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면2
2016년 3월 23일 10:30,
일본 혼슈 도쿄 내각 총리 회의실.
내각 총리 회의실에는 여러 명의 사내가 뭔가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었고 회의석 정 중앙에 앉아있는 아베 총리가 방위성 대신 시바사키를 보며 말했다.
“미국 무기 구매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재 8가지 구매사업 건 중 7건은 미국과 협상이 완료되었지만, F-35A형 전투기 추가 구매 건은 미국과의 수량 차이로 막바지 협상 중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220대는 힘들 듯하며 120대 선으로 조율될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한 사람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는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었다.
“120대라······. 생각보다 적은 수량이라 생각되지 않습니까?”
아베 총리는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시바사키를 보며 말하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방위연구 및 무기 전략 부분을 맡은 나카무라 연구소장이 대신 말을 했다.
“총리님, 120대라도 추가로 구매가 된다면 기존 42대 구매 건까지 합쳐서 162대입니다. 당분간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서 제공권 영향력은 그 어느 나라보다 유리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개발이 완료되어 테스트 중인 스텔스 전투기 X-2가 나머지 부분을 보조하면 문제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요? X-2 사업은 잘 돼가고 있는 건가요?”
“네 현재 시제기 2대로 최종 테스트 중입니다. 테스트가 완료되면 적어도 1년 안에 생산하는데 전혀 문제없을 것입니다.”
“잘 됐군요. 우리 기술력이야 세계적이니 걱정할 게 없지요. 생산까지 문제없도록 잘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네, 총리님”
* 일본은 2009년부터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공동으로 일본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X-2 개발을 시작하였다. 현재 개발은 완료되었고 처녀비행 성공 및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카무라 연구소장의 말이 끝나고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다시 말을 이었다.
“총리님, 그럼 나카무라 소장님 말대로, 120대 선으로 협상을 마무리 짓고 추후 상황을 봐서 F-22 쪽으로 구매 진행하는 건 어떻습니까?”
“F-22요, 그것만 성사된다면 이번에 120대 정도 구매하는 게 나쁘지 않습니다만, 과연 미 의회에서 F-22 수출 제약을 풀지 모르겠습니다.”
“F-35 구매 협상 당시 F-22 구매 건에 대해서도 살짝 문의를 해봤습니다. 뜻밖에 미국도 제정 문제로 F-22 구매 및 생산이 중단된 상태인데 저희가 구매를 하게 되면 대당 단가가 낮아지기에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현재 여러모로 미 의회 쪽 인맥을 총동원하여 로비 중입니다.”
“좋습니다. 시바사키 방위 대신, 그럼 최종 120대로 협상하시고, F-22 또한 성사될 수 있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른 건 몰라도 일본의 대 해양대군의 중심이 될 그 프로젝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성사시켜야 합니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네! 그 프로젝트는 직접 USSC 연락책과 연결을 하여 협상 시도 중입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합니다. 중국은 센카쿠 열도에 대해 지속적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제 보통국가로서 자국 영토 방어에 빈틈없이 해야지요. 점에서 이번 대 해양대군 프로젝트는 꼭 성공해야 합니다. 이른 시일 내에 확실한 답변을 받아 오세요.”
“네, 아베 총리님. 최선을 다해 대일본 해양대군의 염원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평양 폭탄 테러 당시 한반도 전쟁 촉발 위기를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자신의 군국주의적 야욕을 드러내는 기회로 삼았다. 동북아 전체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심각성을 연내 여론몰이를 하며 일본 국민의 불안감을 극도로 조성하였고 그런 분위기를 핑계 삼아 자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비상사태 선포 후 보통국가로 천명 및 평화 헌법 96조 개헌을 단기간 일사천리 진행하였다. 또한,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승격시킴으로써 일본이 정식 군대를 운영함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이에 제1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가 있었지만, 극도의 전쟁 위기 속의 불안감 조성은 일본 대다수 국민에게 지지를 받는 묘수로 들어맞았다.
