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화. 외전 1―8. 메모리 오브 위치 (8)
한수호는 디아나를 홀린 듯이 쳐다보고 있었고, 이내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 전장 쪽으로 멍하니 시선을 돌렸다.
“멈춰야 해.”
한수호는 문득 중얼거렸다.
디아나도, 그리고 루나도, 갑자기 심각하게 전장을 내려다보는 한수호의 모습이 의아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웅? 아빠 뭐라고?”
“디아나! 지금 당장 마왕에게 가야 해! 방법이 없을까?!”
“어, 으?”
전에 없이 절박한 한수호의 모습.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한수호의 표정에 디아나는 움찔했다.
디아나는 촉이 좋은 편이다. 왠지 지금 한수호의 모습에서 원인 모를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디아나는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냐. 아빠를 도와줘야 해!’
아빠가, 루스티카가 골라준 아빠가 나를 슬프게 할 리가 없어.
그렇게 억지로 마음을 고쳐먹은 디아나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나한테 맡겨, 아빠!”
우우웅. 디아나의 손을 타고 붉은 문자열이 흘러나갔고, 곧 한계까지 강화된 한수호가 전장을 미친 듯이 뚫고 나가 마왕을 향해 진격했다.
“우, 으으윽! 이, 이건 뭐야!”
“피, 피해라! 정신 나간 수배범이 피아를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다른 건 모르겠고, 어그로 가성비 하나는 최강이었다. 마왕군과 신성군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수호라는 한 점에 쏠렸다.
하지만 한수호는 웃고 있다. 마치 그것을 원했다는 듯이.
“후욱… 하아, 쿨럭쿨럭!!”
이내 마왕 헬릭스 앞까지 단숨에 도달한 한수호.
온몸이 터진 토마토처럼 걸레짝이 된 채, 자기 피와 살점을 덕지덕지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와, 박력 쩔어. 쟤 좀 마음에 든다.”
스키드가 한마디 했다.
그러든 말든, 한수호는 이목이 쏠린 틈을 타 좌중을 향해 외쳤다.
“모두들 안녕! 나는 지구에서 찾아온 정의의 용사 한수호라 한다!!”
순간 사위를 무겁게 감싸는 침묵.
디아나의 가슴이 이상하게 두방망이질한다. 결국 그녀는 불안을 못 참고, 한수호가 있는 쪽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 순간 한수호는 당당하게 팔짱을 끼우고 찬찬히 주변을 살폈다.
“내가 예언을 제대로 해석해서 이렇게 달려왔다! 이 빠가사리들아! 그만 싸워! 너희들이 싸워야 할 건 마왕군이 아니야!!”
그 말에 반응한 건 기사단뿐만이 아니었다.
“뭐, 라고?”
마왕군 측에서도 술렁거리는 반응. 그리고 이미 한번 비슷한 말을 들었던 마왕 헬릭스 역시 눈을 크게 떴다.
“…그러면, 내가 아니면 대체 누가.”
입을 굳게 닫고 있던 마왕이 조심스레 물어 왔다.
한수호는 상큼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줬다.
“있어. 당신보다 훨씬 적합한 사람이.”
다른 세상에서 왔고.
엄청나게 강하면서.
불멸의 존재에다가.
마지막으로 인류를 멸살하고자 하는 의지를 품을 만한 사람.
한수호는 그런 사람을 이미 하나 알고 있었다.
“아빠아아!”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발소리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드디어,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대 차렷!”
한수호는 히죽,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그리고 손을 치켜들어 디아나를 가리키며 외쳤다.
“공포의 마녀님께서 입장하십니다!”
* * *
순수는 잔인과 동의어다.
동심의 세상에 잠깐 빠져보자. 디아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이를테면, 개미집에 물을 들이붓는, 그러면서도 재미있다고 웃음 지을 수 있는, 개미들이야 죽건 발악하건 내가 재미있으니까 상관없는… 그런 철부지 꼬맹이.
이기심의 극치와, 숨 막히는 잔인함으로 점철된 동심의 세계로.
아무것도 모르고 달려온 디아나 앞에서, 한수호는 목청을 높여 외쳤다.
“아무도, 심지어 아직 얼굴도 못 본 교황이란 새끼도, 진짜 ‘공포의 대왕’ 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이거야. 저희 잇속에 눈이 멀어서 말이지.”
