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605)

신의 선물

2016년 7월 24일 19:25,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1개월 전 북한으로부터 남북 실무자 대표 회의에 대한 회신이 오면서 8월 10일에 있을 회의안건으로 대통령을 비롯하여 이영호 국무총리, 오승태 통일부 장관, 강현수 국방부 장관, 오장수 안보실장, 나봉일 국정원장, 나성태 비서실장이 긴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삐.

“강이식 합참의장이 오셨습니다.”

비서실에서 인터폰으로 알려왔다.

“들어오시라 하세요.”

“대통령님, 긴급 상황입니다.”

긴장한 얼굴로 들어선 강이식 합참의장은 들어오자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회의를 하고 있던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러 관료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는지 긴장들 하며 일제히 강이식 합참의장을 바라봤다.

“무슨 일입니까? 일단 앉으세요”

누구보다 침착한 목소리로 대통령은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긴급사항이라 바로 보고 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전 충북 대청호에 미확인 물체가 추락했습니다.”

“혹시 미사일입니까?”

오장수 안보실장이 침 한 번 삼키고는 물어봤다.

“죄송합니다. 아직 추락한 물체에 대해선 정확한 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육해공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대청호 추락 지점 일대를 수중 수색을 할 예정입니다.”

“주한미군에서 들어온 정보는 없습니까?”

강현수 국방부 장관이 물었다.

“네, 현재까지 주한미군으로부터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마도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시국에 한반도에 미확인 물체가 추락했는데 모른단 말입니까? 미군의 패트리엇 포병부대나 각종 레이더에 탐지되고도 남을 텐데요.”

“그게 이상합니다. 우리 군 역시 대공 부대의 레이더와 해군의 이지스함에서도 대청호에 추락한 미확인 물체에 대한 일체 탐지의 흔적이나 정황이 없었습니다. 주한미군 또한 마찬가지로 탐지하지 못했기에 우리 쪽으로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추락한 정보를 입수했습니까?”

나봉일 원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합참의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추락 당시 대청호 근처에 거주하던 할아버지 한 분이 낚시하다가 추락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경찰서로 신고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미군이나 한국의 온갖 레이더에 탐지가 안 되었다? 혹, 중국이나 러시아의 정찰 스텔스 전투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봉일 국정원장은 조금 전보다 더 긴장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현재로서 섣부르게 판단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현재 해군 UDT/SEAL 잠수 요원들을 대청호로 긴급 파견하였습니다. 금일 야간 수중 수색작전을 통해서 최대한 빨리 미확인 물체에 대한 정체를 파악하여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후면 남북 실무자 회의가 있는데 이런 시점에 불길한 일이 발생하니 걱정됩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통일부 오승태 장관이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오 장관님.”

잠시 뭔가를 생각한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불렀다.

“강 장관님.”

“네, 대통령님.”

“오늘 추락한 미확인 물체에 대한 정확한 정체를 알기 전까지 주한미군에게 일체 어떠한 정보도 연락 및 공유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추락한 대청호 일대에 대해 철저한 보안유지가 필요합니다.”

“네, 현재 대청호 근처에 주둔 중인 육군 제21대대를 야간 전술훈련으로 위장시켜 추락 지점 일대에 투입했습니다. 군사훈련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별 의심 없이 야간 수색작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하셨습니다. 오늘 합참의장의 보고 건은 지금 여기 있는 8명만 당분간 아는 것으로 합시다.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 원장님.”

“네!”

“신고했다던 할아버지에게도 비밀 유지할 수 있도록 요원들 파견하세요. 신속하게 조치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늦은 시간도 좋습니다. 오늘 건으로 언제든 시간 제약받지 말고 바로 보고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 ★ ★

2016년 7월 24일 22:10,

충북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 대청호.

대청호 일대는 낮보다 더 밝은 모습이었다. 하늘에는 여러 발의 조명탄이 쏘아지며 대청호 수면을 훤히 비추었고 미확인 물체 추락 지점엔 오징어 배 조명을 단 거 같은 눈부실 정도의 밝은 조명을 단 여러 배와 UDT/SEAL 부대의 고무보트가 떠 있었다.

10여 명의 UDT/SEAL 잠수 요원들이 20여 미터의 수중을 수색한 지 1시간 만에 미확인 물체를 찾았다는 신호와 함께 잠시 후 여러 명의 UDT/SEAL 요원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보트 위에서 수색 지휘를 하고 있던 우원길 중령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우대장님, 현재 물속 시야가 좋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지름 25m 정도에 높이는 7m 정도 되는 원반 형태의 모형으로 파악됩니다.”

해군 UDT/SEAL 경력 30년의 베테랑 한수원 준위가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 준위 수고했어요. 25m라 크군요? 먼저 상부에 보고 후 지시에 따라야겠습니다. 요원들 다들 올라와서 쉬라고 하세요.”

추락한 미확인 물체에 대해 1시간여 만에 수중 수색으로 찾았다는 내용은 합참본부에 통해 청와대까지 보고가 올라갔고, 청와대에서는 물체의 형태가 우려했던 주변국의 스텔스 비행 물체나 미사일 형태가 아니라는 것에 일단은 한숨을 돌렸으나, 다른 한편으론 원형의 형태라는 부분에서 한층 더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30분 후 합참본부로부터 새로운 지시사항이 하달되었다.

육해공군 합동조사단장으로 3시간 전에 대청호로 급히 파견된 합참본부의 작전본부 소속의 안형준 준장은 미확인 물체에 대한 수색 성공 보고 이후 합참본부로부터 내려온 지시사항을 하달하기 위해 이번 수색작전에 참여한 육해공군 각 책임자를 호출한 상태였다.

