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2016년 8월 10일 13:00,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북 실무자 대표회의실.
1년여 만에 극적인 남북 실무자 대표 회의가 성사되면서 북한 노동당 비서이며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 당비서가 북측 대표로, 남측은 통일부 오승태 장관이 대표로 남북 실무자 대표 회의를 했다.
“오승태 장관 동지, 오랜만입네다. 그동안 별 탈 없었디요?”
4명의 보좌진을 대동하고 온 김영철 당비서가 먼저 안부 인사를 했다.
“네 김영철 당비서님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뭐한 것도 없는데 덕분이라 카니 괜스레 미안한 맘이 듭네다?”
“하하하 그런가요? 김영철 당비서님도 예전보다 더 젊어 보이시는데 회춘하시는 거 아닙니까?”
“정말 그렇게 보임네까? 하하하”
이렇게 1년 만에 시작한 남북 실무자 대표 회의는 어색한 분위기를 서로 간 농담으로 주고받으며 장장 5시간의 긴 회의를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우선으로 하는 여러 정책 의견을 주고받으며 관계 개선에 한발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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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2일 19:25,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제17전투비행단 공군기지에 파견된 ADD(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으로부터 10일 만에 미확인 물체에 대한 정밀 진단 보고서가 올라온 후 청와대 지하 벙커인 국가위기상황센터에서 비공식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긴급히 소집되었다.
“오늘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여기 계신 여러분에게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회의안건은 최고 보안등급 S급을 넘어선 SS급으로 간주합니다. 즉, 오늘 회의 내용에 대해 외부에 발설 시 국가반역죄에 해당하며, 국가 비상체제인 상황에서는 무기형 이상의 선고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회의에 참석한 관료들은 평소 때와는 다르게 사뭇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는 대통령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시작합시다.”
대통령의 회의 시작 알림과 동시에 의장 대행인 이영호 국무총리가 말하기 시작했다.
“2016년 7월 24일 오후 5시 40분경 충북 대청호에 미확인 물체가 추락했으며, 이를 목격한 동네 주민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지역 경찰서는 군으로 연락을 취했고 이에 합참에서는 긴급 육해공군 합동조사단을 파견하였습니다. 합참에서는 6일간 추락한 미확인 물체에 대해 인양작업을 하면서 인근 부대의 훈련으로 위장 및 반경 1㎞에 대한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등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2016년 7월 29일 오후 11시에 인양 및 제17전투비행단으로 수송까지 마쳤습니다.”
잠시 마크에 입을 때고 헛기침 한번 한 이영호 국무총리가 다시 말을 이어가려 할 때 국토교통부 안상태 장관이 질문했다.
“왜 미군과의 동조 작전을 하지 않은 것입니까? 총리님?”
이영호 국무총리는 서현우 대통령을 잠시 바라봤다. 대통령의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는 신호를 보고 국토교통부 안상태 장관을 향해 대답했다.
“미확인 물체가 추락 당시 자국의 군사 레이더에 그 어떠한 탐지 흔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주한미군으로부터 그 어떠한 내용도 받은 게 없었습니다. 즉, 주한미군이 실제 탐지를 해서 우리에게 일부러 안 알려줬는지, 아니면 주한미군 또한 레이더 탐지하지 못해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굳이 주한미군과 동조해서 작전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하에 한국군 단독으로 작전한 것입니다.”
말을 마친 이영호 국무총리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홍규 사무처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에 김홍규 사무처장이 직접 문서들을 일일이 각 관료에게 나누어 줬다.
“지금 사무처장이 나눠주고 있는 이 문서는 18일 이전인 7월 24일 오후 6시경 충북 대청호에 추락한 미확인 물체에 대해 파견된 ADD(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으로부터 열흘간 정밀 진단한 보고서입니다. 잠시 읽어보세요.”
보고서 내용은 이랬다.
