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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417413번째 소울라이크 용사-154화 (130/280)

154화 검의 숲 속, 죽음의 마녀

“배신자 처리하는 중입니다.”

말을 마친 나는 곧장 제2타를 때려 박았다.

오른손의 베스타크는 장식이 아니다.

“흠!”

파앙! 검과 검이 부딪치며 가벼운 충격파가 일어났다. 묵직한 충격이 손을 타고 전해진다.

파열음이 유난히 작게 들린다. 이것도 침묵 마법의 효과인가? 물속에서 삽질하는 느낌이었다.

‘어디 이것도!’

키키킹! 노도처럼 연쇄공격을 때려박았지만. 이번에도 검림이 내지른 손에 막혔다. 막을 때마다 아까와 다른 칼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식으로 칼을 많이 달고 다니는 건 아닌 모양이군. 나는 혀를 낮게 찼다.

‘… 이건 또 뭐야.’

잠깐의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검림이 내민 단검은 상당히 특이한 모양이었다.

검날 사이사이로 길쭉한 홈이 자잘하게 파여있는데. 베스타크의 날이 그 사이에 정확히 끼어 있었다.

내가 미미르의 눈을 시전하기도 전에, 수호 형님이 퍼뜩 목소리를 높였다.

저, 저 구멍에 저거! 빠, 빨랑 빼! 부서진다! 부서져버렷! 오빠 나 죽어어!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연신 다급하게 내뱉는 수호 형님.

나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맞붙었던 검날을 떼고 거리를 벌렸다. 실없는 사람이긴 해도 저 양반 말하는 거 들어서 손해 보진 않으니까.

그리고 삐빗. 뒤늦게 시전된 미미르의 눈이 그 특이한 단검의 패널을 띄웠다.

[아이템 정보]

[명칭: 가이서스 소드브레이커 (희귀)]

[보정치: 힘+15. 민첩+15]

[상세: 운터란트 최대 무기생산지 가이서스산(産) 소드브레이커. 양산품이지만 무척 성능이 좋은 명품이다. 적의 검신을 얇은 홈에 끼워 박살내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강화 가능 회수: 1]

‘아하… 진짜 형님 아작내는 무기였네.’

나는 간담이 서늘해져서 베스타크를 슬쩍 쳐다봤다. 형님이 발광한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소중한 막대기(?)가 부러질 뻔한 수호 형님은, 거리가 떨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적랑의 친우.”

그리고 반대편에서 검림이 물어왔다. 눈빛은 차분했고. 말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안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분노를 읽어낼 수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말했잖아. 배신자 제거하는 중이라니까.”

“… 배신자? 무슨 근거로 그런 헛소리를….”

“이미 다 불었어. 백은이랑 황금 쪽이.”

“……!”

“당신이 카사스의 사도라는 데 내 손모가지 건다. 쫄리면 뒤지시든가.”

검림이 그 말에 침묵했다.

나도 잠시 입을 닫고 그의 상태를 주시했다. 침묵 마법 덕분인가. 우리가 입을 닫자 일대는 압도적인 적막에 휩싸였다.

나는 최대한 기분 나쁘게 이죽거리며, 베스타크로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왜 혼자만 이쪽에 붙게 됐는지 모르겠냐? 빡대가리 새꺄. 너 그 두 사람한테 팔렸어. 그 둘이 목숨만 살려달라고 적랑님한테 싹싹 빌면서 네 이름을 팔더라.”

“말도 안 되는… 그럴, 그럴 리가 없다…!”

단호하게 일축하는 검림. 나는 눈썹을 튕기며 비아냥거렸다.

“정말 그럴 리가 없어? 그럼 내가 어떻게 카사스의 사도에 대해서 그렇게 빠삭하게 알고 있었을까? 너희 셋이 배신자라는 건 대체 누가 말해준 걸까? 응?”

“…….”

처음으로 검림의 무표정이 깨졌다. 분노와 혼란, 의심이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저 반응은 사실상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흘렸다.

죄수의 딜레마라 그러던가? 대가리 좀 굴렸구나 정용아.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던 수호 형님이 한 마디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렇다. 배신자는 한 명이 아니었다. 적랑의 사람 보는 눈은 상상 이상으로 구데기다.

누가 변경백 친구 아니랄까봐. 끼리끼리 논다는 속담이 X발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진짜.

‘엘프리데와 나이트레아. 포티아 빼고 죄다 카사스의 사도다.’

앞의 이 칼꽂이 새끼. 그리고 적랑을 따라간 금도끼 은도끼.

