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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417413번째 소울라이크 용사-196화 (172/280)

196화

알테어는 사슬이 풀리자마자 내게서 슬쩍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전처럼 미미한 미소를 띄운 채 통보했다.

“늦었어요 까마귀. 당신이 죽이려 하는 자드키엘은, 이미 한참 전에 죽었습니다.”

자드키엘의 사망통보였다.

호선을 그리는 얇게 뜬 눈동자에서 연민과 조롱이 동시에 읽혔다.

“… 아니. 그, 그게 무슨 소리야?”

황당한 나머지 헛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보란 듯이 꿈꾸는 상사화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알테어의 미간에 그늘이 졌다.

나는 그 반응을 보고는 놀리듯이 말했다.

“누나가 왜 이걸 구하고 다녔는지 그 새에 잊었어? 치매냐?”

흑혈병은 뭐냐 이 소리다.

자드키엘이 등장하자 시기적절하게 망자의 계곡에서 퍼지는 병. 누가 봐도 자드키엘 때문에 퍼지는 병 아닌가.

세간의 소문은 물론이고, 운터란트 정부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심지어 마녀사냥꾼인 적랑도 그렇게 알고 있었기에 내게 그렇게 말해줬었다.

“낮에 성당에서 병자들 보살피던 성녀님은 쌍둥이 이복동생이었나?”

그 병이 아직도 횡행해서, 지금은 무려 망자의 계곡과 많이 떨어진 가이서스 지역까지 창궐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자드키엘이 살아있다는 움직이지 못할 증거다.

눈깔에 힘 빡주고 쳐다보니. 알테어는 희미하게 웃었다.

“하.”

아주 가소로워 죽겠다는 웃음이었다.

문득 알테어의 눈가에 아련한 기색이 스쳤다.

“까마귀. 당신이 내 정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요. 나는 5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았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속았고. 이용당하며 살아왔어요.”

이번에 미간을 찌푸리는 건 내쪽이 되었다. 그녀가 하려는 말의 저의를 모르겠어서 그랬다.

그러나 직후에 이어진 말로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타인을 믿지 않아요. 떠도는 말이나 유언비어는 더더욱 믿지 않아요. 오직 내가 직접 눈으로 본 사실들만 믿습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붉은 눈과 앵두 같은 입술이 알려준다.

직접 봤다. 자드키엘이 살해된 현장… 혹은, 자드키엘의 시신을 말이다. 그녀는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궁금하신가요? 망자의 계곡 끝자락에서 제가 목도한 진실.”

어느새 대화를 주도하는 건 알테어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내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동굴의 깊숙한 곳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녀의 끊어질 듯한 희미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혹하듯 들려온다.

“원한다면 안내해 드리죠. 진실을 마주할 각오가 있다면… 따라오세요.”

호기심에 빠지는 한 편. 몸으로는 멀어지는 알테어의 뒤를 부리나케 쫓았다.

이대로 주도권이 뺏기는 것은 사양이다. 나는 퍼뜩 알테어의 옆으로 따라 붙은 뒤 나름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짭성녀. 행여나 허튼 짓을 하는 날엔 아까 말한 대로 망자의 계곡 삼총사로 빅맥 트리플을 만들어 처먹을 테니 그럴 줄 알고….”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난 절대 믿음을 강요하지 않아요. 나부터가 잘 믿지 않으니까.”

허세 가득한 말투로 위협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안 먹혔다 뿐일까. 오히려 알테어는 지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더니. 여봐란 듯이 두 팔을 벌리고 내 앞에 가만히 섰다.

“못미덥다면 베면 됩니다 까마귀. 당신은 이미… 대화보다도 그쪽이 더 익숙한 괴물이 되어버린 모양이니.”

조롱하듯이 나를 직시하는 붉은 눈동자. 나는 퍼뜩 시선을 돌려버렸다.

속내를 간파하다 못해, 살가죽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내 나는 스스로 눈을 깔았다는 굴욕감에 씨근거렸다.

“… 500년 묵은 할매라 그런가. 농담이 안 통하네.”

“여자한테 나이 가지고 조롱하다니. 최악이네요 까마귀.”

“어쩔.”

