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성 회귀자의 아포칼립스-201화 (201/230)

제201화. 우트가르드 (4)

[강신회로의 힘을 사출합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오른팔의 지진 문신이 붉은색으로, 왼팔의 번개 문신이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소울 프레임의 조종간에서 튀어나온 굵직한 케이블들이 촉수처럼 상원의 팔을 감쌌다.

소울 프레임의 안내 메시지가 떴다.

[강신회로의 힘을 소울 프레임에 변경 적용합니다.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해 소울 프레임을 변형합니다.]

눈에 소울 프레임의 상태를 나타내는 창이 떴다.

강신회로의 힘을 끌어내는 신화의 몸처럼, 소울 프레임의 오른팔이 붉은색으로, 왼팔이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기체의 변형을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두 팔의 전완이 둥그런 모양으로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오른팔 전완은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닮은 '끝없는 땅의 거수'의 머리와, 왼팔은 프테라노돈을 닮은 '깊은 하늘의 괴조'의 머리와 같았다.

그와 함께 오른쪽 어깨에는 육각형의 방패가, 왼쪽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삐죽 돋은 어깨 갑옷이 생겨났다.

그리고 소울 프레임의 등 옆에서 뻗어 나온 빛의 날개가 망토로 변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오메가 모드' 변경 적용이 완료되었습니다.]

입이 떡 벌어졌다.

"세상에."

'오메가 모드'라니, 소울 프레임에 이런 기능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타이탄의 양팔에 흐르는 무시무시한 마력이 조종석에까지 전달되었다.

소울 프레임을 짓누르고 있던 디아블로들이 순식간에 증폭된 힘에 놀라 멀찍이 떨어졌다.

"크으으윽!"

이어서 놈들이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르며 소울 프레임을 향해 '대재앙 대포'를 쏘았다.

"크으으아아악!"

마음이 한없이 고요했다.

소나기처럼 몰아치는 분홍색 빛줄기들이 한없이 느리게 보였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우선 오른팔에 마력을 불어 넣는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스킬 '열지의 말뚝'을 사출합니다.]

[열지의 말뚝을 소울 프레임 오메가 모드에 동기화합니다.]

[열지의 말뚝이 '끝없는 땅의 검'으로 동기화되었습니다.]

쿠르르릉!

끝없는 땅의 거수의 입에서 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양날검이 불똥을 튀기며 뽑혀 나왔다.

칼날에는 돌로라크의 예언서를 이룬 불경한 문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날아드는 대재앙 대포를 보며 타이탄의 오른쪽 어깨를 접어 오른팔을 왼쪽으로 당겼다.

왼쪽 옆구리의 인조 근육들이 짓눌린 용수철처럼 수축했다.

이어서 말았던 어깨를 펴자 끝없는 땅의 검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드러운 호를 그렸다.

스윽

대지를 찢어버린 마력을 담은 칼날이 천천히 공간을 갈랐다.

공기를 찢어버릴 정도로 파괴적인 검격이 허공을 지나는 순간순간이 분절되어 보였다.

쇄도하는 빛줄기가 검격이 지난 자리에 닿았다.

그러자 그 칼날에 닿은 대재앙 대포의 빛줄기 하나하나가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른쪽 어깨의 움직임이 끝나고, 날아들던 모든 대재앙 대포가 튕겨져 나갔다.

단순한 검격 한 번에 기관의 4등급 전투원 디아블로의 필살기 '대재앙 대포' 수백 발이 한 번에 무력화된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콰과과광!

튕겨져 나간 대재앙 대포에 맞은 디아블로들이 새까만 먼지가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이다.

그 한 번의 검격으로 그 강력한 디아블로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필살기가 너무나도 손쉽게 튕겨져 나가 당황한 디아블로들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끄으으윽!"

"크르르륵!"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어서 상원은 왼팔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이번에도 역시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스킬 '하늘불꽃 드론'을 사출합니다.]

[하늘불꽃 드론을 소울 프레임 오메가 모드에 동기화합니다.]

[하늘불꽃 드론이 '깊은 하늘의 대포'로 동기화되었습니다.]

"꺄아아아악!"

괴조가 울부짖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며, 깊은 하늘의 괴조의 입에서 거대한 대포가 튀어나왔다.

상원은 왼쪽 어깨를 움직여 놈들을 향해 대재앙 대포를 겨누었다.

하늘을 완전히 갈라버렸던 힘이 포신 안에서 들끓고 있었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조종석에 앉아있는데도 왼팔까지 저릿저릿했다.

"으으으으윽...!"

새파란 전격의 힘이 포구에 맺혔다.

놈들을 향해 포구를 겨눈 채로, 상원은 왼팔에 맺힌 강대한 힘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엷은 푸른 빛을 띤 커다란 전격 구체가 놈들을 향해 날아갔다.

상원은 멀어지는 구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되는 에너지가 공기를 태우는 냄새가 조종석까지 전해져 왔다.

천천히 공간을 가르던 전격 구체가 마침내 놈들에게 닿자, 놈들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 위력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 한 발에 주변을 구름처럼 뒤덮고 있던 디아블로 무리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정도였다.

'대재앙 대포라는 이름은 디아블로 따위가 아니라 여기에 붙여야 하지 않았을까?'

디아블로 백여 마리를 한 번에 재로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스킬, 평소라면 이런 스킬을 한 번 사용하고 난 후엔 무지막지한 반발력에 몸이 부서졌을 것이다.

하지만 소울 프레임 오메가 모드의 힘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깊은 하늘의 대포의 포구에는 벌써 두 번째 탄이 맺혀 있던 것이다.

"잘 가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탄이 연달아 놈들을 향해 날아갔다.

사방에서 폭발한 에너지탄이 내뿜은 눈부신 섬광이 눈 앞을 가렸다.