전부 배신자다. 별칭 란의 카발리어명 옆에 떡하니 ‘카사스의 사도’라는 명칭이 자리 잡고 있더라.

[명칭: 가트렉 로난]

[별칭: 83375935번째 정식 용사. 검림의 기사. 마녀사냥꾼. 카사스의 사도. 무선]

[LV. 336]

[체력: 1650/1650 ?마력: 1850/1850 ?신체상태: 정상]

[힘: 340 ?민첩: 429 ?지능: 361 ?히어로 센스: 38]

‘이러니 X발 아무리 적랑이라도. 야습을 안 당하고 배겨.’

나는 혀를 차는 한편. 멀리 거주지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적랑도 지금 똑같은 떡밥으로 입질 시작해서, 놈들을 한창 조지고 있을 거다. 내가 그렇게 시켰으니까.

적랑의 압도적인 무력은 몸소 체험했다. 그 양반 걱정만큼 쓸데없는 일이 또 없다.

나는 지금부터 내 똥오줌이나 잘 가리면 된다.

“저, 정용 씨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아… 로난 씨도 왜 이런 재미없는 농담에에… 장단을 맞춰주는….”

엘프리데가 아직 사태파악이 안 된 얼굴로 천천히 검림에게 다가갔다.

나는 순간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고. 곧장 그녀와 검림 사이로 에스파다를 힘껏 던져넣었다.

번쩍.

둔중한 충격파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검림이 휘두른 거대한 태도가 엘프리데의 목에 닿기 직전, 내가 던진 검에 맞고 튕겨 나왔다.

“… 아아?”

엘프리데는 뒤늦게 목을 매만지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털썩. 곧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찰나에 목이 날아갈 뻔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난 그 모습을 보고 탄식했다.

“급발진 지리네 이 새끼. 졸렬하게 여자 패기 있냐?”

“다대일 상황에선 마법사를 최우선 척살. 적랑의 가르침대로 행했을 뿐이다.”

내가 중얼거리자, 검림이 비아냥으로 받아쳤다. 나는 씨근거리며 튕겨 나온 에스파다를 펄쩍 뛰어서 붙잡았다.

검림은 양쪽 팔을 힘차게 벌리더니 나직이 말했다.

“역시 헥터님의 말씀대로였다. 인도하는 까마귀…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마왕의 계약자. 가장 먼저 네놈을 죽였어야 했어.”

“… 그놈의 까마귀타령 X발….”

내가 푸념하기 무섭게 스스슥. 검림의 온몸에 매달려 있던 검들이 일제히 뽑혀 나왔다.

서늘한 광택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각양각색의 날붙이 수십 개. 그것들이 검림을 지키듯이 허공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얼씨구.”

이렐이냐 X발.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미친. 몇도류야 저게.”

- 한 20도류쯤 돼 보이는구만?

- 수호 형님이 자연스레 끼어들었다. 내가 봐도 한 20도류 정도 돼 보인다.

검림. 검의 숲. 이명대로 노는군. 나는 슬쩍 코웃음을 쳤고.

“세계의 균형을 위해 사라져라.”

검림이 중2병 폭발하는 멘트와 함께 치고 들어왔다.

스스슥! 장검 세 개가 동시에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직후 고개를 숙이자 검림이 휘두르는 대태도가 내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잘랐다.

“반응속도가 제법이군. 적랑이 눈여긴 사내답다.”

쉬쉭! 검림은 파상공세로 밀고 들어왔다. 나는 탄성과 함께 허리를 꺾었다.

검림이 대태도를 허공에 놔 버리더니, 둥둥 떠있던 단검 하나를 집어 그대로 내 배에 찔러넣는다.

“읏!”

다행히 빗나갔지만 자세가 크게 틀어졌다.

검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모든 검을 일제히 내게 쏟아냈다.

‘연화.’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검림의 등 뒤로 홀연히 이동했다.

시야가 명멸하는 동시에 쌍검을 X자로 휘둘렀다. 그 때까지도 검림은 내 위치를 눈치채지 못했다. 게임 끝났다.

그러나 파파팍! 눈앞에는 핏줄기 대신 불꽃이 튕겼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미친…!’

검림의 주변을 날아다니던 대검 몇 개가 내 공격을 알아채고 막아낸 것이다.

후두둑. 내 회심의 일격을 막아낸 검들이 그대로 산산조각나 바닥에 떨어졌다.

“쎄콤 기능은 오바지 X발!!”

나는 황당한 나머지 목청을 높였고. 그제야 검림은 내 존재를 알아채고 퍼뜩 거리를 벌렸다.

