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605)

새로운 국면2

2016년 4월 4일 15:20 (중국시각 14:20),

중국 베이징 주석실.

작년 8‧15 평양 폭탄 테러는 남북 양 국가 간의 전시 준비 태세까지 가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중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냉정한 판단으로 동북아 전쟁 위기에 섣부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북부 전구에 비상 태세만 가동했을 뿐 압록강 주변으로부터 군사적 움직임이나 어떠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철저한 통제를 하였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 또한 요코스카 해군기지의 7함대와 괌 기지의 해군 함정들의 군사적 움직임을 통제함으로써 한반도의 전쟁 일 촉 일발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었다.

남북으로 보자면, 급작스러운 전쟁으로 한반도 전체가 불바다가 될 수 있었던 전쟁 위기를 모면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웠으나, 예상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 중국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점을 두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이 당시 중국 시진핑 주석과 중국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갑작스러운 평양 폭탄 테러 소식을 접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제2의 한국 전쟁 발발 시 중조우호조약에 의해 중국의 참전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어느 쪽이 더 큰 것인가였다. 전쟁 참전으로 중국의 군사적 손실과 경제적 손실을 과연 북한의 한반도 통일 후 손실분을 이익으로 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그 당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전략부 연구진들 보고서엔 북한의 통일 승리 전제로 볼 때, 전쟁 이후 한반도 전쟁 수복사업과 지하자원에 대한 개발권 등 여러 가지 권리 행사를 했을 경우 충분히 참전으로 인한 손실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런 계산을 하기 전에 중국이 참전하여 한국과 미군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느냐였다.

아무리 중국이 G2의 위상을 가진 국가였고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률과 세계 2위의 군사비를 지출하는 군사 대국이라 하더라도 아직까진 미국과 견주기엔 역부족이라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전략부 연구진들의 전반적인 의사로 인해 준비되지 않은 전쟁을 피하고자 작년 8‧15 평양 폭탄 테러 당시 예상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던 중국의 이유였다.

시진핑 주석의 회의 탁자에 한 뭉치의 보고서 서류가 놓여 있었다. 보고서 제목은 '동북아 주변국 군비 확산 실태 보고서(일본 편)'라고 적혀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보고서를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가다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며 보고서를 가지고 왔던 쥬야오 국가안전부장을 보며 기분이 상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

시진핑 주석 옆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보고 있던 부주석 리위안차오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일본 놈들이 F-22까지······. 일본이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구매의욕이 대단하군요. 미 의회에서도 수출제한으로 묶어둔 F-22까지 사려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중국 안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듯합니다.”

“맞는 말이오. 리위안차오 부주석, 이제 일본까지 보통국가로 천명하면서 동북아에 군비 확산의 불씨를 내는군요. 이번 주에 푸치후 총장비부장 좀 호출해야겠소. 현재 개발되고 있는 J-20 스텔스 전투기와 스텔스 항공기를 탐지하는 차세대 레이더 개발 관련 총체적인 진척상황을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네, 호출하겠습니다.”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대답이 끝나자, 쥬야오 국가안전부 부장은 조심히 말을 건넸다.

“시진핑 주석님······. 보고서에는 없지만,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해보시오. 쥬야오 부장.”

“아직 정확히 확인된 정보는 아니나, 이번 무기 구매 건과 별개로 일본 방위성에서 정상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은밀히 추진 중인 무기 구매 건이 또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순간 시진핑 주석은 미간을 좁히며 국가안전부 쥬야오 부장을 보고 말했다.

“이거 말고 또 있단 말입니까? 그게 무엇이오?”

“죄송합니다. 아직, 구매 목록에 대해선 파악이 안 된 상태나, 적어도 중국은 물론 동북아 안보에 크나큰 문제가 될 만한 전략적 무기임에는 틀림없을 듯합니다.

‘미 의회 수출제한 품목인 F22까지 공식적으로 구매 협상을 진행하는 일본이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또 다른 무기 구매를 추진 중이다?’

시진핑 주석은 일본과 관련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심취해 있었다. 21세기 들어 고도의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군사적 성장까지 더해지며 이러한 자신감을 뒷받침하게 되었다. 또한, 시진핑 주석의 호전적 성격까지 한몫하며 중국은 주변국과의 대외 관계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독선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시진핑 주석은 의자를 밀어내며 일어나 뒷짐을 지고 창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작년 평양 폭탄 테러 당시 중국으로썬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중조우호조약을 명분으로 중국이 북한으로 군사적 행동을 전개했다면, 반드시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북한이 한반도 통일을 했다면, 중국으로서 북한의 지하자원과 북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살리지 못했지요. 이유는 우리 중국은 준비가 안 되어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중국은 미국을 상대하기엔 군사적 성장을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추가적인 국방비 예산 편성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조속히 완료해야 합니다.”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굳은 결의를 보이는 것처럼 말하는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진핑 주석은 창문 밖을 보고 있던 시선을 주석실 벽면에 걸려 있는 오성기로 옮기며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반도 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제는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부주석은 이번 달 안으로 중앙군사위원회를 소집하시고 쥬야오 부장은 일본과 미국이 은밀히 진행하고 있는 무기가 뭔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꼭 알아내시오”

“네, 주석님.”

★ ★ ★

2016년 4월 7일 15:30,

서울시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 1과 사무실.