불어온 폭풍에 망토가 격렬하게 흩날렸다.

강력한 에너지탄을 연달아 발사한 포신에서 증기가 피어올랐다.

"후우."

섬광이 사라졌다.

안개처럼 사방을 뒤덮었던 디아블로는 단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저 멀리 우트가르드로 가는 길이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굉장하군."

디아블로 수백 마리를 학살하는 데 걸린 시간은 몇십 초 남짓.

마지막 시험에 다다랐을 때의 군나르 인그소로를 포함해, 전생의 그 어떤 수험자도 이 정도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못했다.

확실히, 지금의 힘은 전생의 50번 시험의 시점을 아득하게 넘어서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이 정도로 사기적인 힘을 뽑아내고도 저승의 새가 되었을 때나 원탁의 기사단을 불렀을 때와는 달리 몸에 느껴지는 반발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건 앞으로 소울 프레임 오메가 모드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 정도면 앞으로 남은 여정이 생각보다 쉬워지겠군.'

상원은 끝없는 땅의 검과 깊은 하늘의 대포를 집어넣고 우트가르드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개선장군처럼 등 뒤로 망토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때 샤믹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 대장! 같이 가요!"

나가 퀸에 탄 샤믹이 돌진하는 코뿔소처럼 숲을 무너뜨리며 달려오는 모습을 담은 스크린이 떴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넵,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적들이 쫙 깔려 있을 줄 알았는데 조용하네요?"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많은 디아블로들을 쓸어버리는 걸 못 본 모양이군.'

상원이 말했다.

"자, 우트가르드로 갑시다."

"옛썰!"

우트가르드의 꼭대기, 삼색 무지개다리가 내뿜는 찬란한 푸른 빛이 점점 가까워져 왔다.

* * *

빽빽한 숲 너머, 도시 우트가르드가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서 세계수처럼 하늘로 끝없이 자라난 탑 주위로 꼭대기에 있는 것과 같은 푸른 빛의 강이 방사형으로 뻗어 나왔다.

그 주위로 샛노란 돌로 된 낮은 건물들이 서 있었는데, 워낙 거대한 탑 옆에 있으니 작아 보일 뿐 사실은 그 건물 하나하나가 지구의 웬만한 아파트만 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빛나는 강과 노란 건물로 이루어진 도시는 탑을 중심으로 완벽한 원형을 이루고 있었다.

소울 프레임이 우트가르드 상공으로 진입했다.

전생에는 이 도시에 기관원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민감하기 그지없는 소울 프레임의 레이더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아직 이 도시에서 치를 퀘스트가 준비되지 않은지라 전투원 외의 기관원들은 와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여기 있던 디아블로들은 방금 모조리 쓸어 버렸지.'

샤믹이 말했다.

"대장, 여기 너무 조용한데요? 갑자기 뭐 튀어나오는 거 아니에요?"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그렇게 도시를 건너, 마침내 무지개 탑 앞에 섰다.

"대장... 설마 저거 올라가야 되나요?"

"올라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혼자 가면 되니까."

고개를 들어 보니 꼭대기가 까마득했다.

'이 정도면 하늘과 땅을 잇는 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

그리고 그 꼭대기에 '삼색 무지개의 다리'가 있었다.

'가자.'

"후웁!"

숨을 뱃속 끝까지 들이마시고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샛노란 돌로 된 탑의 외벽과 탑의 주위를 도는 구름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렇게 날아가다 보니 구름의 위쪽에 쾌청하기 그지없는, 아스가르드의 쌍성이 떠 있는 하늘이 나타났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마침내 탑의 꼭대기가 나타났다.

동그란 탑의 꼭대기는 축구장 몇 개를 붙여 놓은 것만큼이나 넓었다.

그 광활한 공간 한가운데, 파란색 구슬 하나가 홀로 떠서 새파란 불기둥을 하늘로 쏘아 올리고 있었다.

상원은 구슬을 향해 날아갔다.

멀리서 보았을 때나 구슬이었지, 가까이 다가가니 턱없이 크다는 게 실감되었다.

그 구체에 비하면 10미터가 넘는 소울 프레임이 개미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이 구슬이 바로 '삼색 무지개의 다리'였다.

전생에는 시험 최강의 길드 발할라가 삼색 무지개의 다리를 차지하고 길드의 근거지를 소환했었다.

비그리드에 근거지를 소환하는 건 굉장한 이점을 주었다.

대장간이며 무기고 같은 해당 길드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대시설과, 무엇보다도 길드의 성화와 만신전을 불러온다는 뜻이었으니까.

성화는 수험자의 몸을 회복시켜주고, 만신전은 수험자의 힘을 강화한다.

그렇게 길드 발할라는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한 상태로 므깃도에 갔고, 마지막 시험이 끝날 때까지 모든 길드원이 살아남았다.

이번에는 서울역을 부를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신들의 황혼'에 적혀 있던 대로 하늘을 태워 승천자들을 끌어내린 후, 그 너머에 있는 새하늘 아버지를 직면할 것이다.

"좋아."

상원은 삼색 무지개다리 앞에 착륙했다.

이제 여기 서울역을 부를 차례였다.

기관은 다리를 작동시키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풀지 않았고, 전생에는 기관원이 직접 이 다리를 작동시켰다.

상원 또한 이 다리를 작동시키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상원은 누가 이 다리를 작동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상원은 품에서 급속 냉동 캡슐을 꺼내 작동시켰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캡슐이 열리며 시험 최고의 기술자 에론 클라드가 잠이 덜 깬 눈으로 캡슐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어... 용사님?"

"이 다리를 작동시킵시다."

상원은 눈을 비비는 에론을 보며 삼색 무지개다리를 가리켰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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