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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성 회귀자의 아포칼립스-199화 (199/230)

제199화. 우트가르드 (2)

구십육만 코인, 그 정도 값이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다.

여덟 대의 신기급 타이탄과 수많은 성물급 아이템을 포함한 무기고 전체를 아이템으로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백만 코인이 안 되긴 하는군.'

상원의 시원한 대답에 록시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투자자님, 제대로 들으신 거 맞수? 육만이 아니라 구십육만 코인이라고! 젠장, '금자탑'이나 '곤륜'이 가진 코인을 다 합쳐도 그만큼이 안될 건데!"

상원이 씩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깎아주기라도 할 겁니까?"

록시가 눈을 돌리며 꿍시렁거렸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아 젠장, 여튼 구십 육만 코인이오. 어떡하실 거유?"

"그 정도야. 두 번 말하려니 입이 아프군요."

상원은 농담 섞인 대답을 하며 록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록시가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상원의 손을 잡았다.

"진심이지요?"

"그렇소."

거래가 성립되었다는 뜻으로 손등의 '시험의 인장'이 파랗게 빛났다.

록시가 한숨을 뱉으며 대답했다.

"구십육만 코인. 틀림없이 지불했소."

이어서 상원의 손등에 있던 빛이 옮겨간 것처럼 록시의 손이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록시가 그 손을 접시 위에 있는 무기고 모양의 모래 조각에 대자, 모래 조각도 같은 황금색으로 빛났다.

그리고 잠시 후 금빛이 사라지며 모래 조각이 스르르 무너져 내렸고, 반대편 접시의 동전들도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졌다.

록시가 무너진 모래 더미를 뒤지며 말했다.

"계산이 끝났소."

록시가 모래 더미 속에서 새하얀 카드를 찾아내 상원에게 내밀었다.

카드를 받아들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아이템 '핌불베르트의 무기고'를 얻었습니다.]

[아이템의 등급이 아직 책정되지 않았습니다.]

아이템 등급이 책정되지 않은 건 '자본의 천칭'이 하는 일이 등급 책정이 아니라서였다.

카드를 손바닥 위에 올리니 카드가 손바닥으로 흡수되듯 스르르 사라졌다.

이로써, '핌불베르트의 무기고'는 아이템으로서 시스템에 편입되었다.

"좋아."

무기고에 다가가 지갑을 대자, 그 커다란 무기고가 거짓말처럼 지갑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무기고가 있던 자리엔 상원이 지면을 잘라내 만들어진, 뒤집어진 피라미드 모양의 구덩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상원이 엷게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록시. 덕분에 시름을 하나 덜었네요."

록시가 인상을 살짝 쓰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별말씀을. 그냥 값을 매기는 게 내 일일 뿐이오. 그나저나... 괜찮수? 구십육만 코인, 그런 거금을 이렇게 한 번에 써버리다니."

상원이 가볍게 대답했다.

"걱정해주시는 건 고맙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남은 코인은 그것보다 많으니까요."

"응... 그래요. 응, 뭐?"

록시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코인이 그것보다 많이 남아있다고? 잠깐만 투자자님,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거요? 어떻게 수험자 한 명이... 길드 하나보다 코인을 더 많이 모을 수가 있어?"

상원이 록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록시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다 방법이... 그래요, 뭐 다 방법이 있겠지. 우리 투자자님이야 첫 번째 밤에 천백이십 코인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니까. 상인은 계산만 확실하게 하면 되지요."

록시가 하늘을 향해 한숨을 쉬자 하얀 입김이 우주 도시 위를 떠도는 찬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에잉, 나도 모르겠다. 여튼 투자자님, 볼일 끝나셨으면 나는 이제 돌아가 보겠수다. 여기는 추워서 못 있겠수. 아직 여기 추위에 대비할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고."

상원이 살짝 웃으며 록시를 향해 지갑을 던졌다.

"걱정 고맙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쇼."

