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2016년 7월 25일 13:25,
충북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 대청호 합동조사단 임시 천막.
회남대교 남단 물가 쪽은 21대대 전술훈련 때문인지 군인들로 바글바글했다. 그리고 대청호 한가운데에는 작은 깃발 부표가 떠 있었고 그 주위로 고무보트와 잠수 요원들이 수중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현재 미확인 물체는 수심 25m 정도에 15도 기울기로 가라앉아있는 상태입니다. 무게는 10톤 정도로 추정되며, 외부의 파손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입니다.”
이번 수중 수색 현장 지휘관인 UDT/SEAL 우원길 중령이 브리핑하고 있었다.
“인양 방법은 강구되었나?”
육해공군 합동조사단장인 안형준 준장이 물었다.
“네, 오늘 오전에 도착한 해군 구조함 소속 인양 전담팀과 미팅을 한 결과 크기보다 무게가 생각보다 적어 그물 형태의 인양 쇠사슬을 이용해 대청호 관리소에 있는 크레인으로 인양할 예정입니다. 소요시간은 대략 3일 정도로 예상됩니다.”
우원길 중령의 대답에 안형준 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행이군, 문제는 인양 후 제17전투비행단 기지까지 수송이 문제란 말이지······.”
“현재 수송 부분을 맡은 저희 팀에서 회의한 결과 육로를 이용한 수송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지름이 25m나 되는 원형 모양이기에 이곳에서 공군기지까지 가는 길에 여러 장애물에 걸린다는 조사 내용입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은 찾았나?”
“네, 단장님, 현재까지 가장 현실성 있는 방법은 비행선 원형 가장자리 4곳에 대형 애드벌룬을 달아 무게를 줄이고 다른 4곳 가장자리에서 연결선을 모아 육군항공대의 치누크 헬기에 연결하여 수송하는 방법입니다.”
제17전투비행단 박경훈 소령은 준비해온 수송 예시 사진들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에 사진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안형준 준장이 입을 열었다.
“나쁘지 않군, 하지만 야간에 수송해야 하니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주게, 행여 수송 시 사고가 발생한다면, 현재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이 일이 일반인이나 언론에서 알려질 수도 있으니 말이야.”
“네 최대한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수송 작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그리고, 이 중령?”
안형준 준장은 이기수 중령 쪽으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네, 단장님!”
“민간인 출입 통제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
“현재 이곳으로부터 반경 1㎞의 각 길목에 임시 초소를 세워 민간인에 대한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길 외에 이곳을 올 수 있는 여러 산길 또한 순찰 병력을 투입하여 24시간 경계 태세에 완벽을 가하고 있습니다.”
제21대대장 이기수 중령은 절도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오늘 나는 합참본부에 보고하러 갈 테니, 해당 지휘관들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히 임해주길 바란다. 이상!”
“전체 차렷! 경례!”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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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5일 14:30,
충북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 마을.
법수리 마을 회관에서 이경춘 할아버지로 가는 좁은 길에 긴급 확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여러 명의 인부 속에 안전모를 쓴 체 공사현장을 지휘하는 한 남자는 가끔 이경춘 할아버지 집을 주시하곤 했다. 바로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1과 오기석 주임이었다.
오전에 보은군청에 들른 이연우 과장은 이경춘 할아버지가 혹시 비밀 유출을 할까 하는 염려에 감시하고자 보은군청의 협조를 받아 마을 길 확장 공사로 위장하여 오기석 주임을 긴급 투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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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5일 16:30,
서울시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1과 사무실.
국가정보원 집체교육에서 복귀한 지 1개월이 지나자 국가정보원 직원티가 조금씩 묻어 나는 남궁원은 어제 간부 회의가 소집된 이후로 사무실 전체가 바쁘게 돌아가는 분위기 때문인지 남궁원도 나름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궁원은 바쁜 이유가 따로 있었다. 금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허영준 국장의 호출을 받고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래서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 오전부터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필요로 하는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철컥!
잠시 후 이혜진 대리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더운데 고생하셨어요.”
정신없이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이혜진 대리에 대한 레이더는 24시간 작동하는지 남궁원은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한 후 곧장 냉장고로 달려가 미리 준비해둔 냉커피를 꺼내 이혜진 대리에게 내밀었다.
“드세요.”
“와, 고마워!”
“뭐 이런 거 가지고······. 그런데 안 과장님은요?”
“응, 오자마자 바로 국장님께 보고하러 가셨어.”
“외근은 잘하셨고요?
“오 주임이 남았어. 이번 주는 오 주임과 김 주임이 번갈아 가며 파견 근무를 하게 될 거야. 여긴 별일 없었지?”
“네, 저도 아침에 국장님 호출로 업무 하나 받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국장님이 직접? 무슨 일인데?”
“이거 1급 보안인데요, 어제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한국에서 주둔하고 있는 모든 주한미군 레이더기지의 탐지 정보를 해킹하는 거예요. 지금은 준비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정말?”
“네. 제가 지금 하는 일이 1급 보안업무래요. 그래서 안 과장님 선까지만 알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전 조금 있다가 사이버보안국으로 가야데요. 아마도 오늘 전······. 날밤을 새우지 않을까 해요.”
“저런, 내가 이번 주말에 맛있는 거 해줄 테니 힘내.”
