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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417413번째 소울라이크 용사-117화 (93/280)

117화 크로스페이드

우리 일행은 일주일 가량을 케른에 더 머물렀다. 무신제가 시작되기 직전인 8일 후에 크로스페이드에 가는 걸로 일행들과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걸어서만 일주일이 걸리는 크로스페이드를 하루만에 갈 수 있게 된 데에는 제논의 역할이 지대했다.

“크로스페이드라면… 위상좌표를 기억하고 있어서 텔레포트가 가능하긴 하다.”

“오케이 땡큐.”

“… 너희들까지 데려가 준다고 한 적은 없다만….”

“오케이 땡큐!”

“…….”

애초에 제논을 믿고 케른에서 예상 이상으로 노닥거린 것도 있다.

두통이나 기절 같은 후유증이 있어서 한동안 요양이 필요한 것도 있고. 아직 해야할 일도 좀 남아있어서 말이다.

노닥거린다는 말도 어폐가 있다. 대부분의 시간엔 케른 재건을 돕거나, 분노한 마을 사람들에게 싸맞는 일밖에 못했으니까.

그건 케른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 오늘도 다를 게 없었다.

“이 악마놈! 당장 케른에서 꺼져!”

“경비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레이첼을 살려내!!”

지금처럼 가위바위보에 져서 시장 심부름이라도 나갔다 치면. 내 얼굴을 귀신 같이 알아본 피해자 유족들이 미친 듯이 비난을 퍼붓고, 돌을 던져댔다.

나는 일주일 전의 불사교와의 혈투를 떠올렸고. 곧바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긴. 어그로 끌려고 앵간치 화려하게 날뛰었으니.’

나는 불사교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일부러 놈들을 잔인하게 죽여버렸다. 솔직히 8할 쯤 개인감정도 들어 있었고.

게다가 수호 형님한테 해결책을 듣고 난 다음엔, 그림자 사슬로 온 동네를 SM플레이 특별동으로 만들었다.

그 광경을 목격했던 사람이라면 이런 미친놈을 기억을 못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저 사람이 그 학살을 주도했다는 놈이야…?”

“그, 그럴 사람으론 안 보이는데….”

“나쁜 놈이 마빡에 나쁜 놈이라고 써붙이고 다니냐?”

일단 유족들이 원망의 말을 쏟아놓기 시작하면. 주변에서도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긴가민가 반신반의하는 시선들과 증오에 찬 눈초리. 숨막히는 분위기가 나를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하, 하지만 적랑님께선 저 사람 두둔하던데….”

“듣자 하니 적랑님의 압박이 있었다고 하더만.”

“그, 그럼! 저, 적랑님도 그 살인마 놈들이랑 한 패…?”

“쉿! 누가 듣겠다 인마!”

의심은 곧 근거도 없는 확신이 된다.

퍼억! 내 이마에 돌멩이 하나가 명중한다.

“에욱.”

어디서 날아왔는지는 볼 것도 없다.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연신 ‘레이첼’을 찾던 30대 정도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지옥에나 떨어져 버려라! 천하의 개새끼야!”

남자는 저주의 말을 쏟아내며 연신 돌을 던졌다. 간간이 날아들던 돌멩이가 어느 순간 우박처럼 쏟아지기 시작한다.

남자가 스톤 개틀링건을 쏘기 시작한 건 당연히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분위기 편승해 같이 돌을 던지기 시작한 거다.

“또 시작이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간의 경험상 일단 이 상태가 되면. 뭔 말을 얼마나 조리있게 지껄이든 씨알도 안 먹힌다. 무시하고 갈 길 가는 게 속 편하다.

나는 옆에서 몸을 잔뜩 움츠린 소녀를 감싸며 걸음을 한층 재촉했다.

“너, 너무해… 이,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내게 보호받던 작은 신형, 제나가 말했다. 질린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보길 잠시. 그녀는 뒤집어쓰고 있던 망토의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억울하고 더럽고 치사하다는 어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말도 안 돼요. 오, 오빠는 저 사람들을 구해주기 위해서… 우리 오빠랑 그렇게나, 목숨까지 걸고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이거라니….”

슬쩍 훔쳐보니 후드 아래로 제나의 복잡한 시선이 시민들을 향해 있었다.