지갑을 받은 록시가 인사를 남기고는 지갑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쿠구구구 하는 거대한 굉음이 들렸다.

핌불베르트가 워프를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제 돌아가야 했다.

지갑을 주운 상원은 소울 프레임에 타고 관제센터로 돌아갔다.

* * *

주조종실 스크린에 나타난 타나스가 말했다.

- 잠시 후 아스가르드 쌍성계로 워프합니다. 준비하십시오.

상원은 한숨을 쉬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핌불베르트가 가속하면서 타우 은하의 별들이 긴 꼬리를 남기며 유성처럼 늘어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주조종실의 진동이 강해졌고 굉음도 점점 커졌다.

상원은 눈을 감았다.

비그리드, 새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자 기관의 근거지.

이번 생을 시작했을 땐 거기로 쳐들어갈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이제 겨우 27번 시험, 이 상황에서 기관에 맞서야 한다면, 전생에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그냥 미친 짓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상원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제 그 최후의 전장으로 간다.

타나스가 말했다.

- 아스가르드 쌍성계, 행성 비그리드의 궤도로 워프합니다.

이어서 굉음이 주조종실을 집어삼켰다.

진동이 너무 심해져 주조종실이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원은 귀를 막으며 인상을 썼다.

"쓰읍...."

샤믹은 몸을 잔뜩 웅크렸고 솔미르는 아예 땅을 데굴데굴 구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으으으윽!"

두 사람의 비명이 굉음에 묻혔다.

쿠구구구구!

하늘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고, 천장의 구멍으로 들어온 빛에 눈앞이 흐려졌다.

진동과 굉음, 섬광, 그리고 그 사이로 들리는 가녀린 비명.

그러다 한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것들이 멎었다.

잠시 후, 섬뜩할 정도의 적막만이 주조종실 안을 감돌고 있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새까만 우주에 붙박힌 형형색색의 별들이 총총했다.

상원은 직감했다.

'워프가 끝났다.'

타나스가 말했다.

- 아스가르드 쌍성계로의 워프를 마쳤습니다. 핌불베르트의 공간 좌표를 확인합니다.

타나스의 얼굴이 사라지고 스크린이 새까맣게 바뀌더니, 녹색 수식들이 쭈루룩 떠서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잠시 후 수식들이 사라지고 푸른 별이 나타났다.

아스가르드 쌍성계의 네 번째 행성이자 지구와 마찬가지로 초록 땅과 푸른 바다로 이루어진 행성인 '비그리드'였다.

타나스가 말했다.

- 워프가 성공하였습니다. 우주 도시 핌불베르트는 비그리드의 궤도에 무사히 진입하였습니다.

상원이 팔짱을 끼고 물었다.

"이다음은 어떻게 하나?"

- 비그리드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잠시 후 비그리드의 대기권에 진입합니다. 비그리드에 착륙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5시간 27분으로 예상됩니다.

"좋아."

워프를 마치고 잠시 멈춰 있던 핌불베르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지 방바닥이 서서히 진동하고 있었다.

그때 솔미르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우우우욱! 하아, 후우... 아스가르드에 온 거요?"

상원은 토사물을 뱉어내고 입을 닦는 솔미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솔미르가 넘어진 의자 하나를 세우더니 털썩 앉았다.

"비그리드는 말이오, 생물 종도 다양하고 자원도 풍부한 행성이오. 그래서 타우 은하에서 가장 큰 생체병기 공장이 거기에 있지. 그렇다는 건 비그리드의 병력은 핌불베르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오."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솔미르가 반쯤 풀린 눈으로 상원을 보았다.

"그래, 비그리드에 왔소. 다음 계획은 뭔가요?"

상원이 미소를 지었다.

비그리드에 도착하면 어떻게 할지, 계획은 이미 세워 두었으니까.

그건 바로 서울역을 통째로 비그리드에 소환하는 것이었다.

