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605)

새로운 국면

2015년 10월 9일 18:30,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대한대학교 본관 앞.

“인직아! 여기서 뭐 해? 오늘 공휴일인데? 난 스터디 있어서 왔는데.

저번에 미팅을 주선했던 학부 친구 강경호였다.

“경호냐? 필요한 책이 있어서 도서관 들렀다 가는 길이다.”

“오, 인직이 철들었네? 노는 날에도 책 때문에 학교에 오고 말이야. 저번 신방과 미팅 애들 끝내줬다. 소은혜라고 내 짝인데 아주 그냥 죽여줘요. 재윤이 짝도 아주 예쁘더라고, 하하하, 너는 그날 복을 찬 거야!”

강경호는 만날 때마다 저번 미팅에 대해서 자랑을 하며, 미팅을 펑크낸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를 하곤 했다. 한참 자랑하던 강경호는 그때야 김인직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고는 말했다.

“이놈 봐라! 너 왜 갈수록 얼굴이 좀비로 변하냐? 너 무슨 일 있냐?”

“아니.”

“엉아한테 말해 마! 엉아가 다 해결해줄게. 너 미팅 못 한 거 때문에 후회해서 그러지?”

“아냐, 신경 쓰지 말고 오늘 시간 되면 술이나 한잔하자”

김인식은 친구인 강경호에게 나사 보안망을 뚫은 것은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51구역까지 해킹에 성공한 것은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말할 수가 없었다.

‘51구역은 미국 시민도 출입 제한 구역으로 허가 없이 출입하면 통보 없이 사살한다는데, 하물며 정보를 빼돌린 건 중범죄에 중범죄······. 괜히 저놈한테 말했다가 저놈까지 잘못되면······. 절대 말할 수 없지’

이런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김인직은 술이나 한잔하자고 강경호에게 말했던 것이었다.

“술? 좋지! 가자, 귀여운 알바가 있는 술고래 호프집으로 고고. 오케이?

“그래, 가자!”

★ ★ ★

2015년 10월 9일 23:00,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술고래 호프.

“마셔, 마셔! 뭔 일인지 모르지만 오늘 마시고 죽자고”

맥주 다섯 잔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버린 강경호는 TV를 보고 있는 김인직에게 맥주잔을 내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방금 19대 대통령 당선인 확정 발표에 김인직은 TV만을 주시했다.

“방금 19대 대통령 선거 개표율이 90%인 가운데 득표율 45%로 제2야당인 한마음혁신당 서현우 후보가 당선 확정되었습니다. 초반에 1위를 했던 제1야당인 통합국민당 오동길 후보는 득표율 34%로 2위, 현 여당인 복지한국당 연길수 후보는 10%로 낙선했습니다. 아직 개표가 남은 상태에서 서현우 후보가 당선 확정이라는 건 고무적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지지가 예상보다는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가 예측했던 출구 조사와는 너무 다른 수치가 나왔네요. 그럼 한마음혁신당 서현우 대통령 당선인 사무실에 나가 있는 이나경 리포터를 만나보겠습니다. 이나경 리포터 나와 주세요. 그곳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네, 여기는 한마음혁신당 서현우 당선인 사무실입니다. 현재 이곳은 사무실이 있는 빌딩 밖에서부터 사무실 안까지 수많은 사람이 서현우 당선인의 이름을 외치며 서로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인파가 너무 많아 경찰까지 동원한 상태인데요. 방금 막 당선 확정에 대한 소감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서현우 대통령 당선인이 단상에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로 이렇게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한반도 전쟁 위기의 긴장감 속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힘들 때 더욱 일치단결하여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발 더 진보하는 저력의 국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산 증거가 1998년 IMF 위기 극복 아니겠습니까? 국민 한 명 한 명이 하나가 되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IMF 위기를 극복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감히 말하겠습니다. 그런 여러분이 있기에 자신 있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야! 언제부터 네가 정치에 관심이 있었다고 그렇게 TV를 뚫어지라 보고 있냐? 투표는 하고 보는 거냐?”

술 마시다가 TV만 보고 있는 김인직에게 답답했는지 얼굴에 대고 손을 흔들며 잔소리를 늘어놨다.

“그럼 안 하냐? 내가 지지한 분이 당선되니 기분 좋다. 오늘 기분이다, 술은 네가 사는 거다? 건배!”

그제야 TV에 시선을 돌리고는 강경호를 바라보며 맥주잔을 들고 건배 제의를 했다.

“야, 기분 좋다면서 술은 나보고 사라는 거냐? 자식! 그래, 건배다.”

맥주잔이 깨지도록 건배를 하며 시원하게 맥주를 마셨다.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답답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강경호와 새벽까지 달렸다.

★ ★ ★

2015년 11월 1일 10: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최종 득표율 51.3%로 당선된 서현우 대통령은 국가 비상체제로 인하여 헌법상 당선 일로부터 70일 후 공식 취임식 일정이었으나 대통령의 부재에 따른 당선 일부터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였고, 정식 취임식 및 대통령 임기 시일을 10월 31일로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인수위원회에 지시하여 취임식도 소규모로 검소하게 진행하였다.

