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605)

새로운 국면2

2016년 3월 14일 09:30,

서울시 국가정보원 사격 연습장.

“이거 묵직한데요?”

2년 동안 군 복무하면서 K2 소총 사격은 해봤지만, 권총 처음인 남궁원은 생각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K5A1을 한 손으로 쥐며 신기하듯 말을 했다.

“뭐야? 저번에 지급했을 때 만져보지도 않은 거야?”

“뭐 병원 안에서 총 만질 일이 있나요? 하하하.”

“K5-A1은 최신 모델이야. 사격 시 반동도 크게 줄었고, 정확성도 크게 향상됐어. 기본 사격 자세는······.”

이혜진 대리는 K5-A1에 대한 기본 정보와 사격 자세에 대해 시범을 보이며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등변삼각형 자세로 양발은 가슴 넓이만큼 벌리고 무릎은 약간 굽혀, 그리고 상체의 무게중심을 약간 앞으로 쏠리듯 해, 안 그럼 사격 시 반동 제어가 안 돼서 자세가 흐트러져······. 양손은 자연스럽게 편 상태로 왼손은 권총을 움켜쥔 오른손을 포개듯 감싸고 눈의 초점은 가늠쇠에 맞추고 가늠쇠와 가늠자의 높이가 일정하게 오도록 조준해야 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검지 첫 번째 마디의 중앙 부분으로 방아쇠를 부드럽게 당기면서 쏴야 명중률이 높아.”

옆눈으로 이혜진 대리의 자세를 보며 따라 하는 남궁원을 보며 이혜진 대리가 웃으며 지적을 했다.

“엉덩이 넣어! 오리 엉덩이처럼 내밀면 어떻게 해? 상체 좀 더 위로 올리고. 그래, 자세 좋아! 지금 그 자세 기억하고 다시 해봐.”

“아, 잔소리 좀 하지 마세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어딨긴, 여깄지. 호호호.”

이혜진 대리는 요즘 남궁원을 놀리는 낙으로 사는 것 같았다. 남궁원은 사격 사로에 선 후 자세를 잡으며 남자의 본능이랄까? 승리욕이 발동했는지 이혜진 대리를 보며 말했다.

“놀라지 마십쇼. 제 사격 실력을······.”

“어서 쏘기나 하세요.”

남궁원은 천천히 숨 고르기를 하며 표적 판을 보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생전 처음 권총을 쏜 남궁원은 생각보다 적은 반동에 적응하며 연속으로 12발을 모두 쏘고는 테이블에 권총을 내려놨다. 그리고 잠시 후 표적 판이 자동으로 다가왔다. 이혜진 대리는 표적 판에 명중된 탄착군을 보며, 조금은 놀란 듯한 표정을 보이고는 남궁원의 등을 한 대 쳤다.

퍽!

“아야!”

남궁원은 몇 차례 더 연습 사격을 했다.

“처음 치고 괜찮은데?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사격해볼까?”

“좋아요. 제가 먼저 쏘겠습니다.”

“맘대로, 난 상관없어.”

탄창을 새로 교체한 남궁원은 다시금 사격 자세를 취하며 천천히 가늠쇠와 가늠자를 수평으로 유지하며 표적지 정중앙을 조준했다.

탕!! 탕!! 탕!! 탕!! 탕~

이전 사격보다 더 안정된 자세를 취하며 사격을 마친 남궁원은 조금은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잠시 후면 후회할걸?”

이혜진 대리는 바로 옆 사로 들어서며 망설임 없이 권총을 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딱!

“으악!”

사격 연습장엔 딱밤 소리와 함께 남궁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남궁원은 벌겋게 부은 이마를 감싸며 울상을 짓고는 이혜진 대리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12발 모두 정중앙에 맞출 수 있죠?”

“천부적 재능이라고 할까? 어떤 소원을 말할까나?”

“쳇! 아무거나 말하세요.”

“좋아! 결정했다. 장어 먹으러 가자,”

“그걸로 되겠어요? 저 포상금 받아서 돈 좀 있습니다.”

“그건 생활비로 쓰시고요. 다음 주면 너도 3개월간 국정원 신입 집체교육 때문에 고생 좀 할 테니, 힘내라고 장어 먹겠다는 거야. 교육 쉽지 않다?”

“군 생활 2년도 힘들었는데 또다시 개고생을······.”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교육이야! 갔다 오면 비리비리한 남궁원이 진짜 사나이가 돼서 돌아올걸?”

“저 비리비리하지 않습니다.”

“알았어, 그럼 오늘 퇴근하고 가는 거다?

“네!”

★ ★ ★

2016년 3월 15일 09:30,

북한 평양시 주석궁.

“민족반역자! 반동분자들의 남은 세력과 그 일당 가족들은 어떻게 됩슴네까?”

회의석 중앙에 앉아있던 여성이 오른쪽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네, 노동당 부부장 동지! 최고인민회의 의장 최태복, 인민보안부 부장 최부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오극렬, 총참모장 리영호 등 위대한 신 김정은 위원장 동지의 정권에 대한 불순한 반혁명 종파 행위를 보인 역적 패당들에 대해 숙청하였으며, 그 패당의 가족들 모두 체포하여 현재 14호 관리소(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슴네다. 언제든지 지시만 내리시면 즉시 처형하도록 하가슴네다.”

