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605)

비극의 아픔

2015년 12월 19일 15:20,

인천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남들이 볼 때 약간의 위화감을 줄 듯한 험악한 인상의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입국 심사대를 막 통과하였다. 검은 선글라스 속의 강렬한 눈빛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일일이 확인하며 빠른 걸음으로 공항 터미널에 나와 잠시 한 방향을 주시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뭔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 코드 네임 FH225 도착.

- 코드 네임 AX001 표적 정보 업로드 완료.

- 코드 네임 FH225 접수 완료.

5분 후 검은 정장의 사내 앞에 검은 밴이 섰고, 운전석의 사내와 약간의 대화를 끝낸 검은 정장의 사내는 검은 밴을 타고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서울로 향했다. 밴 안에서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든 검은 정장의 사내는 스마트폰으로 어딘가의 데이터망에 접속 후 최근에 온 메일을 클릭했다.

<표적 정보>

주소: 서울특별시 강북구 수유동 XX 번지 2층

이름: 김인직

나이: 24세

직업: 대한대학교 컴퓨터공학부 3학년

임무: 암살 및 해킹자료 완전 소멸

표적 사진과 지도에 표시된 위치 등의 상세한 내용이 담긴 정보를 일일이 확인한 검은 정장 사내는 운전석 사내에게 짧게 말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 ★ ★

2015년 12월 19일 16:00,

부산광역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어두운색의 점퍼를 입고 깊게 비니를 쓴 한 동양 사내, 일본 관광객으로 소개하며 신속히 입국 절차를 밟고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일본 관광객으로 보이지 않을 행색이라 그런지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빠른 발걸음으로 미리 준비된 승용차가 있는지 주차장 한 곳을 응시하며 원격 리모컨을 눌렀다.

띠릭! 띠릭!

11시 방향 구석진 곳에 세워진 검은 승용차에서 방향지시등과 짧은 경보음이 들렸다. 검은 승용차에 도착한 동양 사내는 거침없이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자마자 뒷좌석을 한번 쳐다봤다. 커다란 직사각형의 검은 가방이 놓여 있는 걸 확인한 동양 사내는 점퍼 안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코드 네임 SD887 도착.

- 코드 네임 AX001 표적 정보 업로드 완료.

- 코드 네임 SD887 접수 완료.

문자를 확인한 동양 사내는 다시 한번 스마트폰을 조작하여 인천공항 검은 정장의 사내처럼 어딘가의 데이터망에 접속하여 최신 매일 하나를 클릭했다.

<표적정보>

주소: 부산광역시 연제구 거제 1동 XXX 번지 신나라 아파트 105동 701호

이름: 김국진, 이나경, 김영직

나이: 나이 55세, 51세, 18세

직업: (주)부경건설 부장, 주부, 거제제일고등학교 3학년

임무: 암살

메일을 확인한 동양 사내는 조수석 의자에 스마트폰을 던진 후, 승용차의 시동을 켜고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해킹범에 대한 정보를 최종적으로 파악한 제51구역 보안팀은 아워드 할리 국장에게 보고하였고 이에 아워드 할리 국장은 한국에 입국한 2명의 스콜피온 조직원에게 표적에 대한 정보를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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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9일 18:00,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김인직 자취방.

“야! 너는 집에 안 가냐?”

종강 이후 집에 갈 생각이 전혀 없는지, 자취방에서 빌붙어 놀기만 하는 강경호를 바라보며 김인직이 말했다.

“안 가! 재미난 일 있을 때까지 여기서 살란다. 크크크.”

뭐가 그리 좋은지 강경호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김인직을 바라보며 약 올리듯 말했다.

“저번에 소개팅으로 만난 은혜인가? 여자친구 안 만나냐?”

“내가 말 안 했나? 헤어졌어.”

“그새? 나 오늘 과외 때문에 학부모 좀 만나고 올 테니까 혼자 놀고 있어라.”

군대 가기 전에 과외 했던 학생의 부모에게 이번 겨울에도 과외를 맡아 달라는 연락이 와서 급히 약속을 잡게 된 것이었다.

“오케이. 올 때 치킨하고 맥주 좀 사 와라.”

침대에 누워서 고개만 내밀고 불쌍한 눈빛을 방출하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강경호의 얼굴을 보니 얄밉고 귀찮기도 했지만, 둘도 없는 친구의 부탁이니 시원하게 대답하며 현관문을 나섰다.

