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605)

판도라의 상자

2016년 11월 01일 15:3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1 연구실(외계 비행체 연구실).

일주일 전, 지하 3층에 있는 미확인 물체 즉, 외계 비행선을 처음 본 남궁원은 평생 잊지 못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SF 영화에 나올 법한 비행선 자태가 너무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외형의 금속 재질은 검은빛을 띠며 매끈하게 보이는 게 남자라면 다 좋아할 만했다.

그런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에 힘을 받았는지, 남궁원은 이수진 박사 및 연구원들과 6일 밤낮을 미리 만들었던 연동 프로토콜 프로그램 수정 작업에 매진하며 드디어 1차 테스트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었다. 첫 테스트를 지켜보는 수십 명의 연구원은 각자 긴장한 모습이었고, 어떤 연구원은 마른침을 꿀컥 삼키며 주먹을 쥐고는 초조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남궁원은 외계 비행선의 외곽 4곳에 설치된 극초음파 방출 장비와 증폭 장치의 콘솔 연결선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후 노트북에도 콘솔 연결 잭을 끼었다. 그런 후 남궁원은 숨 한번 길게 쉬고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날밤을 새우며 개발한 연동 프로토콜 프로그램을 실전에서 사용하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제발 돼라! 제발 부탁한다.’

남궁원은 키보드를 조작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실행 명령을 입력하고 엔터 버튼을 클릭했다.

따닥!

위이이이이잉.

잠시 후, 외계 비행선에서 노트북 부팅 할 때 나는 소리가 나며 순간 여러 빛을 방출하며 몇 개월 동안 미동도 없었던 외계 비행선은 전력이 공급된 것처럼 가동되기 시작했다.

“만세!”

“움직인다. 뭔가 돌아가는 거 같아.”

“저, 저 불빛 봐! 죽이는데?”

“와! 남궁 연구원! 성공이야, 성공! 하하하.”

이 광경을 지켜보던 수십 명의 연구원과 몇 명의 경호원들도 연구원들과 마찬가지로 양손을 높이 들고 만세를 외치며 순간 축제 분위기로 빠져버렸다.

★ ★ ★

2016년 11월 02일 09: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수진 박사 전화입니다. 대통령님.”

“네, 연결하세요.”

조식 후 아침 업무를 보려던 대통령에게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의 이수진 박사로부터 연락이 온 대통령은 3개월이 지나서야 외계 비행선에 관한 첫 연구 성과를 들었다.

- 안녕하셨습니까? 이수진 박사입니다.

“그래요. 잘 지냈습니다. 이 박사도 잘 지냈지요?”

- 네, 무엇보다 오늘 연구 성과가 있어서 직접 보고 드리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 드디어 뭔가 성과를 냈습니까? 궁금하군요.”

-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외계 비행체의 운용 방법에 대해서 알아냈습니다. 남궁원 연구원이 만든 연동 프로토콜 프로그램에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말입니까? 하하하, 이수진 박사는 성공할 줄 알았습니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남궁원 연구원에게도 수고했다고 전해주세요. 이제 시작입니다. 혹, 인력과 재정적 지원, 언제든 요청만 하시면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이제 대한민국의 과학 기술력은 이수진 박사님의 손에 달였습니다. 그리고 한 나라의 대통령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여러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네, 이수진 박사만 믿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1차 연구 성과 데이터는 정리가 되는 대로 정식으로 보고하겠습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하세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다시 한번 수고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통화합시다.”

-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통화를 마친 후 전화를 끊은 대통령은 비서실을 통해 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을 호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 ★

2016년 11월 02일 10:3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남궁원은 자신이 해킹했던 제51구역의 외계인과 외계 비행선의 연구 자료를 분석하던 중 외계인들은 극초음파의 다양한 파장이 의사소통의 수단이며 또한 외계 비행선까지 극초음파 파장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에 극초음파의 다양한 파장을 자신이 만든 프로토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다양한 명령코드를 완성했다.

아마도 제51구역의 연구원들이 60여 년간 외계인을 연구해 축적한 기초 자료를 남궁원이 해킹으로 획득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중대한 사실을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국 과학 기술력으로는 향후 50여 년간은 이 외계 비행선에 관한 어떠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에서는 어제의 외계 비행선의 가동 실험 이후 다음 단계 실험으로 외계 비행선의 내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으로 지하 3층의 외계 비행선 연구실과 외부와의 공기 유입이 없도록 철저히 봉쇄하였고, 남궁원을 포함한 여러 연구원과 제17전투비행단의 내외부 경계를 맡은 헌병 대원 중 간부급만 선별하여 방한복을 착용한 상태로 출입구를 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일정한 기계음을 내며 가끔 여러 빛줄기를 밝히는 외계 비행선 주위에서는 여러 연구원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극초음파 장비에 대한 최종 점검을 마쳤다.

“남궁 연구원. 극초음파 장비 및 증폭 장치, 그리고 각종 연결선 이상 없어요.”