주위 시선을 의식했는지 조용히 남궁원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하며 지나친 이혜진 대리는 자리에 앉으며 시원한 냉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렇다면야 며칠을 날 새도 문제없다.’
이렇게 속으로 생각한 남궁원은 싱글벙글 웃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한동안 컴퓨터 키보드만 두드리는 데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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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5일 22:30,
서울시 국가정보원 사이버보안국 보안시스템 사무실.
“오늘 임무는 1급 보안이다. 다들 사전에 임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받았으니 시간도 없고 하니 짧게 말하겠다. 오늘 1차 목표는 중국에서 시작하여 세계 20여 개국을 우회하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여기에 대테러수사 1과에서 해킹에 능통한 전문가 한 명이 지원 왔으니까. 서로 모르는 부분 알려주며 진행하도록,”
사이버보안국 윤연준 국장은 간단히 업무 지시사항을 말하고 옆에서 대기하던 남궁원을 30여 명의 요원 앞에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테러수사 1과 남궁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국가정보원 사이버보안국에선 주한미군 부대의 각종 레이더 탐지 기록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라는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혹, 동맹인 미국과의 군사적, 정치적 마찰이 생길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하며 해킹작업을 시작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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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8일 13:5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믿을 수가 없군요. 정말 주한미군 레이더에 탐지된 게 전혀 없었다는 겁니까?”
서현우 대통령은 나봉일 국정원장의 말을 듣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분명 미군은 알고 있으면서 한국에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대통령은 더욱더 그 미확인 물체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네, 사이버보안국에서 2번이나 자료를 재검토하였으나 미확인 물체가 추락 당시 시간을 기준으로 앞뒤로 3시간 동안의 레이더 탐지 기록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나 원장님, 행여 주한미군을 해킹한 사실이 밝혀지는 일은 없겠죠?”
“현재 해킹 시도 최초 시발점을 중국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요. 나 원장님만 믿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미확인 물체를 신고했던 어르신에 대한 비밀 유지는 어떤가요?”
“현재 저희 요원들이 어르신 집 근처에서 24시간 감시 중입니다. 오늘 보고내용을 말씀 들리자면, 다른 동네 어르신과 접촉하거나, 신고 건에 관해 이야기한다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주한미군도 모르는 이 일이 외부나 언론에 알려지면, 좋을 거 없으니 특히 더 신경 써주세요.”
“네,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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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9일 22:30,
충북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 대청호 추락 지점.
100톤 크레인 바지선에서 엔진 울음소리가 커지며 크레인과 연결된 수중 속의 검은 물체가 서서히 수면으로 부상했다. UDT/SEAL 잠수 요원과 구조함 해군 소속의 잠수 요원들이 4일간 야간작업을 하면서 인양용 그물 쇠사슬을 검은 물체에 연결하는 작업이 완료되어 인양을 시작한 것이었다.
20여 분 후 수면 위로 완전히 올라온 검은 물체는 동그란 원형 형태로 곧바로 대형 애드벌룬을 각 4곳에 설치하고 공기 주입을 하기 시작했다. 4개의 애드벌룬에 공기가 주입되면서 잠시 후 팽팽하게 부풀러 오르자 크레인과 연결된 주 쇠사슬을 풀었다. 검은 물체는 애드벌룬과 검은 물체의 자체 부력으로 인해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 수면 위에 떠 있게 됐다.
“헬기 보내.”
인양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지휘하던 통합조사단 안형준 준장은 옆에 있던 수송 책임자인 박경훈 소령에게 다음 단계를 지시했고 박경훈 소령은 육군항공대 CH-47 치누크 조종사에게 무전으로 명령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잠시 후 치누크 헬기 한 대가 묵직한 굉음을 내며 대청호 인양작업 장소로 다가왔다. 인양된 검은 물체 위로 치누크 헬기가 다다르자 이내 연결선을 내려 검은 물체의 가장자리 4곳과 연결된 중앙의 연결고리에 걸었다. 최대이륙 중량이 22톤인 CH-47 치누크 헬기는 자체중량을 줄여서 왔기에 이론상 애드벌룬으로 가벼워진 검은 물체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상태였다.
“연결고리 걸었으면 천천히 고도를 높이라 해.”
이윽고 CH-47 치누크 헬기가 고도를 높이자 연결고리가 팽팽해지더니 검은 물체가 서서히 공중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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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9일 00: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회의실.
대통령 회의실에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장관급 관료 10여 명이 초조한 상태로 앉아있었다. 잠시 전화를 받고 온 강이식 합참의장은 밝은 표정으로 대통령에게 말했다.
“대통령님, 무사히 제17전투비행단 기지까지 수송 완료했다고 합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의 말에 회의실에 가득 찼던 초조함은 일순간 사라지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나성태 비서실장은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
“다행입니다. 사고 없이 무사히 일을 마치게 되어서요. 이제 시작입니다. 강 장관님.”
“네, 대통령님”
국방부 강현수 장관이 대답했다.
“내일 국방과학연구원들과 함께 직접 내려가셔서 통합조사단과 협력하여 미확인 물체에 대한 정체를 확실히 파악해 오시기 바랍니다.”
서현우 대통령은 미확인 물체가 인양된 후 제17전투비행단 기지로 수송이 완료되면 바로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을 투입하여 미확인 물체에 대한 정체를 연구하기 위해 미리 강현수 국방부 장관에게 믿을만한 연구원들을 선별하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