<미확인 물체 정밀 진단 보고서>
1. 지름: 26.5m
2. 높이: 7.5m
3. 형태: 둥근 원반 형태
4. 외형 구성 재질: 확인 불가 → 현존 원소기호에 일치하는 원소기호를 찾을 수 없음.
5. 금속 재질에 대한 강도 측정 → 현재 지구에서 가장 강한 강도를 자랑하는 그 어떠한 금속보다 20배 이상의 강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잠정적 판단됨.
6. 금속 재질의 특성: 각종 레이더 전자파에 대한 반사 반응 없음, 현재 한국에서 보유한 레이더 시스템으론 탐지 불가능 예측.
7. 미확인 물체에 대한 내부 확인: 360도 그 어느 부분도 출입구를 찾을 수 없음, 또한 광자 공명 영상기기를 이용한 내부 확인 불가,
8. 4번 문항 실험 진행 및 결과 세부 내역: * 원소기호 측정 실험 내용 : 15가지의 실험 측정.
(중략)
20. 최종 결론: 미확인 물체는 지구의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닌 외계에서 온 물건으로 연구원 12명 전원 일치한 의견임.
보고서를 읽어가던 NSC 위원들은 저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보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외교부 김재학 장관이 여러 관료를 둘러보며 말했다.
“정말······ 이게 사실입니까? 무슨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법한 일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유승우 장관 역시 보고서 문서를 꼼꼼히 몇 번이나 읽고는 들뜬 얼굴로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연구진들이 10일간 고생하여 진단한 결과니 안 믿을 수도 없고. 어쨌든 미확인 물체가 외계에서 온 비행 물체라면, 앞으로 연구를 통해 응용 기술을 확보한다면 이건 상상 이상의 값어치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 실험 결과를 보자면, 현재 한국 과학기술로는 이 미확인 비행 물체에 대한 기술적 가치는 고사하고 정체에 대한 그 어떠한 정보도 밝히지 못했는데요. 그렇다면 미국과 손잡고 공동 연구를 하는 건 어떻습니까?”
뼛속까지 친미주의인 국토교통부 안상태 장관이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반대편에 앉아있던 법무부 이재수 장관이 살짝 인상을 쓰고는 반박하듯 따져 물었다.
“안 장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겁니까? 어떻게든 우리 연구진들이 응용 기술을 확보하여 자국의 이익에 밑거름이 되게 해야지 말이야. 툭하면 미국! 미국! 미국 타령이오?”
“아니? 이 장관! 지금, 말을 그렇게밖에 못합니까?”
“허허, 이분들이. 그만 하세요. 지금 대통령님 앞에서 싸움하려고 왔습니까?”
이영호 국무총리의 다그치는 소리에 안상태 장관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더는 따져 묻지는 못하고 이재수 장관을 노려보기만 했다.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세요. 나봉일 원장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도 제51구역이라는 공군기지에서 외계인과 외계 비행선을 연구한다는 루머 아닌 루머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 국정원도 사실 여부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는 모르지만, 오늘 이 일로 꼭 루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이건 대한민국의 큰 기회라 생각됩니다. 국가 전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이 미확인 물체로부터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응용 기술을 끌어내어 현재 정치적 경제적으로 위태로운 대한민국을 한 발 더 도약할 기회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나 원장 의견과 같습니다.”
첫 시작 인사말을 하고 조용히 듣고만 있던 서현우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저는 이번 미확인 물체에 대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 장관의 말처럼 미국과의 공동 연구 쪽도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우리 기술이 아직은 미확인 물체에 대한 응용 기술을 뽑아낼 만큼 수준이 아니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면 언젠가는 자국의 기술로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맞습니다. 대통령님,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우리 기술로 해야 합니다.”
이영호 국무총리가 거들었다.