“네!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노트북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한 후 남궁원은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명령코드 몇 가지를 선택하여 입력했다. 잠시 후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는 극초음파가 외계 비행선 가장자리 4곳에 설치한 극초음파 스피커에서 파장을 방출하자, 드디어 비행선 한쪽 부분에서 서서히 출입구가 열리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약간의 진동과 함께 기계음이 들렸고 하얀 수증기가 분출하더니 외계 비행선의 출입문으로 보이는 해치가 천천히 열리며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헌병 대원들은 중무장한 상태에서 개인화기로 사격 자세를 취하고 출입구 방향으로 총구를 지향했다. 이후 이수진 박사가 천천히 비행선 안쪽으로 혹시 모를 바이러스에 대한 감지장치를 비추며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몇 분이 흐르고 인체에 위험한 바이러스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헌병 대원들이 천천히 비행선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1층 출입구 클리어.”

“1층 3시 방향 격벽 공간 클리어.”

“1층 9시 방향 격벽 공간 클리어.”

“1층 12시 방향 격벽 공간 클리어.”

헌병 대원의 방탄모에 설치된 카메라로 밖에서 모니터로 확인하는 남궁원과 연구원들은 깔끔하게 만들어진 비행선 내부 모습에 신기한 눈빛으로 눈을 떼지 못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발견.”

선두에 섰던 헌병대 오주환 대위가 헤드셋으로 알려왔다.

이후 나머지 헌병 대원들이 포위하듯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며 대기했다. 잠시 후 오주환 대위의 지시에 카메라가 설치된 방탄모를 쓴 두 명의 헌병 대원이 조심히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사격 자세를 취하며 천천히 올라갔다. 2층에 올라온 헌병 대원은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좌우를 살피며 헤드셋으로 말했다.

“2층 입구 클리어.”

나머지 헌병 대원들이 올라갔다.

카메라에 비친 2층 내부는 1층보다는 조금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었고 가장 호기심을 자극했던 건 한쪽에 나란히 설치된 4개의 캡슐 형태의 구조물이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자 헌병대 책임자인 오주환 대위가 헤드셋을 통해 전했다.

“2층 내부 안전 확보하였습니다. 올라오셔도 됩니다. 이 박사님.”

오주환 대위의 말에 긴장하며 모니터만 주시했던 남궁원과 이수진 박사는 비행선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출입구로 향하며 뒤따라 온 황국 진 연구원에게 말했다.

“황 선임, 들어가는 입구부터 하나하나 놓치지 말고 카메라에 모두 담으세요.”

“네, 이 수석님.”

출입구에 들어서 후 짧은 복도를 지나니 3갈래의 격벽 공간이 있었고 중앙에는 원형 형식으로 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2층으로 올라온 남궁원과 이수진 박사는 주위를 둘러보며 캡슐 형태의 구조물 쪽으로 다가갔다. 길이 2.5m에 폭이 1m 되는 4개에 캡슐은 꼭 외계인이 들어있을 만한 공간이라 생각한 남궁원은 보이지 않는 내부를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다가가 살펴보며 말했다.

“이게 뭘까요? 혹시 외계 생명체가 안에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이수진 박사 또한 남궁원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렇게 대답했다.

“열어볼까요, 이 박사님?”

물어봄과 동시에 캡슐을 열 수 있는 버튼이 있는지 살펴본 남궁원은 캡슐 측면에 이상한 문양의 버튼 같은 것을 찾아냈다.

“이게 캡슐을 작동하는 버튼 같은데요?”

남궁원의 말에 이수진 박사도 버튼을 보고는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러자 헌병 대원들도 총부리를 캡슐 쪽으로 겨누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사격 자세를 취했고 황국진 주임연구원도 영상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내밀었다.

“누, 누릅니다.”

남궁원도 살짝 긴장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버튼을 눌렀다.

띠익!

슈우웅. 위이이잉.

버튼을 누르자 기계음과 동시에 하얀 연기가 피어나더니 캡슐 덮개가 좌우로 갈라지며 열리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궁원과 이수진 박사 그리고 헌병 대원들은 난생처음 보는 외계인 모습을 보고는 놀라움이 컸던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캡슐 안에는 갈색 피부에 대략 2.2m에 달하는 큰 신장을 가진 조금은 흉측하게 생긴 외계인이 누워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 외계인을 직접 보니 이거 뭐라 할 말이······.”

헌병대 대원중 안길준 중사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고 열심히 영상을 담고 있던 황국진 주임연구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게요. 제가 지금 SF영화 감독이 된 기분입니다. 하하하.”

이때 이수진 박사는 수면 상태인지 아니면 죽었는지 모를 외계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뇌파 측정기를 외계인의 머리에 착용시키고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즉 외계인은 캡슐 안에서 죽어 있었다.

“반응이 없어요. 아무래도 죽은 듯하네요.”

이수진 박사의 말에 남궁원이 다른 캡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다른 캡슐도 열어볼까요?”

“네, 모두 확인해봐야죠.”

이후 남궁원은 나머지 3개의 캡슐까지 모두 열었지만, 역시나 외계 생명체는 모두 죽은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리고 외계 생명체가 왜 캡슐 속에서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그리고 외계 비행선의 내부까지 확인한 지하연구소의 연구원들은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있다는 기대감에 연구소는 그야말로 잔칫집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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