세상 부조리하게 돌아가는 거 원투데이도 아니고. 전생에서 겪은 것도 있기에 이 사태를 대충 예상했던 나는 딱히 놀랍지 않다만. 제나가 보기엔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선 억울도르 24년 연속 수상자, 베테랑 흑우 박정용이 위로하러 나서야 한다.

“누구라도 좋으니 원망할 사람이 필요한 거겠지. 좋게 좋게 넘어가.”

“그게 왜 오빠여야하는 거예요… 오, 오빠는 억울하지 않아요?”

억울하지 않냐고? 돌았냐? 당연히 억울해 미치지.

하지만 내가 항상 말하잖아. 귀찮은 일은 질색이라고. 호구생활 24년차 동안 배운 게 뭐겠냐.

집단광기의 소용돌이에 일단 휘말리면, 일개 나 새끼 따위의 열띤 주장은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는 거다.

“세상만사 원래 이런 거지. 신경쓰지 마. 스트레스 받는 놈이 지는 거다.”

“하, 하지만!”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난 딱히 저 사람들 구해주려고 그 지랄을 했던 게 아니야. 우리 살자고 그랬던 거지. 그건 네 오빠도 마찬가지고.”

“… 그건….”

참고로 제나는 가위바위보만 했다 치면 귀신 같이 져버리는 내가 불쌍해서, 오늘 특별히 시장 심부름에 동행해주느라 여기에 있다.

그녀가 뒤집어쓰고 있는 망토는 내가 씌워준 진화의 흑익이다. 나는 이렇게 될 걸 진작에 예상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분한 마음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제나를 보며 나는 한숨을 흘렸다.

‘역시 패죽여도 안 된다 했어야 됐어.’

전에 설백도 같이 가준다 그랬고 세스나도 그랬지만, 당연히 나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제나도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제나가 ‘도와주신 답례’ 운운하며 하도 간절한 눈빛으로 보길래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일행에겐 마을 내 박정용의 취급을 비밀로 하고 싶었다. 알면 제나 이상으로 노발대발할 게 뻔하니까. 게다가 인간병기가 된 나는 일반인과 1대100 포트리스 떠봐야 기스도 안 나지만. 그녀들은 또 모른다.

왜냐하면 돌만 날아오는 게 아니다. 가끔씩 이렇게… 좀 살벌한 게 날아온다.

“또또 선 넘네 이 씨벌럼들이.”

나는 제나를 향해 날아온 식칼을 공중에서 낚아챘다. 키잉. 식칼의 날붙이가 내 손에 붙잡혀 높게 울었다.

“헛….”

붙잡힌 물건의 정체를 알아본 시민들이 순간적으로 행동을 멈췄다. 나는 무심하게 그들을 한번씩 쓸어보고는, 식칼을 날아온 방향으로 되돌려줬다.

쇄애액, 퍼억! 식칼은 깔끔한 직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칼을 던졌던 중년 여자의 코앞에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도저히 낡은 식칼답지 못한 묵직한 사운드와 함께.

“…….”

“…….”

분위기가 단숨에 역전됐다.

방금까지는 증오와 분노, 그리고 원망으로 들끓는 사형수 처형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사형수들이 처형인을 바라보는 느낌이 난다.

나는 입매를 일부러 좀 삐딱하게 비틀어 올렸고. 두 팔로 감쌌던 제나를 슬쩍 가리켰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 오케이?”

놈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나는 보란 듯이 비웃어주고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엔 원망스럽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그랬는데. 한 사흘차 쯤부터는 즐기게 되더라.

저렇게 반응 찰진 거 보면 알 수 없는 희열이 끓어오른다. 가만 보면 나도 꽤 관종 끼가 있는 것 같다니까.

“저는 아기가 아니라구요 오빠….”

내가 뒤틀린 인성을 신나게 뽐내는 와중에 제나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사죄했다.

“미안. 대신 좀 있다 군대 얘기 해줄게.”

“… 아아. 네. 그럼 봐드릴게요. 헤헤.”

제나는 얼굴을 슬쩍 붉혔다가, 이내 방실거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숙소로 향하는 제나의 걸음걸이는 방금 일을 싸그리 잊은 양 가벼워져 있었다.