“알았다!”

혜화동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4호선을 탄 김인직은 오늘따라 뭔가 답답하고 불길한 마음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타는 지하철이라 그런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 ★ ★

2015년 12월 19일 22:00,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어느 건물 한 옥상.

검은 복장에 복면까지 한 사내가 10층 빌딩 옥상에서 100m 떨어진 다세대 주택을 20분 전부터 주시하고 있었다. 그 사내는 오늘 낮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 검은 정장의 사내였다.

잠시 후 시계를 보던 그 사내는 망원경과 비슷한 장비를 꺼내 들고 다세대 주택의 1층부터 3층 옥상까지 천천히 스캔하기 시작했다. 망원경을 통해 보는 사내의 눈에는 투시가 되는지, 집 안이 입체적으로 보이며, 그 안에 사람과 물체는 여러 가지 온도 색깔로 보였다.

‘1층에 4명. 애완견 1마리, 2층에 1명, 3층에 1명. 그중 목표는 2층에 있는 사람.’

정확히 말해 김인직이었다. 열화상 영상으로 보았을 때 전화 중임을 확인한 사내는 이내 스마트폰을 꺼내 김인직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 중인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신속한 동작으로 가방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조립이 완료된 건 대전차 미사일과 같은 발사관이었으나, 그거보다는 실제로 반 정도 작은 발사관이었다.

★ ★ ★

2015년 12월 19일 22:00,

서울시 성북구 혜화역 3호선 플랫폼.

과외 부모님과 미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위해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김인직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언제 오냐? 배고파 죽겠다고.

“아, 식충이. 지금 혜화역이다. 30분에 안에 도착할 거야.”

- 오케이, 좋았어. 아, 맞다. 일은 잘 됐고?

“응, 다음 주부터 주 3일 하기로 했다. 과외비도 저번보다 더 준다네?”

- 오, 역시 내 친구야. 엉아 맛난 거 사주려고 일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하하하, 어쨌든 아까도 말했지만 올 때 잊지 말······.”

뚝!

“여보세요? 뭐야, 말하다 말고 끊어.”

그 순간.

꽈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지하철역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김인직은 가스 폭발사고라도 났나?라는 생각하던 차 기다리던 지하철이 플렛폼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 ★

2015년 12월 19일 22:27,

서울시 강북구 수유역 5번 출구.

5번 출구로 나온 김인직은 깜짝 놀랐다. 큰 도로에는 수많은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었고, 지나가는 방향 쪽으로 눈을 돌리니 먼 곳에서 불빛 사이로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곳이 있었다.

‘저, 저기는 내 자취방 쪽인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강경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안내만 흘러나왔다. 커지는 불길한 예감에 김인직은 자취방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 ★

2015년 12월 19일 22:30,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김인직 자취방 근처.

골목에 줄줄이 서 있는 소방차를 지나 집 앞까지 온 김인직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있어야 할 3층 다세대 주택은 흔적도 없이 부서져 타다 만 건물 자재들로 쌓여있었고, 그 주위 주택과 건물들도 반쯤 무너지거나 불타고 있었다. 그런 불길을 잡기 위해 소방관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멍한 상태로 힘없이 걸어오는 김인직을 본 경찰관 한 명이 뒤로 물러나라며 손짓하며 소리쳤다.

“학생! 여기 위험해! 뒤로 물러서!”

지금 김인직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건 친구 강경호의 살려달라는 환청만 들릴 뿐······. 그리고 그 환청은 조금씩 더 커져만 갔다. 어느새 김인직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울부짖기 시작했다.

“경호야! 으악아아아아! 경호야!”

갑자기 울부짖는 김인직 때문에 순간 당황한 경찰관은 깜짝 놀랐다가 이번 폭발사고의 피해자 가족이라 생각이 들었는지 안아주며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이런 와중에 전화가 왔다.

“여··· 보세요.”

- 인직아, 외삼촌이다.

“어쩐 일이세요?”

- 인직아! 잘 들어야 한다. 놀라지 말고.

“네? 무슨 일인데요?”

- 조금 전 집에 가스 폭발 사고로 네 아버지랑 어머니, 동생 영직이가 죽어······.

툭! 풀썩!

김인직은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며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다.

“어? 학생, 정신 차려! 학생? 김 순경! 여기 응급차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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