그러나 루스티카만은, 디아나의 진짜 ‘아빠’인 루스티카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예언의 진의를 알아챘다.
그렇기에 한수호가 여기까지 불려 왔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전제부터가 잘못됐다.”
이 파라이소 대륙의 옛날이야기는 ‘좀비 용사 한수호가 지옥의 네크로맨서 디아나와 힘을 합쳐, 최초의 마왕 헬릭스를 때려잡는 스토리’가 아니다.
애초에 ‘마왕 헬릭스와 좀비 용사 한수호가 힘을 합쳐서, 지옥의 네크로맨서 디아나를 저지하는 스토리’였던 것이다.
“그럼 패 한번 까봅시다.”
한수호는 박수를 한번 짝, 치면서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얼어붙은 군중의 시선이 흠칫 몰려들었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확인 작업뿐이다.
“야, 디아나.”
“우웅?”
한수호는 수많은 군중 속에서 최대한 평소처럼 디아나를 불렀고, 디아나 역시 평소처럼 대답했다.
지독하게 현실감 결여된 광경. 기억을 읽던 내가 웃음이 나올 정도다.
“넌… 루스티카 때문에 마왕을 죽이려는 거지?”
“응, 맞아! 헤헤.”
“내가 맞혀볼까? 교황이 그러라고 시켰지. 안 그러면 루스티카를 영영 못 만나게 할 거라 그러디?”
“으응, 어떻게 알았어? 역시 아빠는 대단해! 히히.”
두 사람은 서로를 매개로 협박당하고 있었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었고, 한수호는 그곳까지 생각이 도달한 것이다.
조용히 한숨을 지은 한수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제일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순간이었다.
“그러면 말이야, 디아나. 마왕을 잡은 다음에… 루스티카를 다시 만나면, 넌 남은 인간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
아니나 다를까. 디아나는 슬쩍 눈웃음치며 대답을 내뱉었다.
아마 한수호가 예상한 그대로의 대답일 것이다.
“다 죽여버릴 건데?”
디아나의 연보라색 눈빛이 유난히 섬뜩하게 빛난다고 느낀 것은, 비단 기억을 읽던 내 착각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 * *
“전부 죽일 거야! 슈엘츠 성국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하나도 안 남기고.”
“…그래?”
“응!”
표정만 보면 햄버거집에서 ‘뭐 먹을래?’ 하고 물어봤을 때, ‘전부 다 먹을래!’라고 대답하는 꼬맹이 같은 얼굴이다.
“디, 디아나 에스파다. 지금… 무, 무슨 말을.”
그리고 이 현실에 기가 막힌 건 비단 한수호뿐만이 아닌 듯했다.
그럴 수밖에. 인간들 다 죽여버리겠다는데, 듣고 있는 인간 여러분 입장에선 심히 당혹스러울 것이다.
혼란스럽게 인상을 찌푸린 발키레아 기사단장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네년… 성검교단과 교황 성하의 은혜를 짓밟겠다는 것이냐……!”
“우웅? 은혜? 교황 아저씨가 무슨 은혜를 줬어?”
디아나는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게 부정했다.
“내가 입고 먹었던 건 다 루스티카가 줬는데.”
붕붕 휘두른 고개가 멈췄다.
지그시 기사단장을 쳐다보는 보랏빛 눈동자에서는 어떤 날카로운, 한기 같은 것이 서려있었다.
“아저씨, 그거 알아?”
그리고 디아나의 푸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작에 불과했다.
“루스티카는 있지. 사과를 사러 갈 때마다 사과만 한 돌덩이를 머리에 맞았어.”
“…….”
“이유 없이 지나가던 사람한테 걷어차이고 말이야. 몰매 맞고 버려진 걸 찾아내느라고 하루 종일 걸린 적도 있다? 어디서 찾았게.”
“…….”
“수도 바깥 시궁창에 빠진 걸 내가 겨우 찾아냈어, 헤헤헤.”
“…….”
“그리고 또, 음… 많아. 많은데. 아! 아저씨, 아저씨도 루스티카만 보면 얼굴에 침 뱉고 그랬지? 그건 엄청난 욕이라고 하더라고.”
“…….”
“아저씨, 대체 루스티카가 무슨 잘못을 했어? 왜 침을 뱉었어? 응?”
“…….”
