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면2
2016년 3월 26일 22:20 (미국시각 09:20),
미국 워싱턴 D.C 덜레스 공항.
말끔한 정장 차림에 작은 서류 가방을 든 키 작은 사내가 막 입국 심사대를 통과 후 나오고 있었다. 검은 머리에 황색의 피부색을 가진 이 사내의 얼굴에는 진심 피곤함에 찌든 어 있었다. 어젯밤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비행기를 13시간 타고 방금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으니 말이다.
사내는 빠른 걸음으로 공항 대합실에 나와 잠깐 주위를 살핀 후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잠시 후 그 사내의 뒤편에서 2명의 검은 정장 차림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2명의 사내가 걸어왔고 그중에 몸집이 큰 흑인 사내가 말을 걸었다.
“겐조씨 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야구마치 겐조입니다.”
“따라오시죠.”
야구마치 겐조, 일본 방위성전략부협상관으로 어제 아베 총리가 말했던 대 해양대군이 되기 위한 그 프로젝트 관련 협상을 하기 위해 협상관 자격으로 어젯밤 USSC 연락책과 연결이 되어 급하게 약속을 잡고 미국 워싱턴에 온 것이었다.
야구마치 겐조는 앞서가는 두 사내를 따라가며 말을 걸었다.
“오늘 미팅은 몇 시에 합니까?”
야구마치 겐조의 질문에 앞서가던 2명의 사내 중 처음 말을 걸었던 흑인 사내가 뒤돌아보며 대답을 했다.
“얘기는 호텔에 도착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내는 짧게 대답만 하고는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갔다. 뻘쭘해진 야구마치 겐조는 어절 수없이 조용히 두 사내를 따라가야만 했고, 잠시 후 공항 지하주차장에 도달한 세 명은 한쪽 구석에 주차되어 있던 검은 밴에 탑승한 후 천천히 덜레스 공항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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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6일 23:00 (미국시각 10:00),
미국 워싱턴 D.C 시내 어느 호텔 방.
1시간여를 달려 어느 한 시내 호텔 10층에 들어선 야구마치 겐조는 5성 호텔 수준은 아니더라도 잠시 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호텔 방 내부를 보며 거실 중앙에 있는 넓은 소파에 앉았다. 피곤함에 소파에 파묻혀 몸을 펴는 야구마치 겐조에게 흑인 사내가 다시 말을 걸었다.
“오늘 미팅은 오후 7시입니다. 그때까지 이곳에서 쉬시기 바랍니다. 혹, 필요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옆에 있는 저 친구에게 말하면 됩니다. 미팅 때까지 이곳에서 겐조씨를 경호할 겁니다.”
“미팅 장소는 다른 곳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미팅 시간 1시간 전에 제가 데리러 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흑인 사내는 할 만만 짧게 하고는 옆에 있던 검은 정장 사내에게 몇 마디 지시하고는 호텔 방을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검은 정장 사내도 출구 출입문에 가서는 양손을 앞에 모으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야구마치 겐조는 호텔 방에 말 없는 낯선 사내와 단둘이 있는 게 어색했는지 작은 베란다가 있는 창문을 열고 넓게 펼쳐진 워싱턴 시내를 바라봤다. 넓게 펼쳐진 시내 곳곳은 녹색 공원으로 꾸며져 자연 친화적 도시 냄새가 났고 이런 시내의 풍경을 보면서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생각했다. 꼭 협상에 성공해야 한다는 시바사키 국방성 대신의 당부와······.
피곤한 상태에서 곧 있을 협상 건에 대해 생각하니, 순간 피곤함이 몰려왔는지 야구마치 겐조는 생각을 멈추고 그대로 침실이 있는 방으로 이동하여 윗옷만 벗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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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7일 07:00 (미국시각 26일 18:00),
미국 워싱턴 D.C 시내 어느 호텔 방.
철컥.
문이 열리며 아침에 보았던 흑인 사내가 들어왔다. 야구마치 겐조는 미리 일어나 미팅 갈 준비를 마치고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흑인 사내가 들어온 것을 보고 시계를 잠깐 본 야구마치 겐조는 일어나 윗옷을 입었다.
