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605)

동북아 군비경쟁

2016년 4월 29일 21:00,

강원도 국가정보원 집체교육 훈련장 사격 연습장.

이혜진 대리의 권총 사격 자세 및 시범 교육이 끝나고 자체 사격 평가가 시작되었다.

“각 조 10명씩 나와서 사로에 입장한다.”

이현석 교관의 지시에 1조 10명이 사로 입장 후 사격 자세를 취했다.

“준비되었으면 사격 시행.”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사격 중지, 탄창 제거 및 사로에서 퇴장”

잠시 후 표적 판 정리가 끝난 후 드디어 2조에 속한 남궁원 차례가 돌아왔다. 2시간 교육시간 내내 이혜진 대리와 눈도 못 마주친 남궁원은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서로 들어섰다.

잠시 후 사격을 마친 남궁원의 점수는 112점으로 2조에서 가장 높았다. 잠시 후 이자성이 속한 3조가 사로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남궁원 옆을 지나가던 이자성이 살짝 잉크를 하며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4조까지 모두 사격을 마친 후 이현석 교관이 점수판을 정리한 후 발표하려 했다.

“오늘 사격 1차 평가 우승자가 나왔다. 우승자는 120점 만점으로 3조 이······.

“교관님! 오늘은 1등 포상 이벤트도 있는데 각 조 1등 끼리 번외로 결승했으면 합니다.”

또 이자성이 오른손을 높게 들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저 자식······. 그래 다른 놈도 아니고 네놈이 원한 거니까 후회하지 마라. 그럼 각 조 1등인 1조 윤동규, 2조 남궁원, 3조 이자성, 4조 안길우는 사격 준비해.”

운 좋게 2조 1등이 되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은 남궁원은 이번엔 꼭 1등 해서 이혜진 대리와 잠시나마 시간을 보고픈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보다 이자성의 사격 실력을 알기에 낙관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각 조 1등들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남궁원은 최선을 다해 집중하여 사격하였지만, 7번째 사격에서 호흡이 흐트러지며 6점을 맞춰버렸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사격을 하였지만 6점을 맞춘 실수의 영향인지 1차보다 2점이 적은 110점을 맞추고야 말았다.

표적 판들 확인하는 교관과 조교들이 남궁원의 표적 판과 이자성의 표적 판을 번갈아 보며 잠시 실랑이를 버리고 있었다.

“각 조 1등의 번외 사격의 우승자를 발표하겠다. 우승자는 120점 만점을 쏜 2조의 남궁원이다.”

주위 동기 교육생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일제히 커졌지만, 남궁원만은 어리둥절했다.

‘분명 내가 확인하기론 110점 정도였는데, 어떻게 120점 만점이 되어 1등을 하게 된 거지?’

“오늘 사격 평가 교육은 끝마치겠다. 남궁원은 이 조교와 커피를 마시든 라면을 끓여 먹든 알아서 하고 나머지는 숙소로 이동한다. 이상.”

어리둥절한 상태로 가만히 서 있는 남궁원 옆으로 이자성이 지나가며 엄지 척을 하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사격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누군가 뒤에서 남궁원을 불렀다.

“남궁원! 오랜만이야.”

그제야 이혜진 대리와 눈을 마주친 남궁원은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놀랐어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일단 나가자!”

★ ★ ★

2016년 4월 29일 21:40,

강원도 국가정보원 집체교육 훈련장 쉼터.

쉼터 벤치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손에 들고는 둘은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서로 간 아무 말 없이 전방만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말을 한 건 이혜진 대리였다.

“어때? 교육은 받을만해?”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할 만하네요.”

“그래도 넌 내부 요원이라 3개월 코스지. 현장 요원들은 6개월 코스에 정예요원으로 뽑히면 1개월의 지옥훈련을 더 해.”

“저도 내부 요원이라 천만다행이라고 매일 생각하고 있어요. 안 과장님과 수사1과 선배님들은 잘 계시죠?”

“그럼, 잘 지내고 있지.”

“후배는 여기서 지옥을 넘나들며 고생하고 있는데 잘 지내고 있다니······. 하하하, 농담”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보고자 농담한 것을 진담으로 들었을까 봐, 이내 농담이라며 말하는 남궁원이었다.

“알아······.”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남궁원의 질문에 잠시 가만히 있던 이혜진 대리가 남궁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일정에는 없었지, 내가 교육부서도 아니고, 사실 나······. 안 과장님한테 졸라서 교육 핑계로 너 보려고 온 거야······.”

남궁원도 이곳에 온 뒤로 매일 이혜진 대리를 생각하며 보고 싶어 했었다. 그런 보고 싶어 했던 대상이 자기를 보러 왔다는 말에······. 다시금 심장 박동 소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말요?”

“그럼 내가 이 상황에서 거짓말하겠니?”

쉼터의 가로등에 비치는 이혜진 대리의 얼굴을 바라본 남궁원은 자기도 모르게 왼손으로 이혜진 대리의 뒷머리를 감싸며 입술을 내밀고는 다가갔다. 이혜진 대리도 싫지 않았는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 시각 이현석 교관실.

“야! 이자성! 사격이 뭔 장난이냐?”

이현석 사격 교관은 이자성을 불러내 혼내고 있었다.