“대답해 줘, 아저씨. 루스티카는 잊어버리라고 했지만, 역시 난 잊지를 못하겠어.”
기사단장의 얼굴에 극적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자기 얘기가 디아나 입에서 나왔을 때쯤부터일 거다.
거기서 디아나는 고개를 다시 한수호에게 돌렸다. 놀랍도록 투명하게 빛나는 보라색 눈동자가 그를 응시한다.
“그래서 죽여버리려고!”
“…그래?”
“응, 루스티카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 따위 필요 없어! 몽땅, 전부 다 죽이고 루스티카를 다시 이쪽 세계로 돌려낼 방법을 찾을 거야! 그러면 루스티카랑 아빠랑, 나랑! 셋이서 살지 뭐, 히히.”
“루스티카는? 루스티카도 그렇게 해달랬어?”
한수호의 쥐어짜는 듯한 물음에 디아나는 찔끔했다.
배시시 웃으며 검지를 들어 입술에 가져다 대는 디아나.
“에헤, 사실 이거 비밀이야. 루스티카는 절대 그러지 말라 그랬거든.”
“…그렇구나.”
“그래서 루스티카를 부르기 전에 미리 죽여놓을 생각이었는데, 아빠가 물어보니까 말해주는 거야?”
“그래, 고마워, 디아나. 말해줘서.”
“헤헷, 나한테 아빠는 특별하니깐!”
“…아빠, 말이지.”
디아나가 말하는 ‘아빠’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 한수호는 그것을 제대로 알아놓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뭐, 아버지의 기본 중의 기본은 나도 안다.
“디아나, 나는 말이야.”
“우웅?”
아빠라는 건 자식이 잘못된 길로 향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옳은 길로 인도해 줘야 하는… 그런 사람이다.
우리 아빠도 내가 엇나간다 싶으면 항상 불빠따를 쳤다. 본인도 울면서 말이다.
“여기에 오기 전에… 네 전 아빠랑 약속을 해버렸거든.”
아빠라는 건, 그런 거지.
“너희 아빠랑 한 약속을 지킬 거다.”
“…그게 무슨 말이야?”
미간을 찌푸린 디아나의 물음. 한수호는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다.
한수호는 심호흡을 했다. 천천히 주먹을 들어 올렸다. 지금껏 제대로 된 쌈박질이라곤 해 본 적도 없기에 어설픈 포즈였다.
벙찐 디아나 앞에서 한수호는 도발적으로 손을 까딱거렸다.
“덤벼, 디아나. 지금부터 내가 너를 구해줄 거다.”
* * *
“덤비라니, 왜? 아빠는 내 편이잖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 꾹 다문 입술을 억지로 열어서 디아나는 계속 말했다.
두근두근. 디아나의 가슴이 전에 없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불안감이 점점 현실로 되어가는 느낌 때문이었다.
‘아빠가… 지금 나를, 싫어해?’
왜, 대체 어째서?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빠의 반응에 불안하다.
불안은 곧 분노가 되었다. 그것이 억울함과 섞여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안 구해줘도 돼. 루스티카를 구해줘, 아빠.”
“디아나.”
“루스티카가 아프면 너무 슬퍼. 루스티카를 힘들게 하는 이런 사람들 따윈 내가 전부 없애버릴 거야. 그래서 루스티카랑, 아빠랑, 나만 남아서.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면…….”
“그렇게 되면 말이야.”
한수호는 디아나의 말을 잘라먹었다. 전에 없이 싸늘한 눈이 디아나에게 향했다. 디아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우, 으으. 나직한 신음과 함께 보라색 눈망울에 물기가 차오른다.
“그렇게 다 죽여버리고 우리만 남으면, 여기가 지옥으로 변하는 거야, 디아나.”
“지…옥?”
디아나가 물끄러미 한수호를 쳐다보더니 씨익, 비릿하게 웃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게 식는 미소였다.
“아빠가 지옥이 뭔지 알아?”
비웃음 섞인 물음. 하지만 한수호는 대수롭잖게 어깨를 들썩였다.
“몰라. 알 게 뭐야.”
“히히, 하긴. 아빠는 바보니까. 아무것도 몰라. 바보, 바보야. 아빠는.”
“그래도 이건 알아.”
“뭘 말이야?”