‘… 대체 군대 얘기를 왜 좋아하는 거지.’

제나는 내가 해주는 군대 얘기를 좋아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세계 붉은 머리 외계인의 심리는 심원하고 오묘하다.

나는 침묵에 잠긴 군중들을 스윽 훑어보다가, 문득 익숙한 면면들을 발견하고는 따봉을 치켜들었다.

“…!”

인파 속에 숨어서 나를 지켜보던 타라와 플릭이었다. 나는 그들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향해 히죽 웃었다.

뭐 그리 심각하냐. 당사자도 즐기는 중인데.

그런 의미로 웃어준 건데 전해졌을지는 모르겠다.

그냥 등 뒤로 손이나 휘적휘적 저어준 뒤, 제나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까지만 참자. 오늘까지만….’

수도인 크로스페이드에 가면 모두 괜찮아질 거다. 그런 대책없는 긍정 마인드를 품고. 한숨을 흘리며 털레털레 돌아갔다.

빨리 침대에 엎어져 낮잠이나 한 숨 때리고 싶다.

* * *

“그럼 이제 전송을 시작하겠다.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있어.”

케른 외곽의 널따란 평원의 한복판. 우리 일행은 손에 손잡고 제논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제논은 시뻘건 약병의 액체로 바닥에 그린 마법진을 점검하고는, 곧 일행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수인을 맺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그러자 하얀 빛이 명멸하는 것과 동시에 익숙한 감각이 몰려왔다. 게이트를 탈 때 느껴봤던 특유의 메스꺼운 감각이 발바닥부터 올라와 뇌리를 후려친다 싶은 순간.

몸이 쭈욱 늘어났다가 일순간 수축한다. 그리고 단숨에 적막이 찾아왔다.

“… 도착했다. 수도 크로스페이드다.”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제논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린 이후였다.

“음…?”

나는 질끈 감고 있었던 눈을 조심스럽게 떴고. 다른 일행들과 얼떨떨하게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시선을 천천히 돌린 우리들은 동시에 탄성을 흘렸다.

주변 풍경들이 방금 전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 멋있네.”

“정말이에요. 이렇게 번화한 도시는 마도 헬릭스 이후로 처음이네요!”

내 감탄에 설백이 맞장구를 쳐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 풍경을 눈에 담았다.

목조건물과 석조건물이 조화롭게 섞인 가옥들.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지만 오밀조밀하게 붙어있는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이 활력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판타지풍이 좀 더 강했던 케른과 달리, 수도까지 오니 동양적인 장식들이 한층 더 눈에 띄었다.

“와. 무슨 축제라도 하는 모양이네요? 제가 일하고 있을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옆에 서있던 세스나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사방을 둘러봤다. 그녀의 말대로 거리는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대로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파가 넘실거렸고, 온통 떠들썩한 활력으로 가득차 있다. 무수한 짐마차가 분주하게 오가며 짐들을 나르고 있는 한편. 사자탈을 필두로 퍼레이드 같은 게 지나다니기도 했다.

“이번 무신제는 누구 응원하고 있나?”

“이름 없는 기사님이지! 이번에야말로 칭호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하핫. 도전자들도 쟁쟁하다는 모양이야!”

“기대되는군 그래!”

사람들의 들뜬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다. 거짓말 안 하고, 이 세상에 와서 저렇게 밝은 일반인들의 표정은 처음 봤다.

“떠들썩하니 좋네요!”

거리의 모든 광경들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세스나. 초롱초롱한 그녀의 눈을 옆에서 가만히 쳐다보다가, 나는 툭 내뱉었다.

“무신제를 한다잖아. 뭐 사전행사 같은 거라도 하겠지.”

“무신제? 그게 뭔가요?”

세스나는 흥미로 반짝이는 눈을 가까이하며 물었다.

순식간에 밀착한 얼굴 때문에 몸을 물리는 한편. 얘는 대체 지금껏 수도에 있으면서 뭘 듣고 산 걸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하긴, 자기 관심있는 거 외에는 철저하게 관심 없는 애였지. 모를 법도 하다.

나는 알고 있는 바를 그대로 말해줬다.

“범국민 무투대회 겸 선거. 제일 센 놈들 뽑아다가 정치 시킨다더라.”