취임식이 있고 하루가 지난 후 서현우 대통령은 첫 공식 업무를 8‧15 평양 폭탄 테러에 대한 공동조사위원회의 보고를 받는 것으로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윤은국 위원장님, 8‧15 평양 폭탄 테러 관련하여 우리 쪽 조사 내용은 어느 정도 확인하였습니까?”

8‧15 평양 폭탄 테러 직후 국무총리가 대통령직 권한 대행을 하며 만들어진 평양 테러 공동조사위원회의 윤현국 위원장이 보고서를 보며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였다.

“네, 대통령님, 그동안 조사된 내용에 대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북한은 공동조사 위원회의 방북 거절과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국내외 테러 전문가와 국정원의 정보를 토대로 확인한바, 첫째로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였던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의 측근 세력이 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유력하다는 판단입니다. 2013년 장성택과 함께 총살당했던 측근 16명 외에 숙청의 피바람을 피한, 당시 행방불명 된 주스위스 조선대사관 행정비서관과 주러시아 조선대사로 그 누구보다 북한 정권의 해외 비자금을 가장 많이 관리하였던 사람들로 확인되었습니다. 행방불명 당시 관리하던 비자금 중 고액의 비자금도 사라졌으며, 이러한 비자금으로 북한 내 테러 감시 및 방첩 활동을 하는 보위사령부의 장교를 포섭함으로써 테러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음, 북한에서 발표한 내용과 비슷하군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로선 가장 신빙성이 있는 정보라 생각됩니다,”

윤은국 위원장의 대답에 민감한 부분이긴 하나 의구심이 들었던지 이번엔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오장수 안보실장이 질문하였다.

“주변국의 공조는 없었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무리 비자금을 빼돌린 자들이 굳이, 장성택 측근이었다는 이유로 생명을 담보로 그런 미친 짓을 꾸몄다는 건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군요.”

“오장수 실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북한 테러범에 대한 공조 및 배후세력으로 한반도 주변 국가에 대해 충분히 의심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먼저 일본은 아베 정권의 지지를 받는 극우파는 남북한 통일보다 지금의 분단이 일본 국익에 유리한 입장이라는 성향을 갖고 있어서 충분히 의심할 수 있으나, 그것을 밝힐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로 중국입니다. 남북 간에 평화가 지속할 경우 북한에 대한 입지 및 영향력이 약해지는 부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중국당국입니다. 남북한 관계 개선 시 분명히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북한에 대한 자국 이익일 줄어들 것이며, 이러한 부분은 현 중국을 움직이고 있는 기득권 세력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처럼 의구심은 있지만, 현재로썬 밝힐 증거 또한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번엔 대통령이 말했다.

“그렇군요. 윤은국 위원장님, 일본과 중국 외에 러시아 등 다른 서방국가들도 테러 사건과의 관계 여부에 대해서 더 확대하여 조사해 주기 바랍니다.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자국의 이익 수단으로 삼는 주변국이나 서방국가들의 행보를 제지할 수 있는 뭔가가 우리 대한민국에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드릴 테니, 여기 오장수 안보실장을 통해 언제든 필요한 지원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앞으론 주변국과 서방국까지 모든 라인을 총동원하여 관련 증거 확보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8‧15 평양 테러 관련 회의는 2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고, 집무실에는 대통령과 오장수 안보실장, 나성태 비서실장, 그리고 방금 도착한 정원진 인수위원장 등 4명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요새 저 때문에 고생 많으십니다, 정원진 위원장님.”

대통령은 푸근한 인상을 준 중년 신사에게 정중히 말했다.

“하하하, 고생이라니요?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의 예의 있는 말에 겸손하게 답하는 인물은 전 국회의원 5선과 한때 야당 대표까지 했던 정원진 위원장은 서현우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인수위원장으로 제일 먼저 내정 요청을 하였고 정원진 위원장도 고민 없이 내정 요청에 수락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서민들의 마음과 따뜻한 정치를 했던 인물 중의 한 명이기도 했다.

“인수위원회에서 행정부서에 대한 기획은 어떻게 가고 있나요?”

“네, 인수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 행정부서에 대해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현 보건복지부를 보건관리부와 국민복지부로 나누고 여성가족부를 국민복지부로 편입하는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께서 가장 중요시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국가비리암행원 신규 부서와 국무총리 직속 기관으로 예전 1948년에 만들어졌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반민족행위조사처로 승급하여 신규 설립하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공약 중 하나이니 잘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허허, 대통령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서현우 대통령은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 가장 해야 할 1순위 업무를 일제강점기 당시의 친일파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재산환수 등을 현 정권에서 마무리하고자 하는 바람이었고 또한 국가의 안보와 안위를 위협하는 암적인 존재인 비리 단체, 비리 공무원, 비리 기업 등, 철저한 수사로 대대적인 칼을 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내부에서 썩고 고름 진 상처를 지금이라도 짜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언제나 항상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확고한 의지로 해결해 나가려고 했다.

평상시의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면, 사회 깊숙이 뿌리내려 있는 친일파의 후손과 기득권의 정치계, 언론계, 교육계, 등의 극심한 반발로 시도도 못 할 일이었지만 천우신조인지 모르겠으나 현재 국가 비상체제인 특수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강력하고 절대적인 권한이 이를 뒷받침이 되어, 대통령의 소신대로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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