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605)

신의 선물

2016년 8월 13일 13:3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공군기지(작전브리핑실).

공군 장병들과 함께 사병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서현우 대통령은 임시 천막으로 만들어놓은 미확인 물체에 대한 전담 연구소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브리핑을 듣고자 수행원들과 함께 작전브리핑실에 앉아있었다.

“충성! 제17전투비행단 시설대 강기중 소령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17전투비행단 내 연구소 건설에 따른 브리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건설할 시설의 대외적 명분은 극비 보안이기에 차세대 무기 도입에 따른 무기 저장소와 관리 사무실 시설로 명하였습니다. 또한, 건설에 따른 인력 및 건설 장비는 육군 소속 3개의 공병 대대와 저희 시설대만으로 건설할 예정이며, 준공 시점은 11월 안으로 예상합니다. 그럼 앞에 있는 화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200인치 스크린에는 앞으로 건설하게 될 연구소의 전체 설계도가 3D 형태로 나타났다.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에 건설되는 연구소는 지상이 아닌 지하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주변국 정찰위성의 정찰을 피하기 위함이며, 두 번째로는 기지 내 일반 사병들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강기중 소령은 옆에서 운용 콘솔을 조작하는 전산병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설명을 이어갔다.

“다음 화면은 층별에 따른 구조 및 각 구역의 기능에 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1층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층의 총면적······.”

★ ★ ★

2016년 8월 15일 09:30,

서울시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 1과 사무실.

광복절인 휴일인데도 쉬지도 못하고 대테러수사 1과는 아침부터 눈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사실 대테러수사 1과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 전체가 비상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김 주임님?”

출근 당시 여러 타 부서 요원들이 각자 자기 짐을 꾸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상함을 느낀 남궁원은 1과 사무실에 들어오고 김나운 주임도 짐을 꾸리고 있는 모습에 궁금해서 물어봤다.

“파견이야!”

“갑자기 파견요? 어디로요?”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뭐 정부 고위 관료들 경호하는 임무란다.”

“네? 왜 우리 부서에서 그런 경호업무까지 맡아요?”

“나도 모르겠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별수 있냐?”

잠시 후 간부 회의를 마치고 안연우 과장과 이혜진 대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오 주임, 짐은 다 쌌어?”

“짐이라고 할 게 있나요? 이거뿐입니다. 하하하.”

“그래? 내 방으로 잠시 와봐.”

“네, 알겠습니다.”

안연우 과장을 따라 과장실로 들어가는 김나운 주임을 보고는 남궁원은 이혜진 대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김 주임님 말로는 무슨 경호업무 때문에 그런다는데요.”

“뭐야? 아무도 없는데 귓속말은?”

“보안 사항인 거 같아서요.”

“오늘 집에 가면 알려줄게. 지금은 나도 급하게 처리할 게 있어서 말이야.”

“네, 알았어요.”

★ ★ ★

2016년 8월 15일 20:30,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남궁원 오피스텔.

이혜진 대리와 함께 퇴근한 남궁원은 강남역 근처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오피스텔에 들어왔다.

“휴일인데도 출근하니 예전 대학교 다닐 때가 부러워요.”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 벌러덩 누워버린 남궁원은 천장을 바라보며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예전의 아픔 과거는 훌훌 털어버렸는지 자연스럽게 말하는 남궁원의 말에 잠시 당황했던 이혜진은 이내 평정심을 찾고는 남궁원 옆에 앉으며 말했다.

“너 지금 청년실업 100만 시대야. 직업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도록······.”

쪼옥.

그러면서 남궁원의 이마에 살짝 뽀뽀했다.

“그런가요? 아 맞다, 집에 오면 얘기해준다고 했잖아요?”

이혜진 대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너무나 궁금해하는 남궁원의 얼굴을 보고는 말해버렸다.

“S급 보안등급이니까 듣고 나서 바로 잊어버려······. 알았지?

“아이고, 저 자신은 SS급이거든요?”

“알았어! 말해줄게. 2주 전에 대청호에 미확인 물체가 추락했어. 지금은 인양돼서 다른 곳으로 수송되었대. 그런데 미확인 비행 물체가 외계 비행선이라는 얘기가 있어.”

“네? 정말요?”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져 버린 남궁원의 얼굴이 귀여운지 이혜진은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고위 관료들과 관계자들을 경호하기 위해서 국정원 요원들이 파견을 가는 거야. 국정원 말고도 특전사부터 해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부 기관의 경호 인력을 끌어모으나 봐, 우리 수사 1과 전담팀에서도 김 주임이 파견 가는 거고 말이야. 사실 말이 경호지······. 보안 유출될까 봐 경호를 핑계로 한 감시하려는 거지.”

남궁원은 놀란 표정 그대로 굳어버려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예전 NASA를 해킹했던 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살해당했던 끔찍한 기억, 비극의 시발점인 제51구역의 해킹자료, 그리고 그 자료 속의 외계인과 외계 비행체에 관한 연구 자료와 응용 기술 내용······.

“왜 그래?”