“상부의 지시사항이다. 이번 수색작전은 명목상 제21대대 전술훈련으로 낮에는 위장 훈련을 하며, 야간엔 인양작업을 한다. 인양작업은 앞으로 일주일 안에 인양하여 제17전투비행단 공군기지로 수송한다. 이에 육군 제21대대는 앞으로 1주일간 이곳에서 대대 전술훈련을 하면서 반경 1㎞까지 민간인 출입을 통제할 수 있도록 경계 초소를 세우고 경계에 빈틈없이 하기 바란다.”

“중령 오기수!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원길 중령은 내일 아침에 해군 구조함 소속 인양 전담팀이 도착하면, 인양작업에 방법과 계획을 수립하여 보고하도록 하고”

“중령 우원길,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박경훈 소령도 인양이 완료된 이후 제17전투비행단 공군기지까지 어떤 방법으로 수송할 것인지, 경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작전을 수립하고 보고하기 바란다.”

“소령 박경훈, 알겠습니다.”

★ ★ ★

2016년 7월 25일 09:10,

충북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 대청호.

좁은 길로 검은 밴 한 대가 들어섰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가 내렸다.

“저기 같은데요?”

한 곳을 가리키며 말하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는 국정원 국가 대테러수사 1과 이혜진 대리였고 가리킨 곳은 슬래브 지붕으로 된 오래된 집이었다.

“그런 거 같군.”

여름 불볕더위가 기승인지라 오전 9시인데도 강렬한 햇빛 때문에 오른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안연우 과장은 50여 미터에 떨어져 있는 집을 바라봤다. 잠시 후 슬래브 지붕의 집 대문에 도착한 2명은 잠시 안의 기척이 있는지 살피고는 이혜진 대리가 누군가를 불렀다.

“이경춘 어르신.”

“누구유?”

김옥자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오면 물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저희는 보은군청에서 왔습니다.”

“군청유?”

“네. 이경춘 어르신 계신가요?”

이번엔 안연우 과장이 공손히 인사를 하며 이경춘 어르신이 계신지 물었다.

“영감, 나와봐유. 군청에서 누가 찾아와시유.”

그제야 안방 문이 열리고 이경춘 할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슈?”

“이경춘 어르신 되시죠?”

“그런데? 누군데 여까지 찾아왔소?”

“네 할아버지, 저희는 군청에서 나왔어요. 어제 신고하신 것 때문에요.”

“군청? 내가 신고한 게 뭐 잘못된 건가?”

“아뇨, 좋은 일 하신 거예요. 신고 포상금이 있어서 그거 말씀드리려고 온 거예요”

두 어르신이 혹시나 불안해할까 봐 이혜진 대리는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밝게 웃으면 말했다.

“포상금? 뭔 신고 한번 했다고 포상금이랴? 뭐 어쨌든 들어오슈.”

잠시 후 안방에 들어간 안연우 과장과 이혜진 대리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제 할아버지가 신고하신 건 군부대에서 시험 비행한 무인비행기였어요.”

“무인비행기?”

“네, 할아버지 청주 쪽에 공군기지가 있는 거 아시죠? 거기서 시험 운행하던 무인비행기인데 어제 조작 실수로 대청호에 빠진 거예요.”

“그런 거면 무슨 포상까지 준다고 하는 거야?”

“요즘 남북 관계로 매우 불안한 상황이잖아요? 이럴 때 할아버지 신고 정신은 다른 분들에게 모범적인 행동으로 군청에서 판단하여 포상하려고 하는 거예요.”

“별일이구먼, 그래 포상금이 얼마요?”

“오백만 원입니다. 어르신”

“아이고야, 내가 그날 송어를 낚은 게 아니고 포상 대어를 낚았구먼, 허허허.”

오백만 원이라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이경춘 할아버지는 부엌에 있는 할머니를 불렀다.

“뭐 먹을 것 좀 가져와, 손님이 왔는데 대접하는 게 읎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뭐혀! 얼릉 가져와.”

“가져가유.”

부엌과 연결된 작은 문이 열리면서 김옥자 할머니는 쟁반에 시원해 보이는 수박 한 통을 잘라 가져왔다.

“시원하니 좋아.”

“감사히 먹을게요.”

이혜진 대리는 수박 한 조각을 들고는 바로 한입 크게 물었다.

“아이고야, 이 샥시 얼굴도 이쁜 게 먹는 것도 잘 먹네, 우리 아들 소개해 주고싶네유?”

할머니 말에 순간 당황한 이혜진 대리는 입안 가든 수박을 오물오물 씹으며 환하게 웃어 보이기만 했다.

“이 할망구가 노망났나? 첨 보는 처자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맘에 드니 그러지유.”

오고 가는 농담 속에 수박 한 조각을 먹은 안연우 과장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르신, 이번 포상 건과 신고한 내용은 그 누구한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중요한 일이었는감?”

“무인기 실험은 군사 기밀에 해당해서요. 그런 이유로 신고하신 내용이나 포상금 받은 것도 다른 분한테 절대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자식한테두?”

“여기 계신 할머니 외에는 꼭 비밀로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뭔 얘기래유.”

“할망구는 가만히 있어, 나중에 얘기해줄라니깐.”

20여 분이 지나고 이연우 과장과 이혜진 대리는 검은 밴으로 돌아왔다. 밴에 타자마자 이연우 과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수사1과 이연우입니다. 방금 이경춘 어르신과 얘기는 잘 끝냈습니다. 시골 분이라 순박하셔서 그런지 의심도 없으시고 비밀 누설에 대한 문제는 없을 거 같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연우 과장은 운전석의 오기석 주임을 불렀다.

“오 주임, 보은군청으로 가자.”

“네! 과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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