“와아. 정치인 발탁을 격투대회로 치른다고요? 그런 정치 형태는 처음 들어요!”

“내 말이.”

아니. 사실 전에도 의문이 들었지만, 진짜 그래도 괜찮은 건가?

싸움 뇌랑 정치 뇌는 엄연히 다른 거잖아. 국민들은 나라가 이런 꼬라지로 돌아가고 있는데 납득을 하고 산단 말이야?

나는 결국 의문을 참다 못해 제논에게 물었고. 제논은 순순히 대답해줬다.

“오히려 국민들이 바란 결과가 지금의 마르크트레스다. 원래의 무신제는 정치와는 멀찍이 동떨어진 격투대회 겸 제사였다고 하더군.”

이건 또 예상치도 못한 소리였다. 국민들이 오히려 싸움으로 지도자 뽑기를 원했다고?

나는 고개를 연신 모로 꺾으며 의문에 찬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는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쌈닭 근성이 있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네놈도 시도 때도 없이 창궐하는 마왕을 격어본 적은 있겠지?”

“… 아.”

마왕의 출현. 과연. 그걸 미처 생각을 못 했군. 나는 그 말만 들어도 대충 뒷내용이 짐작된 나머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논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설명을 덧붙였다.

“계속되는 마왕의 출현. 게다가 불사교 같은 비밀조직이 시도때도 없이 설쳐대니, 힘없는 민중은 파리목숨 신세지. 이 나라는 물론이고 파라이소의 모든 원주민들은 힘없는 지도자를 배척하는 풍조가 팽배하다.”

“그렇구만. 이해는 간다.”

“미텔란트만 해도 그렇다. 그 나라는 왕이 버젓이 옥좌에 앉아있음에도, 칠마존이라는 최고위 마법사들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 전부 같은 논리다. 모두 다수의 민중이 바란 결과지.”

“흐음.”

다른 것보다도 우선 미텔란트에 왕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그러고 보면 할센베르크도 ‘변경백’이다. 봉건제의 백작위다. 봉건제면 당연히 왕이 있겠지.

‘근데 왜 이렇게 인상이 희박하지?’

변경백도 나름 국가에 충성심이 철철 넘치는 참군인이다. 하지만 중앙에 관련한 얘기는 칠마존 밖에 듣지 못했다.

또한 미텔란트에서 들렀던 크고 작은 마을에서도 칠마존에 대한 얘기는 간간이 들려왔지만. 왕에 대한 건 험담이든 미담이든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 그 정도의 위치라는 거군.’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던가? 한 마디로 실제 무력이 없는 지도자는, 있는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허수아비라는 소리다.

내가 이름 모를 왕의 얼굴을 상상하며 혀를 차고 있자니. 먼저 대로를 걷기 시작한 제논이 지나가듯 툭 내뱉었다.

“무신제는 네 나라의 국빈들이 모여 정기회의를 여는 시기이기도 하지. 미텔란트에선 허울뿐인 왕 대신 칠마존 일부가 무신제를 관람하러 올 거다.”

“오호.”

나는 일주일 전 적랑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떠올렸고. 무의식중에 설백의 손가락에 시선을 뒀다. 아직도 버젓이 존재감을 뿜는 시커먼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칠마존이 수도에 찾아온다 그러더니, 그게 무신제 국빈으로서 오는 거였군.

“헤에. 용제국이랑 운터란트라는 나라도 저렇게 특이할까요? 궁금해지네요.”

내 옆에서 세스나가 입술에 손가락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나도 솔직히 좀 궁금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논은 그런 우리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용제국은 몰라도. 운터란트는 확실히 특이하지.”

의미심장하게 그 한마디 던져놓더니 그대로 먼저 성큼성큼 앞서나간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우리는 눈을 끔벅였고. 제논은 제나 쪽으로 눈을 흘겼다.

“우린 이제 가자. 제나.”

“아.”

제나가 탄성을 흘리더니 나와 제논을 번갈아 쳐다봤고. 이내 제논 쪽으로 퍼뜩 따라붙었다.

그리고 꾸벅. 우리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저, 그럼. 저희는 이쯤에서 헤어질까 해요.”

이별의 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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