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2016년 10월 19일 15: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제17전투비행단 내 미확인 물체에 대한 수석연구원인 이수진 박사가 나봉일 원장이 내민 파일들을 읽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확인 물체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열쇠 없는 금고처럼 미확인 물체에 대한 그 어떠한 연구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수진 박사는 1시간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건네받은 파일들을 읽어가며 몇 번이고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문서들이······.”
연신 놀라며 읽어가던 이수진 박사는 나봉일 원장을 보며 말했다.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이 자료들 정말 대단한 내용으로 가득하네요.”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두 손으로 파일들을 움켜쥐고서 좋아했다.
그 파일들은 작년에 제51구역을 해킹하여 남궁원이 빼돌린 자료들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김인직란 이름을 사용하던 대학생 때였다.
3개월이 지나도록 미확인 물체에 관한 연구 성과가 진전이 없다는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국정원장과 상의를 한 후 이수진 박사에게 공개하기로 하고 오늘 자료를 보여줬던 것이었다.
“어떻습니까? 이 자료가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까?”
대통령이 물었다.
“잠깐 봐서는 확실한 답변을 드릴 순 없지만, 자세히 확인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이 자료들······. 저희 연구진에게도 공개해도 되겠는지요?”
“도움이 된다면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잠시 만나볼 친구가 있습니다.”
나봉일 원장이 대답하며 인터폰을 눌렀다.
“영접실에 있는 분들 들어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집무실 문이 열리고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 1과 안연우 과장과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남궁원이 들어왔다. 남궁원은 살다 살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까지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는지 부자연스럽게 걸으며 다가왔다.
“어서 오게,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보게 되는군.”
대통령은 일어나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반갑게 맞아주며 악수를 청했다. 남궁원 역시 얼떨결에 악수하고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국정원 대테러수사 1과 남궁원입니다.”
“그래요. 하하하, 이 친구 남자답게 잘생겼는데?”
젊은 청년과 반갑게 인사하는 대통령을 보고 있던 이수진 박사는 영문을 몰라 가만히 앉아있자, 나봉일 원장이 이수진 박사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소개하지. 이분은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수진 박사라네.”
“안녕하십니까. 남궁원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수진입니다.”
서로 간 인사를 하는 동안 나봉일 원장은 안연우 과장을 보며 물었다.
“가져왔나?”
“네, 원장님.”
대답한 안연우 과장은 노트북 한 대를 꺼내 회의 탁자에 올려놨다.
바로 남궁원의 노트북이었다.
“이수진 박사님?”
“네!”
“여기 남궁원 요원은 컴퓨터 실력이 상당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탑에 들 정도이지요. 이 친구가 박사님이 보신 자료들을 몇 개월간 분석하며 뭔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남궁원 요원, 이수진 박사에게 설명해주게나.”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남궁원은 노트북을 부팅 하고 자기가 만든 연동 프로토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리고 이에 관련된 내용을 이수진 박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30여 분 후 이수진 박사는 신세계를 본 듯한 표정으로 매우 상기되어 있었다. 3개월간 그토록 미확인 물체에 대한 가동 방식을 찾고자 하였지만, 도무지 방법이 찾을 수 없었던 난제가 방금 남궁원이 보여준 프로그램 실행을 보고 풀렸던 것이었다.
“정말 대단해요. 어쩜 이럴 수가······.”
목이 메어와 말을 잊지 못하는 이수진 박사를 보고 대통령 또한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이 박사님, 도움이 될 거 같은가요?”
“네! 만약 정상적으로 연동만 된다면 일은 쉽게 풀릴 듯합니다.”
이수진 박사는 말은 하면서도 노트북에서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하, 다행입니다. 여기 남궁원 요원이 아주 큰 일을 했군, 장하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에 이수진 박사가 기뻐하자 처음 들어올 때의 압박감과 긴장감은 어느덧 조금은 없어졌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이수진 박사가 대통령을 보며 말했다.
“대통령님,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는지요?”
“그럼요,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필요한 건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남궁원 요원이 허락한다면 우리 연구원으로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예상 밖의 말이긴 하나, 저런 프로그램을 만든 장본인이 직접 연구진과 함께 연구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는 건 당연지사였기에 대통령은 대답 대신 나봉일 원장을 쳐다봤다.