“갑시다.”
역시나 짧게 할 말만 하는 흑인 사내를 따라 아침에 주차했던 검은 밴 뒷좌석에 앉았다. 그 옆으로 흑인 사내가 옆에 타면서 조용히 말했다.
“지금부터 가는 곳은 보안 장소입니다. 그래서 잠시 안대를 차고 가야 합니다.”
흑인 사내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야구마치 겐조에게 안대를 착용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은 밴은 미끄러지듯 출발하였다.
1시간 정도 달리자 차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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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7일 08:00 (미국시각 26일 19:0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
안대를 벗은 야구마치 겐조는 긴 탁자 끝에서 마주 보고 앉아있는 검은 가면 때문에 순간 놀랐다. 하지만 검은 가면은 개의치 않고 조용히 말을 했다.
“야구마치 겐조씨? 일본 방위성전략부협상관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검은 가면의 사내는 야구마치 겐조의 얼굴과 서류를 번갈아 가며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USSC(United States Supreme Security Council)의 마르스입니다. 일본 방위성의 긴급 협상 건은 뭔가요?”
조금은 어두운 조명에 넓은 사무실, 그 중앙에 긴 탁자 사이로 마주 앉은 닉네임이 마르스라는 사람의 목소리조차 변조되어 들리는 상황이 무슨 공포영화 보는 것처럼 공포감이 몰려오며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릴 지경인 야구마치 겐조는 살짝 이마에 있던 땀을 닦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 위해 협상 상대자에 대한 긴장감과 공포감을 안기어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심리전일 뿐이다.’ 나름대로 협상의 귀재답게 USSC의 심리전을 간파한 야구마치 겐조는 그제야 직접적 본론부터 물어보는 마르스의 질문에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대답을 했다.
“현재 동북아는 전쟁위기설로 인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변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이제 보통국가로서 미국과 함께 본국은 물론 동북아의 전쟁 위기를 걷어낼 사명감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일본은 군사적 전력 증강의 목적으로 이번에 퇴역하는 니미츠 항공모함에 대해서 인수하고자 합니다.”
“항공모함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본 방위성이 USSC의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고 연결을 시도한 것도 의외였지만, 지금 꺼내 든 항공모함 협상 건은 마르스도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구마치씨? 항공모함은 미 의회에서도 수출제한 전략무기로 최우선 순위 중의 하나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USSC와 직접 협상하러 온 것입니다.”
미 의회나 정부까지 원하는 데로 움직일 수 있다는 최상위 권력 집단, 또한 구성원들은 절대 외부로 신분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미국 최고안전보장이사회였다.
야구마치 겐조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큼직한 먹잇감을 일단 던지고 봤다.
“인수금액은 오천억 엔입니다. 달러로 48억 달러입니다. 그리고 인수 기간 일본 해상자위군. 3,000명 교육지원 금액으로 10억 달러를 더 드리겠습니다. 또한, F-35B형 80대 구매도 함께 요청합니다. 대당 가격은 제시하는 가격으로 쳐서 드리겠습니다.”
파격적인 제시였다. 1975년 취역해 이제 고물이 되어 퇴역하려는 항공모함에 48억 달러에 산다는 건 중형 항공모함 건조비용을 넘기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F-35B형을 제시 금액으로 구매하겠다는 일본의 돈 놀음이 과히 미국 최상위 권력 집단의 구성원인 마르스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미국 최상위 전력을 담당하고 있는 항공모함과 F-35B형을 건네주기엔 부족하긴 하였다.