그는 얼떨떨한 얼굴로 허공의 검들을 자기에게 바짝 결집시켰다.

“요상한 술수를 쓰는군. 마법도 아니고 기공술도 아니야. 정체가 뭐냐.”

“기업비밀이다 새꺄.”

자세한 사항은 할센베르크 변경백한테 문의해라. 나도 일개 산업스파이라 마검사 전용 매커니즘은 모르니까.

어쨌든 검림의 센서로는 연화를 포착하기 어렵다 이거지. 접수했다.

‘연화!’

나는 다시금 스킬을 발동해 검림의 후방을 점했다.

스슥. 시야가 점멸하고, 검림의 뒤통수가 눈에 박힌 그 순간. 나는 오싹한 전율과 함께 베스타크를 등 뒤로 휘둘렀다.

카카앙!

이번에도 수많은 불꽃이 튕겼다. 나는 찌르르 울리는 오른손의 압박감에 이를 악물었다.

검림의 칼 몇 개가 오히려 내 등 뒤를 노리고 찔러들어온 것이다.

“아무래도 내 배후로만 이동할 수 있는 모양이군.”

“…!”

“같은 술수에 두 번은 걸리지 않는다. 어리석은 놈.”

검림이 비아냥거린다.

동시에 소리없이 수많은 칼날들이 내게 쇄도했다. 피해낼 짬은 도저히 없었다.

“크읏!”

파파파팍! 나는 날아오는 모든 칼날을 쳐내기 시작했다. 칼날이 다양한 각도에서, 수많은 변칙 공격을 쏟아냈다.

서걱, 스슥. 몇 개 칼날이 내 빈틈을 노리고 살을 도려낸다. 어둠 속에서 불꽃이 연신 번쩍인다. 선혈이 흐르는 상처들이 붉게 번들거렸다.

‘틈이 없어…!’

어느샌가 허공의 검들은 둥글게 나를 포위하고 조직적으로 압박해왔다. 나는 수비일변도로 그것들을 쳐내기 급급했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빽빽한 검의 숲에 갇혀버린 느낌이다.

내 고군분투를 가만히 쳐다보던 검림이 호오, 탄성을 뱉었다.

“천라(天羅)에 사로잡히고도 이렇게 오래 버티다니. 능력치 자체는 나를 한참 웃도는 모양이군.”

“싸물어!”

이를 악물고, 사방에서 조여 들어오는 검들을 쳐내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검들이 나를 압박하는 포위망을 점점 좁혀 들어온다. 상처도 점점 많아진다.

이대론 안 된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연화로 빠질까? 아니. 방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포기해라. 지금껏 천라에 사로잡히고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나를 검격의 감옥에 집어넣고 잘난 듯이 지껄이던 검림.

그의 말이 어느 순간 우뚝, 멈췄다.

“크, 욱… 커헉!”

갑자기 검림이 눈을 번쩍 뜨더니. 사지를 비틀며 괴로움에 떨기 시작했다.

연신 공격을 막아내던 나는 눈을 부릅떴다.

‘뭐야?’

그뿐만이 아니다. 나를 압박하던 검의 움직임도 점점 둔탁해진다. 이내 모든 검이 통제를 잃고 흐느적거렸다.

그리고 후두둑. 일제히 바닥으로 쏟아져 버린다.

“… 로난 씨. 늑대 오빠느은… 당신을… 나보다도 믿고 있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데드의 그것처럼 축축하고 서늘한 목소리. 나도 검림도 그쪽으로 퍼뜩 고개를 돌렸다.

검림이 목을 틀어쥐더니, 고통에 찌든 목소리를 어렵사리 뽑아냈다.

“엘… 프리데…!”

거기에 있는 건 엘프리데였다.

보랏빛 흉광을 뿜어내는 엘프리데의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 가끔… 당신한테 질투할 정도였어어… 그런데… 그 보답이… 이거야아?”

창백한 손은 검림의 목을 틀어쥐듯 주먹을 쥐었고. 눈가에 시커먼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음울한 오라를 무럭무럭 쏟아내고 있다.

“이 마법으을… 살아있는 사람한테 쓰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에….”

엘프리데의 주먹을 중심으로 모이던 시커먼 기운이, 일제히 검림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엘프리데가 중얼거렸다.

“필멸의 저주… 블랙 메이든.”

그오오오!

꿀렁꿀렁 모여든 시커먼 기운들이 무언가의 형상을 취했다.

길게 흩날리는 산발한 머리칼과, 각다귀처럼 길고 흉하게 뻗은 사지. 그리고 비쩍 마른 여인의 형체를 가진 괴물이었다.