“음······. 필요하다면 보내드려야지요. 그래도 남궁원의 의사를 들어 봐야 할 듯합니다.”
나봉일 원장도 확실한 대답을 못 하고 남궁원을 쳐다봤다. 순간 대통령 직무실에 있던 4명이 자기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남궁원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가면 정말 재미나긴 할 거야! 내가 직접 외계 비행체를 분석하고 연구한다는 건. 하지만 연구소에 가게 되면 외부출입이 제한될 테고, 그러면 대리님이랑 만날 수도 없고, 만난다고 해도 어쩌다 한 번일 텐데······.’
남궁인은 순간 묘책이 생각났다.
“가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그래, 뭔가?”
나봉일 원장이 물었다.
“현재 미확인 물체와 관련된 관계자들은 모두 다 경호를 붙여 준다고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네만,”
“저도 경호 한 명 붙여 주십시오.”
나봉일 원장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거 참, 국정원 요원이 무슨 경호원이 필요해?”
“하하하, 나 원장, 당연히 경호원이 필요하지요. 이제 요원이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에 배속이 되는 건데,”
호탕하게 웃으며 남궁원에게 지원 사격을 해주는 대통령의 말에 나봉일 원장은 허락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저 옆에 앉아있는 안연우 과장을 보며 부하 교육 잘했다는 무언의 질타를 보낼 뿐이었다. 나봉일 원장이 떨떠름한 이유는 현재 국정원 요원들 가운데 1/4이 경호 파견을 나가 국가정보원이 인력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과에서 마땅한 인원을 결정해서 보고하게 안 과장,”
“알겠습니다. 원장님”
“제가 지목하면 안 되겠습니까?”
설상가상 경호원까지 직접 선택하겠다는 남궁원의 말에 안연우 과장은 이마에 손을 짚었다.
★ ★ ★
2016년 10월 19일 20:30,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함께 저녁 식사 후 집으로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운전하던 안연우 과장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남궁원을 나무랐다.
“꼭 그래야만 했냐?”
“죄송합니다.”
“지금도 김 주임이 없는 상황에서 너까지 빠지는데······. 거기에 이 대리까지 데리고 가야 했냐?”
“저 혼자 가면 심심하잖아요.”
“심심해? 놀러 가니? 어쨌든 남은 사람들 생각은 해줘야지.”
“갔다 오면 열배 백배 더 열심히 일할게요.”
“말을 말자······.”
남궁원은 자기 경호원으로 이혜진 대리를 지목했고 이에 흔쾌히 수락한 이혜진 대리는 3일 후 짐을 챙긴 후 남궁원과 함께 청주에 있는 제17전투비행단 내 완공이 눈앞인 지하연구소에 짐을 풀고는 새로운 환경에서 업무를 시작하려 했다.
★ ★ ★
2016년 10월 22일 18:3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2 연구실(남궁원 연구실).
오전에 도착한 남궁원과 이혜진 대리는 토요일인데도 열심히 연구 중인 이곳 연구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후에는 연구소 생활 지침과 연구소 업무 지침 교육을 받으며 오후 일정을 마감했다. 이수진 박사의 특별 배려로 남궁원의 전용 연구실은 다른 곳 보다 두 배는 넓은 공간과 여러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이에 남궁원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곳이 저희 연구실입니다.”
양손을 벌리며 한 바퀴 회전을 한 남궁원은 이내 팔짱을 끼고는 거만한 자세로 말했다.
“어련하시겠어요, 남궁원 연구원님.”
“연구원이라니 좀 이상하긴 하네요. 그렇죠?”
“남궁원 요원이 더 어울리긴 해.”
“그래도 수사1과 사무실의 조그마한 제 책상보다는 이곳이 훨씬 넓고 좋으니······. 저 그냥 연구원 하렵니다.”
“어휴,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데, 외계 비행선요. 빨리 보고 싶은데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조만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 때문에 왔는데······.”
“아! 빨리 보고 싶다.”
남궁원은 팔을 벌리고는 그대로 침대 위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