직책은 위였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말에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하는 인민무력부 부장 박영식이었다.

작년 평양 폭탄 테러로 김정은 위원장이 장기간 의식불명에 빠지면서 북한 기득권들의 세력 다툼으로 번졌고, 심각한 내부 동요 사고들이 터지면서 극도로 혼란한 정국을 맞이하자,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 세력들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내세우며 체제 붕괴까지 가려던 정국을 타파하며 다시금 정권을 장악했다. 이에 북한 정권 실세로 떠오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혼란을 틈타 과욕을 부린 고위급 간부들에 대에 민족반역죄를 적용하여 피의 숙청을 지시하며 새로운 권력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쉽게 죽일 수 있시오? 위대하신 김정은 위원장의 부재를 틈타 시뻘건 야욕을 드러낸 민족반역자에 대해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줘야 디 안카슴네까?”

옆에서 듣고 있던 최고인민회의 박봉주 총리가 회의 탁자를 가볍게 치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보며 말을 했다.

“박봉주 총리 말이 맞디요. 당분간 무기노동교화 후 당 대회 이후 즉결 처형하는 거로 합세다.”

“네 알겠습네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동지.”

적게는 아버지뻘부터 많게는 할아버지뻘 차이 나는 20여 명의 사내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좌중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 있는 동지들은 위대한 김정은 위원장님께서 깨어날 때까지 혁명적 사명감을 가지고 일심단결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 목숨 걸고 지키시라요. 특히 남조선 괴뢰 도당의 동향은 개미 새끼 하나라도 놓쳐서는 아니 됩니다.”

“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동지”

당차게 말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말에 새로운 판국의 북한 지도부 실세들은 누구 하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일제히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하였는지 좌편 끝에 앉아있던 국방위원회의 리병철 부위원장이 일어서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시라요, 김여정 동지, 위대하신 태양 김정은 위원장 동지를 향한 충성의 서약을 한 100만 인민군과 호위사, 교도대, 노동적위군, 붉은 청년근위대 770만은 언제든 목숨을 버리고 조선 괴뢰군의 심장을 파헤칠 준비가 되어 있슴네다.”

리병철 부위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일어서며 일제히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4월에 있을 제7차 북한 노동당 당 대회를 통해 새롭게 부상하는 신진 세력들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당 부위원장 추대는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주는 계기가 된다.

★ ★ ★

2016년 3월 21일 09:00,

서울시 국가정보원 현관.

국가정보원 현관에는 2대의 대형버스가 주차되어 있고 그 앞으로 50여 명의 사내와 그들을 격려하려는 여러 부서 사람들이 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남궁원도 커다란 가방 하나를 메고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고생이라 생각하지 말고, 네 인생에서 한 걸음 더 발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잘 다녀와라.”

“걱정하지 마세요. 2년 군 생활도 잘했는데 3개월 못할까요? 하하하.”

씩씩하게 웃고 있는 남궁원을 보지 못하고 눈물을 감추려는 듯 안연우 과장을 뒤에 숨어있는 이혜진 대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대리. 뭐 해? 작별 인사 안 해?”

그제야 얼굴을 내보인 이혜진 대리는 남궁원에게 짧게 말했다.

“절대 몸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다녀와.”

“그럼요. 누구 명령인데 다치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3개월 후엔 진짜 국정원 특수요원 남궁원으로 변신해서 오겠습니다. 하하하.”

평소 때보다 더 명랑하게 웃는 남궁원은 사실은 이랬다. 한순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신분으로 그동안 알고 있던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야 했던 남궁원으로서는 안 과장과 이 대리는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세상 유일하게 나의 과거를 아는 분들과 잠시나마 헤어진다고 생각한 남궁원은 그 누구보다 슬픈 마음이었지만, 되려, 밝은 표정과 웃음으로 대하려 노력했다. 더는 내 인생에 눈물이란 없음을 다짐하며, 하늘에서 보고 있을 가족과 친구에게 새로운 인생을 잘살아 보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남궁원, 잘 갔다 와라! 별거 없다. 군대로 치자면 유격훈련 3달 한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김 주임은 작전으로 오늘 배웅 못 해서 미안하단다. 갔다 오면 거하게 소주에 삼겹살 쏜단다. 알겠냐? 남궁원 올빼미?”

안전가옥 병원에서 24시간 지켜주었던 오기석 주임이 말했다.

“네, 오 주임님. 남궁원 올빼미 잘 다녀오겠습니다.”

남궁원 또한 살짝 주먹을 내밀어 오기석 주임과 주먹 인사를 했다. 잠시 후 집체교육 진행 요원 중 한 명이 확성기를 입에 대며 말했다.

“122기 집체교육 대상자는 지금 버스에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남궁원은 이혜진 대리를 보고 작별의 아쉬움을 느꼈지만, 더 밝은 얼굴로 주먹을 쥐어 보이고는 외쳤다.

“수사1과 막내, 돌아오는 날 무적의 요원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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