우리는 서로 아니꼽게 한 마디씩 중얼거렸다.

슬쩍 턱짓했다. 하던 짓을 계속하라는 신호였다. 알테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다시 동굴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씁.”

나는 괜히 침음을 흘리며 그녀의 뒤를 가만히 쫓았다.

어째 내가 원하던 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었긴 한데. 이 앞은 나도 도저히 상상 못할 초전개의 예감이 들었다.

* * *

“갈수록 상사화가 많아지네요.”

앞서 가던 알테어가 중얼거렸다.

굳이 그녀의 혼잣말에 장단을 맞춰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꽃밭 말곤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을 10분, 20분 30분 동안 내리 걷자 심심함이 극에 달했다.

결국 흐드러지게 핀 상사화를 발로 턱턱 건들며 중얼거렸다.

“동굴 안에 꽃이라니. 이건 뭘 영양분으로 살아가는 거지?”

동굴엔 이끼류를 제외하곤 살 수 없어야 정상 아닌가. 광합성을 못 하니까. 아무리 못 배워 처먹은 막노동꾼이라도 그 정도는 안다.

알테어는 갑자기 내가 질문했음에도 딱히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한층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을 해줬다.

“계곡의 수류와 지맥을 타고 흐르는 자드키엘의 피입니다. 이 꽃은 거기서 나오는 검은 마력을 먹고 자라나죠.”

“피…?”

나는 걸쭉한 계곡물의 시푸르뎅뎅한 색깔을 떠올렸다. 다시금 주변에 만개한 푸른빛의 상사화들을 쳐다봤다.

새삼 떠올리니 꽃잎의 색깔이 그 강의 색과 비슷해 보인다. 좀 속이 안 좋아졌다.

“이 꽃이 많다는 건 자드키엘의 피와 마력이 대량으로 고인 장소라는 뜻. 계곡의 최심부까지 직통으로 이어지는 길인 듯하네요. 이런 곳이 있는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알테어는 동굴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나는 그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내 들고 있던 상사화 쪼가리를 팽개치며 끼어들었다.

“근데 누나. 자드키엘의 피에서 자랐다는 꽃이 왜 흑혈병을 억제하냐?”

여전히 이해가 안 됐다.

자드키엘이 이미 뒤졌다. 그래서 사실 역병을 일으킨 건 자드키엘이 아니다?

‘그래 뭐. 그럴 수는 있다 치자.’

다음으로 세울만한 가설은 자드키엘의 시체가 부패하면서 나오는 시독(屍毒)의 영향. 혹은 판타지스럽게, 어떤 마법적인 영향으로 유해가 괴질을 퍼뜨렸다는 가설이다.

아스타르트의 유해는 동굴 속에서 몬스터를 끊임없이 소환했듯이 말이다. 나름 타당한 추측이잖아.

“정말로… 흑혈병은 자드키엘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그런데 아니란다.

오히려 흑혈병을 억제하는 약재가 자드키엘의 피에서 자라난다고 한다.

이건 지난 6개월 동안, 자드키엘이 흑혈병을 일으켰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던 내겐 꽤 충격적인 사실이다. 또한 절망적인 사실이기도 했다.

‘그렇다는 건… 자드키엘이 죽어도….’

흑혈병은 종식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된다. 애초에 자드키엘은 흑혈병과 관련이 없으니까.

고개를 수그린 잭의 뒷모습. 그리고 알드콘의 뒤틀린 모습이 떠올랐다. 입 안이 모래를 삼킨 것처럼 텁텁해졌다.

“까마귀. 저는 오히려 당신에게 묻고 싶네요.”

알테어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나를 흘깃 쳐다봤다.

특유의 찌르는 듯한 눈빛이 다시 나를 향한다. 나도 모르게 슬쩍 몸이 굳었다.

“여기에 도달한 걸 보면 당신은 이미 아스타르트를 소멸시켰을 거고. 헥터까지 패퇴시켰을 테니… 어느 정도 이 뒤틀린 세상의 내막을 알고 있죠?”

“… 알 만큼은 알지?”

“그러면 알 것 아닌가요? 꼬마 마녀님이 직접 만든 4마왕은 보통 마왕들과 다르다는 걸.”

