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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성 회귀자의 아포칼립스-198화 (198/230)

제198화. 우트가르드 (1)

짙은 먹구름을 뚫자 높다란 관제센터가 눈앞에 기둥처럼 서 있었다.

관제센터 앞마당에 착륙한 상원은 브라이싱크론 지갑에 소울 프레임을 집어넣고 주조종실로 향했다.

주조종실 문을 여니 샤믹과 솔미르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상원을 먼저 발견한 샤믹이 인사를 건넸다.

"어, 대장! 왔네요!"

상원은 가벼운 웃음으로 인사를 받고는 솔미르에게 말했다.

"일찍 돌아오셨군요."

솔미르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네. 샤믹 덕분에요. 대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어떻게 옮길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가 퀸을 타고 나타났지 뭡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말에 샤믹이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나가 퀸을 얻은 샤믹이 그새 대피소로 돌아가서 남은 대원들을 구조하는 걸 도운 모양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샤믹은 어떻게 핌불베르트의 군인도 아닌데 나가 퀸을 조종할 수 있는 겁니까?"

솔미르의 얼굴에는 아직도 놀란 기운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어... 되던데요?"

어리둥절한 샤믹의 대답에 솔미르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아니, 그게 그냥 됐단 말입니까? 샤믹, 혹시 타이탄 조종에 천부적인 재능 같은 게 있는 거 아닙니까?"

솔미르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타이탄을 모는 건 타우인들 사이에서도 빼어난 재능을 타고난, 극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샤믹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에, 저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대장, 대장도 타이탄을 얻었죠? 아까 지하에서 날아오른 하얀 타이탄, 그거 대장 거 아니에요?"

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울 프레임에 탑승한 상원이 날아오르는 걸 본 모양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솔미르의 턱이 빠질 듯 벌어졌다.

"지하에서 날아오른 하얀 타이탄이면... 설마, 소울 프레임? 그걸... 그걸, 얻었습니까?"

솔미르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소울 프레임은 미처 완성되지 못한 최첨단 병기였다.

타우인이 아닌 상원이 다른 기체도 아닌 소울 프레임을 얻었으니 솔미르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저 정도로 놀랄 줄은 몰랐네. 하기사 전생엔 소울 프레임이 움직이는 걸 볼 타우인이 남아있지 않았지.'

입을 떡 벌리고 있던 솔미르가 이마에 손을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그런. 세상에, 요새는 놀랄 일이 너무 많습니다."

'더 놀랄 게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상원이 웃으며 그 말을 하려는 순간, 타나스가 말했다.

- 즐거운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준비하십시오. 30분 후면 핌불베르트가 아스가르드 쌍성계로 워프하겠습니다.

'벌써...?'

상원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상원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워프를 하고 나면 그 충격으로 무기고의 무기들을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무기고엔 소울 프레임과 나가 퀸을 제외하고도 여덟 대의 신기급 타이탄이 있었고, 최상급 성물에 필적하는 타이탄은 수십 대였다.

거기에 레이저 라이플이며 강화복 같은 강력한 아이템이 말 그대로 즐비했다.

이다음, 비그리드에 가서 할 일을 생각하면 그것들을 그대로 버릴 수는 없었다.

'저걸...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브라이싱크론 지갑에 성물들을 집어넣을 수는 있겠지만 거기도 한계는 있었다.

무엇보다도 상원의 아이템도 아닌 그 많은 타이탄들을 집어넣는 건 불가능했다.

'차라리 저 무기고가 하나의 아이템이라면 지갑에 집어넣을 텐데. 하나의 아이템이라면....'

그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 무기고를 워프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머릿속에서 생각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좋아."

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조종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어... 대장? 어디 가요?"

"급하게 해야 할 게 있습니다."

샤믹의 말에 대답한 상원은 폐허가 된 관제센터의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 * *

관제센터 밖으로 나온 상원은 지갑에서 소울 프레임을 꺼내 타고는 무기고로 날아갔다.

두 발로는 한참 걸렸던 무기고가 소울 프레임을 타고 날아가니 코앞에 있었다.

상원은 축구장 하나 크기는 족히 될 법한 무기고를 내려다보고는 상태창의 코인 액수를 확인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상원은 무기고 앞에 착륙해 소울 프레임에서 내렸다.

이어서 브라이싱크론 지갑을 꺼내고는 그 안에 소리를 질렀다.

"록시, 록시! 들립니까?"

그러자 지갑 안에서 성전 상인 록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구, 투자자님! 귀청 떨어지겠수다!

오랜만에 들으니 너무 반가운 목소리였다.

상원은 피식 웃으며 지갑 너머에 있는 록시를 향해 말했다.

"록시, 잠깐 이쪽으로 나와보시겠습니까?"

"으... 응? 꼭 그래야 되우?"

"예, 지금 오셔야 합니다."

"에이 참...."

잠시 후 브라이싱크론 지갑에서 손 두 개가 쑥 나타나더니 지갑을 좌우로 벌렸다.

이어서 까무잡잡한 피부에 벽안을 한 키 큰 사내, 성전 상인 록시가 침낭을 벗듯 지갑에서 빠져나왔다.

브라이싱크론 지갑의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성전 상인 록시를 부를 수 있는 기능이었다.

지갑을 빠져나온 록시가 몸을 움츠리며 양팔을 서로 감쌌다.

"아... 아이고 추워. 투자자님, 여기가 어디우?"

상원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핌불베르트입니다."

"핌불베르트... 핌불베르트? 타우 은하의 그 핌불베르트?"