“금액은 충분합니다. 하나, 이런 항공모함 전력이 그대로 일본으로 넘어간다면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군비 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야구마치 겐조는 마르스의 반응을 미리 알고 있어 준비한 듯 바로 대답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현재 동북아는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 속에 있습니다. 일본이 항공모함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는 지금도 내부적으로 군비 확산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입니다. 일본만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일본은 주일미군 방위 분담금 대해 현재 비용에 20%를 더 내도록 하겠으며, 결과적으로 전력 증강이 된 일본 자위군이 미군과의 역할분담으로 주일미군 방위비용은 내부적으로 적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협상이 체결된다면 일본은 USSC에 스위스 계좌로 10억 달러를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억 단위를 무슨 1달러 단위처럼 말하듯 하는 야구마치 겐조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마르스는 무엇보다 10억 달러는 마지막 단어에 내부 회의 여지는 있다고 판단하고 잠시 고민에 빠진척하다가 말을 건넸다.
“잘 들었습니다. 이 협상 건은 내부 회의를 통해 결과가 나오는 데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적어도 3일 안에는 답변이 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 나오길 바랍니다.”
말을 마친 마르스라는 검은 가면의 남자는 뒤편 커튼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2명의 사내가 다시 나타나며 야구마치 겐조에게 다시 안대를 차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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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8일 19:00,
강원도 국가정보원 집체교육 체육관.
50여 명의 사내가 저마다 하얀 도복을 입고 서로 짝을 지어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교관과 조교를 따라 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국정원 요원들이 실제 현장에서 적과 싸움에서 절대적 우위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 배우는 주짓수는 남궁원에게는 죽을 맛이었다. TV에서 볼 때는 재밌었지만, 실제 직접 하려니 관절이란 관절은 쑤시고 방금 오후 산악구보를 갔다 온 상태라 체력도 다 고갈되어 솔직히 상대방 옷깃 잡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주목!”
“주목.”
짝지어 조교의 시범을 따라 하던 교육생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외쳤다.
“이번 기술은 네이키드 초크다. 이 네이키드 초크는 상대방의 뒤에서 한 손으로 목을 감고 다른 한 손은 상대의 머리 옆을 감싼다. 즉 양팔이 십자 형태로 교차하게 상대의 목을 조르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목을 감은 손으로 목을 조름과 동시에 다른 팔로는 머리를 눌러서 동시에 꺾는 기술로 제대로 걸리면 상대는 20초 이내에 기절하고 만다.”
설명하며 조교에게 시범을 보인 교관이 자세를 풀고 일어나 말했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경동맥을 졸라 뇌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여 기절 및 심지어 1분 이상 기술을 적용 시 죽음까지 갈 수 있는 위험한 기술이다. 자 그럼 다시 한번 조교의 시범을 보고 따라 한다.”
남궁원과 짝이 된 이자성이 방금 조교가 시범을 보인 네이키드 초크 기술을 남궁원에게 기술을 걸었다.
“어어어억! 커억!”
기술이 제대로 걸렸는지 말도 못 하고 파닥거리며 손으로 태그 하는 남궁원을 이자성은 낄낄거리며 천천히 자세를 풀었다. 초크에서 풀려난 남궁원은 목을 감싸며 이자성을 잡아먹을 듯 째려보며 외쳤다.
“야! 죽을 뻔했잖아! 연습인데 살살하면 안 되냐?”
“실제 상대방이 적이면 어떻게 해? 연습은 실전처럼 몰라?”
“그래, 연습은 실전처럼? 좋아 이번엔 내가 기술 걸어줄게.”
역할을 바꿔 이번엔 남궁원이 이자성을 목을 팔로 감싸며 초크 기술을 걸었다. 나름 조교의 시범대로 자세를 잡고 팔을 끌어들이며 이자성의 목을 조였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치고 이자성의 오른쪽 목 부분을 보니 턱을 밑으로 깔아 내려 목으로 들어오는 팔을 막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이자성의 목에 팔을 안으로 집어넣으려다가 이젠 이자성의 오른손과 왼손이 남궁원의 오른팔 안으로 비집고 들어와 공간을 더 벌려 팔을 벌려 버렸다.
한참 힘을 겨루다 풀려버린 남궁원은 지친 기색으로 앉아버리곤 이자성을 바라봤다. 역시 특전사 6년 동안 2번이나 최우수 특전사 상까지 받은 놈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이자성이 손을 내밀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