알테어는 서슴없이 마녀 디아나를 ‘꼬마 마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애정과 그리움이 담긴 호칭이다. 그것이 새삼 그녀의 정체를 상기시켜 어깨에 긴장을 넣었다.

알테어는 여전히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애초에 그들은 다른 저능한 마왕들처럼 무차별적으로 파괴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걸 억제하기 위한 존재죠. 4마왕들이 자의적으로 이 세계에 해를 끼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을 겁니다.”

“흐음.”

나는 알테어의 말에 새삼 생각에 빠졌고. 이내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 과연.’

루시는 헥터 카사스에 의해 일종의 세뇌를 당했었고. 엘더리치 휘하의 불사의 군대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마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스타르트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피해를 입힌 건 불사교에 의해 소환된 불완전한 파편들과, 유해에서 소환된 몬스터들이지 본체가 아니다.

애초에 아스타르트의 모체라는 건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형태였다. 살아있을 때도 그 모습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자드키엘도, 용제국에 있다는 샤키엘도 그거랑 같은 맥락이란 소리냐?”

샤키엘은 지금까지 뜬소문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하지만 루시와 아스타르트를 놓고 따지니. 자드키엘이 ‘사실은 이놈도 착한 놈이었어’ 클리셰의 마왕이었다 해도 대충 납득은 간다.

“네. 그런 겁니다.”

알테어가 피식,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전진했다.

어느 순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어둠이 종식되고, 꿈꾸는 상사화의 꽃밭도 거짓말처럼 끊어져 있었다.

시선을 슬쩍 들었다. 밤하늘과 쏟아질 듯한 별이 내 위로 덮여있다.

‘밖이다.’

드디어 숨겨져 있던 동굴이 끝나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이제야 좀 익숙한 길이네요. 곧 끝자락에 도착하겠군요.”

까마득한 절벽에 감싸인 좁은 길이 이어졌다.

걸쭉하고 짙푸른 강물을 따라 둑 위를 거슬러 올라갔다. 알테어의 가늘게 뜬 눈 안에서 붉은 눈동자가 번득거렸다.

방금 웃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날선 시선이 거기에 있었다.

“루스티카 아스모데우스. 그리고 아스타르트. 두 사례 모두 공통점이 있지요.”

알테어가 중얼거린다. 아까 동굴에서 하던 얘기의 연장인 듯했다.

나는 망연히 하늘로 향했던 시선을 내렸다. 알테어의 흘겨보는 시선을 가만히 마주했다.

“누군가의 이기심 때문에 디아나 씨의 숭고한 뜻이 더럽혀지고. 구원자가 되어야할 파편들이 학살자가 되었죠. 힘없는 이들부터 살육을 당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솨아아―. 불어오는 바람이 여름답지 않게 스산하다 싶어지는 순간.

알테어의 걸음이 드디어 멈췄다. 그녀는 가만히 어딘가를 주시했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조금 옆으로 눈길을 옮겼다.

“자드키엘… 그녀도 같은 처지입니다. 까마귀.”

알테어의 건조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내 시선은 계곡의 끝자락, 말라비틀어진 고목나무에 매달린 거대한 고치에 닿아 있었다.

“저게….”

나방의 고치. 반쯤 말라비틀어진 푸르죽죽한 고치였다.

걸쭉한 실로 감싸인 옆면은 잡아 뜯은 것처럼 거칠게 찢어져 있었고. 그 구멍에서 어떤 인간의 형체가 반쯤 삐져나와 죽어 있었다.

나는 그것의 정체를 추측하고는 조심스럽게 이름을 입에 담았다.

“… 자드키엘.”

이번에도 루시처럼 하얀 장발이었지만. 아스타르트보단 훨씬 괴물형에 가까웠다.

이마엔 뿔 대신 더듬이 같은 촉각이 뻗어 있었고, 새빨간 눈은 미간 중앙에 단 하나만 박혀있다. 죽어서 그런지 생기 없는 눈동자가 까뒤집힌 상태였다.

‘꼭, 곤충 같군.’

날개는 루시처럼 박쥐 날개가 아니라 나방의 날개에 가까웠다.