얼굴이 굳어버린 록시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들의 흐름이 달라. 핌불베르트가 맞군. 잠깐만요 투자자님, 아직 27번 시험 시작도 안 했잖아? 그런데 왜 핌불베르트까지 와 있는 거요?"

록시가 경악하는 것도 당연했다.

핌불베르트는 46번 시험을 클리어한 수험자들도 쩔쩔매는 곳이었으니까.

상원이 록시를 굳이 소환한 건 록시의 얼굴을 보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상원은 엷게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서 얻어야 할 게 있었으니까요. 록시, '자본의 천칭'을 준비해주시겠습니까?"

상원의 말에 록시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그건 또 어떻게 아셨어? 우리 투자자님...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한 걸 내놓으라고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긴 하지만... 아니, '자본의 천칭'은 좀 너무했잖아?"

록시가 이렇게 놀라는 건 '자본의 천칭'이 그가 가진 비장의 도구이기 때문이었다.

록시로서는 그걸 찾는 수험자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겠지만, 상원은 록시와 '전속계약'을 맺은 '투자자'라면 자본의 천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상원이 록시의 눈을 보며 말했다.

"어서요. 값은 정확하게 치르겠습니다."

"그래, 그래. 뭐, 값을 정확하게 치른다면 된 거지. 자, 봅시다."

록시가 브라이싱크론 지갑 속으로 오른손을 쑥 집어넣더니, 무언가를 잡아당기듯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힘을 주었다.

잠시 후, 록시가 지갑에서 커다란 물건을 꺼내며 나동그라졌다.

그 물건은 록시의 천막에 있던, 접시 위에 황소를 올려놓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커다란 황금색 천칭, 바로 '자본의 천칭'이었다.

록시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젠장, 이 엄혹한 도시에서 땀을 흘리고 있네. 이 천칭, 아시죠 투자자님? 1파운드어치의 심장까지도 코인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자, 무엇의 가치를 재고 싶으신데?"

록시의 말대로, '자본의 천칭'은 물건에 합당한 코인의 양을 책정하는 도구였다.

코인으로 값을 매긴다는 건 거래의 대상으로 만든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자본의 천칭'은 아이템이 아닌 것을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는 도구였던 것이다.

상원이 손을 뻗어 무기고를 가리켰다.

"저겁니다."

상원의 손끝을 본 록시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값을 매기겠다는 거요? 경계가 있어야지."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경계는 이제 지을 겁니다."

간단한 대답과 함께 웃으며 돌아선 상원은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소울 프레임에 탑승했다.

이어서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바위에 박힌 검'을 꺼냈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소울 프레임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시험의 글로벌 시스템에 동기화합니다.]

[동기화가 끝났습니다.]

[아이템 '바위에 박힌 검'을 소울 프레임에 동기화합니다.]

[아이템 '바위에 박힌 검'이 '빔블레이드'로 동기화되었습니다.]

수험자의 아이템을 타이탄의 신체 규격에 맞게 조정하는 동기화 기능이 작동한 것이었다.

시스템 메시지대로 '바위에 박힌 검' 역시도 키가 10미터가 넘는 소울 프레임의 몸에 맞게 동기화되었다.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소울프레임의 오른쪽 손바닥이 열리며 손바닥보다 조금 큰 단봉이 튀어나와 오른손에 잡혔다.

이어서 단봉에서 뻗어 나온 새하얀 검기가 빛나는 칼날의 형상을 이루었다.

이것이 바로 상원이 시험 최후반부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 신기 소울 프레임을 통해 발현된 승리의 검 ‘빔블레이드’였다.

빔블레이드가 내뿜는 강렬한 마력이 조종석 안에 있는 상원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상원은 씩 웃으며 빔블레이드의 손잡이를 단단하게 쥐었다.

“좋아.”

록시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똑똑하게 들렸다.

“뭐야 저거… 타이탄이잖아. 잠깐만, 소울 프레임… 소울 프레임? 미친, 소울 프레임! 말도 안 돼….”

빛나는 검을 겨눈 채로, 상원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익숙한 감각에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그대로 무기고를 향해 뛰어들었다.

빔블레이드의 칼날을 무기고의 외벽과 지면이 만나는 모서리에 사선으로 박아 넣자 무기고를 떠받친 단단한 지면이 손쉽게 잘려나갔다.

이어서 상원은 무기고의 모서리를 따라 날면서 무기고를 떠받친 지면을 잘라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자 사각형인 무기고를 떠받친 지면이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잘려나갔다.

무기고를 지면 째로 핌불베르트에서 분리해버린 것이었다.

소울 프레임에서 내린 상원이 아직도 얼빠진 표정으로 잘려나간 무기고를 보고 있는 록시에게 말했다.

“자, 얼마면 됩니까?”

록시가 중얼거렸다.

“미친… 저걸 통째로…? 진심이우?”

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진심입니다. 말씀드렸지요, 값은 틀림없이 지불할 거라고.”

“후우, 그래요. 좋수다.”

한숨을 푹 쉰 록시가 주머니에서 흙을 한 움큼 꺼내 ‘자본의 천칭’의 접시 위에 올리자 흙이 무기고 모양으로 변하면서 저울이 그쪽으로 쑥 기울어졌다.

“이야… 이만한 건 처음인데.”

그 모양새를 본 록시가 반대편 접시로 가 주머니에서 황금색 동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참 동전을 올리자 저울이 슬슬 평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전을 산더미만큼 올리자 이윽고 끼익 소리와 함께 평형이 맞추어졌다.

록시가 말했다.

“구십 하고 육만. 나머지는 절사해드리리다.”

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충분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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