다. 연구소 내부경계는 부사관 이상의 간부로 이뤄진 헌병대에서 맡고 있습니다. 또한, 국방부에서는 보안 강화를 위해 특전사 병력을 추가 파견하여 삼중 경계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 중입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해당 연구원에 근접 경호와 기밀유지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추가적인 대통령의 질문에 국가정보원장이 다시 대답했다.

“현재 국정원에서 파견한 요원이 주요 연구원에 대해 맨투맨 형식으로 집중 경호 및 기밀 유출에 대해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음, 이번 일로 국정원 요원들 인력난이 심각하지요? 나 원장님?”

“하하하, 괜찮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듯 부족한 인력이라 하더라도 국내 및 국제 정보수집과 여러 업무에 있어 차질 없이 모든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나봉일 원장이 대답했다. 이에 대통령은 앞에 있는 4명의 고위관료를 천천히 둘러본 후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나 원장한테 미안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다들 아시겠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뀔 수도 있는 중대한 일이기에 사명감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대통령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 ★ ★

2016년 11월 03일 01: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2 연구실(남궁원 연구실).

자정이 넘어 새벽 1시가 되었는데도 남궁원은 PC 모니터를 보며 열심히 뭔가를 하는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렸다. 이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혜진 대리가 말을 걸었다.

“원아, 새벽 1시가 넘었어. 안 잘 거야?”

“죄송해요. 전 오늘까지 끝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럼 나 먼저 자러 갈게. 무리하지 말고 알았지? 내일 보자!”

이혜진 대리는 고개도 안 돌리고 집중한 상태로 일하는 남궁원의 오른쪽 볼에 뽀뽀하고는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그래요, 내일 봬요.”

손만 살짝 들어 인사말을 건넨 남궁원은 다시 한번 숨을 내쉬고는 노트북의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한번 꽂히면 날을 새서라도 끝마쳐야 하는 성격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꼬박 날을 셀 때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 ★ ★

2016년 11월 03일 09: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0 연구실(이수진 박사 연구실).

똑똑!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이 박사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서 와요. 남궁 연구원도 잘 잤죠?

“저 꼬박 날 샜어요.”

“아니 왜요?”

“이것 때문에요.”

남궁원은 가지고 온 노트북을 바로 부팅 하고 뭔가를 실행한 후 노트북의 화면을 돌려 이수진 박사에게 보여줬다.

“음, 이게 뭔가요?”

이수진 박사의 질문에 남궁원은 일어서며 나름 과장된 손짓을 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직 완성된 건 아니지만, 기존 프로토콜 프로그램은 극초음파에 대해 송신기능만 있다면, 오늘 만든 이것은 수신도 가능한 프로토콜 상호 연동 프로그램입니다.”

“상호 연동이라······. 그럼 외부로부터 나오는 극초음파에 대한 반응과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딩동댕! 어제 제가 외계 비행선 내부를 확인하면서 어쩌면 비행선 자체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극초음파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흥미롭군요. 제가 도와줄 일은 없나요?”

“저 당분간 비행선 내부에서 작업 좀 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X-1 연구실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패스워드 등급 좀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극초음파를 수신받을 수 있는 장비도 필요하고요.”

“네, 알겠어요. 패스워드 등급은 지금 바로 올려줄게요. 또한, 극초음파 수신 장비도 오후까지는 준비할 수 있도록 할게요. 됐죠?”

“네, 감사합니다. 박사님, 그럼 전 이만 나가볼게요. 오전에 잠시 눈 좀 붙여야겠어요. 꼬박 날 샜더니 잠이 막 쏟아지네요.”

“그래요. 건강이 우선이지요. 이곳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한 분이 아프면 안 되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나가 볼게요.”

숙소로 돌아가던 남궁원은 이혜진 대리의 얼굴이라도 보고자 경호 휴게실에 찾아가는 길 이혜진 대리와 마주쳤다.

“일어났어?”

“아뇨. 일어난 게 아니라 꼬박 날 새고 이제 좀 자려고요. 자기 전에 이 대리님 얼굴 좀 보려고 온 거예요.”

“정말? 그럼 이거 마시고 푹 쉬어!”

이혜진 대리는 뭔가를 내밀었다.

“홍삼 진액, 너 요새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힘 좀 내라고 주문했는데, 오늘 아침에 도착했더라. 얼른 받아.”

“오! 역시 우리 이 대리님밖에 없어요.”

홍삼 진액 케이스를 건네받고는 남궁원은 싱글벙글했다.

“어서 가서 쉬어! 오후에 보자.”

“네, 갈게요.”

남궁원은 휘파람까지 불며 지하 2층 연구원 숙소로 돌아가 이내 대자로 누워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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