꼬리는 없었고. 대신 허리쯤에 팔이 한 쌍 더 달려 있다. 곤충들이 그러하듯이.

‘끔찍하군.’

끔찍하다는 건 자드키엘의 외형이 아니다. 그녀가 처한 상황을 말한 거다.

고치를 중심으로 지금도 새빨간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다. 붉은 폭포 같았다.

덕분에 계곡 최심부는 그 거대한 나무를 중심으로, 사방이 꾸덕한 피로 낭자되어 있었다.

사방에 흩어진 피가 그로테스크하게 늘어진 자드키엘과 어우러진다. 한 폭의 암울한 예술작품을 보는 듯했다.

“말했다시피. 자드키엘을 저 꼴로 만든 것은 운터란트의 상위 용사들입니다.”

나는 그 괴기스러운 광경에 홀린 듯이 빠져들어 있었다가. 나직이 울리는 알테어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알테어는 문득 내게 한 발짝 성큼 다가왔다.

“아직 눈치 채지 못했나요? 왜 흑혈병의 원인이 자드키엘이라고 소문이 난 건지 말이에요.”

“… 그야, 출몰 시기랑 발병 시기가 거의 일치하니까…?”

“아뇨. 일치하지 않습니다.”

알테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똑같이 25년 전이잖아. 일치하지 않긴 개뿔이….”

“그게 운터란트 용사들의 속임수라는 겁니다. 자드키엘이 소환된 건 30년 전입니다.”

“…!!”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진실을 알고 싶다면 내 말을 믿으세요. 말씀드렸듯이… 나는, 직접 본 것 외에는 믿지 않습니다. 까마귀.”

자포자기에 가까운 확신이 담긴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지금. 거짓말 투성이인 내 상식을 와장창 무너뜨리고 있었다.

‘방금 그 말은….’

믿는다. 나는 믿을 수 있었다.

알테어가 답답해하는 게 느껴져서 그렇다. 믿지 못할 진실을 입에 담는 자. 그 특유의 기운이 있다.

그건 원래 내가 전문이다. 동질감 때문에 몰라볼 수가 없었다.

“그 소문은 자드키엘을 살해한 용사들 본인이 퍼뜨린 것입니다. 운터란트의 정부 역시 그것에 동의했기에 지금처럼 상식 수준으로 뿌리박힌 거고요.”

“… 왜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지?”

“명분이 필요했겠지요. 자기들을 고통뿐인 지상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또… 앞으로 다가올 대재앙에서 지켜줄 방주를 구축하기 위한 명분.”

고통뿐인 지상을 벗어날 방주.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 공중요새 레비아탄의 설계가 시작됐다는 시기와 일치한다.

나는 깨달음의 탄성을 흘렸다.

“아.”

유독 빈번해진 마왕 출현.

설상가상으로 4마왕 자드키엘의 출현과, 역병의 창궐로 혼란한 시국.

피폐해진 시민은 더욱 더 간절하게 구원자를 찾아 헤매게 되고. 자기들을 지켜줄 강력한 힘을 추구한다.

“그래. 알겠네. 이제 나도 좀 알겠다.”

이를테면 공포의 4마왕이라도 대적할 수 있을 법한 막강한 공중요새.

하층민들 스스로가 기꺼이 희생해줄 그런 상황이 오지 않으면…. 그런 무지막지한 기계용은 하늘을 날지 못했을 것이다.

“… 응. 명분. 명분 중요하지. X발.”

이해했다.

뭘? 검은 머리 짐승이 얼마나 짐승보다 더 짐승 같은지를 말이다.

“아직도 의문인가요. 까마귀.”

문득 내 뒤에 우두커니 서 있던 알테어가 말을 걸어온다.

퍼뜩 뒤를 돌아봤다. 알테어는 밤의 어스름 속에서 붉은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희망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절망적인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사수하는 이유. 그리고 이 역겨운 세상을 살려내 버린 걸 후회하는 이유.”

붉은 눈동자가 분노로 고요하게 타오른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사방에 낭자한 자드키엘의 붉은 핏빛을 눈물이 반사했다.

“아직 부족한가요?”

피눈물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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