“삼켜버려.”

키이이이이!

엘프리데의 짤막한 명령에 따라, 시커먼 여인이 고막을 긁는 괴성을 내뱉었다.

비명 같기도 했고. 언뜻 웃음소리 같기도 했다.

우드득! 시커먼 여인의 육체가 세로로 쩍 갈라졌다. 몸속은 텅 빈 공허였다. 표면에 무수한 가시가 돋아 있었다. 거대한 짐승의 이빨 같았다.

쩌적! 여인의 활짝 벌어진 육신이 검림의 하반신을 덥석 집어삼켰다. 검림의 넋 나간 얼굴이 풀썩.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커… 억.”

그기기기긱.

검은 여인은 온몸을 꿀렁거린다. 씹어 삼킨 하반신을 음미하듯이. 이내 만족했는지 땅 속으로 유유히 스며들며 사라졌다.

“허억… 허어. 후우.”

나는 거친 숨을 고르며 그걸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니 띠링,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눈앞으로 패널이 떠올랐다.

[스킬 발동: 프로메테우스]

[스킬 ‘어검술(御劍術)’의 사용법을 알게 되었다.]

[상세: 신검합일의 경지. 무기에 마력을 불어넣어 수족처럼 움직인다. 위력은 메인 스탯과 연계스킬 ‘기공술’의 레벨을 따른다. 프로메테우스의 효과로 복제된 열화스킬로, 레벨이 오르면 마력 효율은 증가하나 조종 가능한 무기량은 3개로 고정된다.]

눈치없는 프로메테우스 스킬이 또 다시 발동되었다.

방금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검림의 스킬이다. 내심 검림을 인정했다는 소리니 굴욕적이지만. 솔직히 그 굉장한 스킬을 낼름 뺏어 처먹은 건 기쁘기 그지없다.

“… 로난 씨이….”

그 순간. 엘프리데가 새카만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소매로 닦아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남은 상반신마저 시커먼 기운에 잠식돼가는 검림 앞에서, 그녀는 우뚝 멈춰 섰다.

“… 언제부터야아?”

정황상 ‘배신한 건 언제부터냐’라는 질문 같다. 엘프리데의 시커먼 눈동자에는 뚜렷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검림은 웃긴 말이라도 들었다는 양 클클거렸다.

“… 처음부터다. 네놈들의 얼빠진 영웅놀이엔 아무 관심도 없었어.”

엘프리데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가녀린 목소리를 뽑아냈다.

“… 황금 씨랑 백은 씨도?”

“놈들은… 쿨럭! 내가 끌어들였다. 이 미친 세상의 내막을 들려줬지. 곧장 내 말을 따르더군. 줏대도 없는 철새 같은 놈들. 크흐… 쿨럭! 커헉! 크윽….”

“내막… 이라니이?”

씨익.

검림은 보란 듯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나와 엘프리데를 비웃는 얼굴이다.

“네년이 믿어 의심치 않는 적랑에게 물어봐라. 그놈은 이 세상의 내막을 전부 알고서도 마녀를 죽이려 하고 있다. 완전히 맛이 간 새끼지.”

“…….”

“순수한 미친놈과, 애정에 미친년. 그리고 권력에 미친년까지. 진짜들만 모였군. 마녀사냥? 지랄하지 마라. 네놈들은… 그냥 정신나간 광인 집단에 불과해. 크흐. 흐하하하…!”

퍼걱. 광소하던 검림의 얼굴이 갑자기 찌부러졌다.

시커멓고 거대한 기운이 망치처럼 뭉쳐, 놈의 얼굴을 짓눌러버린 것이다.

화들짝 고개를 돌려보니. 거대한 기운을 손끝에서 내뿜고 있는 엘프리데가 있었다.

“… 늑대 오빠느은… 욕하면 안 됐어어.”

엘프리데는 복잡한 한숨을 내쉬었고. 손에 모인 암흑의 기운을 사방으로 흩었다.

그녀는 일말의 사람 형체도 남지 않은 시신을 잠깐 내려다봤다. 이내 나를 돌아보며 배실배실 웃었다.

“그럼, 가자아… 카사스의 사도…? 그놈들 죽여야 하잖아아?”

“… 예. 그렇죠. 가, 갑시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는 엘프리데였지만. 지금은 뒷모습이 유난히 어두워 보였다.

“…….”

나는 얌전히 엘프리데의 뒤를 쫓았다. 입은 최대한 단속하고 있었다.

지금 아갈질 하면 안 될 분위기라는 건 아무리 나라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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