49번 시험 중에는 비그리드에 있는 '삼색 무지개 다리'라는 장치를 이용해 성화가 가장 강한 성역을 비그리드에 소환하는 이벤트가 있다.

그런데 그 '삼색 무지개 다리'는 49번 시험에 들어서지 않아도 작동한다.

전생에는 길드 발할라의 근거지가 소환됐었지만, 이번에는 그 시스템을 그대로 써서 서울역을 부를 계획이었던 것이다.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울역의 성화를 강화해 두었으니, 삼색 무지개 다리를 작동하면 틀림없이 서울역이 소환될 것이었다.

상원이 구십육만 코인이라는 거금을 써가며 핌불베르트 무기고를 통째로 지갑에 넣어둔 것도 서울역을 비그리드에 소환한 이후 수험자들을 무장시키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비그리드에서 가장 처음 할 일은 바로 그 '삼색 무지개 다리'를 작동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49번 시험에서 서울역을 부르려고 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할 일은...."

삐잉! 삐잉!

상원이 운을 떼려는데, 날카로운 사이렌이 상원의 말을 끊었다.

주위가 어두워지며 새빨간 조명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뭐지?'

솔미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타나스가 말했다.

- 비상 상황입니다. 워프의 영향으로 핌불베르트의 평형 유지 장치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평형 유지 장치를 복구합니다. 다만, 이미 비그리드 대기권 진입이 시작된 관계로, 핌불베르트가 비그리드에 불시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샤믹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소리치듯 물었다.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는 거예요?"

- 계산 중입니다.

상원은 쯧 혀를 찼다.

'우주 궤도에서 그대로 비그리드에 불시착한다고? 비그리드를 지키는 기관원들과 싸우기도 전에 피떡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정 안되면 소울 프레임을 타고 핌불베르트를 탈출해야 되겠는데.'

그때 타나스가 말했다.

- 계산을 완료했습니다. 장치 수리에 걸리는 시간과 낙하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핌불베르트는 비그리드에 추락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샤믹과 솔미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상원이 타나스에게 물었다.

"추락 지점은? 설마 지면에 추락하나?"

타나스가 화면에 초록색 산지를 띄우며 대답했다.

- 그렇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핌불베르트의 설계상 관제센터에 계시는 여러분은 추락으로부터 안전합니다.

그 말에 솔미르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걸 보니, 브라카다 리전의 남은 대원들도 관제센터에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샤믹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말한다고 안심이 될 리가...!"

샤믹이 덜덜 떨며 말하는 걸 상원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화면에 눈에 익은 모양이 들어와서였다.

샛노란 돌로 된 둥그런 원이었는데, 중점으로부터 새파랗게 빛나는 빛줄기가 복잡한 모양을 그리며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상원은 그 정체를 어렵지 않게 식별할 수 있었다.

비그리드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도시에 대해 계속 생각했으니까.

'운이 좋군!'

상원이 씩 웃으며 외쳤다.

"타나스, 추락 지점을 조절할 수 있나?"

- 어디로 말씀이십니까?

"여기로."

상원이 손가락을 들어 스크린에 뜬 도시의 바로 옆을 가리켰다.

타나스가 대답했다.

- 가능성을 계산합니다.

상원의 곁에 온 샤믹이 물었다.

"어... 거기가 어딘데요?"

"우리가 가야 할 곳입니다."

핌불베르트를 바로 저곳에 추락시킬 수 있다면 비그리드에서 거쳐야 하는 복잡한 일 몇 개를 순식간에 생략할 수 있었다.

잠시 후 타나스가 대답했다.

- 가능합니다. 핌불베르트의 추락 위치를 도시 '우트가르드'의 정서향 17.3km 지점으로 조정합니다.

"좋아."

상원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그곳이 바로 비그리드의 도시 우트가르드, 첫 번째 목표인 '삼색 무지개 다리'가 있는 바로 그곳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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