“하여, 저는 국가의 모든 인재를 총동원해서라도 이 미확인 비행 물체에 관한 연구를 국가 차원에서 꼭 진행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 직속 연구소로 설립하고자 합니다. 또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저명한 과학계 인사들을 초빙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도 각 행정기관 수장으로써 이에 필요한 지원을 최우선으로 해주시기 바라며, 특히, 기획재정부 유원진 장관께서는 연구소 설립 관련 재정적 지원을 최우선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대통령님, 연구소 설립 예산 편성에 문제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공상과학에나 나올듯한 외계 비행선 즉, 우리가 말하는 UFO의 출현은 앞으로 대한민국에 있어 큰 반향을 일으킬지 아는지 모르는지 회의에 참석한 10여 명은 이후 2시간의 회의를 통해 여러 가지 정책을 수립하고 회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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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3일 11: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공군기지.
20여 개의 이글루 시설 옆에 커다란 천막 하나가 있었고 그 주위로 수십 명의 헌병과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잠시 후 커다란 천막을 향해 여러 대의 검은 승용차가 다가왔다.
6대의 검은 승용차가 멈추고는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천막의 입구까지의 길을 확보하였고 이에 중간에 있던 검은 승용차에서 중년 신사 한 분이 내렸다. 서현우 대통령이었다.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걸치고 미확인 물체에 대해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서현우 대통령은 몇 명의 청와대 직원들을 대동하고 제17전투비행단 공군기지에 방문한 것이었다.
“충성!”
천막 옆에서 부동자세로 있던 제17전투비행단장 오석명 준장과 참모진들이 단체 거수경례를 했다. 이에 서현우 대통령도 거수경례로 받아줬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대통령님!”
“제가 고생할 게 있겠습니까? 저 온다고 오석명 단장님과 공군 장병들이 고생한 거 같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수진입니다.”
오석명 준장 일행 뒤쪽에 있던 40대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며 인사를 했다.
“보고서는 잘 봤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수진 박사님.”
“충분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셨으면 된 거지요. 이 박사님 저 궁금해서 죽겠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갑시다.”
큰 천막 앞에 완전히 무장한 상태로 경계를 서고 있던 헌병대 장병 6명은 대통령이 다가오자, 우렁찬 목소리를 차렷 총 자세를 취하며 경례를 했다.
“충성!”
잠시 후 이수진 박사의 안내를 받으며 천막 안으로 들어선 대통령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검은빛의 금속 재질로 둥근 원형의 형태를 한 비행선, 바로 보고서와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 실체를 직접 눈으로 보니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던 것이었다.
“직접 보니 대단하군요. SF 영화에서나 볼 듯한 형체입니다.”
“네, 대통령님. 저희도 이곳에 와서 처음 보았을 때 많이 놀랐습니다.”
천천히 검은 비행선을 외곽을 따라 걸어가며 구경하던 나성태 비서실장은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각났는지 뒤따라오던 이수진 박사에게 물었다.
“이 비행체가 무인 비행체일까요, 아니면 유인 비행체일까요? 실제 보고 나니 궁금해지는데요?”
대통령을 수행하기 위해 같이 온 나성태 실장의 질문에 대통령도 궁금했는지 이수진 박사를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현재로서는 무인기인지 유인기인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저희가 10여 일간 각종 실험을 하면서 비행 체내에서 뭔가의 가동되는 부분은 없었던지라······. 무인 비행체일 수도 있지만, 혹 안에 있는 생물체가 있다면 아마도 죽지 않았을까 예측합니다.”
“빨리 내부를 보고 싶군요. 어제 전달 사항을 받았겠지만, 국가적 재정 지원과 인력지원에 아끼지 않을 테니, 꼭 연구에 성공하셔서 대한민국 국가 전역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심 어린 목소리로 서현우 대통령은 이수진 박사에게 부탁했다.
“과학자로서 이런 연구를 하게 된 것만으로도 저를 비롯한 연구원들 모두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대통령님의 기대에 만족하는 연구 성과를 내보이겠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이 녀석이 더 궁금해집니다. 하하하”
대통령은 검은빛의 원형 비행체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