2016년 예산부터 보통국가 수준의 GDP 대비 연 1%의 국방비를 연 3%로 격상시켰고 이에 150조 원에 달하는 세계 3위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일본 아베 정권은 작년보다 추가된 100조 원 중 50% 이상의 국방비 예산을 미 정치계 모든 연줄을 총동원하여 미국으로부터 사상 최대의 무기 구매사업에 착수했다.
미국 또한 침체한 경기 불황 속에 지속적 군비축소와 중국의 거센 도전으로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역할분담으로 군비 절감 효과, 일본에 무기 판매의 경제적 효과 등 일거양득의 수지 타산 때문에 무기 판매 사업을 승인하였고, 그 중심에 록히드마틴사가 있었다. 50조 원 이상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무기 판매 사업의 성공을 위해 미국은 한국과의 방산비리에 연루된 록히드마틴 리베이트 비리 사건을 덮는 것으로 결정하여 한미미사일 개정까지 허용하며 협상에 응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대신 여러분, 우리 일본은 현재 한반도 긴장 고조 상태를 최대한 이용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제적 위기로 인해 대기업들이 휘청거릴 때 우리 기업들이 살아날 기회라는 거지요.”
“네, 총리님!”
머리 스타일은 2대 8로 단정한 누가 봐도 딱 일본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인물로 이번 2차 내각 개편 당시 경제산업 대신으로 임명된 오카자키 신지가 대답했다.
“한국 경제 상태와 현 우리 기업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베 총리의 질문에 몇 가지 서류를 꺼내 든 오카자키 신지 대신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작년 8‧15로 평양 테러 이후 한국의 2015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2% 떨어졌고 2016년 1분기 또한 2% 아래로 보고 있습니다. 내수시장의 몰락으로 한국은 기준금리를 지속적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내수시장이 단기간 살아나긴 힘들 거 같다는 판단입니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도 국외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으나, 한반도 전쟁위기설로 인해 수출 판로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지금이 전자제품,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에 밀렸던 산업 분야를 다시 찾을 기회로 봐야 합니다. 한번 빼앗긴 세계시장 점유율을 다시 회복하는 건 매우 힘듭니다.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로 보고 각 기업의 총수들과의 회담을 통해 분야별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업체들에 기업 간 지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엔화 절하를 확대해서 대기업들의 수출 확대에 도움을 줘야 할 듯합니다.”
엔화 절하 얘기가 나오자 후생노동 대신인 우치다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오카자키 대신, 현 상태에서 엔화 절하를 확대한다면 수입 물품에 대한 가격 상승으로 자국민들 생활이 더 힘들어집니다.”
“우치다 대신,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합니다. 자국민들이 좀 더 고생하더라도 말이요.”
“아니 무슨? 국민이 얼마나 더 고생해야 한단 말이오.”
우치다 후생노동 대신은 격앙된 목소리로 오키자키 대신을 보며 눈을 부라렸다.
“그만! 그만 하세요!”
우치다의 반론에 잠시 회의장이 어수선해졌는지 아베 총리는 책상을 두드리며 진정시켰다. 사실 아베 총리로서도 우치다의 말은 굉장히 거슬렸다. 야당 소속으로 하는 일마다 반대하려는 성향이 있는 인물이라······. 이에 아베 총리는 단호하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카자키 대신은 엔화 절하를 확대하도록 조치하시고 각 기업엔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 지원을 할 방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다시 찾을 때가 됐습니다.”
일본은 세계 2차 대전의 패전국으로 그 당시 미국에 40억 달러라는 전쟁 부담금을 물었던 나라였지만, 1950년 6.25 한반도 전쟁이 발발하며 지리적 요건으로 미국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면서 전쟁 특수를 누려 어마어마한 재정적 흑자를 이뤄 세계 2위 경제국 반열에 올랐다. 하나 21세기 들어 한국을 중심으로 여러 주변 국가들의 경제 성장으로 한때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보였던 일본이 한국에 전자제품 분야를 비롯해 반도체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밀리며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경제 불황 속에 일본 경제는 침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전쟁 위기는 일본이 다시금 세계 경제 대국뿐만 아니라 군국주의를 바탕으로 한 군사 대국으로 한 발 더 도약할 기회로 삼으려는 아베 정권의 숨은 의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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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5일 13:00,
강원도 어느 야산 훈련장.