전국을 시끄럽게 했던 해군 방위산업 비리 사건의 첫 공판 이후 4차례의 재판이 있었고 다른 재판과는 다르게 속전속결로 이뤄진 이 재판은 한 달 만에 1심 판결이 내려지는 날이 오늘이었다. 첫 공판부터 TV로 방영하며 그 어떤 것보다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오늘도 많은 국민은 TV 앞에서 이러한 방송을 호기심 반 분노 반으로 시청하고 있었다.

판사가 판결하기 위해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방송국 카메라는 줌으로 당기며 판사를 클로즈업하였다.

“판결하겠습니다. 피고인 전오근은 6년 전 해군 방위산업 비리 사건과 관련하여 방위사업비 10조 원 중 1조 원에 달하는 거액을 횡령한 것을 증거자료에 의해 입증되었다. 횡령된 금액은 사리사욕에 눈이 먼 25인이 조직적으로 행한 범죄로써 피고 전오근은 최상위 위치에서 모든 것을 진두지휘한 점에 있어 가히 죄가 가볍다. 말할 수 없다. 또한, 구축함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로 100억 원에 가까운 뇌물수수 혐의까지 입증된바, 이에 본 법정은 피고인 전오근에게 국가 이적죄를 적용하여 징역 30년과 벌금 100억 원을 선고한다. 그리고 6년 전부터 현재까지 피고 전오근으로 되어 있던 모든 사유재산에 대해 이동 경로까지 철저히 조사하여 국고 환수한다.”

탕탕탕.

일순간 법정 안의 모든 사람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비리 혐의로 인해 이처럼 강력한 법 집행을 받은 적이 없었다. 첫 이적죄 적용이라지만, 30년 징역형에 벌금 100억 원, 그리고 6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전오근 개인 명의의 모든 사유재산에 대한 국고 환수라니······. 생각보다 무거운 판결에 놀라움도 있었지만 대부분 방송을 지켜보던 수많은 국민은 환호의 목소리와 박수갈채가 여기저기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방송을 보는 듯 마는 듯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국 1과장 안연우 과장과 이혜진 대리였다.

“안 과장님 제발요.”

“안 돼! 부탁할 걸 부탁해.”

“왜 안 되는데요?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아? 난 그렇게 해줄 권한도 힘도 없어! 저리 가 제발.”

“다 알고 있거든요? 거기 교육과 오종현 과장과 안 과장님이 입사 동기라는 거?”

“너 내 뒷조사까지 하냐?”

안연우 과장은 서류뭉치를 말아 이혜진 대리를 때리는 척하며 눈을 부라렸다.

“안 과장님! 제발요. 제가 언제 이런 부탁드린 적 있나요? 네? 네?”

이혜진 대리는 평소 하지도 않던 애교를 떨다 이제는 안연우 과장의 손을 잡고는 슬픈 표정을 하며 당장에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어라? 저리 가.”

안연우 과장은 이혜진 대리의 손을 뿌리치며 결재 서류철을 들고서는 일어섰고 이혜진 대리는 그대로 주저앉고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 안연우 과장은 왼손으로 이마를 잡고서는 한숨 한번 쉬고는 한마디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알았다. 알았어! 오 과장한테 전화는 한번 해볼게. 그리고 네 발연기는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안연우 과장이 사무실을 나간 후 당장에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했던 이혜진 대리의 얼굴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함박웃음을 보이고는 살짝 속삭였다.

“아! 연기하기 힘드네. 호호호.”

이혜진 대리의 발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에도 TV에서는 방산비리 관련 피고인들의 판결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 ★ ★

2016년 4월 8일 10:00,

일본 혼슈 도쿄 내각 총리 회의실.

“총리님,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방문하였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네.”

잠시 후 총리실 문이 열리고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조금은 초췌해 보이는 밤색 정장을 한 사내가 따라 들어왔다.

“앉으세요, 시바사키 대신”

“네, 총리님.”

“같이 온 분은 누구입니까?”

자리에 앉으며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 옆에 서 있는 밤색 정장 사내를 보고는 아베 총리가 물었다.

“이번에 대 해양대군 프로젝트를 협상하기 위해 미국에 갔었던 방위성전략부협상관입니다. 자네가 직접 소개하도록.”

“안녕하십니까? 방위성전략부협상관 야구마치 겐조라고 합니다.”

앉지도 못하고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 옆에 서 있던 야구마치 겐조는 힘 있는 목소리로 절도있게 대답했다.

“그래요? 겐조 협상관, 반갑습니다. 협상은 잘 된 겁니까? 아, 내가 너무 성급했군, 자리에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총리님.”

야구마치 겐조는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서류 가방을 열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 미국 USSC의 마르스를 만나 협상을 진행했던 야구마치 겐조는 세부사항까지 협상하느라 예상시간보다 이틀이나 늦어져 오늘 새벽 비행기로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 후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과 함께 바로 아베 총리를 만나기 위해 이곳을 온 것이다.

“이번에 미 정부기관과 대 해양대군 관련 체결한 문서입니다. 총리님”

야구마치 겐조는 가방에서 노란 서류봉투를 꺼낸 후 봉투 안에서 몇 장의 문서를 아베 총리에게 펼쳐 보였다. 이에 아베 총리는 야구마치 겐조가 내민 문서들을 받아 천천히 읽어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곤 곧이어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핫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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