놀란 표정으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는 남궁원을 보고 놀란 이혜진이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그제야 예전 기억 속에서 빠져나온 남궁원은 정신을 번뜩 차리고는 벌떡 일어나 자세를 바로잡고 앉아 이혜진 대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제가 예전에 해킹한 자료요······. 거기에 외계인과 외계 비행선에 관한 온갖 연구 자료들이 있었어요.”

“정말?”

“네, 원본은 제가 병원에 있을 당시 안 과장님한테 바로 줘버려서 폐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제 노트북에 사본 자료들이 남아 있어요.”

이제는 반대로 이혜진 대리가 놀랐다. 예전 남궁원이 아닌 본명이 김인식이란 이름으로 안전가옥 병원에서 처음 만났던 때 NASA를 통해 제51구역의 자료를 해킹했던 것은 알았으나, 정확히 해킹자료가 무엇이었는지는 이혜진 대리의 직급에선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거 삭제하지 않았어?”

“네······. 그 당시 정신이 없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삭제해야 하는 걸 잊고 있었네요.”

“안 과장님 아시면 너 혼나겠다. 오늘 당장 지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럴게요.”

“그래, 꼭 지워······. 나도 궁금해서 보고 싶지만 참을 테니까.”

2시간 후, 이혜진 대리는 집으로 돌아갔고 남궁원은 먼지가 쌓여있는 상자 속에서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잠시 후 전원을 연결하고 노트북을 부트하자 노트북 모니터 화면이 밝아지며 정상적으로 켜졌다. 가족들이 사고로 죽고 난 후 노트북을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하고 상자에 처박아 뒀던 노트북을 8개월 만에 켜본 것이었다.

딸각! 딸각!

남궁원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마우스로 D 드라이브에 있는 여러 폴더 중 암호가 걸려 있는 폴더 하나를 클릭하고는 암호를 입력하자, 여러 종류의 파일들이 폴더 안에서 모습을 보였다. 그중에 ‘1940 UFO-01’이라는 문서를 클릭했다. 영문으로 작성이 된 파일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해킹자료를 삭제하기 위해 노트북을 켰던 남궁원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삭제하기는커녕 새벽 5시가 될 때 가지 폴더 안의 모든 파일을 파헤쳤다. 그날 이후로 남궁원은 퇴근 후 이혜진 대리와의 데이트 외의 모든 시간을 해킹자료를 분석하는데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 ★ ★

2016년 10월 18일 19:40,

서울시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 1과 과장실.

똑똑.

“들어오세요.”

“남궁원입니다, 과장님”

“어, 그래. 앉아! 퇴근 시간 지났는데 퇴근도 안 하고?”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8월경에 대청호에 미확인 물체가 추락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양 후 어디론가 수송되었다는 말도요”

남궁원에 말에 깜짝 놀란 안연우 과장은 보안에 구멍이 났다는 생각이 들자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남궁원, 그 얘기는 어디서 들었나?”

“죄송합니다.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죄송이 문제가 아니야. 지금 자네가 말한 건 국가 비밀 S급이라고, 혹시 이 대리인가?”

“죄송합니다.”

“그건 나중에 말하고, 대청호 건은 사실이야.”

“그럼 미확인 물체는 현재 어떻게 되었습니까?”

계속되는 남궁원의 질문에 망설이던 안연우 과장은 뭔가 결심을 했는지, 남궁원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아까도 말했지만, 국가 비밀 S급이야. 외부에 발설 시 국가 비상체제인 현재 그대로 체포되어 무기형 이상의 선고를 받을 수 있어. 알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국정원에서 근무하는 요원이잖아요.”

“그럼 믿고 말해주겠네. 현재 그 비행 물체는 청주에 있는 제17전투비행단 공군기지 내 임시 연구소에서 30여 명의 연구진이 연구하고 있어.”

“그럼 비행 물체 연구 성과는 있나요?”

“그 이상의 내용은 상위 등급으로 분류된 기밀 사항이라 나도 알 수 없어. 그런데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가 뭐지?”

“네······. 예전에 제가 51구역 해킹자료 원본을 과장님께 드렸잖아요.”

“그래 맞아, 그랬었지······.”

“사실 복사본 일부가 제 노트북에 있었습니다.”

“뭐야? 그때 내가 복사본이 있었는지 물었을 때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 당시에 제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 복사본이 있는지 깜박했어요.”

“내가 좀 더 신중하게 처리했었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군. 계속 말해봐.”

“제가 8월경에 대청호 미확인 물체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잊고 있었던 해킹 자료가 생각나 그날부터 외계인 및 외계 비행선에 관한 연구 자료에 대해서 쭉 분석해 왔었습니다.”

“그래?”

잠시 놀란 안연우 과장은 남궁원에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 사무실이 보이는 유리 벽면의 블라인드를 치고는 남궁원 옆으로 다가가 앉으며 다시 물었다.

“성과는 있었나?”

“네, 과장님. 51구역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몇 주간 분석한 결과, 외계인의 소통 방식과 외계 비행선의 운영 체제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노트북과 연동할 수 있게 프로토콜 프로그램도 만들어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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