매우 무거워 보이는 군장을 메고 20여 명의 사내가 가파른 산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걸어도 힘들 경사도를 뛰어가는 사내들은 이번 국정원 122기 집체교육 교육생들이었다. 남궁원 또한 그 사내 무리 중에 끼어 거친 숨소리를 내며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월요일 첫날 입소식을 마치고 숙소 배정과 갖가지 물품을 보급받은 후 남궁원은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늘까지 줄곧 4일간 오전, 오후 한 번씩 지옥행을 왔다 갔다 하는 산악구보를 했다. 첫 산악구보를 했던 화요일 오전에는 산 정상까지 가지도 못하고 구토를 하며 지옥의 문턱까지 가는 죽음의 경험을 했었다. 다른 교육생들은 기본적으로 특수부대 출신이나, 아니면 사회에서 국정원 시험을 준비하며 틈틈이 체력 훈련을 해왔기에 문제가 없었으나, 남궁원은 군 제대 후 운동이라고 키보드로 손가락 운동밖에 안 했기에 저질 체력으로 산악구보 훈련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조깅이라도 할 걸, 내가 왜 이 국정원을 입사해서 이런 개고생을 하는지.’
남궁원은 나흘 동안 뛰면서 줄곧 이 생각만 했다.
집체교육 12주 교육 중 이제 1주 차가 지나가는 상황에서 까마득히 남은 교육일정을 생각하니 당장에라도 때려치우고 싶었으나, 함께 달리는 요원들을 보고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그 이유는 남궁원은 내부 요원이라 3개월인 12주 교육으로 끝나지만, 같이 뛰고 있는 대부분 요원은 현장 요원으로 6개월 24주 교육 코스였기 때문이었다. 산 정상에 올라 잠시 휴식시간을 취하면서 그간 친해진 동료들과 잠시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궁원? 너 수사1과라 했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특전사에 입대하여 6년간 복무 중에 국정원으로부터 스카우트된 특전사 중의 특전사인 이자성은 활발한 성격으로 입소 첫날부터 남궁원과 거리낌 없이 말 트며 친해졌다. 그런 이자성이 쉬고 있는 남궁원 옆으로 오더니 슬쩍 물어본 것이다.
“왜?”
“야 거기에 이혜진이라는 요원 있지?”
“응.”
“한 미모 한다던데······. 정말 이쁘냐? 몸매도 나이스라며?”
순간 남궁원은 자기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다.
“몰라, 나중에 네가 직접 보면 되잖아?”
“왜 짜증이야, 예뻐 안 예뻐?”
“에이, 모른다니까······.”
남궁원은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디가?”
“화장실 간다. 왜, 같이 갈래?”
조금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궁원은 숲속으로 걸어갔다.
“뭐 대단한 거라고 대답도 안 해주고. 수상한데? 정보요원의 감으로 판단했을 때 뭔가 있어 저놈.”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뭔가 수상한 냄새를 맡은 이자성은 나름 국정원 요원으로서 촉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자성은 심심할 때마다 남궁원에게 이혜진 대리를 물어보며 골탕 먹이는 재미로 고달픈 교육일정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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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5일 19:00,
강원도 국가정보원 집체교육 건물 앞.
저녁 식사 후 야간교육까지 30분의 시간이 남은 남궁원은 바람이나 쐴 겸 교육관 옆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았다.
몸이 고달플 때마다 그리워지는 건 가족들이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남동생, 그리고 친구 강경호.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느낄 때마다 한없이 울고 싶고 모든 게 귀찮아졌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또 이 있었다. 바로 이혜진 대리였다······.
‘못 본 지 5일밖에 안 됐는데, 뭐가 그리 보고 싶은지. 맨날 놀리기만 하던 선배가 오늘따라 보고 싶네.’
교육가는 날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인 이혜진 대리를 떠올리니 더 보고 싶어졌다. 남궁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야간교육을 받기 위해 다시 교육관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