“교관님,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몰라? 이 자식 봐라! 하하, 너 말이야! 왜 남의 표적에 방아쇠를 당기는데? 네 표적 판에 11발, 남궁원 표적 판엔 13발······. 이건 네가 남궁원 표적 판에 쐈다는 거 아냐? 이유가 뭐야?”

“그래요? 제가 실수한 거 같습니다, 교관님.”

이자성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실수라며 어물쩍 걸렸다.

“실수? 이번엔 번외 사격이었으니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 사격 때도 이러면 재미없어. 알겠어?”

“다신 실수하지 않도록 않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알았다. 나가 봐.”

“네, 수고하십시오!”

이자성은 국정원 집체교육 이튿날 산악구보 당시 산 정상에서 수사 1과 이혜진 대리에 관해서 물어봤을 때 남궁원의 반응에 뭔가 수상쩍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대화로 남궁원이 이혜진 대리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고 판단한 이자성은 일부러 사격 1등에게 이혜진 대리와 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일부러 남궁원 표적 판에 한 발을 쏜 것이었다.

★ ★ ★

2016년 5월 2일 21:40,

북한 평양시 주석궁.

4월 29일 제1차 북한 노동당 당 대회를 통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노동당 제1부위원장에 추대되었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의식불명의 김정은 위원장을 뒤로하고 명실공히 북한 최고 실세로 떠오른 김여정 제1부위원장은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풍기며 첫 비상상임위원 대표 회의를 주관했다.

“앞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기탄없이 의견을 말해 보시라요.”

비상 상임위원장이기도 한 김여정 제1부위원장이 회의석 정 중앙에 앉아 말했다.

“나래 한마디 하거슴네다. 현재 남조선 괴뢰 도당을 비롯하여 동북아 정세가 매우 위험하게 돌아가고 있시야요. 이럴 때일수록 위대하신 김정은 위원장님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위를 위해서는 중단되었던 핵실험에 다시 박차를 가야지 안슴네까?”

북한 강경파의 대표주자인 리병철 부위원장은 2015년 이후 잠정 중단되었던 핵실험에 대해 다시금 필요성을 강조하며 말했다. 이런 리병철 부위원장에 말에 살짝 인상을 쓴 노년의 남자가 말을 이었다.

“현재 시국이 좋지 않슴네까? 리병철 부위원장 말대로 동북아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다시금 핵실험을 하게 된다면 미제 놈들이나 타 주변국의 압박을 더 심해질 수 있지 안 캈시요?”

오춘환 당비서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딴 소리 하지 마시라요. 은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미제나 주변국 눈치 보며 위대하신 김정은 위원장님의 대업을 이어 갔슴네까? 그런 헛소리는 다신 하지 마시라요.”

한 성격 하는 리병철 부위원장이 입에 거품을 물든 일어서며 손가락질로 오춘환 당비서를 가리키며 질타했다.

“고만하시고 자리에 앉으시라요. 리병철 부위원장 동지.”

순간 김여정 제1부위원장의 제지에 머쓱해진 리병철 부위원장은 아무 말 없이 제자리에 앉자 오춘환 당비서를 노려보았다.

“리병철 부위원장 동지, 오춘환 당비서 동지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위를 위해서 하는 소리 아니 계시요? 내 생각은 말이디요. 핵실험 카드는 최후에 꺼내야 할 카드라 생각하디요. 지금은 다각적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네다.”

“다각적 접근 방식이라? 계속 말해 보시라요, 박 총리 동지.”

김여정 제1위원장은 박봉주 총리의 말에 흥미가 있었는지 반응을 보이며 재촉하였다.

“현재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임네다. 당연히 우리 조선 인민공화국도 문제이디만, 남조선 또한 경제적 타격을 입으며,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단 말입네다. 저번 회담 요청 건도 있고 해서리, 남조선과의 관계 개선을 끌어내 실리적 원조를 받을 기회이기도 하지 않겠슴네까? 또한, 중국과도 끊어졌던 동맹 관계를 개선한다면 중단된 여러 사업을 재가동하면 경제적 활성화를 이룰 수 있디 이 말임네다.”

“박 총리 동지 말이맞다 생각함메.”

이번 노동당 당 대회를 통해 새롭게 선출된 최고인민회의 김기남 의장이 박봉주 총리의 말을 거들었다.

“지금은 강경 대외정책보다는 내부를 다지고 현재 고취된 한반도 긴장감을 완화 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생각 하메, 그렇다고 해서리 군사적 준비를 소홀히 해서도 아니 되니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잠수함 SLBM 시험 발사라던지, 대포동 탄도미사일에 관한 지속적인 개발연구와 시험발사는 해야 한다 생각함메.”

“잘들 들었시야요.”

김기남 의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여정 제1부위원장은 양손을 회의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약간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말했다.

“한반도의 지속적인 전쟁 위기는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서도 그리 좋지 않다는 거이 내도 잘 알고 있시야요. 이에 저번 남조선의 회담 요청 건에 대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북남 대표자 회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합세다. 또한, 잠시 소원하진 중국과도 군사적 경제적 협력 관계를 다시금 지속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대외 협력 부서를 통해 조치하기 바람 네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김 의장 말대로 자국의 안보 위험에 있어서리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어야디 안 카시오? 이에 군사적 무기 연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진취적 역사적 사명감으로 연구에 매진하여 김정은 위원장님의 대업에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특명으로 지시하시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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