한수호는 디아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디아나 역시 가만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보여주는 감정. 반항심. 디아나의 눈가에 사납게 맺힌 그것은 명백한 반항심이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오히려 씨익 웃으며 계속 말했다.
“디아나, 내 생각에 진짜 지옥은 말이야. 뭐 하나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이 아니야.”
한수호는 주먹을 치켜들어 디아나를 척, 가리켰다.
“뭐든지 내 맘대로 되는 세상이 진짜 지옥이지.”
루스티카는, 그 할머니도 디아나가 그걸 깨달아주길 바랐겠지.
하지만 그 할망구에겐 디아나와 함께할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디아나의 황폐한 근본 심성까지 뜯어고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 바통을 한수호에게 넘겨줬다.
…….
확실히 사람 보는 눈은 있구나, 루스티카.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끔찍하게 디아나를 아끼고. 500년 후까지도 디아나를 위해 자기 인생, 고통, 시간,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치게 될 남자가… 바로 한수호니까.
“나랑 너랑 그 할망구만 있는 세상이라. 좋네, 아주 좋아.”
어쨌든 한수호는 있는 힘껏 비아냥거렸다.
“그래서 그 세상에서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어떤 걸 이루고 뭘 해서 행복해질 셈이야?”
“…조용히 해, 아빠.”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붉은 안개. 디아나의 숙인 고개에서 보랏빛 안광이 시퍼렇게 빛을 냈다.
한수호도 바짝 쫀 표정이었지만,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끝까지 말했다.
“아무런 행복도 없어. 불행해질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희망도 없어. 절망할 일이 없으니까.”
“조용히 해.”
“이게 완전 지옥 아니냐, 디아나?”
“조용히 하란 말이야!”
바닥에 쾅! 소리 나도록 발을 내리찍은 디아나.
순간 이명이 울릴 정도로 공기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디아나에게서 나온 붉은 안개가 뻗어나갔다.
“아빠가, 아빠가 뭘 안다고 그래!”
재빠르게 손을 허공에 휘젓는 디아나. 그녀의 손이 일렁거리며 붉은 문자를 끊임없이 사방으로 토해냈다.
내뱉은 말은 사춘기 소녀가 아빠에게 반항하는 꼴이었다만,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고 사춘기 소녀를 떠올릴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마, 마녀… 악마다……!”
겁에 질린 한 병사의 혼잣말이 모두의 심경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붉은 기운. 하얗게 나부끼는 머리칼. 거칠게 펄럭이는 칠흑의 로브. 불길하게 빛나는 보랏빛 눈동자.
그리고 사방을 향해 뻗어나가는 검붉은 문자열과 음산한 디아나의 중얼거림.
“…다 미워. 아빠도, 루스티카도, 이 세상도.”
디아나를 중심으로 얼어붙어 있던 시간. 디아나가 병든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만들어낸 목소리가 얼음을 부쉈다.
디아나는 문득 팔을 높이 뻗으며 외쳤다.
“이젠, 아빠라도 봐주지 않을 거야.”
디아나의 말을 끝으로 붉은 문자열과 안개가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그녀의 눈가에서 검은 눈물이 쏟아졌다. 지켜보던 모두가 숨을 죽일 만큼 섬뜩한 광경이었다.
허공에 꿀렁거리며 배회하던 그것들은 하나둘, 바닥에 즐비한 인간들의 시체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꿈틀. 시체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 으어어어…….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붉게 물든 눈동자로 세상을 노려보는 망자들.
놈들이 부러진 날개와 터진 내장을 질질 끌고 일어난다.
하나, 둘, 열, 백, 이백, 오백, 천… 끊임없이 디아나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여긴 좋네, 헤헤. 시체가 많아서 부하가 많아. 지옥은 시체까지 씹어먹는 괴물들이 많아서 이런 거 못 해봤는데.”
무수한 언데드에게 둘러싸인 디아나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우러르는 수많은 언데드와 슬며시 미소 짓는 디아나.
말 그대로 망자 군대의 여장군 같은 모습이었다.
“공격해! 전부, 너희와 똑같이 만들어버려!”
―우오오오오!
화답하듯 함성을 지르는 망자의 군대.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낮은 울림이었다.
무기를 치켜든 망자의 군대들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놈들의 1순위 타깃은 디아나와 가장 가까이 있던, 가장 얄밉고 야속한 사람.
한수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